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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의 숨은 조력자들

조회수 2018. 2. 9. 14: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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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림픽이 시작되면 많은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겠지만, 사실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서는 경기장 밖에서 훨씬 많은 이들이 땀 흘려야 한다. 


그중에서도 자원봉사자처럼 대가를 바라지 않으면서 누구보다 힘든 일을,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하며 올림픽 성공을 뒷받침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힘든 걸 묵묵히 해내는 이들은 바로 군 장병들. 


군복 입은 사람을 볼 수 없으니 "평창올림픽에 군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다른 자원봉사들 사이에 스며들어, 때로는 경기장 주변 산속에서 안전하고 성공적인 평창올림픽을 뒷받침하는 이들의 활약을 소개한다. 

평창의 겨울은 몹시 추웠다. 한파경보가 내려진 상태라 각오는 단단히 했지만, 차가운 공기와 쉴새 없이 부는 바람 때문에 드러난 얼굴은 쓰라리고 모자를 쓰지 않은 머리는 깨질 듯 욱신거렸다. 


그런 한파 속에서 평창올림픽플라자 출입구를 지키며 경광봉을 들고 차량 출입을 통제하는 인력들이 보였다. 자원봉사자 복장이었지만, 절도 있는 동작으로 차량을 통제하는 모습을 보니 군인이라는 ‘느낌적인 느낌’이 왔다. 


"현역 군인이냐?"고 묻자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평창올림픽 개막 80여 일 전부터 현장에 투입돼 패럴림픽 기간까지 자산보호 임무를 수행하게 될 육군11사단 병력이었다. 

출처: 고문정 PD
육군11사단 현무대대 장병들이 평창올림픽플라자 출입구에서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을 지원하는 우리 군 장병은 총 9,000여 명에 이른다. 관객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문화행사 지원이나 성화봉송 지원 등 눈에 띄는 임무도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 사실 훨씬 많은 장병이 주목받지 못해도 안전하고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궂은일을 마다치 않고 있다. 

출처: 국방일보 DB
대대적인 언론의 조명을 받았던 문무대왕함의 성황봉송 지원. 하지만 군의 올림픽 지원은 대부분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이뤄진다.

11사단 장병들이 대표적인 경우. 이들이 수행하는 ‘자산보호’란 올림픽 개막 전 경기장 시설물을 보호하고 인원·차량을 통제하는 임무를 말한다. 이들에게 가장 큰 적은 추위. 


조직위원회가 제공하는 스키점퍼와 바지, 패딩 부츠, 장갑에 비니와 넥워머까지 걸치고 바람과 햇빛을 막기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하지만, 옷을 파고드는 한기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거기다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한층 까다로워진 출입 통제에 불만을 나타내는 이들을 응대하는 일도 쉽지만은 않다.


11사단 현무대대 1중대장 이익현 대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운 곳 중 하나인 평창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3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는 세계적인 축제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는데 조금이나마 이바지한다는 생각으로 패럴림픽이 종료되는 날까지 임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고문정 PD
육군36사단 기동대대 장병이 올림픽 자원봉사자에게 유니폼을 배부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경기장 내 교통관리와 질서유지에 투입되는 장병이 1,000여 명을 넘는다. 주요 구역 통제에 나서는 인원도 6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36사단과 23사단 병력으로 추위 속에서도 장시간 자리를 지키며 올림픽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각 종목의 시상식에 필요한 시상대와 카펫 등을 설치하는 물자설치 요원과 경기장 시설 관리 전반을 맡은 시설지원 요원도 화려하지는 않지만,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꼭 필요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쏟아져 들어오는 참여 인원들에게 유니폼 등을 나눠주느라 잠깐 앉을 새도 없는 유니폼 배부처에도 군 병력은 활동하고 있다. 

출처: 고문정 PD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하고 있는 육군36사단 기동대대 장병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100여 명의 병력이 투입되는 도핑 시료 운송차량에 대한 운전지원의 경우 단순해 보이지만, 사소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예민한 임무다. 


시료가 바뀌거나 오염되는 등 문제가 생기면 선수들의 메달 색깔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이 시작되면 지원 장병들은 도핑검사 시료에 대한 24시간 상시 수송체계를 유지하고 서울 소재 시료 분석 기관으로 하루 네 번씩 보안수송을 시행하게 된다. 

출처: 국방일보 한재호 기자
안전한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방공 및 대테러 작전을 수행하는 공군 장병들.

조금 관심을 가지면 발견할 수 있는 이들 장병과 달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는 장병도 있다. 안전이 보장된 올림픽을 위해 활기로 가득한 경기장을 볼 수도 없는 외곽 산속 등지에서 묵묵히 경계 임무를 수행하는 이들이다. 

출처: 국방일보 한재호 기자
육군3군단 특공연대 장병들이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 인근 산악지역에서 다기능관측경을 활용해 감시작전을 펼치고 있다.

그렇다면 군 장병들은 왜 올림픽 개최를 지원하는 것일까? 국민이 재난을 당할 때마다 군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듯이 국가적인 행사의 안전하고 성공적인 개최에 힘을 보태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 


우리 군은 1988 서울올림픽부터 2002 부산아시안게임, 2012 여수세계박람회까지 국가적인 행사 때마다 병력을 지원해 국격을 높이는 데 이바지해왔다. 

출처: 국방일보 한재호 기자
평창 인근 산지에서 해병대 수색부대 장병들이 경계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들 역시 관람객들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한다.

혹시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 짧은 머리의 장병들을 본다면, 따뜻한 격려의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은 어떨까? 누구보다 순수한 마음으로 국가적 행사를 지원하는 이들에게 그것만큼 작지만 마음 뿌듯한 보상은 없을 테니 말이다.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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