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만큼 잘난 게임 아닙니다, '레이튼 미스터리 저니: 일곱 대부호의 음모'

조회수 2017. 8. 9. 10: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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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지 않은 가격에 콘텐츠는 만점이지만, 3DS 느낌과 캐릭터성, 스토리 개연성 부족

모바일은 몇 년 사이 무시할 수 없는 메인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PC와 콘솔에 비해 사양과 조작감이 떨어질지언정, 휴대성과 접근성이 타의 추종을 불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PC와 콘솔, 모바일은 각자 장단점이 확연히 달라서 각자의 영역을 지키며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중이다.


 

사실 모바일의 플랫폼의 성장으로 인해 입지가 크게 변화한 플랫폼은 다름 아닌 PS비타와 닌텐도 3DS와 같은 휴대용 콘솔일 것이다. 모바일 디바이스의 스펙이 좋아지기 전까지는 나름의 역할을 수행했지만, 이제는 ‘게임 맞춤 기기’라는 점 외에는 특별히 어필할 만한 장점이 없는 탓이다.


 

휴대용 콘솔용 타이틀을 제작하던 회사들이 하나둘 모바일 시장에 진출하는 흐름도 이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7월 말 레벨파이브에서 출시한 <레이튼 미스터리 저니: 일곱 대부호의 음모>도 마찬가지다. 

 

‘레이튼 교수’ 시리즈로 잘 알려진 이 IP는 대부분 닌텐도 3DS 플랫폼으로 출시되어 왔고, 메인 넘버링이 아닌 프리퀄 작품에 한해서만 모바일 플랫폼을 선택했다. 그러나 10주년 기념 타이틀인 <레이튼 미스터리 저니: 일곱 대부호의 음모>는 모바일로 먼저 출시됐다. 3DS버전은 오는 9월 출시된다. 즉, 3DS 전용 타이틀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모바일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과연 10년 남짓 3DS 환경에 맞춰 제작됐던 ‘레이튼 교수’ 시리즈는 모바일에도 잘 녹아들 수 있을까?

▲ 레이튼 미스터리 저니: 일곱 대부호의 음모 메인 이미지
콘텐츠 볼륨은
합격점

<레이튼 미스터리 저니: 일곱 대부호의 음모>는 iOS 기준으로 17.59달러에 판매된다. 한화로는 19,000원에 달하는 가격으로, 근래 출시되는 모바일게임 중에서는 상당히 비싼 수준에 속한다. 대부분 유료 모바일게임이 5,000원에서 10,000원 사이에 판매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체험판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지라 선뜻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러운 편이다. 본래 ‘레이튼 교수’ 시리즈를 즐기던 유저라면 몰라도, IP를 처음 접하는 유저는 망설이게 되는 가격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게임 플레이에 돌입하면 가격에 대한 부담은 깨끗이 사라진다. 본래 3DS 타이틀을 모바일로 옮긴 작품이라 그런지, 콘텐츠 볼륨에 있어서는 웬만한 3DS 게임에 뒤지지 않는다. 이번 작품은 전작과 달리 에피소드별로 엔딩이 존재하는 ‘옴니버스’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추가 콘텐츠를 구매하지 않고도 총 12가지의 에피소드를 즐길 수 있다.


 

각 에피소드는 레이튼 교수의 딸이자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카트리에일 레이튼이 수수께끼를 풀고 단서를 찾아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으로 꾸려진다. 절대적인 에피소드 수는 많지 않아 보여도 시리즈의 핵심 재미이자 고유한 콘텐츠인 수수께끼는 170가지에 달하고, 게임 중간중간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컷신의 완성도도 나쁘지 않다. 여기에 각 에피소드를 진행하며 발견할 수 있는 콜렉션 요소를 활용한 3가지 미니게임도 즐길 수 있다.

더불어 새로운 주인공인 카트리에일 레이튼이 사건을 해결하는 장면마다 풀 보이스 더빙을 진행하고, 에피소드 시나리오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별도로 제공한다. 

 

기존 ‘레이튼 교수’ 시리즈의 캐릭터들이 입체적인 매력으로 플레이어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듯, 이번 작품에서도 각 캐릭터의 개성을 강조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는 점이 엿보인다. 이런 요소들이 합쳐져 3DS로 출시된 전작 못지않은 담음새를 보여주니 19,000원이라는 가격도 납득하게 된다.

 

지워지지 않는
3DS의 그림자

게임의 짜임새나 콘텐츠의 양으로 보면 <레이튼 미스터리 저니: 일곱 대부호의 음모>는 괜찮은 모바일게임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어떤 게임의 완성도를 말할 때 ‘플랫폼 최적화’ 여부를 빼놓을 수 없는데, <레이튼 미스터리 저니: 일곱 대부호의 음모>는 그 점에서 2% 부족한 부분이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3DS 포팅 타이틀’이라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는 탓이다.

