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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가 직접 지은 삼각형 주택

조회수 2019. 9. 30.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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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전원주택

건축은 공유다. 공유의 대상은 인간일 수도 있고 자연일 수도 있다. 그 두 가지 모두이기도 하다. 어디에 목적을 두느냐에 따라 건축 형태는 달라진다. 태안에 위치한 이색적인 삼각형 집은 자연과의 공유를 목적으로 지은 집이다. 범호건축사 소장 김제균 씨가 자신을 위해 지은 것이다. 옷소매로 찬 기운이 스며드는 초겨울 사계절을 담아낸 그의 집을 찾았다.

글 사진 백홍기

HOUSE STORY

DATA  

위치 충남 태안군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건축형태 철근 콘크리트(하부), 철골구조(상부)

대지면적 654.00㎡(198.18평)

건축면적 70.55㎡(21.37평)

연면적 94.84㎡(28.73평)

  1층 61.03㎡(18.49평)

  2층 33.81㎡(10.24평)


MATERIAL

지붕재 메탈 패널 150THK

외장재 메탈 패널 150THK

내장재 라왕 합판 / 유약 점보 벽돌

바닥재 아카시아 집성목 / 노출 콘크리트

창호재 알루미늄 창호

난방형태 침실 내 전기 패널

식수공급 지하수

설계 및 시공

범호건축사사무소 031-223-2369

배치도

"건물은 사람이 거주하기 전까지 단순히 구조물에 머물죠. 사람이 시간을 함께 공유하면서 비로소 생명력을 얻습니다. 화려하지만 텅 빈 쇼핑 타워보다 한 사람의 손때가 묻은 시골집이 더 아름답고 생명력 있어 보이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사람의 손길이 사라지면, 건물은 서서히 시들어갑니다.”


집도 자연의 일부로서 생명력 있는 독립 주체로 존재할 수는 없는가에 대한 고민에서 이 집의 계획은 시작됐다고 한다.

바람이 거센 언덕에 삼각형 집은 뿌리를 깊게 밖은 듯 단단하게 고정돼 있다. 3면의 통창은 전망대처럼 주변 경관을 감상하게 한다.
집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오브제’

세포엔 핵이 있다. 이러한 핵을 중심으로 모든 생명체가 구성된다.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은 건축물이 되기 위해선 건축물에도 세포와 같은 핵이 필요하다. 이 핵은 자연계의 오브제를 통해 완성된다. 오브제는 돌이든 나무든 중요하지 않다. 건축물과 오브제와의 조화가 핵심이다. 이 집은 은행나무를 집 안으로 끌어들여 전체 균형을 이뤘다. 이것이 중정(中庭)이다.


집은 자연과의 조화를 담아냈지만, 형태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건축문화에 반하듯 비효율적인 삼각형으로 지었다.

불가마에서 구워낸 유약 벽돌을 건축주가 직접 쌓았다. 벽돌은 각각 독립적이지만, 중정을 감싼 단일 오브제가 됐다.
현관 옆에 위치한 응접실

“집 안의 구조와 기능, 균형의 미를 고려해 중정을 원형으로 계획했어요. 중정 주변으로 주방과 응접실 거실을 배치하니 육각형과 유사한 형태가 되었고, 이를 품은 정삼각형의 구조로 완성하게 됐습니다.”


세 면을 흑색의 금속 패널로 두른 집은 멀리서 보면 슈트를 입은 것처럼 단정해 보인다. 1층은 통유리로 감싸 밤이면 저녁노을이 전원 풍경과 겹쳐 실내를 비추고, 해진 뒤 멀리서 보면 거대한 조명을 설치해놓은 것만 같다.  

2층의 빈 선반은 향후 사다리를 설치해 책꽂이로 이용할 계획이다. 1층 정면 거실에서 내다본 풍경.
주방. 주방가구는 데스크 형태로 각 거실까지 연장된다. 외부와 최대한 열린 구조를 생각해 상부에 가구를 설치하지 않았다.
한 지붕 다채로운 성격

집은 자재 특성에 따라 공간의 성격이 변화한다. 같은 형태의 공간이라도 자재 조합에 따라 다양한 느낌으로 연출이 가능하다. 철근 콘크리트와 철골, 목재의 조합으로 완성한 집은 보는 각도와 위치에 따라 몸과 눈으로 전해지는 느낌이 다르다. 

