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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vs 피자? 프랜차이즈 전쟁에서 피자가 완패한 이유

조회수 2018. 6. 9. 11: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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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느님과 피느님. 각각 치킨과 피자에 하느님을 덧붙인 조어로 외식업계를 양분하는 프랜차이즈 매장 강자들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프랜차이즈 시장 양대 라이벌로 불린 두 업계의 성적표를 들여다 보자. 

출처: 동아일보 DB
1996년 국내 대표 피자 프랜차이즈였던 피자헛을 겨냥한 미스터피자의 지면 비교광고.

치킨과 엇갈린 희비...맥 못추는 피자 프랜차이즈

치킨 vs. 피자. 뚜껑을 열어보면 어떨까. 치킨이 완승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치킨 프랜차이즈가 승승장구하는 반면, 피자 프랜차이즈는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매장수부터 살펴보자. 전통적으로 매장수는 배달업을 중심으로 하는 치킨업체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격차가 최근처럼 크게 벌어진 적은 없다. 한때 피자시장 부동의 1위를 지키던 피자헛은 맥을 못추고 있다. 2008년 피자헛의 가맹점수는 313개였다. 지난해엔 321개로 소폭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급속도로 성장한 BHC의 경우 800여 개에서 지난해 1490개로 늘었다. 2000년대 후반까지 피자업계 선두를 달리던 피자헛의 매출 감소는 큰 폭으로 이뤄졌다.

출처: 각 사 홈페이지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04년 연매출 3002억 원 수준이던 피자헛은 2014년 1142억 원으로 3분의 1토막이 났다. 반면 국내치킨 업계 톱3인 BBQ와 BHC, 교촌치킨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어 지난해 매출은 모두 2000억 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인터비즈


피자 프랜차이즈 매장수는 가까스로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추락은 더 심각하다. 각 업체의 상징과도 같던 1호점이 날아갔다. 피자헛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냈던 1호점은 폐점한지 오래다. 2015년 직영점을 가맹점으로 돌리면서 직원 3000명을 해고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미스터피자는 2017년 7월 31일 서울 중구 미스터피자 명동 1호점의 영업을 종료했다. 미스터피자 출범 초기인 1993년부터 명동 한복판을 지켜온 지 24년 만이다. 도미노피자는 점포수를 꾸준하게 늘려가고 있지만, 이는 배달 중심 소점포 전략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2000년대 후반 두 업계의 시장 규모는 각각 1조 5000억 원 규모로 같았다. 당시 업계의 전략 포인트는 달랐다. 치킨은 배달 분야에서, 피자는 레스토랑형 매장을 발판삼아 성장했다. 한때 국내 외식산업은 피자 프랜차이즈 시장의 성장과도 맥을 같이 했다. 국내선 패밀리레스토랑의 원조격으로 피자헛을 꼽는 이가 많다. 피자는 비록 패스트푸드지만 가족이나 연인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라는 인상을 주는 데 주력했다. 피자 업체의 이런 전략은 치킨의 서민 이미지와는 결을 달리했다.

결과는 판이하다. 프랜차이즈업계에 따르면 연간 국내 치킨 관련 시장 규모는 5조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피자는 약 2조 원대에서 수년째 정체돼 있다.

추억 속 고급 이미지 독 됐나...피자업계의 흥망성쇠

출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피자는 친구들과 어울려 먹는 추억의 상징으로 그려진다. 피자헛은 1985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첫 국내 매장을 낸 뒤 고급 식재료를 활용한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이미지로 어필했다. 드라마 속에서 표현되는 피자헛 피자 이미지 역시 마찬가지다. 

피자는 비록 패스트푸드였으나 당시로선 생소한 음식인 피자를 앞세워 고급 외식문화의 선두주자를 자처했다. 마침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외국 음식과 글로벌 문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무렵이었다. 

미국화된 피자헛 피자를 라이센스를 통해 들여온 성신제 씨가 한국인 입맛에 맞는 불고기 피자 등을 개발한 것도 성공요인이었다. 1990년대 초반엔 미국 본사에서 직접 진출을 결정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 들어 후발주자들도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스터피자가 ‘기름 뺀 수타피자’를 앞세워 피자헛에 도전장을 냈다. 미스터피자는 1990년 일본의 ‘미스터피자JAPAN’과의 기술제휴로 탄생했지만, 국내서 상표권을 취득해 국내 브랜드로 성장했다. 

