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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까만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왔다

조회수 2020. 10. 14. 13: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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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서 쳐다보았지만, 눈 한 번 마주치고는 당당하게 거실을 가로질러 뒷문으로 걸어갔다.

남편과 고양이

남편은 집 안에 동물 들이는 걸 싫어합니다. 그 때문에 두 딸은 스무 살이 넘도록 반려동물을 기르지 못했습니다. 


남편은 두 딸에게 “시집가서 네 집에 들여라.”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한데 뜻밖의 일이 생겼습니다.


우리 집은 마당이 있는 아담한 단독 주택입니다. 햇살 따뜻한 어느 봄날, 앞뒷문에 창문까지 활짝 열고 대청소를 했습니다. 


환기까지 마치고 느긋하게 누워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였습니다. 느닷없이 까만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왔습니다. 


내가 놀라서 쳐다보았지만, 눈 한 번 마주치고는 당당하게 거실을 가로질러 뒷문으로 걸어갔습니다. 내가 ‘어, 뭐지?’ 하는 사이에 녀석은 집에 발자국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그 후 녀석은 마당 한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남편이 퇴근하면 누구보다 먼저 마중나가 “야옹.” 하며 아는 척하고 비비적거리다 이내 자리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처음에는 “뭐야, 쫓아내.” 하던 남편은 이내 녀석의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생전 처음 고양이 사료를 사고, 물과 그릇을 준비했습니다. 


겨울에는 추울까 봐 상자와 뽁뽁이로 집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어디선가 들은 정보로 내게 잔소리도 했습니다. 


“고양이는 밥보다 물이 더 중요하대. 그냥 주면 어니까 설탕을 섞으면 괜찮다는데.” 


녀석이 화분에 볼일을 보자 커다란 대야에 모래를 사다 부어 화장실까지 만들어 주었습니다. 


내가 밥도 챙기고 화장실도 치워 주는데 녀석은 나보다 남편을 좋아합니다. 아마 그래서 남편도 녀석을 예뻐하며 마당 한자리를 내주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우리는 행복한 고양이 집사가 되었고, 녀석은 우리 집에서 팔 년째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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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경기도 수원시에서 이보애님이 보내 주신 사연이었습니다.


목소리서포터즈 녹음
본 콘텐츠는
좋은생각 목소리 서포터즈 1기
'미요'님의 목소리로 녹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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