▲ 화면 구성은 영락없는 3DS

우선 게임의 UI와 기본적인 조작법이 3DS의 방식을 몹시 닮았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닮은 정도를 넘어 그대로 옮겼다고 봐도 무방한데, 세로 화면을 위, 아래 두 구역으로 나누어 게임의 정보를 표기하는 방식은 3DS 판박이다. 

 

상단에는 플레이어의 입력에 따라 변하는 게임 상황을 보여주고, 하단에는 이동할 장소를 고르거나 수수께끼 답변을 선택하는 등 정보 입력 구역을 배치했다. 사실상 스마트폰은 보통 전면 터치가 가능하기에 3DS와는 다른 방식을 선택해도 괜찮았을 텐데, 굳이 고전적인 방식을 고집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더군다나 <레이튼 미스터리 저니: 일곱 대부호의 음모>가 메인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며 간헐적으로 수수께끼를 푸는 방식의 정적인 게임이다 보니, 평이한 조작 방식 때문에 진행이 다소 루즈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런 ‘정적인 매력’을 가진 작품들은 독특한 조작이나 캐릭터, 시나리오의 매력으로 긴장감을 유지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같은 타이틀이더라도 3DS로 플레이했더라면 버튼과 펜 조작 덕분에 헛헛한 감정이 덜 했을 텐데, 모바일 버전에는 빈자리를 메워줄 만한 대안이 없다. 

▲ 이 패드가 은근히 큰 영향을 미친다

더군다나 전작들에 비해 캐릭터성이나 시나리오의 개연성도 떨어진다. 먼저 간판 캐릭터인 레이튼 교수 대신 딸인 카트리에일 레이튼을 주인공으로 삼아 산뜻한 쇄신을 꾀했지만, 신선한 느낌이 없다. 카트리에일 레이튼은 매사에 긍정적이고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순수미’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뭔가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암시를 준다.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의 서브컬쳐 콘텐츠 전반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여성 캐릭터의 전형이다. 

 

조력자로 등장하는 셜로와 노아 몰튼 역시 예상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캐릭터성을 보여준다. 이렇듯 주요 캐릭터들이 평범하다 보니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전형적일 수 밖에 없고, 이야기에 흥미도 떨어진다.


 

거기에 시나리오 전반에는 교훈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이 깔려 유치하기까지 하다. 그 강박은 게임 첫 번째 에피소드부터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영국 런던의 상징적 건축물이자 관광 명소인 ‘빅 벤’의 시침을 망가뜨린 범인의 범죄 은닉 시도를 만천하에 밝혀내고도, 어처구니없는 해결책을 내놓는 것으로 에피소드를 끝맺는다. 범인의 특별한 능력을 살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공을 치하해 범죄를 눈감아 주는 식이다. 해당 에피소드의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더라면 중형을 받았을 수준의 사건인데도 말이다. 

 

<레이튼 미스터리 저니: 일곱 대부호의 음모>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게는 예외 없이 정상 참작이 적용되는 것인지, 그 누구도 자신의 범죄나 실수를 책임지지 않는다. 그러고도 선처를 요구하는 카트리에일 레이튼을 보면 ‘이렇게 세상이 둥글고 아름다웠던가’하는 탄식이 나온다.

▲ 뭐.. 제가 동심이 없는 거라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그래서일까, <레이튼 미스터리 저니: 일곱 대부호의 음모>는 선뜻 ‘수작’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분명히 요사이 출시된 모바일게임 중에서는 발군의 완성도를 지녔고, 가격에 걸맞는 볼륨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그럼에도 못내 아쉬운 감정이 남는 것은 ‘레이튼 교수’라는 IP에 거는 기대를 충족하지 못해서였을까. 

 

더군다나 게임을 선보이는 플랫폼의 환경이 바뀌었음에도, 최적화에 대한 고민 없이 똑같은 작품을 다른 플랫폼에 포팅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의미는 있다,
그러나 2%가 아쉽다

이처럼 <레이튼 미스터리 저니: 일곱 대부호의 음모>는 완벽한 모바일게임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작품은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해 줬다는 면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게임은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지만 과도한 인앱결제 유도로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수많은 RPG 타이틀들, 또는 광고 클릭 수익에 기대는 클리커 미니게임이 대부분인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레이튼 미스터리 저니: 일곱 대부호의 음모>는 출시 후 유료 게임 순위 1위에 오른 것은 물론이고, 통합 매출 순위에서도 10위권 내에 들었다. 장르의 ‘주류’가 명확한 모바일게임 시장이지만, 독특한 장르라도 콘텐츠 볼륨만 충실하다면 다소 비싼 가격의 게임도 ‘팔린다’는 명제를 증명한 셈이다.


 

다만 <레이튼 미스터리 저니: 일곱 대부호의 음모>는 오는 9월 출시되는 3DS 버전으로 즐기기를 권하고 싶다. 모바일 버전은 메인 시나리오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장점이 없으므로.



글 / 루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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