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 5%만 누리는 영예 연습·의지가 성패 가른다

조회수 2018. 1. 2. 15: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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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최정예 전투원' 도전기

육군은 전투력의 근간이 되는 하사 이상 간부들을 정예화하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최정예 전투원’을 선발하고 있다. 최정예 전투원 제도는 창끝 전투력 발휘의 핵심인 초급간부들을 ‘자신감 있는 전투 지휘자’와 ‘교육훈련의 전문가’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 부대의 전투력을 향상하고 나아가 국민에게 신뢰받는 군대로 거듭나기 위한 평가제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육군은 최정예 전투원에게 진급·장기복무·모범장병 등의 선발에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교관·훈육관·훈련부사관 등을 선발할 때도 이들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인사에 반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초급 간부들은 최정예 전투원이 되는 것을 군 생활의 미래를 보장받는 것이나 다름없게 느낀다. 


하지만 육군 최고난도의 전투 전문가 선발 제도답게 최정예 전투원이 되는 간부는 지원자의 5% 정도다. 지난 3년간 총 1085명이 지원해 55명만이 합격했다. 이렇게 소수의 인원만이 합격할 수 있는 이유는 2주간 진행되는 18개의 평가 과제에서 단 하나라도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 즉시 불합격 처리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최정예 전투원이 된 이들은 “전투적 기질과 능력을 스스로 평가하고 향상하기 가장 좋은 과정”이라며 “군인으로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국방일보는 2018년 새해를 맞아 훌륭한 교육훈련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부대 전투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인재임을 증명하는 최정예 전투원이 되는 길을 따라가 봤다.

출처: 양동욱 국방일보 기자
20km 행군.

1. 20km 행군·사격


“헉!”

20㎏의 무게가 고스란히 어깨 위에 얹히자 단말마 같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래도 한번 경험하기로 한 이상 이대로 물러설 순 없었다. 매일 20㎞ 이상 걷기 운동을 3년 가까이 해 온 터라 ‘행군’에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 자신감은 출발하면서 허망하게 무너져내렸다. 


목표는 육군부사관학교 외곽 순환도로 2.2㎞를 18분 안에 돌아오는 것. 평균 시속 6.6㎞ 정도였다. 20㎞를 3시간 이내에 주파해야 하는 육군의 최정예 전투원 합격 기준을 2.2㎞에 맞춰 줄인 것이었다. 


물론 20㎞를 행군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겠지만, 최정예 전투원이 되려면 어느 정도 속도로 행군해야 하는지는 가늠해 볼 수는 있었다. 지난해 최정예 전투원이 된 육군부사관학교 교관 장원룡 상사(진)가 평가관으로 따라붙었다.

행군 시작 후 묵직하게 몇 걸음을 걸어나가면서 평소 한강 산책로를 걷는 것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출처: 양동욱 국방일보 기자
20km 행군.

순간 장 상사(진)가 “이렇게 가면 탈락입니다. 뛰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처음 3~4분은 그래도 힘을 내서 달렸다. 하지만 오르막길을 만나고 나서는 그 의지가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언덕마루쯤에 다다르자 의지가 더는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게 걷기와 뛰기를 번갈아 하면서 장 상사(진)로부터 급속행군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전시 제한된 시간 내에 전투 물자를 휴대하고 장거리를 이동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고, 이동 후 극한 상황에서 사격으로 적을 제압하는 능력도 최정예 전투원으로서 반드시 구비해야 하는 능력”이라며 이 과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또 그는 “20㎞를 3시간 이내에 완주 한 후 곧바로 개인화기 사격을 해서 소총은 200m 표적에, 권총은 25m 표적에 5발씩을 쏴서 1발 이상을 명중시켜야 합격의 영예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급속행군은 반드시 한 번 이상의 연습이 필요하고, 행군 준비에 대한 것을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며 “군장의 균형과 무게를 맞추고 평소 쥐가 많이 나는 사람의 경우 근육 테이핑, 에너지 젤, 수지침 등을 챙기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출처: 양동욱 국방일보 기자
20km 행군.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어느새 2.2㎞의 도착지점이 눈앞에 들어왔고 이를 악물고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달렸다.

최종기록은 20분. 숨은 목까지 차올랐고 야전상의 안쪽 전투복은 물에 빠진 듯 온통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목표보다 2분이나 늦었다. 단순 계산으로도 20㎞를 완주했다면 20분이나 늦은 것이었다. 게다가 바로 이어진 사격은 가쁜 숨 때문에 조준하기조차 힘들었다.


장 상사(진)는 “1~2분 차이로 탈락하는 사람도 많고 잘 들어와서 사격을 못 해 탈락하는 사람도 있다”며 “지구력을 가진 하체 근육을 완성하는 것과 도착점에 도달하기 전에 사격을 위해 숨을 고르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육군 통제로 부사관학교에서 진행되는 최정예 전투원 평가는 이 같은 20㎞ 행군 및 사격을 포함해 2주간 진행된다. 1주차에는 체력측정과 개인 전투사격(3회)이, 2주차에는 독도법, 편제화기·장비, 개인전투기술, 전투지휘, 20㎞ 행군 및 사격이 진행된다. 

출처: 양동욱 국방일보 기자
체력측정.

2. 체력 측정 


체력측정 평가는 육군 체력검정 기준을 적용한다. 평가는 신체 리듬이 활성화되기 전인 새벽 4시쯤 진행된다. 극한 상황을 부여하는 것이다.  


