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고 다녀도 아쉽지 않을 직업을 가졌다는 남자

조회수 2018. 5. 25. 1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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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지 '아레나 옴므 플러스' 에디터 조진혁 기자의 라이프

블랙칼라 워커를 위한 국내 최초의 남성 패션지. '아레나 옴므 플러스'를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제일 먼저 뜨는 설명이다. 화이트 칼라와 블루 칼라만으로 이분화되었던 대한민국에 새로운 남성군의 개념을 심기 위해 아레나 옴므 플러스에서 제창한 ‘블랙 칼라 워커’는 패션에 대한 가치관이 뚜렷한, 풍성한 문화적 지식을 지닌 엘리트’를 뜻한다. 그런 남성들을 위한 글을 쓰는 손 빠른 남성 에디터 조진혁 기자가 오늘의 인터뷰이. 문화 칼럼 연재를 의뢰하며 인연을 맺은 그는 언제 어떤 주제를 던져주더라도 라이팅 머신(Writing Machine)처럼 빠르게 원고를 넘겨줘 나를 감동케 했다. 고려대 문예창작학과 출신으로 문학 같은 기사를 쓰고 작가 같은 기자 라이프를 즐기는 그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답변도 역시나 그의 기사 마감 속도만큼이나 쿨하고, 빨랐다.

사진만 보면 학구파처럼 생겼지만 누구보다 드립 치는 걸 좋아하는 조 에디터.

# 간단한 매체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피처 에디터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요? 


볼거리, 먹거리, 살거리, 입을 거리 등 2030대 남성들의 주요 관심사를 양질의 콘텐츠로 가공해 책으로 엮고 있습니다. 피처 에디터는 문화와 산업 전반에 걸친 기사를 작성합니다. 책, 영화, 음악, 방송, 자동차, 테크 등 그 영역이 방대합니다.


# 어쩌다 남성지 에디터가 됐나요? 


대학 졸업 후 디자인을 하다가 전공자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내 전공이라도 살리자, 등록금이 아깝다는 생각에 글 쓰는 일을 찾다가 잡지 에디터를 발견했습니다. 등록금이 아까워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멋진 걸 더 멋지게, 예쁜 걸 더 예쁘게 찍는 건 그의 특기다. 사진은 배우 이세영의 화보.

# 잡지 에디터 중에 남자가 많나요?


매체의 성격에 따라 성비가 차이를 보입니다. 자동차 잡지는 남자 직원이 많고, 여성 패션지는 여자 직원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매체의 성비는 5:5입니다.

종종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늘 작업복 차림인 조 에디터.

# '남성지 에디터는 명품을 휘감고 다니지 않을까' 라는 선입견도 있던데 평소에는 어떻게 하고 다니나요. 


작업복과 대외 활동복을 번갈아가며 입습니다. 작업복은 장시간 타자 치기 편안한 복장입니다. 여름에는 플립플랍과 반바지만 입습니다. 민소매는 안 입습니다. 제모하기 귀찮아서. 명품은 대외활동 시에만 입습니다.

엄청 길고 유쾌했던 배성재와의 인터뷰.
유쾌한 김사장 김성균과의 인터뷰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 기억에 남는 인터뷰가 있나요?


취향이 잘 맞는 사람과의 대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주로 웃긴 사람들이었습니다. 아주 가끔 인터뷰하기 싫은 데 회사 홍보활동 때문에 억지로 끌려 나온 사람들을 만납니다. 저나 상대나 서로 억지로 인터뷰하는데 싫은 티 먼저 내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죠.

# 기억에 남는 촬영은요.


사람보다 물건 찍는 게 재미있습니다. 오래된 라디오와 전화기 등을 황학동 풍물시장에서 구해다가 망치로 잘게 부수어서 찍은 적 있습니다. 정갈한 물건을 부술 때의 희열이 꽤 강렬합니다.

# 최근에 한 작업 중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사진과 함께 소개해 주세요.


지난여름에는 강릉에 갔습니다. 비 내리는 새벽 바다에서 수영복을 입고 춤추는 댄스팀을 촬영했습니다. 앞에 열거된 단어들만 봐도 마음에 안들 수가 없죠.

# 남성지 에디터로 살아서 좋은 점은 뭔가요?


신제품을 먼저 사용하고, 새로운 공연이나 전시 등을 먼저 관람한다는 것.

조 에디터는 오랫동안 IT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기사를 써왔다.

# '조진혁 기자' 하면 '이 분야다'라고 내세울 만한 부분은. 


IT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기사를 8년째 쓰고 있습니다. IT를 연애와 엮어서 기사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 에디터로 살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연봉이 짭니다.


# 마감할 때의 조 에디터는 어떤 모습인가요? 기사가 잘 써지지 않을 때는 뭘 하나요.


마감할 때는 축구 중계와 유튜브를 틀어놓습니다. 만화나 영화를 보기도 하고, 요즘에는 넥플릭스를 주로 봅니다. 그러다 누가 눈치를 주면 기사를 씁니다. 기사가 안 써질 때는 밥 먹고 옵니다.


# 잡지 에디터가 되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나요? 


어시스턴트 업무를 경험하며, 잡지사의 생리를 파악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잡지사에서 어시스턴트 채용 공고가 종종 나오니 잡지사의 SNS를 팔로우하시길.


# 잡지 에디터라는 직업을 좋아하나요?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하나요. 


자유로운 근무 환경, 나의 취향이 중요한 직군, 만나고 싶은 유명인을 만나고, 신제품과 좋은 물건을 자주 접하니 돈 내고 다녀도 아쉽지 않을 직업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면 내 자리가 위협받을 수도 있으니 추천은 안하렵니다. 나만 오랫동안 하렵니다.


# 사람들이 지면보다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많이 보는 추세인데, 변화하는 독자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지면 외의 플랫폼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요. 


회사에서는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어서,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일하면서 풉니다.

해외 촬영과 취재가 잦은 조 에디터. 여행지에서 만난 백조와 함께.

# 섹스칼럼도 맛깔나게 쓰는 것으로 유명한데. 조 에디터에게 사랑이란, 결혼이란?


존재의 이유.


# 조 에디터가 쓰는 글은 신문의 스트레이트 기사보다는 에세이에 가까운데요. 감성적인 느낌을 주는 글은 어떻게 해야 잘 쓸 수 있나요.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는지.


영감은 영화에서 얻습니다. 영화 캐릭터에 빙의해서 씁니다. 감성적인 글은 감성적인 단어들을 적절히 사용하면 됩니다. 문단의 중심에 감성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문장을 하나 정도 삽입합니다. 또는 글의 시작과 끝에 전체 서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이미지를 넣어도 좋습니다.


# 또래 남성에게 추천하고 싶은 물건이나 체험이 있다면?


서킷 드라이빙 체험. 서킷에서는 우리가 조종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동체시력 떨어지기 전에 체험해보시길.

돈을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된 조 에디터의 미래는 이런 느낌일까.

# 올해 최대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돈 모으기.


# 조 에디터의 기사가 아닌 글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조진혁 에디터 블로그

# 소설이나 에세이, 인터뷰집 등을 낼 계획이 있나요?


그 동안 쓴 연애 에세이를 엮어보고 싶네요.

슬퍼할 시간도 없는 바쁜 벌꿀보다는 꿀벌로 살겠다는 조 에디터.

# 독자와 이 인터뷰를 읽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남들처럼 살 필요는 없어요. 행복합시다.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이 글은 구기자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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