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죽음과 얽힌 세 남자 이야기, '7년의 밤'은 뭘 말하고 싶었나?

조회수 2018. 4. 12. 17: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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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고 알려줌] 7년의 밤 (Seven Years of Night, 2018) by 영화읽어주는남자
글 :
영화읽어주는남자
아래 글에는 작품의 주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유정 작가의 인기 소설 『7년의 밤』이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오랜만에 장동건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작품이라 더욱 기대되었던 작품이죠. 하지만 영화가 소설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어 아쉬운데요. 이번 시간엔 이 영화가 무엇을 보여주려 했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7년의 밤>은 한 소녀의 죽음에 얽힌 세 남자의 이야기인데요. '세령'(이레)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두 남자 '최현수'(류승룡)와 '오영제'(장동건)의 갈등과 이를 바라보는 '승환'(송새벽)에게 있었던 일을 볼 수 있습니다.

'현수'와 '영제'는 아이의 아버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만약, 아버지의 범주를 생물학이 아닌, 사회학적 아버지까지 확장한다면 세 아버지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승환'은 7년 전의 밤 이후 '현수'의 아들인 '서원'(고경표)을 돌봤으니까요.

이 세 명의 아버지는 서로 다른 방법으로 자식을 향한 사랑을 보여줬습니다.
자식을 향한 집착을 보여준 '영제',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기 바랐던 '현수',
그리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한 소년을 외면할 수 없었던 '승환'.

<7년의 밤>은 이들 중 가장 적절해 보이는 아버지를 끝까지 살려둡니다. 바로, 가짜 아버지 '승환'이 살아남았죠.
그렇다면 다른 두 아버지는 왜 살아남을 자격이 없었던 걸까요?

그 중심엔 '폭력'이 있습니다.

'영제'는 자식과 아내에게 사랑받지 못한 남자인데요. 하지만 그는 언젠가 아내와 딸에게 인정받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가족에게 인정받기 전까지 가정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폭력을 행사하는데요. '영제'의 일방적이고, 비정상적인 사랑은 광기가 되어 폭력이 됐습니다.
'현수'는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 자란 아들이었는데요. 자신의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폭력의 흔적은 매일 밤 악몽이 되어 찾아왔고, 그는 몽유병을 앓으면서 과거와 싸웁니다. 그 폭력의 상처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고, 아내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하는 어른이 되고 말았는데요. 그리고 죽어가는 '세령'의 입에서 '아버지'라는 말이 나왔을 때, 이성을 잃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맙니다.
이 폭력의 대물림이 흥미로운 건, 그의 아버지 역시 베트남 전쟁이라는 전쟁 속에서 폭력을 경험 했다는 것인데요. 전쟁의 폭력 속에 팔을 잃은 피해자가, 가정에서는 폭력적인 가해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7년 전의 밤엔 이 두 아버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폭력을 몸에 익힌 남자들이 싸우는데요. 이 두 남자와 폭력은 어우러져 결국엔 한 마을을 삼키고, 마을 사람 절반이 죽는 참사로 이어집니다.

<7년의 밤>은 이렇게 거대한 폭력이 만든 비극을 통해 폭력의 무시무시한 면을 보여주는데요. 이런 참사 속에서도 살아남은 두 남자는 끝내 그 폭력의 방향을 자신에게 겨누며 파멸하는 것을 택합니다.
물론, 그 과정과 의미는 다릅니다. '영제'는 폭력을 행사할 대상이 더 없었기 때문에, 자신에게 폭력을 가했는데요. 반대로 '현수'는 자신의 대에서 이 폭력을 끊고자, 대물림하지 않고자 자살을 택합니다. 이렇게 영화에서 폭력에 가담한 아버지는 모두 죽는데요. '현수'의 아버지도 우물 속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죠.

영화가 살린 유일한 아버지는 '승환'입니다. 그는 '세령'의 죽음을 방관함으로써 그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데요. 그 상처와 후회를 반복하지 않고자 '서원'에게 손을 내밉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그가 보여준 행동이 가장 숭고했고, 그래서 영화는 그를 살려둔 것 같은데요.
<7년의 밤>은 폭력의 대물림, 확산, 그리고 비극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것이 타인을 향한 관심이라고 말하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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