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에 못미친 '지금 만나러 갑니다', 무엇이 문제였나?

조회수 2018. 4. 4. 18: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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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고 알려줌] 지금 만나러 갑니다 (Be With You, 2017) by 영화읽어주는남자
글 :
영화읽어주는남자
원작을 본 뒤, 기대를 하고 관람하신 분이 많았던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번 시간엔 원작과의 비교를 통해 한국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아쉬운 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로케이션 담당자의 노력 덕분에 원작의 느낌이 잘 살아있는 공간에서 촬영된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장마 기간의 로맨스와 예정된 이별이라는 핵심 설정과 주요 캐릭터, 거기에 이야기 전개와 심지어 대사까지도 원작에서 그대로 가져온, 진정 원작을 충실히 모방한 '리메이크' 작품인데요. 대신 그런 만큼 원작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몇 가지 달라진 설정들은 있습니다. 우선, 남자 주인공의 전공이 육상에서 수영으로 바뀌었습니다. 데뷔 전 진짜 수영선수였던 소지섭과는 분명 더 잘 어울리는 설정이죠.
그리고 이 설정의 변화로 남자 주인공의 직장도 수영장으로 바뀌었습니다. 다른 하난, 원작에선 잠깐 등장했었던 제빵사가 주인공의 비중 있는 친구로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코미디까지 담당하면서 말이죠.
이 두 가지 설정의 변화에서 감독이 의도한 것은 코믹함으로 보입니다. 수영장의 직장 상사 이준혁, 그리고 제빵사 친구 고창석은 눈치 없는 모습과 유머러스한 상황을 만들어 웃음을 유발하죠.
카메오였던 공효진도 역시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들은 잠깐의 웃음과 재미를 주는 데는 성공한 듯하지만, 어딘가 과장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요. 영화의 완성도에 큰 도움이 되었는지는 의문이 따릅니다.
한편, 원작에 없던 추가 에피소드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아들과의 에피소드들이 풍성하게 추가되었는데요. 소지섭이 참여한 운동회의 이어달리기, 손예진이 참석한 학예회를 예로 들 수 있죠. 바로 부성애와 모성애를 강화한 이 장면들을 통해 감독은 관객들에게 가족애를 더 많이 느끼게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자동차 극장 에피소드처럼 한국판의 보석 같은, 인상적인 에피소드도 존재했는데요.
주연배우들의 캐미가 돋보였던 이 장면은, 두 배우의 자연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모습이 가장 많이 묻어나 있던 에피소드였습니다.

그렇다면, 원작에서 빠진 설정은 무엇이었을까요? 우선 두 인물이 사라졌습니다. 한 명은 남자 주인공을 치료해주고 고민을 들어주던 의사입니다. 죽은 아내가 꼭 돌아올 거란 말을 믿어주던 특이한 의사였죠. 그리고 아이의 담임선생님도 비중이 없어졌습니다. 선생님도 아이의 말을 이해해주던, 역시나 기이한 인물이었죠.

문제는 의사 선생님과 담임선생님, 이 두 선생님들이 죽은 아내이자 엄마가 돌아온다는 판타지를 관객이 믿을 수 있게 하는 인물이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전개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진 않지만, 장마 기간의 기적을 믿어주던 이 따뜻한 사람들이 사라져 버리면서, 한국판은 '판타지 로맨스'라는 정르적 분위기를 지탱해주던 두 개의 기둥을 잃어버렸습니다.

또한, 여기에, 고등학교 시절 육상대회 에피소드가 빠졌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두 주인공이 얽혀있던 몇 없는 사건이었고, 여주인공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했는지를 보여주는 애틋한 장면이었는데요. 겉으로 드러나지 않던 두 사람의 마음이 드러나고, 운명적으로 얽히기 시작하는 굉장히 중요했던 이 씬이 빠져버리면서, 한국판은 캐릭터의 디테일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결론적으로, 한국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원작과 비교해 판타지 및 멜로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감정을 쌓는데 서툰 영화입니다. 대신, 기능적인 면을 보이는 데 집중했죠. 여기서 말한 기능은 영화 속의 '코미디'와 '신파'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를 뜻합니다. 특히, 가족적 신파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고, 그 덕에 원작의 완성도와 멀어졌습니다.

원작에도 '예정된 이별'이라는 신파적 요소가 있지만, 운명론적 사랑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세밀한 요소를 심어뒀었고, 관객이 서서히 감정에 물들게 하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국판은 그런 세밀함이 부족했고, 대신에 감동을 강요하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게다가 손예진의 얼굴을 많이 담아내는 것에 집착한 듯 한 클로즈업 범벅의 편집과 특색 없는 화면 구성은 원작과의 비교 자체를 민망하게 만든다는 요소입니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요소가 손예진을 사랑하는 관객들에겐 좋은 선물로 작동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건 아마도 작품의 흥행에 큰 힘이 되어 주겠죠. 그래도 좀 더 좋은 멜로 영화에서, 손예진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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