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나오더니 '쉬고 싶다'며 퇴사" 황당한 日 신입사원

조회수 2018. 5. 7. 2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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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몬스터 신입'이라 불린다

일반적으로 일본 청년들은 한국 청년들보다 일자리를 구하기 쉬운 편이라고들 합니다. 물론 업종간 차이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한국에 비해 취업이 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부럽다 부러워~

지난 4월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신문 자체 조사에 따르면 2018년 일본 근로자 평균 임금 인상률은 2.41%에 이르렀습니다. 기업들은 임금을 올려주고 사내 복지에 신경쓰며 직원 모시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여전히 일손이 부족합니다. 2017년 1월 기준 실업률은 2.4%에 불과했으며 구직자 한 명당 일자리 수는 1.58개였으니, 가고 싶은 회사를 골라서 갈 수 있는 취준생들도 한국에 비해 많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쉽게 들어간 직장은 그만큼 쉽게 그만둘 수도 있는 것일까요? 최근 일본 매체 ‘일간 SPA!’는 황당한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거나 문제를 일으킨 신입사원 때문에 고초를 겪은 선배들의 웃지 못할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이들은 골치 아픈 신입사원을 ‘몬스터 신입사원’이라고 불렀습니다.

출처: ⓒGettyImagesBank
"일주일 일했더니 좀 쉬고 싶네요~ 자유를 찾아 떠나겠습니다~"

#사례1. 졸업 후 3년 공백 신입, 일주일 만에 “쉬고 싶다”며 퇴사 


지방 국공립 대학교를 졸업한 뒤 외국에서 3년간 지내다 부동산감정사로서 대형 설계사무소에 취업한 남성 신입사원 A씨. 


공백기간 3년 동안 해외에서 무슨 활동을 했는지 뚜렷하지 않아 의심을 품은 이들도 있었지만, 2급 건축사 자격을 소지한데다 똑 부러지는 말투와 깔끔한 외모를 가진 A씨는 입사와 동시에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선배 K씨(41)는 ‘유자격자는 조금 가르쳐 놓으면 금방 이직한다’는 속설 때문에 불안감도 있었으나 워낙 똑똑해 보였던 후배이기에 내심 기대를 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첫 출근한 지 일주일 뒤, A씨는 회사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간신히 연락이 되어 이유를 묻자 A씨는 문자로 ‘느긋하게 있고 싶다’는 답변을 보내왔다고 합니다.

아무 것도 하기 싫다. 이미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하기 싫다.

K씨는 “대학 졸업하고 3년 동안 충분히 느긋하게 있던 것 같은데 뭘 더 느긋하게 있겠다는 건지…회사 사람들 모두 쓴웃음을 지었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GettyImagesBank
패기!

#사례2. “제가 인턴할 땐 말이죠!” 잡지사 신입사원, 일 맡겼더니… 


너무 느긋해서 문제가 된 사원이 있는 반면, 의욕이 지나쳐서 화를 만든 사원도 있습니다. 잡지사 편집자 I씨(35)가 만난 남성 신입사원 B씨가 바로 그런 유형이었습니다.


B씨는 잡지사 입사 전 한 인터넷 매체에서 인턴 경험이 있었습니다. B씨는 “학창시절 인턴을 하면서 직접 여러 건의 기사를 작성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고 합니다.


자신만만한 신입사원이 처음 받은 업무는 베테랑 작가로부터 원고를 받아 오는 일이었습니다.


I씨는 “신입 편집자에게는 일부러 베테랑 작가를 담당시킵니다. 베테랑 작가는 기획 의도만 제대로 전달해 주면 편집자 도움 없이도 깔끔한 결과물을 주기 때문에, 신입사원이 조금 서툴러도 문제가 없습니다. ‘흐름’을 배울 수 있도록 일종의 연수를 시키는 거죠”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이었을까요. 늘 훌륭한 원고를 보내 주던 베테랑 작가가 갑자기 ‘이상한’ 원고를 보내왔습니다. B씨 직속 선배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글자 수도 부족하고 내용도 뒤죽박죽이었으며 용어도 이랬다 저랬다 통일되지 않은 글이었습니다. 작가에게 연락해 물어보자 “내가 쓴 게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렇다면…?


“신입 B씨가 직접 작성한 원고였습니다.” I씨는 허탈한 듯 한숨을 쉬었습니다. B씨는 베테랑 작가가 쓴 원고 대신 자기가 쓴 원고를 선배에게 제출한 것이었습니다.


왜 그랬냐고 이유를 묻자 B씨는 “직접 쓰는 게 더 재미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하네요. 인턴 시절 기사 작성 경험도 알고 보니 사내 블로그에 ‘오늘은 이런저런 일을 거들었다’며 인턴일기를 쓴 것에 불과했습니다.


출처: ⓒGettyImagesBank

#사례3. ‘몬스터’는 해외에도 있다: 외국인 직원에게 부서 이동 권했다가 소송 걸린 상사


모 대기업 해외지사에 근무하는 T씨(42)는 현지 직원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그 중 한 여성 신입사원 C씨는 일본어가 능통하다는 장점이 있었으나 지나칠 정도로 남과 교류가 없었습니다.


다른 사원들과 일상적인 대화는 물론 인사조차 제대로 나누지 않는 걸 보며 걱정이 된 T씨는 꾸준히 관심을 갖고 상담해 주었으나 정작 C씨 본인은 주변과 잘 지낼 의욕이 없어 보였습니다.


결국 ‘이대로 가다가는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겠다’고 판단한 T씨는 신입을 조용히 불러 “혹시 대인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회의가 적고 남과 관련되지 않아도 일할 수 있는 부서로 옮겨 줄 수도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다음 날 출근한 T씨는 그야말로 머리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전 직원 이메일에 ‘T씨가 직권을 남용해 나를 강제로 인사이동시키려 했다’는 내용의 고발문이 도착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뭐라구...?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해명한 끝에 T씨가 강압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됐고 C씨는 자진 퇴사했지만 불행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퇴사한 C씨가 소송을 제기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T씨는 변호사까지 선임하며 소송에 시달렸고 합의금 10만 엔(약 100만 원)을 지불하고서야 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T씨는 “졸지에 ‘직권 남용하는 강압적인 상사’가 되어 버려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앞으로 또 그런 신입사원을 담당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심적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몬스터 신입사원’때문에 고생한 선배들은 “요즘 ‘유토리(여유) 세대’니 ‘사토리(득도) 세대’니 해서 일을 장난처럼 생각하는 후배들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래도 이렇게 극단적인 후배들은 극히 일부라고 생각한다”며 끝까지 믿음을 잃지 않겠다는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 유토리(ゆとり·여유) 세대: 1980년대 후반~1990년대에 태어난 청년 세대. 창의성과 자율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려 암기위주 학습법을 지양하고 학생들에게 방과 후 여유시간을 많이 주는 ‘유토리 교육’을 받고 자라났다. ‘1등’이나 ‘경쟁’에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교육을 받고 성장해 치열한 경쟁을 피하려는 성향이 있다.


*사토리(さとり·득도) 세대: 출세와 성공에 관심 없는 젊은이들을 가리키는 말. 인생무상을 깨달은 노인처럼 물질적 풍요나 사회적 성공에 집착하지 않는 젊은이들을 의미. 90년대 버블경제가 붕괴된 후 장기불황 속에서 성장기를 보낸 이들은 ‘굳이 열심히 일해 돈 모을 필요 없이 먹고 살 만큼만 벌면 된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어 경제·사회활동에도 소극적이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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