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A는 어떻게 논란의 도마에 오르게 되었는가? [上(상)]

조회수 2018. 3. 15. 11: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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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A'하면 떠오르는 자유도, 범죄, 폭력성 그리고 현실적인 묘사

‘갓겜 연구소’는 어떤 게임이 ‘갓겜’인지, 무엇이 ‘갓겜’의 조건인지와 같은 정보를 전달하는 코너가 아닙니다. 갓겜 연구소는 게이머들이 갓겜이라 부르는 다양한 게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해당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와 문화, 게이머들에게 준 영향력과 ‘갓겜’이라 불리는 이유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글/ 믐늠음름

20주년을 맞이한 Grand Theft Auto(이하 GTA) 시리즈. 생동감 넘치는 도시 환경과 다양한 즐길 거리 그리고 맛깔나는 시대 고증으로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오픈월드 게임의 정석이자 교과서로 불리고 있고, 사소한 루머 하나만으로도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 정도로 큰 인지도를 가지고 있죠. 패키지 게임에 관심이 없는 게이머들도 ‘GTA’는 알고 있을 정도니 말이죠.

GTA3, 명성과 논란의 시작

‘GTA’하면 떠오르는 자유도, 범죄, 폭력성 그리고 현실적인 묘사. 물론 GTA 시리즈의 진짜 매력은 매 작품마다 다 다르고, 게이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이것들이 GTA를 상징하는 키워드임은 부인하기 힘듭니다.

  

GTA 시리즈의 키워드들은 첫 작품인 ‘GTA’부터 쭉 이어오고 있지만. GTA 시리즈의 명성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2001년 발매된 ‘GTA 3’부터입니다. 본격적인 3D 그래픽과 TPS, 생생한 도시환경으로 무장한 ‘GTA 3’는 대중과 평론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지금의 GTA 시리즈의 뼈대가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GTA 3’는 ‘GTA 시리즈’를 인기작의 반열에 올린 신호탄이기도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선 게임의 패러다임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 게임이기도 합니다. 2001년에 발매된 ‘GTA 3’는, 게임과 ‘현실’이 결합했을 때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을 증명했습니다. 

▶ 탈것과 오픈월드는 이제 서로를 빼놓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레이싱 게임을 제외한 게임에서) 탈것이 이동 수단을 넘어, 게임 플레이의 한 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고. 다채로운(그리고 현실적인) 도시 환경과 자유로운 플레이 구조가 만날 때 즐길 수 있는 것들. 무엇보다 100% 성인을 겨냥한 게임도 이만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낸 것은 ‘GTA 3‘ 최고의 업적입니다. 

폭력성의 논란: 바이스 시티 와 산 안드레아스

게임과 폭력성의 논란. ‘둠’과 ‘모탈 컴뱃’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임을 둘러싼 폭력성의 논쟁은, ‘GTA 시리즈’의 흥행 이후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계속되어 오고 있지요.) 

911테러로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도 큰 비난 없이 성공적인 흥행을 거둔 ‘GTA 3’. 이 인기를 놓치지 않고, 개발사인 ‘락스타 노스’는 ‘GTA 3’를 개선한 ‘GTA: 바이스 시티’를 2002년 발매하게 됩니다. 이후 2002년 최다 판매 게임에 오르는 등, ‘바이스 시티’도 순풍을 맞으며. 모든 건 순조로워 보였으나……

   

80년대 마이애미와 그 당시를 다루는 미디어들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던 ‘바이스 시티’. 전작인 ‘GTA 3’부터 계속 되어오던 폭력성 논란은, 2003년에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맙니다. 

▶ Devin Moore 사건을 시작으로 벌어지는 GTA의 개발비화를 다루는 TV 드라마 ‘The Gamechangers’

사건 당시 아직 미성년자였던 Devin Moore (1985). 자동차 절도 혐의로 경찰서에서의 심문 도중,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는 말에 두려움을 느껴, 경찰관의 권총을 뺏어 2명의 경찰관과 1명의 911 요원을 살해한 뒤, 순찰차를 훔쳐 도주하였습니다.

    

사건 몇 시간 뒤 체포된 Devin Moore의 “인생은 비디오 게임이며,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을 것이다”라는 발언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당시 최고의 흥행작이자 문제작이던 ‘GTA: 바이스 시티’가 논란의 도마에 오르게 됩니다.

   

재판이 시작되자, Devin Moore와 그의 변호사는 무죄를 호소하며, 아동학대로 인한 PTSD와 ‘GTA: 바이스 시티’를 하는데 미쳐있는 정신 착란 증상을 겪고 있다며 주장했습니다. 정신병을 이용해 형량 감소를 노렸던 변호인이지만, 검찰 변호사 측은 가상공간의 폭력과 현실세계의 폭력 행위에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며 반박했습니다. 

뜨거운 논란 속에 발매된 히트작, 산 안드레아스

원인과 동기야 어떻든. 이는 경찰관과 911 파견요원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던 범죄였고. Devin Moore는 2005년 10월에 독극물 사형을 집행 받게 됩니다. 사회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범죄였던 만큼, Devin Moore를 옹호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세상은 항상 예상외의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사건이 일어나고, Devin Moore의 발언이 알려지자. “‘평소 행실이 바르며, 공군 입영까지 계획하던 미성년자’가, 폭력적인 게임에 노출되었기에 이런 끔찍한 사건을 저지르게 되었다!"라는 주장이 지지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검찰 변호사 측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내용이지요.

