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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의원의 막말, 갑자기 왜?

조회수 2017. 9. 28. 23: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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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막말
MB정권 적폐수사가 정치보복?
출처: 한겨레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 말을 반박하는 글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되는 적폐청산이 정치보복이라는 말이 나온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박 시장은 "내가 아는 최대의 정치 보복은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 했던 거라고 본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정 의원의 글 가운데 논란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노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와 아들이 박연차씨로부터 수백만불 금품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씨는 가출을 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
출처: 경향신문

허위사실로 고인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못한 '막말'을 한 것입니다. 


정치권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허위사실유포와 사자명예훼손죄로 검찰 수사를 촉구한 것입니다. 

출처: jtbc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을 지낸 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정 의원의 막말에 대해 "허위 사실로 고인과 유족을 욕보이셨으면 그에 따른 응분의 법적 책임을 지시면 됩니다. 사과도 요구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jtbc

정의당과 국민의당도 정 의원에 대한 법적 대응을 언급했습니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정 의원은 유가족과 국민 앞에 즉각 사죄하고, 검찰은 즉각 사자 명예훼손죄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의당도 최석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정권 초부터 정치적 위기에 몰린 이명박 정권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이 전 대통령이 남긴 숱한 적폐로 인해 사정의 대상에 오르자, 정 의원은 이명박 정권의 잔당을 자처하며 노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하는 패륜을 저지르고 있다. 응분의 법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논평했습니다. 

출처: 한겨레

논란이 커지자 정 의원은 해명글을 내놓습니다. "박원순 시장에 대한 반박이지 노 전 대통령과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려던 건 아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출처: 경향신문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와 부인 권양숙 여사는 정 의원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조사해 달라며 25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했다고 26일 밝혔습니다. 

그런데 '정치보복'이라는 키워드가 돌연 떠오른 이유가 무엇일까요? 

현재 검찰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의 적폐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자유한국당은 “김대중·노무현 정권도 수사하자”며 반발합니다. 이제라도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 사건의 진실을 밝히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출처: jtbc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23일 논평에서 "이번 논란의 본질은 문재인 정부가 자행하고 있는 정치보복"이라면서 "여권은 정치보복에만 혈안이 될 것이 아니라 노 전 대통령 뇌물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즉각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의 적폐를 수사하는 게 자유한국당의 주장처럼 '정치보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명박 정권 시절 국가정보원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알몸 합성사진까지 만들어 유포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출처: 한겨레

2011년 국정원 심리전단의 표적이 된 인물은 배우 문성근씨와 김여진씨입니다. 


문씨와 김씨가 국정원의 타겟이 된 건 그들의 활동 이력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문씨는 '노사모' 회원으로 활동했고, 김씨는 한진중공업·쌍용차 사태 등의 과정에서 ‘소셜테이너’로 주목받은 바 있습니다. 


국정원은 침대에 두 사람이 함께 누운 것처럼 사진을 조작해 '민간인 외곽팀'이 사용하던 아이디로 극우 성향의 한 인터넷카페 게시판에 올렸다고 합니다. 사진엔 ‘공화국 인민배우 문성근·김여진 주연’ ‘육체관계’ 같은 문구가 달렸습니다. 

출처: 동아일보

국정원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던 윤도현·김미화씨는 <문화방송>(MBC)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배제됐고 김제동씨 소속사는 두번의 세무조사를 받았습니다. 


이런 행태는 청와대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기획관리비서관 명의로 작성된 '좌편향 연예인들의 활동실태 파악' 등의 문건이 나온 건 '청와대 지시' 가능성에 설득력을 더 합니다. 

출처: 경향신문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이 정권 차원의 공영방송 장악을 시도한 정황도 나왔습니다. 


국가정보원은 당시 MBC 최승호 PD와 방송인 김미화씨, KBS 시사프로그램 <추적60분>의 PD 퇴출을 계획했습니다. 이 계획이 현실화되자 'VIP'(대통령)에게 핵심 성과라며 보고한 문건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여론조작과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를 수사 중인 검찰은 26일 총책임자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66·구속)을 이번 사건 수사 이후 처음으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을 상대로 이 전 대통령이 불법행위를 지시하고 보고받았는지도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한겨레
MB의 국정원은 정권에 비판적인 정치인과 교수들도 사찰했습니다. 이들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확산되도록 노력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가 공개한 '‘정치인·교수 등 엠비(MB)정부 비판세력 제압 활동’ 조사 결과를 보면, 국정원의 여론 조작 대상을 알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박지원·정동영 의원 등 당시 야권 인사들뿐 아니라 홍준표·정두언·원희룡 등 여권 인사들까지 포함됐습니다. 
출처: 미디어오늘

개혁위의 자료를 보면, 국정원은 노 전 대통령 서거 뒤 정부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등에 이에 대한 비판 글을 올리고 어버이연합 등이 노무현재단 앞에서 규탄 시위를 열도록 했습니다. 오프라인 심리전은 미디어워치를 운영하는 극우인사 변희재씨가 맡았습니다. 국정원은 미디어워치에 구독·광고를 지원하는 등 조직적인 여론조작 공작을 벌였습니다.

출처: 한겨레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막말'로 구설수에 올랐던 정진석 의원이 27일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댓글 정치의 원조는 노 전 대통령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을 파헤치고 있는 여권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노무현 정부도 '댓글 정치'를 했는데 왜 이명박 정부에만 책임이 있다고 하느냐'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 의원의 주장이 '물타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는 '비공개'로 댓글 부대를 동원했습니다. 특정 정치인이나 진보성향의 문화계 인사, 학자들을 인신공격하며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려 했습니다. 


반면, 노무현 정부는 국가부처가 실명 댓글로 언론보도에 대한 정부 정책과 방향성을 밝히라고 지시했습니다. 국정홍보처는 이 지시가 담긴 '문건'을 '공개적'으로 정부부처에 보냈습니다. 정보기관인 국정원을 동원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비공개'와 '공개', '조직적 동원, 공작'과 '비조직적 지시'를 단순 비교한 것입니다. 

국정원을 동원해 여론을 조작하고, 국민을 사찰한 잘못을 따져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게 '정치보복'인가요?

제작 및 편집 / 나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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