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5명 해고 위기에 엄마들이 나선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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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주부 A씨가 이달 초 아파트 단지 게시판에서 본 안내문입니다. 언제 붙었는지도 모를 A4용지에 ‘10월 회의 결과’라고 적혀있었지요. 작성자는 각 동대표 6명으로 구성된 입주자 대표회의. 이렇다 할 공지도 없이 스리슬쩍 붙어있는 안내문 탓에 A씨는 황당했다고 합니다.
A씨에 따르면 이 아파트에는 875세대가 살고 있습니다. 경비원은 총 15명입니다. A씨가 계산해봤더니 인건비가 오르더라도 각 세대의 부담액은 1000원 안팎이었다고 합니다. 대표회의 측은 ‘첨단 CCTV'와 ‘무인택배함’도 설치 예정이기 때문에 경비 인원이 더 적어도 된다고 했지만, 이 역시 한 가장의 실직 이유로는 충분치 않아 보였습니다.
상황을 보니 감축 결정을 모르는 입주민도 많은 듯했습니다. A씨와 주부 7명은 이를 알리고, 감축을 막기로 했습니다. 이들은 한 동대표를 찾아가 주민 찬반 투표로 다시 결정하자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단지 8명의 의견 때문에 전체 투표가 열리는 것은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더 많은 주민의 동의가 필요하다고요. A씨는 아파트 관리 규약에 나와 있는 대로 입주민 20명 이상의 서명을 받고, 관련 서류를 준비해 ‘경비원 감축에 관한 주민투표 제안’을 제출했습니다.
안내문도 만들어 아파트 곳곳에 붙였습니다. A씨 외 7명이 쓴 문서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결국 주민 찬반투표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입주자 대표회의가 지난 22일 다시 열렸습니다. 이날 회의를 참관한 주민이 20여명 가까이 됐다고 합니다. A씨는 이 안건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높은 것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동대표 과반이 주민 찬반투표 진행에 동의했습니다. 12월 중으로 경비인력 감축에 대한 투표가 열릴 예정입니다. A씨 아파트는 용역업체를 통해 경비원을 고용하고 있는데요, 내년 4월 말에 계약이 만료된다고 합니다. 찬반투표의 결과가 경비원 5명의 일자리를 결정짓겠지요.
A씨는 26일 취재대행소 왱과의 통화에서 말했습니다.
갑작스러운 해고 위기에 허탈해하던 경비원들은 주민들이 나서자 거듭 고마워했다고 합니다.
두 아이의 엄마인 A씨는 통화 내내 “별로 대단한 일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분명 쉬운 일이 아닌데, 쑥스럽게 웃으며 그저 이렇게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