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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표 예능'의 실험, 심심해도 좋은 이유

조회수 2018. 5. 14. 19: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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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토끼의 대중문화 에세이] tvN '숲속의 작은집' (Little House in the Forest, 2018)
글 : 김토끼
국민예능 <1박 2일>을 시작으로,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로 연속 홈런을 날린 나영석 PD.
이후 <신서유기>, <알쓸신잡>, <윤식당>까지 시즌제로 이어지며, 방송계에서 '나영석'이란 이름은 흥행을 보증하는 브랜드가 됐는데요.

화려한 수식과 달리 '나영석표 예능'은 거창하지 않죠. 참신한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예능도 아닙니다. 하루 세끼를 위한 노동, 할아버지들의 유럽 여행, 작은 식당을 열어 장사하는 일 등 오히려 일상적이고 진부한 소재를 가져왔죠.
출처: 사진 ⓒ tvN
사실 나영석표 예능의 재미는 출연자들을 일상인의 관점에서 소소하게 바라보는 방식에 있는데요.

그의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자취 내공으로 밥상을 차리거나 무명 시절 아르바이트 경험으로 능숙하게 서빙을 하는 모습 등을 통해, 스타가 아닌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온 내력을 보여줍니다.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것은 이 부분이죠.
나영석표 예능은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방송을 계속 보는 것이 아닌, 출연자에 대한 호감이 앞서 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래서 그의 예능에 누가 출연할 것인지는 언제나 세간의 화제가 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숲속의 작은집>에서는 좀처럼 예능에서 볼 수 없던 소지섭과 박신혜가 출연하죠. 나영석 PD 자신도 '심심한 프로그램'이 될 거라 선언한 바 있는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 <숲속의 작은집>.

두 출연자는 피실험자 A와 B가 되어 수도, 전기, 가스가 단절된 오프 그리드 하우스(Off-Grid House)에서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는데요. 첫 회부터 극과 극의 성향을 보여준 두 사람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출처: 사진 ⓒ tvN
미니멀라이프라는 삶의 방식에 곤란해하면서도 꿋꿋하게 적응해가는 박신혜와 태어날 때부터 미니멀리스트인 듯 어려움 없이 최소의 삶을 살아내는 소지섭. 이 두 사람에게 '행복실험'이란 이름 아래 여러 가지 미션이 주어지죠.
가져온 짐을 줄이고, 한 가지 반찬으로 밥을 먹고, 빗방울을 머금은 숲을 사진으로 찍는 등 다양한 미션이 주어지지만, 도중에 포기를 선언한다고 해서 기존 예능의 레퍼토리처럼 실패에 대한 벌칙이 기다리는 것은 아닌데요. 사실 벌칙이 따로 주어질 필요조차 없습니다. 숲속의 삶 자체가 많은 불편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죠.
푸른 하늘에 햇살이 비추다가 갑자기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씨가 하루 수 번 반복되고, 거친 바람에 난로의 연기가 역류해 집 안을 메웁니다. 한밤중 바람이 집을 때리는 소리에 선잠을 잘 때도 있는데요.

그러나 이토록 불편한 숲속의 삶은 도시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고요한 행복을 선물하죠. 야생 봄나물로 제철 밥상을 차리고, 저녁노을이 하늘을 물들이고, 쏟아질 듯한 밤하늘의 별을 보는 순간 피실험자들은 그간의 불편함을 잊고 청정한 행복을 맛봅니다.
출처: 사진 ⓒ tvN
화면을 통해 전달되는 자연의 조용한 순간들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꿈꾸는 판타지이기도 하죠. 금요일 밤이라는 황금 시간대, 요란한 재미를 덜어낸 <숲속의 작은집>은 분주했던 한 주를 잠시나마 잊게 하는데요.

그러나 숲속 풍경과 소리에 빠져드는 찰나 강박적으로 상황을 중계하고, 잦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방식에는 다소 안타까움이 들었습니다. 시청률을 고려하지 않기로 작정했다면, 더 심심해도 좋았을 법하죠.
반대로 말하면 시청자 입장에서 더 심심한 예능을 바라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나영석 PD의 새로운 실험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듯합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남아있죠. 과연 '심심한 맛의 재미'라는 역설이 예능에서 가능하게 될까요? <숲속의 작은집>이 얼마나 덜어내고 어떻게 균형을 잡아갈지, 앞으로가 더욱 궁금해지는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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