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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 멤버가 써서 놀랐다"..가방 하나에 견본만 15번 만든 사장님

조회수 2018. 6. 11. 13: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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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티뉴' 브랜드 일군 모어댄 최이현 대표 인터뷰

‘이걸 그냥 버려야 할까? 아까운데…’


금속이나 플라스틱은 녹여서 다시 사용할 수 있고, 종이도 도로 풀어 가공하면 재생지로 만들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재활용품에 디자인과 실용성을 더해 가치를 높인 ‘새활용(업사이클링)’ 제품들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죽이나 천은 어떻게 ‘새활용’ 될까요? 오랫동안 사용해도 끄떡없도록 질 좋고 튼튼한 재료로 만들었지만 ‘다시 쓰기 어려운 물건’으로 여겨졌던 물건 중 하나가 바로 자동차 좌석(시트)입니다. 자동차용 가죽으로 가방이나 지갑 등 패션잡화를 만들어 판매하는 스타트업 ‘모어댄’ 최이현 대표는 “재활용품이라는 선입견을 뛰어넘으려 더 치열하게 노력한다”고 말했습니다.

- 자동차 시트 가죽으로 가방을 만든다는 발상도 독특하지만 안전띠 같은 부속까지도 활용한 디자인이 인상적인데요. 제품 만들 때 가장 신경 쓰시는 부분은?


예쁘면서도 쓰기 편한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보통 패션잡화 회사들은 견본을 두 번 정도 만드는데, 가방 하나 만들려고 견본을 15번이나 의뢰한 적 있습니다. 한 번 의뢰하는 데 100만원 정도 드니까 견본 제작에만 1500만 원 정도 쓴 셈이죠. 스타트업치고는 개발비를 엄청나게 많이 썼어요. 이렇게 개발비를 투자하더라도 최대한 좋은 물건을 만들고 싶습니다.


원가도 줄이려면 사실 확 줄일 수 있는데 일부러 공임비를 아끼지 않고 ‘최대한 고급스럽게’ 만들어 달라고 제작공장에 부탁합니다. 제품력으로 먼저 어필한 다음에 ‘우리 물건에는 이런 좋은 뜻이 있다’고 보여주고 싶어요.

모어댄 최이현 대표

- 중고차에서 나온 자재로 만든다는 걸 꺼림칙해 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요.


그렇죠. ‘사람 죽은 차에서 나온 가죽으로 만든 거 아니냐’고 하는 분도 있어요. 사고 난 차는 아예 재활용이 안 되니까 그런 걱정은 없습니다. 중고차에서 나온 가죽은 여러 차례 깔끔하게 세탁하고 완전히 새것처럼 재가공해서 사용하고요.


그리고 요즘은 아예 사용된 적 없는 새 가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시트 재단하고 남은 자투리 가죽 같은 것들이요. 이 자투리 가죽은 완전 새것이나 다름없는데 버려지면 그대로 쓰레기가 되거든요. 가죽 재단 업체에서는 돈 주고 버려야 하는 쓰레기인데 우리 회사에 넘길 수 있으니 좋고, 우리는 새것이나 다름없는 가죽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으니 좋고 ‘윈윈’이죠.

성동구 '서울새활용플라자'에 위치한 모어댄 전시매장

- 사업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셨나요.


영국에서 공부하던 시절에 떠올리게 됐습니다. 어릴 적부터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거든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영국에서 살면서 일도 하고 공부도 했습니다. 외국 유학생도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데다가 시급이 높아서 생계를 꾸릴 수 있었어요.



- 영국 생활이 잘 맞으셨나 보네요.


정말 잘 맞았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창 밖만 봐도 기분이 좋았죠. 제가 살던 곳이 복잡한 대도시가 아니고 한적한 곳이라 어디를 가든 여유롭고 편안했어요. 지금도 그 때 생각을 하면 흐뭇해질 정도예요.


그렇게 재미있게 살다가 졸업논문을 쓸 때가 됐어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큰 주제로 잡고, 구체적으로는 자동차 회사에 관해 쓰기로 했습니다. 보통 자동차 회사가 사회공헌활동을 한다고 하면 벽지에 버스를 지원한다든가 하는 걸 떠올리는데 전 좀 다른 측면에서 접근했어요.


흔히 자동차 하면 금속을 떠올리지만 가죽이나 천도 많이 들어가잖아요. 좌석, 안전벨트, 에어백 같은 부분이요. 그런데 이런 부분은 재활용도 잘 안 되고, 제작과정에서 나오는 자투리 원단도 고스란히 버려지고 있더라고요.


소비자가 비싼 값 주고 차를 사는데 시트 가죽에 작은 얼룩이라도 있으면 사는 사람으로서는 기분이 안 좋잖아요, 새 차니까요. 그래서 아주 작은 점 같은 티끌만 있어도 그 부분은 다 잘라내 버려요. 자투리 원단이 많이 나오죠. 이걸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사업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 해외에는 컨티뉴 같은 업사이클링 브랜드가 활성화 돼 있나요?


네. 유명한 스위스 프라이탁 가방이 대표적이고, 영국에는 소방호스로 핸드백 만드는 브랜드도 있어요.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업사이클링 문화가 보편적으로 퍼져 있고 기업들도 이런 쪽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유명 패션 브랜드들도 업사이클링 브랜드들과 협업해서 자기 회사 이미지를 좋게 만들려고 노력하고요. 


지금 미국, 독일, 영국 등 15개국에 진출해 있는데 저희 제품이 특히 잘 팔리는 나라가 독일이에요. 검소함이 몸에 밴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 사업에 도움 받은 요소가 있다면?


청년창업지원 프로그램에서 지금의 회사동료를 만났어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친구인데 당시 창업지원 선발 경쟁에서 중도 탈락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럼 나랑 같이 한 달만 일해 보자’고 제안했어요. 경쟁자에서 동료가 된 셈이죠.


그리고 국내 기업들도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청년 창업가들을 지원하고 있어요. 저도 SK이노베이션, 현대차, LG, 신세계에서 지원을 받았습니다. 또 운 좋게도 김동연 부총리나 방탄소년단 리더 RM 등 유명하신 분들이 저희 가방을 쓰신다는 게 알려져서 그것도 참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웃음). 협찬 진행한 적이 없어서 깜짝 놀랐어요.

출처: 방탄소년단 SNS

- ‘내 사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어떤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시나요.


여러 대회에서 상을 받는다든지 고객들께 인정받을 때 재미있어요. 모어댄 회사를 2014년에 차렸고 컨티뉴 브랜드 런칭을 2017년에 했으니 꽤 오래 준비한 셈이죠.


2016년에 ‘도전 K스타트업’이라는 대회에 나가서 결승까지 진출했는데 이 때가 재미있었어요. 여러 정부 부처가 모여서 장장 5개월간 상금 12억 걸고 진행한 스타트업 경쟁대회였어요. 참가팀이 6600개 정도였으니 대한민국 스타트업들은 다 모인 거죠. 경쟁하느라 힘들었지만 보람 있고 즐거웠던 경험이었어요.


그리고 사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제 몫의 월급이란 게 없이 일했거든요. 그래도 직원들 월급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줬습니다. 저는 그게 진짜 자랑스러워요(웃음).



최이현 대표는 가방이나 지갑뿐만 아니라 신발 등 가죽으로 만들 수 있는 잡화 종류를 점점 늘려 나갈 예정이라 밝혔습니다. 자신만의 사업 철학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이런 답을 내놓았습니다.


“’쓸모 없다고 여겨지던 것을 쓸모 있게 바꾸는 것’입니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세상에 아무 쓸모 없는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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