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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 ‘남북 경제협력’…바빠진 공공기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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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비즈니스 작성일자2018.05.16. | 1,236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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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에서 SOC 언급, 코레일·도로공사·한전 등이 핵심 역할 할 듯

(사진)경의선과 동해선 남북철도 연결 구간 열차 시험 운행이 성사됐던 2007년 5월 경의선 열차가 개성에서 돌아오는 모습.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4·27 정상회담’ 이후 나온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남북 경제협력(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우선적으로 북한의 노후화된 철도·도로·전력 등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서의 대북 사업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관련 공공기관들도 분주해졌다. 해당 기관들은 남북 경협 재개가 급물살을 타면서 관련 조직을 신설하는 등 구체적인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남북대륙사업처 신설한 코레일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목적은 북핵 문제 해결이었다. 판문점 선언도 북한의 비핵화를 통한 남북 간의 평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향후 경협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언문을 통해 “민족 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 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와 같이 철도·도로 등 운송 인프라 분야 사업이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직접 제시되면서 해당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공기업의 역할론도 부각되고 있다.  


특히 남북 경협 기대감으로 가장 분주해진 곳들은 철도 관련 공공기관이다. 구체적으로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를 연결하겠다고 언급된 만큼 만반의 준비를 기울이고 있다.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곳은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다.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한 3월부터 이미 조직 개편을 통해 남북대륙철도사업단을 신설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사업단 내에 이를 전담하는 남북대륙사업처를 만들고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실무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현재 남북 간 연결이 가능한 노선은 총 4개다. 경의선·경원선·금강산선·동해선 등이 있다. 이번 판문점 선언에 경의선과 동해선만 언급돼 이 두 노선 연결 작업에 대한 구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의선은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518km 길이의 철도다. 6·25전쟁으로 단절됐다가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결과 복원하기로 결정했다. 2000년 9월부터 연결 공사를 시작해 2004년 군사분계선을 넘어 경기도 문산~개성 간 27km 구간을 이미 연결했다.  


2007년부터 2008년 11월까지 북한에 있는 개성공단에 화물을 나르는 등 총 222회나 운행된 바 있다. 하지만 같은 해 금강산에서 발생한 박왕자 씨 사건 이후 약 10년간 운행이 중단된 채 방치돼 왔다. 10년 동안 사용되지 않아 노후화가 진행됐지만 약간의 보수 작업을 거치기만 하면 바로 운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부산에서 강릉을 거쳐 북한 원산을 통과하던 동해선도 남북 분단으로 단절됐다. 그러다 김대중 정부 당시 군사분계선을 넘는 구간을 다시 복원했지만 한 차례 시험 운행만 한 뒤 방치돼 보수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현재 강원도 강릉에서 고성군 제진역까지 110km도 끊긴 상태다. 따라서 이를 연결하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한 뒤 개·보수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발맞춰 교량·터널 등 철도 건설을 담당하는 한국철도시설공단도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있다. ‘남북철도물류부’를 새롭게 꾸리고 남북 철도 관련 연구와 남북 철도사업 확장에 대비 중이다.  


◆유럽 잇는 ‘철의 실크로드’ 구축 기대  


특히 북한 철도는 98%가 하나의 열차만 운행할 수 있는 단선이다. 철로의 70% 이상이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이후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침목 부식, 노반 침하, 터널·교량·기관차 노후 등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철도 연결이 본격화되면 철도시설공단이 이를 개선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철도 관련 기술 개발이 주력 업무인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하 철도연)도 분주하긴 마찬가지다. 남북의 철길이 열리는 것은 분단된 국토 연결을 통한 경제협력에서 더 나아가 유럽과 아시아·태평양을 잇는 이른바 ‘철의 실크로드’ 구축을 가능하게 한다.  


경의선이 운행되면 서울에서 평양~신의주를 거쳐 중국횡단철도(TCR)를 타고 중국 베이징까지 운송이 가능해진다. 동해선이 완공되면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동해안을 따라 북한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통해 유럽까지 철도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한국·중국·유럽 철도는 표준궤(1435mm)를 사용하지만 러시아 철도는 광궤(1520mm)로 궤도의 폭이 85mm 차이가 난다. 철도연 관계자는 “현재로선 한국에서 출발한 열차가 러시아를 지나가려면 바퀴를 갈아 끼우거나 환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철도연은 러시아 국경에서 환승·환적·바퀴 교환이 필요 없는 궤간가변대차를 이미 개발했다. 최근 들어서는 러시아철도연구원과 철도 연구·개발(R&D) 및 기술 협력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철도 호환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이어 가고 있다. 


남북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철도뿐만 아니라 비포장도로의 개선과 확장도 필수적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이 2016년 말 내놓은 ‘한반도 통일이 건설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도로 사정은 열악하다.  


