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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인 영화는 범죄율을 높일까?

조회수 2018. 6. 8.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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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관심사가 강간, 극단적 폭력, 베토벤인 젊은 남자의 모험."

“주요 관심사가 강간, 극단적 폭력, 베토벤인 젊은 남자의 모험.”

〈시계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 포스터

논란 많은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의 광고 문구다.


영화에서 허구의 젊은 주인공인 알렉스 드라지는 오싹한 무심함으로 충격적인 폭력을 저지른다. 이 영화의 가장 악명 높은 장면에서 그는 〈싱잉 인 더 레인〉을 큰 소리로 부르며 한 여성을 강간한다.


곧바로 모방범죄가 일어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실제로 한 무리의 남성이 같은 노래를 부르면서 열일곱 살 소녀를 강간했다. 많은 유럽 국가는 상영을 중지했고 미국은 충격적인 장면들을 삭제한 버전으로 상영했다. 화면에서 방금 본 것으로 최면에 걸린 듯 사람들이 실제로 모방범죄를 일으킨 예가 많다. 갱 영화 〈범죄와의 전쟁〉이 상영된 직후 지독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또 다른 갱 영화 〈뉴 잭 시티〉가 상영된 뒤에도 폭동이 일어났다.


폭력적인 영화에 노출된 실험 대상자들이 정확하게 영화 속 장면을 모방하지는 않더라도 더 많은 분노와 적대감을 드러낸다는 심리학 실험의 증거도 있다. 이런 일화와 실험은 폭력적인 영화가 폭력적인 행동을 조장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 영향이 얼마나 클까?


10년에 살인사건이 한두 번 일어나는 정도일까, 아니면 매년 수백 건일까?


일화와 실험으로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


빅데이터라면 답을 찾을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두 경제학자, 고든 달Gordon Dahl과 스테파노 델라비그나Stefano DellaVigna가 1995~2004년 사이의 세 가지 빅데이터세트를 통합했다. FBI의 시간별 범죄 데이터, 영화 흥행 순위, 키드인마인드닷컴kids-in-mind.com에서 얻은 모든 영화의 폭력 수준을 통합한 것이다.


이 정보들은 완벽했다.

미국 전역의 도시에서 매시간 상영되는 모든 영화와 일어나는 모든 범죄를 아우르고 있었다.


이 연구의 열쇠는 〈한니발〉이나 〈새벽의 저주〉처럼 가장 인기 있는 영화가 폭력적이었던 주말이 있는가 하면, 〈런어웨이 브라이드〉나 〈토이 스토리〉처럼 폭력성이 없는 영화가 가장 인기를 끈 주말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연구팀은 유명한 폭력 영화가 개봉한 주말에 벌어진 살인, 강간, 폭행의 발생 건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비폭력적 영화가 개봉해 눈길을 끈 주말의 살인, 강간, 폭행 발생 건수와 비교할 수 있었다.


그들은 무엇을 발견했을까?


일부 실험들이 보여주듯이 폭력적인 영화가 개봉한 때에 범죄가 늘어났을까?


아니면 차이가 없었을까?

연구팀은 폭력적인 영화가 주목을 받은 주말에 범죄율이 떨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당신이 읽은 그대로가 맞다.


인기 있는 폭력 영화가 상영된 주말에, 미국인 수백만 명이 사람을 죽이는 이미지에 노출된 때에 범죄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눈에 띄게 말이다. 이런 이상하고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으면 처음에는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두 연구자는 코딩을 면밀히 검토했다.

실수는 없었다.


그 다음에 이들은 이 결과를 설명할 다른 변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시기가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아니었다. 날씨가 이 관계를 얼마간 주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 날씨 데이터를 수집했다. 날씨도 아니었다.


달이 말했다.

“우리는 모든 가설과 모든 과정을 확인했습니다. 어떤 오류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여러 일화와 연구실에서 나온 여러 증거와 매우 찜찜한 느낌이 남긴 했지만 폭력적인 영화를 시청하면 어쩐 일인지 범죄 발생률이 떨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구글 검색은 분 단위로 분석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패턴이 드러난다. 예를 들어 ‘차단되지 않은 게임’에 대한 검색은 평일 오전 8시부터 급증해서 오후 3시까지 높게 유지된다. 이는 분명 교내에서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해도 게임은 하지 못하도록 학교에서 접근을 막아두기 때문일 것이다.