미스터피자는 피자시장에서 여성 중심의 소비 패턴이 증가하는 것을 빠르게 캐치하고 샐러드바를 중심에 배치했다. 이는 웰빙 트렌드와 여성 중심으로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정확히 읽은 것이었다. 미스터피자는 '여자 피자'라는 카피를 앞세워 이와 같은 흐름을 주도했다. 배달전문 매장을 정리하고 대형매장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경쟁에 불을 붙였다. 닭고기와 해산물을 중심으로 담백한 피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출처: 미스터피자


미스터피자는 한동안 승승장구한 끝에 피자헛을 매출과 매장수 면에서 모두 제치게 된다. 그러나 이미지에 집중하면서 대형 매장을 중시하고, 고급 외식 이미지 전략에서 변화하지 못한 탓에 긴 침체의 늪으로 빠지게 된다. 이들 외식 피자 프랜차이즈들은 높은 임대료와 내수시장 침체와 맞물려 수익 악화의 덫에 걸린다.  

출처: 미스터피자

여기에 중소 브랜드 피자, 대형마트 피자 등과의 과열 경쟁 구도까지 그려진다. 과열 경쟁 끝에 중소 피자 브랜드 역시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함께 침체에 빠진다. 한때 빅3를 위협하던 피자에땅도 2012년부터 매출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한때 700억 원에 달하던 지난해 매출은 493억으로 떨어졌다. 고급 프리미엄 가치를 앞세운 피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높은 가격에 부담, 서양식에 대한 관심 떨어져...1인 가구 트렌드 놓쳐

피자 전문점의 위기 이유는 무엇일까. 외식업계선 줄폐점이 이어지던 패밀리레스토랑과 상황이 비슷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패밀리레스토랑은 2013년부터 줄폐점이 이어지고 있다. 

1) 떨어지는 가격 경쟁력

우선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 고급화를 추구하다 보니 다른 외식업체들과 가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서민음식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2만 원 선을 넘지 못한 치킨과 달리, 피자는 라지 한 판에 3만 원을 넘기는 고가 정책이 가능했다. 대형매장 중심으로 운영되는 탓에 고정비가 큰 점도 가격을 내리기 어려운 요인이었다. (그나마 최근 선전하는 도미노피자는 고가 전략에서 탈피해 기존 가성비 피자업체서 주로 하던 1+1 프로모션을 늘리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2) 무력화된 프리미엄 전략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서양식이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특식 또는 별미라는 점을 강조해왔으나, 이와 같은 전략도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됐다. 신규 레스토랑 등이 기존에는 접하지 못한 다양한 진미들을 소개하면서, 피자는 흔하다는 인식이 커졌다. 외식 배달 스타트업 관계자는 "정해진 레시피에 따라 규격화된 프랜차이즈 피자 자체를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전략에 의존해온 피자가 트렌드 변화에 따라 더 이상 프리미엄 제품이 아니게 된 것이다. 여기에 웰빙 트렌드에 피자가 건강식이 아니라는 부정적인 인식도 커졌다. 

출처: 미스터피자
피자업계는 이미 포화시장인 배달업계에 치킨을 앞세워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3) 1인 가구 증가

1인 가구 증가로 프랜차이즈 산업의 비중이 배달음식으로 넘어간 것도 한 요인이다. 2014년 기준으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전국 30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외식 소비 행태를 조사한 결과 치킨이 42.4%로 배달음식 1위를 차지했다. 피자는 6.6%로 중화요리(21.5%)에 이어 3위에 불과했다. 

당시 피자를 선호하는 구성원 요인들을 살펴보자. 5인 이상 가구와 월 소득 600만 원 이상 가구선 피자를 더 선호하고 있다. 치킨에 비해서 양이 더 많고 많은 구성원이 즐길 수 있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뜻이다. 이는 한편으론 최근 들어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어 피자에 대한 선호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뜻이기도 하다. 

4) 갑질 논란 등 프랜차이즈 이미지 저하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출처: 동아일보DB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MP그룹 회장이 2017년 6월 26일 서울 서초구 미스타피자 본사 사옥서 갑질논란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그는 경비원을 폭행하고, 가맹점을 탈퇴한 업자들이 치즈를 구입하지 못하게 방해하고 인근에 직영점을 개설해 저가공세로 보복출점을 감행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최근 열린 1심서는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렸났다.

서양식 별미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승승장구하던 피자 프랜차이즈의 추락이 시사하는 바는 뚜렷하다. 기존의 고가 프리미엄 이미지도 새롭게 가꿔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프리미엄의 정의란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변화를 부단히 파악하고 선점하려는 노력 없이는 프리미엄 가치를 유지할 수 없다. 프리미엄은 고정불변이 아니다.  

인터비즈 임현석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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