내부 구조만큼 마당 구조도 특이하다. 전면 마당은 대지에서 한층 높이만큼 낮아 하늘만 보인다. 이 때문에 전면 거실이 더욱 독립적으로 느끼도록 공간을 한정시킨다. 뒷마당은 외부에서 건물로 진입하는 연결 공간임과 동시에 경계이다. 담이나 울타리와 같은 인위적인 경계를 배제하고 외부 풍경이 마당과 세 벽면으로 연결돼 흐르도록 했다. 이는 건물 전체가 전원 위에 떠있듯이 보이게 한다.

정오가 되면 침실 중앙에 햇빛을 가득 채우는 천창. 블라인드로 채광을 조절한다.

안팎의 경계가 모호한 집은 외부·중외부(1층)·중내부(2층)·내부(2층 침실)로 구성된다. 경계가 느슨하다. 먼저 외부 동선을 따라 주차장을 지나 뒷마당으로 가면 유리 현관문이 나타난다. 현관에 들어서면 중외부에 속하는 응접실과 주방이 보이고, 전면 거실과 이어진다. 응접실에 설치한 계단을 오르면 중내부인 2층 욕실이 나타난다. 욕실 옆 복도를 지나면 비로써 완벽한 내부로 분류되는 침실에 들어선다. 가장 은밀하고 조용한 공간에 침실을 마련했다.

복도 수납장을 따라가면 유광 타일이 깔린 침실이 나온다. 거실 카펫으로 벽과 바닥을 마감하고 매트리스를 설치했다.
사용 편의를 위해 샤워실, 화장실, 세면대로 나눴다. 적외선 난방 조명기를 설치해 따뜻하도록 계획했다.
철저하게 라이프 스타일 고려

1층과 2층은 한 건물이지만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다. 1층은 미닫이 통유리 창호가 세 면을 차지한다. 창호를 열면 외부, 닫으면 내부가 되는 구조다. 적극적인 소통이 가능하고 채광과 환기가 자유롭다. 반면, 2층은 모두 닫혀있다. 중정과 천창을 통해 하늘만 열려있다. 천창은 블라인드를 열고 닫아 낮엔 채광을 조절하고, 밤엔 쏟아지는 별빛을 감상하게 한다.


단독주택은 풍성한 삶과 여유를 얻지만 단점도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공동주택보다 단열 효율이 떨어지는 점이다. 단독주택의 단열 효율을 공동주택만큼 높이려면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 단지 초기 비용의 상승이다. 김제균 씨는 이 집을 계획하면서 단열에 대한 관념을 새롭게 세웠다. 1층을 중외부로 정의하고 단열시공을 과감하게 생략했다. 실내로 정의한 침실에만 냉·난방을 설치했다.


사용 용도 때문에 욕실엔 적외선 난방기를 추가로 설치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전체 시공비를 대폭 줄었다. 그럼에도 부족함이 없다. 여름철엔 중정과 1층 창호를 개방하면 건물 전체에 시원한 바람이 통하고, 겨울엔 침실과 벽난로가 있는 응접실을 이용하면 그만이다.

삼각형 집은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면을 보여준다.

집을 지을 때 우리는 안락함과 편리함, 쾌적함을 추구한다. 가장 적게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 공간도 계획한다. 그런데 수많은 집을 설계한 그가 이것을 모를 일 없다. 그는 다소 불편함을 감내하더라도 몸과 마음으로 자연을 느끼고 순응하는 집을 바랐을 뿐이라고 말한다.


“짧은 시간에 건축을 이해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음미하듯 공감과 이해를 토대로 천천히 음미해야 그 참맛을 알 수 있겠지요.”

멀리서 보면 중앙에 심은 은행나무가 지붕 위로 솟아 화분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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