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성범죄 영화,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조회수 2018. 4. 30. 22: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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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고 알려줌] 나를 기억해 (Marionette, 2017)
글 : 영화읽어주는남자
※ 본문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를 기억해>는 청소년 동영상 범죄를 조준한 영화입니다. 엔딩과 함께 등장하는 청소년 성범죄에 관한 기사는 감독의 문제의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죠. 그들이 돈을 벌기 위해 동영상을 촬영하는 행태를 적나라하게 꼬집었는데요.
영화는 몇 가지 욕구를 전시합니다. 누군가를 몰래 엿보고 싶어 하는 관음의 욕구는 <나를 기억해>의 중심에 깔린 강렬한 동기죠. 동영상을 찍는 행위가 자주 등장하며, 몰카를 통한 음란물 역시 소재로 등장하는데요.
여기서 동영상을 찍는 사람, 혹은 동영상 파일을 가진 인물이 힘에서 우위를 보인다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본다'는 것을 '눈'을 통해 이뤄지는데, <나를 기억해>에서 이 역할을 하는 것은 카메라죠. 영화는 스마트 폰을 통해 1인 1카메라가 보급되어 영상을 쉽게 주고받을 수 있으나, 지우기는 힘든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권력 양상을 담아냈는데요.
여기서 영화는 독특한 힘의 구도를 보여주는데, 카메라를 드는 주체가 '남성에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과 이를 이용해 절대적인 힘을 가지는 주체가 미성년자일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설정을 해뒀습니다.
처음엔 남성의 관음 욕구에서 시작된 타락한 성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영화는 '양세정'(오하늬)이라는 여학생을 통해, 동영상의 생산 주체가 여성도 될 수 있음을 보여주죠. 그리고 그녀를 움직인 건 '돈'이었고, 여기서 자본의 타락까지 목격할 수 있는데요.
더 나아가 이 힘의 구도에 정점에 있는 인물, 동영상을 제작을 지시하는 '마스터'가 초등학생이라는 반전은 이 성범죄가 성별과 나이를 초월한 문제라 말합니다.

이런 기괴한 힘의 구도 외에 <나를 기억해>는 카메라에 찍힌 피해자의 심리를 묘사하는 데 힘쓰죠. '서린'은 성폭행 이후, 언론 등을 통해 사건이 공개됨으로써 2차 피해를 받는데요. 그녀는 죄를 짓지 않았지만, 도망가야 했습니다. 그 일이 언급되지 않게, 가슴 졸이며 평생을 살아야 했죠. 이게 3차 피해이자, 영원한 트라우마입니다.
'서린'(이유영)이 이 일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기이한 심리는 사회의 인식에서 출발하는데요. 놀랍게도 이런 인식은 '한서린'과 가장 가까웠던 약혼자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동영상에 찍힌 피해자에게도 분명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그의 말은 '서린'에게 비수가 되어 꽂히죠. 과거의 동영상이 폭로되는 건, 자신의 도덕성까지 망가뜨릴 만큼 파괴적인데요.

피해자와 비교하면, <나를 기억해>의 가해자는 그 사건에서 비교적 쉽게 빠져나갑니다. '한서린'을 언론에 알린 '오국철'(김희원)은 과거의 그 일을 한마디 말로 털어버리려 하죠.
물론, 그도 마음이 편치 못했고, 그래서 더 열심히 범인을 쫓지만, 처음의 그 사과는 가벼워 보이는데요. 그래도 '오국철'까지는 이해할만한 수준입니다.

문제는 '김진호'(이제연)와 '마스터'죠. '김진호'는 자살을 택함으로써 '서린'에게 영원히 풀 수 없는 매듭 하나를 남긴 채 사라졌습니다. 죽은 자 앞에서 피해자가 들을 수 있는 말은 없었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습니다. 사건의 중심에 있던 '마스터'는 어떤가요? 미성년자의 실수로 가볍게 끝날 뿐이었죠.
<나를 기억해>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정작 피해자에게 아무런 선택지를 주지 않은 찝찝한 결말에 있는데요. '한서린'은 복수를 할 기회나 치유 받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자신이 받은 피해만큼의 대가를 치르게 할 수도 없었죠. 그저 누군가 들고 있던 카메라가 꺼졌을 뿐이고, 이후 그녀의 삶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요.

'서린'이 '마스터'를 향해 건넨, "다행이다"는 그래서 더 혼란스럽습니다. 그녀는 끝까지 가해자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서린'의 태도는 굉장히 숭고하지만, 공감하기는 어려웠는데요. 그리고 그런 태도를 피해자에게 바라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죠. <나를 기억해>는 피해자인 '서린'에게 너무도 지독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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