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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러' 영화가 아무리 허구라지만, 이 장면들은 아니다

조회수 2018. 5. 12.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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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레슬러 (LOVE+SLING, 2017)
글 : 양미르 에디터
<레슬러>는 5월 가정의 달을 노리고 만든 '기획영화'임에는 분명하다. 의도 자체는 선의로 가득 차다. 자신의 행복은 자식이 잘 되는 것이라 굳게 믿는 아버지 '귀보'(유해진)와 조금씩 소통이 단절되어감을 느끼는 아들 '성웅'(김민재)이 다시 뭉친다는 '선한 재료'를 스포츠 소재인 '레슬링'과 엮어서 풀어냈다.

그러나 이상하게 작품과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성웅'의 소꿉친구인 '가영'(이성경)이다. 친구에게 "내가 네 엄마가 돼줄게"라는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대사를 할 때,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는' 상황을 맞이한다. 이 대사부터, 작품은 그야말로 '가망 없음'을 향해 전진한다.

'가영'이 '귀보'를 좋아하는 이유도 딱히 공감되지 않는다. 그저 부자 갈등의 도구로만 사용된 '가영'은 동시에 '성희롱' 유머 코드에 사용되기도 한다. 개봉을 앞두고 이성경 배우에 대한 자극적인 홍보 멘트(A씨_유출사진_모음.zip)를 사용한 것이 알려지며 논란이 된 터라, 이 장면에선 웃음보다는 씁쓸함이 먼저 떠올랐다.
이는 여성 레슬링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인도 실화 배경 영화 <당갈>과 매우 비교된다. <당갈>의 아버지 '마하비르 싱 포갓'(아미르 칸)과 '귀보'가 자식의 국가대표 금메달을 그토록 원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완벽히 다른 뉘앙스로 작품을 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특히 '마하비르'가 딸에게 결승전을 앞두고, 차별을 받는 모든 인도 여성을 대표해서 싸우라는 말을 남기는 것을 떠올린다면, 비교될 수밖에 없다.

<레슬러> 작품 자체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당갈>이 '싱 포갓' 가족의 레슬링 이야기에만 161분을 집중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것에 비교하면, 이 작품은 상대적으로 적은 상영시간인 110분으로도 지루함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 집주인과 임차인의 관계, 소개팅으로 만난 여성과의 관계, 세상을 떠난 부인을 떠올리는 '눈물 자극 코드' 등이 앞서 언급한 '가영'과 '귀보'의 관계와 함께 뒤섞이다 보니 작품은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뗏목처럼 방향성을 잃고 만다.
작품의 가장 큰 주제를 살리면서, 이 많은 이야기를 동시에 하려면 영화보다는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더 어울릴 법했다.

레슬링이라는 종목을 선택한 이유 자체가 '아버지와 아들이 살을 비벼가며 싸워야 했기 때문'이라는 느낌만 강했다. 그 결과물이 말도 되지 않는 전국체전 결승전 장면이다. 애초에 코치진 등록도 되지 않은 선수 아버지가 어떻게 코치석에서 지시를 내리고 있는가?

과거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니 전관예우라도 해주겠다는 이야기인가? (작품을 보면 대학교 코치와 '귀보'는 친한 선후배 느낌이 짙다) 레슬링 종목을 한 번이라도 유심히 본 관객이라면, 영화라는 허구라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하기야 작품의 전개를 위해 전국체전 레슬링 한 체급을 2일에 걸쳐서 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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