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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멸렬한 양산형 RPG의 끝물! 로열블러드 리뷰

조회수 2018. 1. 18. 11: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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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빌 모바일 MMORPG '로열블러드' 리뷰

이 게임에서 가장 맘에 든 부분은 타이틀 화면이었다.

▶ 바로 이 화면

첫인상이 좋았다든가 그런 얘길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아 물론 좋긴 좋았음. 타이틀만큼은 획기적으로 예뻐서 매우 설렜다. 캐릭터 선택 화면에서 외모 설정 고르면서 꽤 오랜 시간을 허비했다. 나름 두근거리기도 했다.

▶ 하하하!!! 막내야 또 속았구나!!!

왕국이 습격을 당해서 어쩌고저쩌고... 이거 솔직히 적이 마족이냐 천족이냐 내부의 스파이냐 뭐 이 정도만 다른 거지 구도는 똑같은 얘기 아니겠는가. 한마디로 지리멸렬하다. 우린 이런 스토리 진짜 지겹게 봐왔다.


   

지리멸렬한 스토리까지는 그래 뭐 참아줄 수 있다. 어차피 스토리 내세운 게임은 아니니까. 그래도 필자는 스토리에 대한 욕망과 열정이 남들보다 뛰어난 관계로 어지간한 스토리는 다 읽어주는 편이다. 하지만 오 분만에 스킵을 누르기 시작했다.


   

아 뭐 신경 안 쓸 수도 있다. 빙산의 일각 같은 거니까. 명색이 RPG에 스토리가 이렇게 홀대받는 현실이 좀 슬퍼졌지만 뭐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아량을 베풀어 보기로 한다.


  

전투를 시작한다.


   

10분이 지났다. 발등에 떨어진 핸드폰 때문에 욕을 하면서 눈을 떴다. 나는 졸고 있었다.

▶ 300년 전 마족은 햇병아리 수준이었던 모양이다
▶ 정말 웃기지도 않는다

누구든 안 그렇겠냐 만은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이불 속에 들어가서 게임이나 하고 싶은 거 아니겠나. 딱히 신작이 아니어도 매일 돌리는 게임이 대략 열다섯 개 정도 되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솔직히 쓸데없이 나가서 보조배터리 수명이나 낭비하느니 집에서 전기세나 늘리고 싶은 것이다.


   

누가 방 밖으로 한 발짝 안 내놓고 게임만 하고 살게 해 준다면 참 행복할 거 같다. 근데 그렇게 살게 해준대도 이 게임하라고 그러면 그냥 열심히 매서운 강추위를 견디며 출근해 사회의 역군이 되는 데 힘써 마지않겠다. 대략 그런 게임이다.

   

도대체 왜

▶ 이미지 하나는 엄청나게 예쁘다

필자에게 게임빌은 꽤 괜찮은 회사였다. 게임 보는 눈도 있고 모바일 게임 만든 역사도 있고, 나름 노하우가 있는 회사. 피처폰 시절부터 명맥을 유지했던 게임빌 고전들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명작들이다.


  

그런 게임빌이 이런 게임을 내놨다. 그것도 TV 광고 팡팡 때려가면서, 쇼미 우승한 래퍼한테 오리지널 OST까지 부르게 하면서.


   

요즘 모바일게임 광고에 인게임 스크린샷 같은 건 나오지도 않고 뭔 상관도 없는 연예인들이 칼 들고 설치는(심지어 칼도 안 들고 폰도 안 들고 있을 때도 많지만) 경우가 너무너무너무 너~~무 많다. 그래서 로열블러드 광고는 최소한 게임 그래픽 갖고 만들었길래 약간은 기대했다. 솔직히 나 상추 좋아하고(레드썬 갓띵곡) 광고 영상 나름 볼 만 했으니까.

온갖 게임광고들이 TV나 전철역을 도배하기 때문에 광고가 왠지 당연해진 것 같지만 이정도 대형광고를 때리려면 다들 알다시피 돈이 꽤나 드는 법이다.


  

내 의문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게임빌 정도 되는 회사가 도대체 왜 이런, 기존 시스템 카피에다 하위호환도 될까 말까 싶은 열화게임에 그렇게 돈을 퍼부었을까? 도대체 왜?

  

전투가 재미없어

로열블러드의 전투는 기본으로 나가는 평타에 스킬을 직접 조작해서 사용하고, 태세전환과 특수기를 넣어 수동조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엄밀히 말하면 수동 조작을 강조한다기보다는 올 오토가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해야 하나? 비슷한 류의 다른 게임들보다 훨씬 자주 들여다 봐야 한다. 요즘처럼 오토모드가 필수요소처럼 들어가는 시대에는 참신하면서도 위험한 시도일 수 있다.


