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달달한 연애를 넘어 무엇을 보여줄까?

조회수 2018. 5. 10. 18: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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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토끼의 대중문화 에세이]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Something in the Rain, 2018)
글 : 김토끼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 등을 연출한 안판석 PD와 멜로의 여왕 손예진, 차세대 스타 정해인의 만남으로 주목받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기대만큼 첫 회부터 호평을 받은 이 드라마는, 특히 30대 미혼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드라마는 서른다섯 '윤진아'(손예진)를 중심에 두고 있는데요. 커피 회사 대리인 그녀는 일을 곧잘 한다는 평을 듣지만,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어느 날 '진아'는 애인 '이규민'(오륭)에게 '만나는 게 그냥 그렇다'는 이유로 이별 통보를 받죠. 집에서도 그녀는 시집도 못 간 애물단지 취급을 받을 뿐인데요. 직장에서는 상사들이 회식 자리에서 러브 샷을 권하고 성적 농담을 내뱉는 것도 모자라, 애인과 헤어진 일을 두고 훈수까지 둡니다.

불편하고 무신경한 타인을 견디는 일이 일상이 된 '진아'는 '만나는 게 그냥 그런 애인', '시집 못 간 애물단지', '상사의 스킨십에도 예민하게 굴지 않는 윤대리'로 대상화되어 있을 뿐이죠.
이런 상황에서 친구의 동생 '서준희'(정해인)가 해외 근무를 마치고 3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빌딩에서 일하게 된 '진아'와 '준희'는, 회사 앞에서 우연히 재회하게 되고 이들 사이에는 핑크빛 기류가 흐르기 시작하는데요.

"언제 밥 한 번 살게"라는 흔한 말 한 마디로 시작해, 둘은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며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됩니다. 그렇게 아는 누나 동생 사이는 곧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되죠.

드라마는 '진아'의 로맨스만큼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별 선언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토커로 돌변한 전 남친이 '진아'를 위협할 때, 자신을 지켜주는 '준희'를 보며 '진아'는 스스로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다시금 깨닫게 되는데요. 이후 '진아'는 규민과 엮인 일을 깨끗이 정리하는 한편, '노래방에서 탬버린 치고 스킨십 참는 그런 일'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며 상사의 불쾌한 요구에 선을 그어 버립니다.
'진아'가 직장에서 깨나가야 할 잘못된 통념만큼 '진아'와 '준희' 앞에 놓인 세속의 벽도 만만치 않은데요. 특히 '진아'의 엄마 '김미연'(길해연)은, 양다리를 걸친 '규민'의 실체를 알고도 좋은 집안 출신에 변호사인 그를 사위 삼고 싶어 하는 세속적인 인물입니다.

사실 '미연'은 남부럽지 않은 사위 욕심에 더해, '진아'가 순탄하게 살아가기를 바랐던 것인데요. '미연'은 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진아'를 힘들게 할지 모를 '준희'의 배경을 걱정하고, 끝내 둘을 갈라놓으려 합니다.
이후 응원을 보내던 아빠(오만석)마저 부모 없이 자란 '준희'의 환경을 탓하자, '진아'는 실망을 드러내며 "사랑이 뭐야?"라고 반문하죠.

그 물음은 본질적이지만 연애의 열기에 가려 현실성을 잃은 듯 투박하고 순진한데요. 여러 가지 의미에서 말문이 막히는 사람은 '진아'의 아빠만이 아닐 것입니다.

안판석 PD는 앞으로 두 주인공이 어떻게 성장할지, 사랑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인간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드라마를 보며 생각해 줄 것을 주문했는데요.
그 말대로 회를 거듭할수록, 해피 엔딩을 바라는 것만이 시청의 목적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문득 달달한 연애를 넘어 드라마가 보여줄 진정한 사랑의 형태가 궁금해졌기 때문이죠.

생각해보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준희'가 본 '진아'의 모습이고, 아무리 애정을 담고 있어도 온전한 시선은 아닐 것입니다. 그 역시 '진아'를 대상화한 표현이기 때문인데요.
그 점에서 이 드라마는 '진아'가 '대상'에서 '주체'로 나아가는 과정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과연 우리는 드라마의 끝에서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요? 앞으로 한동안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없이 금요일 밤이 기다려지는 이유를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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