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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주52시간 근무, 내 72시간 근무로 돌아왔다"

조회수 2018. 6. 15.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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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주 52시간 근무가 나한테는 72시간 근무로 돌아왔어요.”


6월 10일 오전 11시경 서울 한 마을버스 차고지에서 만난 운전사 윤모 씨(57). 힘 빠진 목소리로 말하는 윤 씨의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습니다. 그는 사흘 간 매일같이 오전 5시 반부터 오후 11시 반까지 운전대를 잡았다고 합니다. 운전할 사람이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윤 씨가 일하는 마을버스는 원래 8명씩 2개조에 예비 운전사 1명을 포함해 총 17명이 맞교대로 근무했습니다. 그러나 7월 1일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최근 3명이 이직했습니다. 회사는 급히 운전사 모집 공고를 냈지만 2주가 되도록 지원자가 없다고 합니다.


“예비 인력이 없어 몸이 아파도 병가를 못 써요. 급할 때는 정비기사나 사장이 대신 운전할 정도예요.”

출처: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동아 DB

○ 시내버스 ‘쏠림’에 마을버스 ‘비명’


서울 마을버스 업체 10곳 가운데 7곳 정도의 운전사가 적정 수보다 적었습니다.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대비해 서울-경기 지역 대형 버스업체들이 앞다퉈 경력직 스카우트에 나선 까닭입니다. 300인 이상 대형 시내버스 업체는 7월 1일부터 추가 연장근무를 제한한 주 68시간 근무만 허용되며 1년 뒤에는 주 52시간 근무가 적용됩니다.


영세한 마을버스 업체는 사면초가 상황입니다. 대형 버스 업체가 ‘고용장벽’을 낮추면서 근무환경이나 처우가 열악한 마을버스를 떠나는 운전사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과거 마을버스는 시내버스 운전대를 잡기 전 거쳐가는 일종의 ‘경력 쌓기’ 코스로 인식됐지만 최근 구인난 탓에 이런 관행도 사라졌습니다. 서울 노원구 마을버스 업체 A사 관계자는 “오늘 또 누가 그만둘 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B사는 한 달 가까이 지원자가 없자 버스 뒤쪽 유리창에 붙인 운전사 모집공고를 떼어냈습니다.

출처: 동아 DB

○ 경력직 모자라 초보자 대상 ‘구인 영업’


시내버스 업체들도 상황이 여의치 않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경기 지역 시내버스가 심각한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은 서울 쪽으로 인력이 이동한 탓입니다. 서울 시내버스는 서울시 지원을 받는 준공영제로 운영되고 주당 근무시간은 45~50시간입니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서울과 경기 시내버스 운전사 연봉은 1000만원까지도 차이 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퇴직금 감소를 우려한 운전사들이 사표를 선택한 것도 인력난 심화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경기지역 한 시내버스 업체 관계자는 “하루 30명 이상이 무더기로 퇴직하기도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사람이 모자라니 경력직 대신 초보자를 고용하는 업체도 늘고 있습니다. 경기 부천시 시내버스 업체 C사는 운전사 150명 가량을 추가로 고용해야 하는데 일주일 내내 찾아온 인원이 5명 안팎에 불과해 경력 2년 이상 기사만 뽑던 기준을 바꿨습니다. C사 관계자는 “대형운전면허 시험장을 찾아 초보운전자들에게 명함을 돌리기도 한다. 초보라도 회사에서 한 달 간 자체 연수를 받으면 시내버스를 운전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5월 31일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군 경력자 활용 등 방안을 내놓았지만 시민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고속버스 운전사 김모 씨(47)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데 근무시간을 줄이면 평소처럼 버스를 운행할 수 있겠냐”며 “제대로 된 대책이 없으면 결국 피해 보는 건 승객들”이라고 말했습니다.



구특교 kootg@donga.com·김자현 기자


※ 이 글은 동아일보 기사<다 옮겨가면 車는 누가 모나… 영세 버스의 비명>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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