   

상황에 따라 태세를 전환하고 특수기를 사용하는 등 다양한 전투방식을 통해 수동조작 시 좀 더 다채로운 플레이가 가능하게 한다.....라고 쓸 수도 있겠지만, 수동으로 조작했을 때 단순히 가능성이 더 생긴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건 게임이고, 게임이니까 재미있어야 한다. 수동으로 조작했을 때 더 재미있어지냐, 단언컨대 로열블러드는 아니다.

▶ 한 3년 전 게임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소위 손맛이 없다는 얘기다. 뭐 딜은 더 세지고 잘 돌릴 수야 있겠지만 그건 딱 거기까지다. 결국 이 게임은 오토모드를 쓰지 않으면 경쟁에서 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그럼 결국 수동조작은 큰 의미가 없다.


   

RPG게임에서 전투가 재미없다는 건 엄청나게 치명적인 단점이다. 아무리 오토 일색으로 게임을 돌린다고는 해도 손으로 조작했을 때는 나름 손맛이 있어야지 카피인 거 알고도 할 맛이 나는 거 아니겠나? 그런데 정말 재미가 없다. 총알은 파이어 볼처럼(...) 발사되고 덕분에 타격감은 없다시피 한데 시점은 중앙 고정이라 박진감도 없다.


   

중앙에 고정된 3인칭 시점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상당히 제한적이다. 물론 살짝 확대해서 좀 더 가까이 볼 수 있기도 하지만 그건 횡스크롤 액션이거나 할 때 의미가 있는 거지 이건 뭐 쓸데없는 기능이다 싶을 정도로, 전투 시 사방에서 몰려오는 적을 한방에 쓸어먹으려면 결국 중앙 고정 최소 시점으로 플레이해야 한다.

솔직히 말해 캐릭터 설정에 세부사항 그렇게 넣어놓고 도대체 왜 확대가 이 정도밖에 안되게 했는지 정말 의문스럽다. 열화 카피라서 플레이 3일하고 접어둔 테라M도 스샷 찍어놓으면 나름 봐줄만했단 말이다. 난 내 캐릭 얼굴이 보고 싶은데 젠장 얼굴 볼 방법이 없어. 심지어 캐릭창에 들어가도 양껏 확대는 안 된다. 생성할 때 봐두는 수밖에 없다고!

   

기대감을 가질 틈을 주지 않는 시스템

일반 전투는 노잼일 수도 있다고 치자. 괜찮다 그래, 뭐 보스 레이드나 던전, 대망의 PvP가 재미있으면 그거 위주로 플레이할 수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PvP는 애초부터 뭔가 잘못됐다. 레이드는 일반 전투보다도 긴박감이 없다.


    

서비스 초반인 경우 일부러 더미데이터를 넣어서 PvP 시작 시점에 유저와 대결할 만한 상대가 없어 매칭이 불가능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꽤 흔히 하는 조치다. 그리고 점수가 향상되면 자연스레 같은 단계를 밟고 올라온 유저들끼리 매칭 될 수 있고, 점수가 현격히 차이 나는 상대와는 매칭 되지 않을 수 있도록 Elo(유저 레이팅)시스템에 따른 매칭을 적절히 조절해 주는 것이 PvP에서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시간 MMORPG인 만큼 플레이 중인 유저 수가 적을 때를 대비했을 거라는 건 이해가 간다. 하지만 던전 매칭은 그렇다 치고 PvP 매칭에까지 AI 봇이 참여하는 건 이해가 가지 않았다.

▶ 상처뿐인 승리

실시간 PvP 대전, 말만 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긴 하다. 개발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크고 봐야 할 것도 많은 시스템이기도 하지만 유저 입장에선 얄짤없는 진검 승부라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진검 승부 따윈 없다. 대체 유저 레이팅이 어떻게 매겨지고 매칭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은 상황이 벌어졌다.


    

레이드, RvR, 뭐 이름은 좋다. 화려하고 재밌어 보이니까. 하지만 거기까지다. 레이드의 수동조작이 중요하고, 뭐 이런 걸 강조한 것 같은데 실제로 레이드 입장해 보면 오토 돌린 유저들이 우수수 들어가는 걸 볼 수 있다. 다들 수동조작 안 한다는 얘기지.

   

사소한 문제들일 수도 있었겠지만

게임에 있어서, 특히 모바일 게임에 있어서 UI(유저 인터페이스)는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어도 UI가 불행하면 성질나서 게임을 못한다. 예를 들면 장비를 갈아 끼우기 위해서는 메뉴에 들어가서 캐릭터를 누르고 장비를 누르고 다시 부위를 누르고 뭐 이런 식으로 이중 삼중 구조를 거쳐야 한다든지, 쓸데없는 아이콘은 메인 화면에 더덕더덕 붙어 있는데(특히 패키지 광고 배너 같은 거) 업적 보상이나 설정 메뉴는 어디에다 숨겨놨는지 보이지도 않는다든지.


