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미투' 이후 변화에 잘 적응하는 상사들의 공통점

조회수 2018. 5. 23. 08:3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직장 내 성희롱은 본능이 아니라 ‘머리’에서 나오는 문제입니다. 미국 학자 피츠제럴드의 1988년 연구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10건 중 7건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자기 권력을 표현하는 행위에 해당됩니다. 성희롱은 충동적인 행동이 아니라 머리로 계산하고 권력을 행사한 결과라는 의미입니다.

출처: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이렇게 성희롱이 발생하기 쉬운 회사는 권력 구조와 작동방식에 심각한 결함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미투’는 개인 몇몇의 일탈 문제가 아니라 남성 우위의 기존 권력구조가 빚어낸 문제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아야 합니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한국에서 미투 운동이 본격화된 지도 어느덧 100일이 넘었습니다. 폭로는 잦아들고 있지만 일터에서는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는데요. 


바뀐 직장문화에 잘 적응하는 상사들은 무엇이 다를까요. 그들은 다음 세 가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출처: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첫째. 상사에게는 부하 직원의 감정과 일상을 지배할 권리가 없다.


상급자의 썰렁한 농담에 부하 직원이 항상 웃는 모습만 보여준다면 그건 상사의 재치 때문이 아니라 예의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상사 본인의 취향을 부하에게 강요하거나 일상에 간섭하는 것, 예를 들어 금요일 저녁마다 상습적으로 일거리를 던져주며 “월요일 아침에 보고해” 라고 하는 것은 권력의 용도와 한계를 오해하는 짓입니다. 위험 신호 1단계!

둘째. 회사 내에서 ‘여자라서’ 해야 할 역할은 거의 없다.


한 고등학교에서 새로 부임한 교장을 모시고 워크숍을 갔습니다. “분위기 좋게 하자”며 여교사를 남자 교장 옆자리에 앉혔죠. 심영희 한양대 특임교수는 “이런 사례는 여성을 ‘여성의 자리’에 잡아두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행위다. 직장의 꽃, 사무실의 아내로 왜곡하며 평가절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분야에 진출한 여성들이 성희롱을 당한 사례가 많습니다. 기존 권력은 ‘여성은 여성의 자리에 만족하라’며 여성들을 억압합니다. 고루한 가족제도에서 학습된 ‘고정관념’을 직장생활에 투영하면 안 됩니다. 여자 후배를 여동생같이, 딸같이 여기고 싶어 하는 남자 상사라면? 위험 신호 2단계.


셋째. 성희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권력 분산’과 ‘상호 견제’다


김수한 고려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고위직에 진출한 조직일수록 성희롱이 적다고 합니다. 반면 조직 일체감, 단합, 획일성을 강조하는 조직일수록 성희롱과 성차별이 많습니다.


사회심리적으로 동종선호, 즉 나와 비슷한 사람을 선호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현상입니다. 그렇다 해서 같은 성별끼리, 같은 성향끼리만 똘똘 뭉쳐 권력을 독점한다면 그 조직은 다양성과 창의성을 버리고 효율성에만 기댄 나머지 발전 가능성마저 포기한 곳일 가능성이 큽니다.


여성에게 권력을 전혀 나눠주지 않으려 드는 회사는 ‘공룡처럼 뒤처질’ 회사입니다. 위험신호 3단계.


김용석 산업1부 차장 yong@donga.com

※ 이 글은 동아일보 기사 <부하 직원의 감정과 일상, 아직도 지배하려 하는가>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