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스트럭' 향한 3가지 애정 어린 시선

조회수 2018. 5. 3.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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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원더스트럭 (Wonderstruck, 2017)
글 : 양기자
레즈비언의 사랑을 주제로 한 걸작 <캐롤> 덕분에, 토드 헤인즈 감독을 향한 기대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나온 <원더스트럭>은 평작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작품을 향한 애정이 어린 몇 가지 시선을 이야기할 순 있겠다.

먼저, 무성영화의 시기를 잘 표현했다. 2012년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던 <아티스트>를 떠올리면 된다. 유성영화의 등장으로 밀려나는 '무성 스타배우'의 이야기를 보여줬다면, <원더스트럭>은 청각 장애인 주인공이 오로지 배우의 몸짓과 중간에 나오는 자막으로 느낄 수 있는 영화의 매력을 같이 빠져볼 수 있게 해준다.

<휴고>의 원작을 쓴 브라이언 셀즈닉 작가의 작품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원더스트럭> 역시 영화의 의미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해볼 여지를 제공한다.
두 번째로, 편집술이다. 마치 일주일, 하루, 한 시간을 절묘하게 교차해서 보여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가 떠올려질 정도였다.

절묘하게 같은 장소를 다른 시간대의 인물이 거니는 장면을 흑백과 컬러로 나뉘어 보여주며, 그들의 상황도 피차 다르지 않음을 슬로우모션이나 하이 또는 로우 앵글로 잡아낸다. 이는 <캐롤>의 촬영감독이었던 에드워드 래크먼의 공이다.

한편, 이런 시선을 풍부하게 해주는 것은 당연히 '벤'과 '로즈'를 연기한 신예 배우 오크스 페글리와 밀리센트 시몬스의 연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풀어가는 방식은 인상적이었다.

두 배우가 최근 각각 <피터와 드래곤>, <콰이어트 플레이스>에서 호연을 펼쳤는데,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밀리센트 시몬스가 실제로 청각 장애가 있다는 점은 더욱 특기해볼 만 하다.
세 번째로, 음악이다. 흑백 화면에서 배우들의 목소리가 나오는 장면이 없기 때문에, 오로지 <캐롤>의 음악감독이었던 카터 버웰의 스코어만이 사운드의 빈자리를 채워야 했다. 무언가 부딪치거나, 누군가가 화를 내거나, 어떤 감정이 몰입되는 부분도 카터 버웰 음악감독은 마치 '폴리아티스트'가 된 것처럼 표현해야만 했다.

1920년대 당시 극장에 설치된 파이프오르간과 같은 연주 장비로 관객들이 사운드의 빈자리를 채워 들은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꽤 신선했다.

1970년대에는 좀 더 모던한 음악들이 흘러나온다. 데이비드 보위의 'Space Oddity'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속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변주되어 등장해 음악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이 세 가지에 대해서 색다른 영화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원더스트럭>의 강점이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이들이 서로 소통하고,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절망에 빠지지 않고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는 작품의 주제적 측면에서도 충분히 호평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결말 부분에서 나오는 '기억과 추억의 퍼즐 맞추기' 대목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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