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걱정? 주 5일제도 해보니 괜찮았다"

조회수 2018. 6. 21. 08: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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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등 시범운영 현장 가보니

주 52시간 근무제 7월 도입을 앞두고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시범적으로 운영했습니다. 법 도입에 앞선 일종의 ‘리허설’ 인 셈입니다.


수 개월 간 근로시간 단축 실험을 진행해 온 주요 기업 사무직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어 본 결과 “걱정했던 것보다는 괜찮다”는 긍정적 평가가 적지 않았습니다.

출처: ⓒGettyImagesBank

LG전자 마케팅팀 과장 A씨는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을 근로시간에서 빼니까 다 같이 밥도 빨리 먹게 되고 커피타임도 사라졌다”며 “대신 오후 5시 정도면 윗사람 눈치 보지 않고 알아서 퇴근한다”고 말했습니다. LG전자는 4월 말부터 사무직 대상으로 주40시간 근무제를 시범 운영 중입니다.


불필요한 주말 근무나 야근으로 지출되던 추가 수당이 줄어들면 비용 절감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삼성전자 간부급 직원 B씨는 “특별히 일이 없는데도 주말에 습관적으로 출근해 시간을 때우다가 수당만 받고 퇴근하던 사람들이 올해 초 주40시간 근무 도입 후 확실히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커피타임’, ‘담배타임’을 아껴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니 업무 몰입도가 좋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주 40시간을 채우는 게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국내 10대 그룹 경영지원팀에서 근무하는 대리 C씨는 “처음엔 5시 전에 일을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화장실 볼일도 참아야 할 정도로 부담이 됐는데 몇 개월 해 보니 몸과 머리가 적응해 전만큼 힘들지 않다”고 했습니다.


기업마다 약간 차이는 있지만 대기업 사무직은 대개 야근수당보다는 연초 연말 보너스가 연봉액을 좌우합니다.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축도 거의 없는 편이라고 합니다. 한 대기업 계열사 D과장은 “야근수당이라고 해 봤자 택시비도 안 되니까 대부분 일찍 퇴근하는 걸 선호한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GettyImagesBank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자율출퇴근제도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입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상사에게 따로 보고하지 않고 오전 10~11시에 출근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불필요한 오전 회의도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각자 언제 출근할 지 사전에 보고하지 않기 때문에 꼭 필요한 회의는 미리 공지하거나 메일, 전화 등으로 대체합니다. LG전자는 2017년 말부터 주말 근무를 막기 위해 월요일은 회의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개발 부서에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현행 3개월인 탄력적 근로시간제 적용기간을 6개월~1년 단위로 연장해 줄 경우 대형 프로젝트가 끝나면 여유를 갖고 쉬는 업무 패턴에 적용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란 지적입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 주5일제 도입을 앞두고 우려가 많았지만 막상 해 보니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근로시간 단축도 대기업이 주도해 기업문화 전반을 바꿔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적 관측을 내놓았습니다. 다만 근로시간이 짧아진 만큼 52시간 이내의 성과를 변별할 수 있는 평가와 책임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지현 jhk85@donga.com·김재희 기자


※ 이 글은 동아일보 기사 <‘주 40시간 근무’ 우려했던 대기업들 “생각보다 괜찮은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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