북한의 도로 길이는 약 2만6164km로 남한(약 10만 5673km)의 25% 수준이다. 간선도로는 6608km 중 1204km만 포장돼 포장률이 18.2%에 그치고 있어 남북 간 원활한 육상 운송에서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다. 향후 남북의 도로 또한 활발한 연결 구축 사업이 예상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에 따라 한국도로공사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4월 사업개발처 산하에 남북 도로 연결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도로공사에 대북 사업 관련 팀이 꾸려진 것은 2016년 이후 2년 만으로, 남북 간 합의가 이뤄지면 즉각적으로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고 있지 않다”면서도 “남북 관계의 진전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만약에 도로가 연결되면 개성~문산 고속도로가 가장 먼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015년 개성~문산 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중단됐다. 이 구간의 건설이 완료되면 서울에서 평양까지 고속도로로 달릴 수 있게 된다. 남과 북의 수도를 잇는 핵심 도로가 되는 셈이다. 


◆북한 간선도로 포장률 18.2% 그쳐  


철도와 도로의 연결은 개성공단 폐쇄 이후 사실상 명맥이 끊겨 온 남북의 인적·물적 교류가 재개된다는 것을 뜻한다. 원활하게 건설이 완료되기만 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전 그려온 ‘한반도 신(新)경제지도’의 실현에도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신경제지도에는 한반도 균형 발전과 성장 잠재력 확충을 도모하기 위한 3대 경제 및 평화 벨트 구상을 담고 있다. 3대 벨트의 핵심은 이렇다. ‘동해권 에너지·자원 벨트’, ‘서해안 산업·물류·교통 벨트’를 구축하고 여기에 동·서해안을 가로질러 비무장지대를 축으로 하는 ‘환경·관광 벨트’를 조성해 한반도를 ‘H자’형의 경제 벨트로 완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경제 벨트 구축으로 북한 내부의 시장화를 촉진하고 북한 전역 시장과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철도와 도로 외에도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인프라 기반 구축에 힘써야 한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에너지 지원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따라서 에너지 공기업들 역시 남북 경협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내부에서도 남북 관계의 흐름을 눈여겨보며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추진 탄력 예상  


우선 한전은 개성공단 운영이 재개되면 즉각 전력 공급에 나설 방침이다. 한전은 2015년 남측 문산변전소와 북한의 평화변전소를 연결한 선로를 통해 연간 총 1억9100만kWh의 전력을 개성공단에 공급한 바 있다.  


또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한국·일본·중국의 전력망을 연결해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전력 수급 체계 구축을 위한 에너지 벨트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한국전력은 개성공단 운영이 재개되면 즉각 전력 공급에 나설 방침이다.

당초 해저를 통한 전력망 연결을 염두에 뒀는데 북한으로의 길이 열린다면 해저와 육상을 혼합한 보다 효율적인 전력망 구축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국동서발전은 북한에 다양한 발전소를 건설하는 방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했다. 단기적으로는 태양광과 풍력발전소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태양광과 풍력의 사업 준비 기간은 약 3년으로 화력발전(6~8년)보다 짧아 당장 급한 북한의 전력난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남북 접경 지역인 연천군이나 비무장지대에 ‘평화발전소’를 짓는 방안도 내부에서 검토했다. 


한국가스공사는 ‘파이프라인 천연가스(PNG) 사업’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북한을 통해 남한까지 파이프라인으로 천연가스를 도입하는 사업이다. 남북 관계 개선책으로 추진됐지만 2013년 북한 3차 핵 실험 이후 중단됐다. 가스공사는 해당 사업의 추진 재개와 함께 다양한 경협 사업 진출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물론 남북 경협에 대한 전망이 마냥 밝은 것만은 아니다. 우선 돈이 문제다. 필요한 인프라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원회는 2014년 배포한 자료에서 북한의 인프라 개발비용은 약 150조원으로 추산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북한 인프라 투자에 연간 27조원, 10년간 270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미국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도 관건이다. 북한과의 합작 사업을 금지하고 있는 만큼 해제 없이는 남북 경협도 어렵다.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북 제재 국면에서 남북 경협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남북 간) 합의 내용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와 지지를 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북 제재가 풀리면 북한과 관련한 투자 기금 조성 등이 가능해져 여러 국가에서 자본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대북 제재가 풀리면) 한국이 국제기구 등을 대상으로 북한 개발과 관련한 일종의 신탁기금을 조성하고 국제기구는 이를 바탕으로 북한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 설명 

10·4 남북 정상 선언 : 10·4 남북 정상 선언은 2007년 10월 4일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공동으로 발표한 ‘남북 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을 뜻한다. 군사적 적대 관계 종식을 위한 협력과 불가침 의무 준수, 종전 선언을 위한 당사국 회의의 한반도 개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경의선 화물철도 개통과 안변·남포 조선협력단지 건설, 백두산~서울 직항로 개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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