‘날씨’, ‘기도문’, ‘뉴스’에 대한 검색은 오전 5시 반에 가장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보다 훨씬 일찍 일어난다는 증거다.


 ‘자살’에 대한 검색은 밤 12시 36분에 가장 많고 아침 9시에 가장 낮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침에 나보다 훨씬 덜 괴롭다는 증거다. 


검색 데이터를 보면 새벽 2~4시 사이에는 ‘의식의 의미가 무엇인가요?’, ‘자유는 존재할까요?’, ‘다른 행성에도 생명체가 있을까요?’ 같은 심각한 질문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질문이 늦은 시간에 인기를 끄는이유는 대마초 때문일지도 모른다. 


‘대마초 마는 법’에 대한 검색은 새벽 1~2시 사이에 가장 많다. 



이 거대한 데이터세트를 통해, 달과 델라비그나는 영화가 상영되는 주말에 범죄율이 시간대별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인기 있는 폭력 영화가 상영될 때에는 다른 주말에 비해 범죄율이 이른 저녁부터 감소했다.


달리 표현하면, 범죄율은 관객들이 영화관에 들어서고 있을 때, 즉 폭력적인 장면이 나오기도 전에 평소보다 더 낮다.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겠는가?


우선, 폭력적인 영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보자.

젊고 공격적인 남성에게 〈한니발〉을 볼 기회가 생기면 그는 영화를 보러 갈 것이다.


젊고 공격적인 남성에게 〈런어웨이 브라이드〉를 볼 기회가 생긴다면 그는 그 기회를 버리고 대신 술집, 클럽, 당구장처럼 폭력적인 범죄의 발생 빈도가 높은 곳에 갈 것이다.


폭력적인 영화는 폭력성이 잠재된 사람들이 거리에 나가지 못하게 만든다. 그럼 수수께끼는 풀린 것일까?


아직은 아니다. 데이터에는 이상한 점이 하나 더 있다. 이런 영향은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바로 나타났고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이 문을 닫은 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폭력적인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범죄률은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도 낮게 유지됐다.


젊은 남성들이 영화관에 있는 동안은 범죄율이 낮더라도, 그들이 영화관을 나와서는 다시 올라가야 하지 않을까? 그들은 방금 여러 심리 실험이 사람들을 화나게 하고 폭력적으로 만든다고 말한 폭력 영화를 보지 않았는가?

숙고 끝에 범죄 전문가인 연구자들은 또 다른 유레카를 외쳤다. 그들은 알코올이 범죄의 주요한 원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미국의 거의 모든 영화관에서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정도로 영화관에 가봤다. 실제로 연구자들은 폭력적인 영화가 끝난 후 늦은 밤에 알코올 관련 범죄가 급격히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론, 달과 델라비그나의 결과는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그들은 범죄율의 감소가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되는지 그 영향을 시험해볼 수 없었다.


지속적으로 폭력적인 영화에 노출되면 결국 더 많은 범죄로 연결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들의 연구는 이들 실험의 주요 주제였던 폭력적인 영화의 즉각적인 영향을 폭넓게 파악한다. 폭력적인 영화는 일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쳐서 그들의 화를 돋우고 그들을 더 폭력적으로 만들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사람을 폭력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부정할 수 없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폭력적인 성향이 잠재된 사람들과 어울리고 술을 마시는 것이다.


지금은 이해가 되는 이야기지만, 달과 델라비그나가 엄청난 데이터를 분석하기 전까지는 그렇지 못했다. 우리가 어떤 것을 클로즈업해서 집중할 때 명확하게 드러나는 중요한 점이 하나 더 있다. 세상은 복잡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오늘 취하는 조치는 의도와 다른 효과를 낼 수 있다. 아이디어는 때로는 매우 느리게, 때로는 바이러스처럼 기하급수적으로 퍼진다. 사람들은 유인에 대해서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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