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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더미 위에 선 연극? 그래도 희망은 있어

공연계 '미투 운동' 관련 공연예술인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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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 공연 작성일자2018.03.14. | 2,756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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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연출(오른쪽)

공연계에서 '미투 운동'이 시작된 지 어느새 한 달이 지났어. 그동안 수많은 언론에서 공연계를 주목했고, 상상을 뛰어넘는 폭로와 분노, 비난이 이어졌으며, 어느새 그 불씨는 정치권으로까지 번졌지. 


그러나 공연계에 속한, 또는 공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논의는 식지 않고 이어져야 해. 왜 그런 일이 일어났고, 피해자들의 마음은 어떻게 치유되고 보상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다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지. 


그래서 플레이디비는 연예술인들과의 대담을 마련해 이야기를 들었어. 김아영 배우와 김태형 연출, 그리고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의 김기일 연출, 이오진 작가, 홍예원 배우가 대담에 참석했어. 


이날 참석자들이 나눈 이야기 전할게.

홍예원 배우(왼쪽)

Q 공연계 미투운동의 시작은 이명행 배우의 성추행에 대한 폭로(2월 11일)였습니다. 처음 사건이 터졌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김태형: 명행 형과는 제가 제일 친했을 거에요. 작업도 여러 번 같이 했고, 어울리는 배역이 있을 때마다 1순위로 캐스팅했던 배우였죠. 연기 잘하고 재미있는 형이라고 생각했고, 무대 위에선 믿을만한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 충격 받았던 건 이런 지점이었어요. 형이 공연이나 연습 때 사람들 앞에서 좀 과한 스킨십으로 보이는 장난을 쳤어요. 넘어지면서 누군가를 끌어안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그런데 그걸 보고 있던 저나 다른 사람들이 별다른 인식을 하지 못했어요. 그저 ‘심하니까 하지마’ 정도였지, 성추행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던 거에요. 


작년 연말쯤 이명행이 어느 극장에서 출연 금지를 당했다, 성추행을 저질러서 그랬다더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사실 그 장난이 과해서 누군가 신고를 했구나, 정도로 생각한 것 같아요.


그런데 나중에 드러난 내용을 봤더니 그런 장난은 정말 빙산의 일각이었고, 훨씬 심각한 추행들이 벌어졌던 거죠. 그 때부터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가 처음 장난을 쳤던 시점에서 우리가 좀 더 강력하게 얘기할 수는 없었을까, 그가 그렇게 자유롭게 장난을 칠 수 있었기 때문에 거기서 출발해 성추행까지 갔던 것은 아닐까. 가까이에서 일을 했는데 왜 나는 몰랐을까. 미안하고, 속상했고, 반성을 많이 했어요.

김기일 연출(오른쪽)

Q 이명행 배우에 대한 폭로 이후에도 이윤택, 오태석 등에 대한 폭로가 이어졌고, 그 실상도 너무 충격적이었죠. 다른 분들의 첫 느낌은 어떠셨나요.


김기일: 이윤택 연출과 연희단거리패에 대한 보도를 보면서 사실 전혀 놀랍지 않았어요. 이윤택 연출이 그런 일을 저지른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고, 다 알고 있었던 일들이 드러난다고 생각했거든요. 다만 설연휴 내내 페이스북을 들여다보면서 ‘간극’에 대해서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왜 우리는 가만히 있었던 거지? 연극판에 와서 조금만 있으면 들을 수 있는 이야기였고, 익히 알고 있는 얘기였는데 왜 그냥 지나쳤을까. 알면서도 피상적이었고 현실감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까지 얘기했던 것들을 다 돌아보게 됐어요. 제일 궁금한 건 다른 동료들은 어떻게 느꼈는지였고, 누구라도 붙잡고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지금도 계속 그 상태인 것 같아요.

김아영 배우(가운데)

이오진: 저는 작년 가을쯤 이명행 배우의 성추행에 대해 들었어요. 건너건너 지인에게 그런 일이 있어서 힘들어한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전 창작자이기 이전에 관객으로서 그 배우의 팬이었고, 그의 평소 젠틀한 이미지와 반대되는 행동을 했다는 게 너무 충격이었죠. 더 중요한 건 그게 위계 폭력이라는 거에요. 그 분이 출연 정지를 당하게 된 사건은 제일 막내 스텝에게 한 추행이었다고 들었거든요. 그건 진짜 나쁜 짓이에요.


그때 그게 잘못된 행동이고, 그래서 처벌받길 바란다는 목소리를 낸 분이 있었기 때문에 김수희 연출님을 비롯해 그 다음 분들의 폭로가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 목소리를 낸 그 분께 진심으로 고맙다고 생각해요.


일상의 감각 속에서 ‘이런 행동은 하면 안 된다’고 누군가 말하는 흐름이 생기지 않는 한 미투운동은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고, 또 공연계 전반의 위계 폭력이 바뀌지 않는 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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