▶ 열렬한 게임 혐오자이자, -한때 변호사이던- Jack Thompson은. 31건의 위법 행위 중 27건의 유죄 판결을 받음으로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이런 여론 덕인지. Jack Thompson이 주도하는, 락스타를 대상으로 한 유가족들의 소송이 승소를 하게 되고. 2005년 7월 보도된 CBS NEWS의 ‘60 Minutes’에서는 Devin Moore의 범죄가 ‘GTA’의 미션과 유사하다는 내용이 보도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2004년 발매된 ‘GTA: 산 안드레아스’는 뜨거운 감자 같은 존재였고. 미국의 8~90년대 문화 –인종차별, 공권력 남용, 흑인 갱단, 길거리 범죄-를 생생하게 담아내 게이머들에게는 찬사를, 비판가들에겐 범죄를 미화한다며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논쟁은 앞으로 벌어진 일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습니다.

뜨거운 커피

▶ AO 등급은 2017년에도 여전히 ‘사형선고’나 다름이 없다.

오락 소프트웨어 등급 위원회(ESRB)의 등급에는 M(17세 이상)와 AO(18세 이상 제한)이 존재합니다. M이나 AO이나 둘 다 성인을 위한 게임임은 변함이 없지만, AO 등급은 ‘사회적으로 도저히 용납하기 힘듦’이라는 의미가 추가됩니다. 즉, ‘가급적 이 게임을 하지 말아달라’는 의미와도 같은 AO 등급이기에. 이는 게임에 있어서 사형선고나 다름없습니다. 오프라인 매장들은 상품을 들여놓으려 하지 않고, 마케팅에도 큰 제제가 걸리게 됩니다. 결국 게임을 팔 방법이 없어지는 셈이나 다름 없어지죠.

   

낙인이나 다름없는 AO 등급 앞에선 GTA 역시 벌벌 떨 수밖에 없었고. ‘GTA 산 안드레아스’는 발매 직전 논란이 일거나, 심의에 불리할 수 있는 기능들을 빼버렸고, 그 덕(?)인지 R 등급으로 큰 문제없이 무난하게 발매를 할 수 있었습니다.

‘산 안드레아스’의 폭발적인 흥행으로, 게이머들은 어서 자신의 플랫폼으로 즐길 수 있길 바랐으며. 이는 모더(modder)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PS2 판을 뜯어본 모더들은 섹스를 암시하는 애니메이션과 스크립트들이 숨겨져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모더들은 PC판을 통해 이것을 구현해보고자 결정했습니다.

“누가 ‘핫 커피’ 모드를 퍼뜨렸는가?” – 유로게이머

모더들의 예상대로, PC판으로 발매된 ‘산 안드레아스’에는 그들이 원하던 바–삭제된 성적인 콘텐츠–를 게임으로 되살려낼 수 있었고. PC판의 발매 당일, 모딩 커뮤니티에 ‘산 안드레아스’를 ‘뜨겁게’ 만들어주는 ‘핫 커피’ 모드가 업로드되게 됩니다.

▶ AO 등급으로 올라간 ‘산 안드레아스’ 박스아트. ‘테이크투’는 집단소송에서 적지 않은 합의금(2011만 5000달러)을 지불해야 했다.

이 사건으로 ‘GTA: 산 안드레아스’ AO 등급으로의 격상, 소매점의 리콜, 다수의 집단 소송을 겪게 되었고. 이 이슈는 정치권으로 넘어가, 당시 상원 의원인 힐러리 클린턴은 연방정부 차원의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였고, 언론을 통해 ‘GTA 시리즈’를 맹렬히 비난했습니다. 결국 ‘GTA: 산 안드레아스’는 ‘핫 커피’ 콘텐츠를 삭제한 M 버전을 내놓음으로, 겨우 재발매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굴욕적인 패배 속에, 락스타는 GTA 죽이기에 앞장선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소심한 복수를 가했습니다. 후속작인 ‘GTA 4’에는 힐러리 클린턴의 얼굴을 한 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커피를’ 쥔 행복의 여신상이 등장합니다. 동상 출입구에는 ‘여기엔 숨겨둔 콘텐츠가 없습니다’라고 적음으로, ‘핫 커피’ 사태와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풍자를 한 셈이죠. 

게임 산업의 아이돌 GTA 4

‘GTA 3’를 비롯한 PS2 및 XBOX 시절의 ‘GTA 시리즈’가 시리즈의 명성과 뼈대를 제공해줬다면. 2008년에 발매된 ‘GTA 4’는 앞으로 나올 오픈월드 게임들의 롤모델이자, ‘GTA 시리즈’의 새로운 정체성을 설립했습니다. 

▶ 정말 꿈도 희망도 없는 니코의 앞날

GTA 4가 보여준 생생하고 현실적인 뉴욕 묘사는 ‘게임 속 배경과 현실의 비교’라는 주제를 활성화시킬 정도였고. 작중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 군상과 더불어 암울하고 네오리얼리즘적인 스토리 또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한 전화기나 택시 운전 같은, 사소하면서도 현실적인 콘텐츠들과 더 사실적인 물리엔진 등이 어우러짐으로. ‘GTA 4’는 게이머들에게 ‘현실적인 가상공간’과 같이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주인공인 니코를 조종한다기보다, 니코의 삶을 체험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거죠.

▶ ‘GTA 4’는 범죄를 미화하기보다, 범죄의 추악함과 파멸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만큼 더 ‘현실적’으로 와 닿아져서 그럴까요? 아니면 ‘산 안드레아스’의 여파가 남아 있는 걸까요? ‘GTA 4’ 역시 언론과 사회에서 많은 이슈가 되었고, ‘GTA 4의 폭력성’은 관용구 수준으로 발전하기까지 이릅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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