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기후변화에 스마트하게 대응하라!

조회수 2018. 3. 22. 18: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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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은 세계기상의 날이다. 최근 이상기온, 미세먼지 등 기상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세계기상의 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기상은 우리 생활 전반에 영향을 준다. 군도 예외일 수 없다. 반기성(전 공군기상단장) 케이워더 예보센터장이 기후변화가 우리 군에 미치는 영향과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했다.

출처: 연합뉴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렸던 세계경제포럼(WEF)의 로고.

"앞으로 10년 동안 전 세계 경제에 가장 큰 리스크를 가져올 것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입니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렸던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된 내용이다. 세계를 이끄는 정치·경제인들이 발표한 경제 리스크에 1위로 ‘극단적인 기상이변’이 뽑혔고, 2위가 ‘기후변화’였으며 5위가 ‘기후변화 대응에 실패하는 것’이었다. 5위안에 무려 3개가 들어갈 정도로 이젠 기후변화는 전 세계인들의 공통적인 관심과 우려의 화두가 됐다.

출처: 연합뉴스
지난해 발생한 캘리포니아 산불. 기록적인 폭염이 주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런 기후변화는 먼저 기온 상승을 부른다. 2008년 38℃의 폭염이 유럽을 강타했을 때 무려 7만 5,000명이 사망했다. 2011년 러시아에서도 5만여 명이 폭염으로 숨졌다. 2016년에도 폭염으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당했다. 기후학자들은 비슷한 비극이 더 자주,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출처: 연합뉴스
유럽에 폭염이 지속된 지난해 여름, 이탈리아를 찾은 관광객들이 물을 마시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기온상승은 군 운용에도 영향을 준다. 세계전쟁사에서도 폭염이 전쟁의 승패를 가른 일이 적지 않았다. 미국이 2003년에 이라크를 공격했을 때 가장 크게 고려했던 것이 중동의 폭염이었을 정도다. 6·25전쟁에서도 폭염으로 미군과 한국군의 피해가 예상보다 컸었다. 

출처: 국방일보 DB
이라크전 당시 바그다드 시내를 정찰하는 미군들. 미국은 2003년 이라크를 공격할 때 중동의 폭염을 가장 크게 고려했다.

기온상승은 전·평시 군 작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당장 기온상승은 장병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폭염과 열대야의 빈번한 발생은 열사병 등 온열질환자의 발생을 증가키고 무위전력 손실을 가져올 것이다.


또 기온상승은 각종 무기류나 수송장비, 보급식량에 악영향을 준다. 국방부가 생활관에 냉방기기를 설치하기로 한 것이나 무기체계에서 날씨 요소를 고려하기로 한 것은 정말로 잘한 일이다.

출처: 국방일보 DB
육군26사단 장병들이 막사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성된 덩굴 옆을 지나고 있다.

기온이 상승하면 빙하도 많이 녹는다. 미국 극지과학센터는 2017년 6월 빙하 최대 체적이 빙하 관측 사상 가장 적었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해 해안지역이 침수될 위험이 커지는데 이런 직접적인 피해에 앞서 간접적인 피해가 먼저 발생한다. 


파도가 높아지고 해일이 강해지는 것이다. 쓰나미나 폭풍해일, 태풍, 홍수에 무척 취약해진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는 해군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함정 기항지의 해수면 상승, 해안 주둔부대의 침식,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높은 파도와 해일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출처: 연합뉴스
녹아내리는 빙하.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해 전세계적인 피해가 발생한다.

전염병 발생도 기온상승이 가져올 무서운 변화다. 온난화로 특유의 번식환경이 조성되면 바이러스 변종이 생길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는 평균 기온이 1℃ 올라갈 때마다 전염병이 4.7% 늘어난다고 경고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메르스 바이러스와 듣도 보도 못했던 야생(살인) 진드기가 전국을 공포에 빠뜨렸다. 


기후변화로 만들어지는 변종 바이러스는 치료약도, 백신도 없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 토착화되는 쓰쓰가무시병이나 유행성출혈열, 살인진드기 등에 의한 병사들의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기후변화 시대에 장병들의 무위전력 손실이 없도록 철저한 해충방제 및 면역력 증강에 힘써야 한다.  

출처: 연합뉴스
전국을 공포에 빠뜨린 메르스 추가 발생에 대비해 음압 병상을 이용한 환자 이송 과정을 훈련하는 모습.

그렇다면 기후변화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유엔의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IPCC)는 해결 방안으로 AI, 빅데이터 및 IoT 기술을 제시했다. 4차 산업혁명만이 기후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조언을 참고해 우리 군도 적극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 중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할 분야가 군 기상 분야의 발전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상관측이나 예측능력이 향상돼야 하기 때문이다.

출처: 국방일보 DB
공군기상단 간부가 슈퍼엘리뇨에 대비해 선제적 대응훈련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군 특성상 기상분야에 대한 투자는 후순위에 머물다 보니 당장 군의 작전이나 훈련, 병사들의 복지, 전쟁 시 기후나 날씨 영향 등에 대한 연구가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군 기상부대에서 30년간 복무했던 필자는 극한기상에 대한 예측기술의 발전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극한기상일수록 예측이 정확해지면 피해는 크게 줄어들고 전쟁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국방일보 DB
공군19전투비행단 장병들이 온열손상예방교육을 받고 있다.

최근 민간기상분야에서는 극한기상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연구의 근간에는 빅데이터나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등이 밑받침되고 있다. 


군 기상부대도 민간기상의 극한기상 연구에 관한 공동연구에 참여해야만 한다. 또한, IoT를 이용한 다양하고 많은 기상관측자료를 확보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군용 차량·항공기·함정·무인기·드론 등을 활용한다면 지금보다는 획기적인 관측자료의 확보가 가능하다.

출처: 국방일보 DB
한국형 육군 무인기 송골매. 무인기를 활용하면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많은 기상 관측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하는 기상예측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확한 예보가 만들어지면 훈련이나 작전, 전쟁 시 전장상황에 대한 영향력 분석이 필요하다.


위험기상(폭염·한파·태풍·집중호우·폭설 등)이 군 작전에 미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AI와 빅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한다. 산출된 분석 정보들을 정확하고 빠르게 작전사령부에 전달하는 IoT와 표시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가야만 할 것이다. 

출처: 국방일보 DB
육군5사단 장병들이 드론을 이용해 통합상황조치 훈련을 하고 있다. 드론을 활용하면 지금보다 많은 기상 관측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2018년 세계기상기구가 발표한 2018년 주제는 ‘날씨에 대한 준비, 스마트한 기후대응(weather-ready, climate-smart)’이다. 


군 기상도 이 주제처럼 날씨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스마트한 기후대응 능력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평시에는 군 작전이나 부대, 병사운영에 활용하고 전시에는 승리를 담보하는 최상의 정보제공이 가능하도록 말이다. 


반기성 케이워더 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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