   

솔직히 말해 여기서 베끼고 저기서 카피해오고 이런 거 누가 모르나. 유저들 입에서 괜히 그런 말 나오는 거 아니고, 만들면서 몰랐다고 하면 그건 오리발밖에 안 된다. 그래 좋다, 뭐 베낄 수도 있지 치자. 그럼 베껴오고 나서 뭔가 더 좋은 게 있어야 한다. 최소한 열화 카피라는 말은 안 듣게 좀 더 개선된 점이 있어야 된다는 거지. 하지만 그게 보이지 않는다.


    

시점이 바뀌어서 유저의 시선도 손 위치도 달라졌지만 UI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수동 조작, 그 수동조작을 하다 보면 원치 않는 아이콘을 누르게 되기 일쑤다. 게임 내에 도움말을 따로 넣지 않을 수도 있고 카페나 커뮤니티로 연결시켜 줄 수도 있다. 그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왜 메인 화면에 빼놓은 건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참신한 시스템, 새로운 생각?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 강조되어야 할 부분은 어디 갔는지 없고 그저 눈앞에는 지루하고 상투적인 메인 퀘스트와 끝없는 반복사냥, 강제로 동원되는 돌발임무가 있을 뿐이다. 게다가 최적화도 안 한 수준에 가깝다. 걷는 순간 프레임이 깨지고 전투 중에 몹이 좀만 몰려도 드랍이 시작된다.


    

멍하니 핸드폰 화면 바라보다가 터치 몇 번 해주면 되는 게임이다. 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게임이 되려면 시각적인 재미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타사 게임에 비해서 그렇게 훌륭하지도 매력 있지도 않다. 나라가 망했는데 철 지난 왕자병 대사나 치는 캐릭터가 귀엽다고 생각할 만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정말 의문스럽다.


    

그리고, 왜 이렇게 게임에 공백이 많은지 명상할 시간 주는 건지. 던전 플레이에 들어가면 아주 요상한 부분에서 전투가 중단되는 걸 볼 수 있다. 어처구니없다.

▶ 이펙트 하나 없는 잡몹을 대체 왜 보여주는지 이건 뭐 스킵도 안 되고
▶ 낚시는 대체 왜 넣은 건지 아키에이지에서 이것만은 건져왔단 건지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안 나오진 않겠지. 사실 이 생각만 하면 모든 게 허탈해지지만, 매출차트 1, 2등 자리를 아직도 리니지 형제가 차지하고 있는 걸 보면 뭐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럴 수도 있겠지 뭐. 아니 그럴 수밖에 없다.


   

초반에 장비 가챠 빡세게 돌려서 S급으로 발라 버리면 남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전투력을 갖고 시작할 수 있다. 이 차이는 아레나에서 실감이 되지만 아마 거기까지 플레이하는 분들이 많진 않을 것 같다. 이런데도, 이 게임이, 무과금으로 할 수 있다고? 과금유도가 없다고? 정말?

▶ 제가 무슨 게임이라고 얘기나 했습니다?

완전히 참신한 게임을 원하는 게 아니다. 완전히 새로운 걸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는 모두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리고 거대자본의 소유주인 대형 게임사에서만큼은, 이런 새로운 시도와 참신함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될 거라고 기대를 걸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기대했던 신작이 열화 카피로 나올 때마다 금방 배신감으로 돌아서고야 만다.


   

좋은 게임과 돈 벌리는 게임은 이제 동일선상에 있지 않은지 꽤 오래된 것 같다. 좋은 게임의 조건조차 이제는 바뀌어 가는 느낌이다. 예전에는 가격이 좀 비싸거나, 부담이 좀 되더라도 ‘재미있고’, ‘감동적인’, 혹은 게이머에게 참신한 경험을 선사하는 게임이 좋은 게임이었다고 한다면 현재의 모바일 시장에서는 ‘과금유도가 심하지 않은’ 게임이 좋은 게임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나쁜 게임이라고 욕을 다발로 처먹으면서도 돈을 쓸어가는 게임이 있다. 그런 게임을 만들 수도 있겠지. 뭐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잘 버는 게 대수 아니겠나. 그래도 나는 아직 믿고 싶다. 뭔가 새로운 것, 참신한 것, 시스템과 조화를 이루는 재미있고 신박한 콘텐츠가 들어간 게임이 좋은 게임이고, 유저들이 그걸 제일 잘 알고 있으며, 그런 게임이 매출차트 1위에 랭크할 수 있을 거라고.

▶ 그리고 쫌 여캐 가슴 좀 어떻게 하자 부담스러워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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