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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왓스튜디오의 거대한 실험실, 야생의 땅: 듀랑고

조회수 2018. 2. 9. 15: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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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는 게임에서 '개척'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장장 5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은석 디렉터의 거대한 실험이 세상에 나올 때까지. <야생의 땅: 듀랑고>에 대한 이야기다. 모바일 플랫폼에 적을 둔 작품이지만 웬만한 대형 온라인게임에 버금가는 규모와 개발 기간 덕택에 꾸준히 관심의 중심에 놓여 있었다. 이은석 디렉터도 그에 걸맞게 <야생의 땅: 듀랑고>에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 

  

사실 개발 3년 차에 접어든 시점부터는 게임의 출시 여부 자체에 우려를 품는 사람도 많았다. 테스트만 오래 이어지고 론칭 날짜에 대한 언급이 없어, 출시보다 연구 목적이 아니냐며 ‘NDC 발표용 프로젝트’라는 웃지 못할 별명도 생겼다.


    

  

어쨌든 <야생의 땅: 듀랑고>는 오랜 시간을 거쳐 1월 25일, 첫 발걸음을 디뎠다. 오픈 월드 MMORPG 타이틀을 달고 개척자의 이야기를 가득 담고서. 과연 <야생의 땅: 듀랑고>는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내고 사라지는 ‘단타성’ 게임이 아니라, 수익성은 덜하더라도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었으면 한다는 이은석 디렉터의 바람에 부합하는 타이틀일까?

   
야생의 법칙 1: 내 발자취가 곧 역사다

기본적으로 <야생의 땅: 듀랑고>에는 뚜렷한 이정표가 없다. 으레 다른 게임들은 플레이어 레벨에 맞는 퀘스트와 이벤트 등을 단계별로 안내하며 큰 고민 없이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게끔 기반을 만들어주지만 <야생의 땅: 듀랑고>는 아니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도록 게임 내에 방대한 정보를 제공하나, 어떠한 특정 행동도 추천하지 않는다. 

   

캐릭터 생성 당시 선택한 직업에 따른 스킬, 장비 제한도 없다. 과거에는 이런 스타일의 육성 방식을 제공하는 게임을 이르러 ‘자유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게임 세계관 속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과 상호작용을 플레이어가 고를 수 있으니까. 

그러나 <야생의 땅: 듀랑고>는 자유도가 높다는 표현으로 간단히 정리하기에는 아쉬운 작품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제한된 세계 속에서 플레이어가 ‘개척’의 묘미를 충분히 느끼게끔 면밀히 설계된 미로처럼 보인다. 

   

K의 튜토리얼이 끝나고 마을섬에 정착하면 돌멩이와 나뭇가지 외에 손에 잡히는 재료가 없다. 고급 장비와 건축물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여태껏 가보지 않았던 불안정섬에 발을 디뎌야 하고, 그곳에서 얻은 재료를 활용해 낯선 세계에서 살아남는 기술을 익히게 된다.


   

중요한 점은 그 과정 속에서 누구도 명료한 방향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유지를 선언하라’, ‘불안정섬을 탐험하라’는 등의 거대한 지표만 제시할 뿐 길을 고르는 건 플레이어의 몫이다. 사냥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든, 채집과 제작을 반복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든 게임을 즐기는 데는 상관이 없다. 

   

어떤 길로 가든 왓스튜디오에서 의도한 ‘개척’의 재미를 맛볼 수 있을 테니까.

   
야생의 법칙 2: 홀로 살아남을 수 없다

최근 출시된 모바일게임들은 시작부터 플레이어를 ‘영웅’으로 모신다. 위기에 처한 세계를 구할 수 있는 건 플레이어뿐이라며 게임 내에 머물러 주기를 호소한다. 당연히 초반부터 플레이어는 강력한 화력을 기반으로 수많은 적을 홀로 물리치는 영웅의 면모를 뽐낸다. 