여기서 1개 종목이라도 특급 수준에 미달하면 불합격이 된다. 지난해 체력측정 합격률은 38.6%. 가장 많은 도전자가 탈락했다. 엄격한 심사 탓이다. 특히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에서 많은 도전자가 시간 내 정확한 자세로, 정해진 숫자를 채우지 못해 불합격했다. 

출처: 양동욱 국방일보 기자
체력측정.

지난해 평가에서는 대다수 도전자가 1분이 지나면서 자세가 흐트러져 ‘다리 벌어짐’ ‘엉덩이 들림’ 등의 부정확한 자세로 인해 불합격했다는 게 부사관학교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지난해 최정예 전투원이 된 2사단 김호연 중사는 “2~3개월간 매일 4시 반에 기상해 체력측정을 연습했다”고 말했고 2016년 합격자인 3사단 박정태 중위는 “자세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고 기준보다 더 힘든 목표를 세워 연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처: 양동욱 국방일보 기자
전투사격.

3. 전투사격 


자신의 화기를 이용하는 전투사격 평가는 소총의 경우 20발 사격으로 13개 표적 중 12개 이상 명중해야 합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전투사격의 합격률은 46.3%로 평가자 중 절반에 못 미치는 도전자만이 합격했다. 불합격 요인으로는 처음 접하는 사격장에 대한 부담감과 연습 부족에 따른 불안정한 자세가 꼽혔다. 


15사단 선종선 대위는 “가장 부족했던 전투사격 평가를 위해 매일 근육통이 생길 정도로 사격술 예비훈련(PRI)을 한 것이 합격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됐다”고, 7사단 유승엽 상사(진)는 “평상시 사격을 잘할 수 없는 서서쏴·쪼그려쏴나 점사·연사 등을 위주로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 독도법 


2주차 월요일에 진행되는 독도법 평가는 주·야간 방향 탐지 및 유지 능력을 위주로 2시간 내 4개 표적 중 3개 이상 식별해야 합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합격률은 80.2%로 높은 편이었다. 독도법 합격의 핵심은 지도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라는 게 합격자들의 말이다. 


30사단 장우인 상사는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출발 전 지도에 표적을 매우 정밀하게 정해야 하고 좌표를 기준으로 정확하게 0선을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미사일사령부 김동진 중사는 “4개의 문제 중 3개의 답이 정확하다고 확신한다면 시간 안에 복귀하기 위해 1개는 포기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처: 양동욱 국방일보 기자
개인전투기술(심폐소생술).

5. 편제화기·장비 개인전투기술, 전투지휘


전장에서 편제장비 및 물자를 조작하는 능력과 전투기술능력, 그리고 부하를 지휘하는 전투지휘능력은 최정예 전투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능력 중 하나다.


도전자들은 PZF-3, 60㎜ 박격포, 통신장비, 야간 감시장비 등의 장비를 이용한 기능 조작과 사격 명령, 응급처치 등 지휘자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시험받게 된다.


평가는 2주차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3일에 걸쳐 진행되며 지난해까지는 총 18개 과제에 대해 두 번의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해 이 과목의 합격률은 28.4%로 매우 낮았다. 교리에 맞지 않는 행동과 시간 초과, 장비에 대한 연습 부족 등이 불합격의 주요 원인이었다.

출처: 양동욱 국방일보 기자
전투지휘(수류탄 투척).

합격자들은 입을 모아 ‘반복 숙달’만이 답이라고 말했다.

특히 9사단 육진우 하사는 “과목별로 최소 백 번씩은 연습했다”며 “방독면을 9초 이내에 착용하는 것을 10번 연속 합격하지 못하면 잠을 자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2기갑여단 정중평 중사는 “야전교범, 기술교범을 활용해 점검표와 비교하고 점검표에 반영되지 않은 부분을 확인해 대비해야 한다”며 교리에 맞는 평가에 대비해 다양한 교범을 탐독할 것을 추천했다.


706특공연대 모광준 중사(진)는 “평소 연습할 때 시간제한을 두고 순서와 명칭에 누락 없이 연습하고, 교관이 없으면 병사에게라도 가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끊임없는 반복 숙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선발은?


올해 최정예 전투원 과정은 4월과 10월 등 총 2번이 예정돼 있다. 초급간부들은 부대별 지휘관의 승인을 받아 지원할 수 있다. 육군은 지원자가 많을 경우 기존 계획보다 2회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평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8개 과목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2주차에 진행되던 편제화기·장비, 개인 전투기술, 전투지휘 평가는 2번 불합격하면 최종 탈락시키던 것을 완화해 3번까지 늘릴 예정이다. 


또 전투사격 평가에서 연발사격 시 견착사격을 하도록 하는 것과 권총 사격 합격 기준을 명중(80%)에서 점수제(10발 사격 90점 이상)로 상향 조정하는 것, 평가 중 부대 훈육 지침을 강화하는 것, 과목별 교리와 관련 내용을 추가한 평가점검표를 배부하는 것 등을 추진하고 있다. 최종 선발 계획은 2월 중 부사관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할 예정이다. 


이재호(대령) 부사관학교 교육단장은 “얼마나 의지와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준비하느냐가 합격의 성패를 가른다”며 “누구라도 18개 과목을 꾸준하고 철저하게 준비한다면 명예로운 최정예 전투원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단장은 “꾸준한 연습과 교리 공부, 그리고 뜨거운 의지가 있다면 누구든 최정예 전투원이 될 수 있다”며 “2018년 많은 간부가 도전해 최정예 전투원의 주인공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석종 국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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