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실 비치에서' 신혼 부부는 왜 그런 결정을 해야 했나?

조회수 2018. 5. 10.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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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체실 비치에서 (On Chesil Beach, 2017)
글 : 양미르 에디터
연극 연출가 출신답게 도미닉 쿡 감독의 <체실 비치에서>는 잘 짜인 연극 한 편을 본 느낌을 줬다. 작가 이언 매큐언이 직접 자신의 원작을 극본화했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랬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신혼여행을 온 부부다. 지금이야 '상호 동의하에 이뤄지는 혼전 섹스'가 자연스러워지고 있지만, 1962년 영국의 '체실 비치'에 도착한 이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부부의 연을 맺었으나, 아직 이들에게는 어색한 감정이 남아 있었고, 첫 섹스 전까지 곳곳의 '과거 회상'을 통해 이들의 마음이 완전히 열리지 못한 이유는 단순히 '섹스' 때문은 아니라는 점을 담아낸다. 결국, 부부는 왜 서로에게 화를 냈으며, 그런 결정을 해야만 했을까?
'에드워드'(빌리 하울)과 '플로렌스'(시얼샤 로넌)의 '플래시백 과거사'에는 아직 서로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내용이 있었다. 바로, '플로렌스'가 어린 시절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성폭행당했다는 것인데, 영화에서는 이를 간접적 의미로 보여준다.

세심히 봐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으로, '에드워드'는 이러한 '플로렌스'의 정신적 상처를 알지 못한다. '성폭행 당했다는 것을 말해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겠느냐?'라는 반박도 할 수 있겠으나, '미투 운동'이 이제야 등장한 것을 떠올린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상냥하고 친절하지만, 자기중심적인 생각으로 가득한 '에드워드'는 결혼 후 첫 섹스를 이렇게 망친 이유는 자신을 싫어하기 때문이며, 나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화가 치밀어 오른다. 결국, 이들은 돌아갈 수 없는 길을 택하게 된다.

물론, 정신 질환이 있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에드워드'의 성격이 왜 그렇게 됐는지도 작품은 묘사한다. 그래서 이들의 '마지막 선택'은 관객에게 안타까움을 줄 수밖에 없다.
<노예 12년> 등을 맡은 숀 밥빗 촬영감독은 그 마지막 선택을 인상적으로 담아낸다. 체실 비치는 강릉 경포호처럼 '석호' 형태로 이뤄졌다. 석호 내부의 호수는 고요하며 적막하지만, 바깥의 바다는 파도가 치면서 격렬함을 보여준다.

호수와 바다 사이에서 부부가 마지막 선택을 하기 때문에, 2.39:1 비율은 이 전체를 담아내기에 적절한 미장센을 선보인다. 두 사람이 헤어지는 순간의 롱테이크는 이 비율을 가장 완벽히 사용한 대목이었다.

한편, 1994년생이라는 나이에 어느덧 <브루클린>, <레이디 버드>를 통해 2번이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시얼샤 로넌은 이번 작품에서도 '믿고 볼 수 있는' 연기를 펼친다.

또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 '어린 토니' 역할을 맡는 등 떠오르는 배우 빌리 하울도 안정적으로 '플로렌스'를 따른다. 다만, 'BBC 필름즈' 제작이 아닌 한국의 방송사에서 만든 듯한 '극적인 엔딩'은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심각하게 갈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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