  

그에 비하면 <야생의 땅: 듀랑고>의 캐릭터는 거대한 세계 속의 미약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지식을 다 익힐 수 없고 전투 기술에 투자하지 않으면 공룡 하나 사냥하기도 버겁다. 그래서 반드시 동료의 도움이 필요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는 꽤 번거롭다. 실제 지인이 아닌 사람들이 모여 부족을 만드는 경우에는 접속률과 캐릭터 육성 속도 등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의 목적과 시간에 맞추어 함께하는 것보다 혼자 플레이하는 쪽이 훨씬 편하고 자유로운 데다, 채집과 제작으로도 레벨이 충분히 잘 오르니 부족함이 없다.


    

다만 레벨 30을 넘어서면 서서히 협동 플레이의 필요성이 서서히 느껴진다. 레벨 35 불안정섬에서 재료를 수급하기 위해서는 도구와 기술 레벨이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야 하는데, 혼자서 여러 가지 기술에 나누어 투자하면 도달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물론 재료만 채집하거나 건물만 지어도 경험치가 쌓이지만, 그럴 경우 말 그대로 ‘노가다’의 끝을 볼 가능성이 높다.

   

왓스튜디오는 이렇게 시스템을 통해 강제하는 방식으로 유저가 협동 플레이에 적응하게 만든다. 마치 야생은 홀로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하듯.

   
실험은 계속된다

<야생의 땅: 듀랑고>는 여러 방면에서 최근 모바일게임 트렌드와는 궤를 달리하는 타이틀이다.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고 수시로 캐릭터를 돌봐야 하며, 레벨이 높아질수록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만 나타난다. 

   

압축적인 재미를 제공하지도 않는다. 채집이나 제작, 사냥과 같은 ‘노가다’ 요소들을 건너뛰게 해주는 ‘자동’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땅을 탐험해 재료를 모으고, 이를 가공해 필요한 물건을 만들고... 반복적인 작업과 기다림이 더해져야만 결과를 안을 수 있는 구조다. 거기에 협동 정신까지 탑재해야 하니, 꽤 높은 수준의 집중과 관심을 요구하는 셈이다. 

  

솔직히 말해 지금 시대에 이런 작품이 나온 것 자체가 도박일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야생의 땅: 듀랑고>의 주된 플레이 경험은 바로 그 과정에서 온다. 성실하게 섬을 탐험하며 발 디딜 영역을 늘려가며 느끼는 묘미와 오랜 시간을 들여 도구나 건물을 완성했을 때의 희열. 그리고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순간의 기쁨도 맛볼 수 있다.

    

이런 경험들은 흡사 PC MMORPG가 선사하던 재미를 닮은 듯하다. 왓스튜디오와 넥슨이 모바일에서 주고자 했던 경험이 이런 형태라면, 어느 정도는 성공한 셈이다. 다만 확실히 넓은 유저층을 아우를 수 있는 대중적인 작품은 아니다.


    

   

취향을 많이 타리라는 우려와 달리 <야생의 땅: 듀랑고>는 꽤 높은 매출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왓스튜디오의 실험이 성공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섣부르다. 플레이어는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자했다는 이유로 게임에 머무르지 않고, 취향에 맞지 않는 작품을 억지로 즐기지도 않으니까. 

   

더군다나 <야생의 땅: 듀랑고> 앞에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산적하다. 자생적인 서비스가 가능할 만큼의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서버 환경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특히 유저 간 상호작용과 탐험이 관건인 작품이기에, 일정 수 이상의 유저풀을 유지해야만 게임의 고유한 재미를 변함없이 제공할 수 있을 테다. 

   

분명 쉽지 않은 여정이 되겠지만, 조심스럽게 <야생의 땅: 듀랑고>가 목적한 바를 이루기를 응원한다. 앞으로도 이 작품을 넘어서는 거대한 실험들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 오픈 초기 말썽이던 서버 문제는 점점 나아졌지만, 요즘에도 종종 오류가 발생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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