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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이 사서 일을? 편견 깬 두 사람

조회수 2018. 5. 27.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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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mm…, 32mm…, 150mm.”


24일 서울 마포중앙도서관. 주제분류기호와 청구기호가 적힌 각각의 라벨을 들뜨거나 겹치지 않게 정해진 간격대로 책 하단에 붙이며 이지형 씨(20)가 되뇌었습니다. 책에서 눈을 떼지 않던 이 씨는 “8주 동안 수없이 연습했다. 잘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책을 좋아해서 도서관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오래오래 여기서 일하고 싶습니다.
지적장애 3급 이지형 씨가 5월 24일 서울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책을 청구기호에 맞게 배열하고 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지적장애 3급 발달장애인인 이 씨는 6월 말까지 교육을 받고 7월부터 정식 업무를 시작합니다. 이 씨는 최근 마포중앙도서관이 선발한 사서 보조원 두 명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다른 한 사람은 이지형 씨와 동갑인 20세 여성 윤 모 씨입니다.


2017년 11월 개관한 마포중앙도서관은 장애인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으로도 유명합니다. 송경진 관장은 ‘장애인이 일하기에도 좋은 곳이 된다면 더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마포구도 장애인 일자리사업 직종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고민을 갖고 있었고, 도서관 측에서도 마침 사서 보조원을 채용해야 하던 참이었습니다.


동대문구에 있는 발달장애인직업훈련센터를 찾은 송 관장에게 이 씨와 윤 씨는 비뚤배뚤한 글씨로 쓴 자기소개서를 내밀었습니다. 두 사람을 면접하며 일하고자 하는 의지를 느낀 송 관장은 “발달장애인들이 글이나 숫자를 정교하게 다루지 못 할 거라는 편견을 깨 줄 본보기가 될 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발달장애인이 돌출행동을 하거나 어린 학생들을 대하다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걱정하는 직원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송 관장과 함께 발달장애인직업훈련센터를 찾아간 직원들은 수 개념이 비장애인 못지 않게 철저한 발달장애인들을 보고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정재희 팀장은 “장애가 있는 지 모를 정도로 일을 잘 하더라. 도서관에서도 무리 없이 잘 할 거라고 믿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들이 능력과 취미를 살려 비장애인들과 일하기를 바라지만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펼치는 발달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대개 단순 노무직에 한정돼 있습니다. 사서보조업무를 배우며 적성을 찾았다는 윤 씨는 “다양한 교육을 받았는데 그 중 사서보조 일이 적성에 맞았다.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와 윤 씨는 화~토요일 하루 4시간씩 근무하고 월 78만 원을 받게 됩니다. 두 사람은 반납된 책을 제자리에 정리하고 이용객들이 원하는 책을 서가에서 찾아주는 일을 하게 됩니다.



이 씨는 “부모님께서 남에게 폐 끼치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도서관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당당한 사회인이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습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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