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포 한발에 숨겨진 물리학

조회수 2017. 9. 21. 15:22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무기의 물리학

#물리학으로 만든 전차포

각종 전차에 장착하는 포는 화력과 기동력 방호력의 3대 전술적 특성을 동시에 갖춘 주요 무장입니다. 우리 군의 주력 전차에 탑재되는 다양한 포들도 이런 전술적 특성을 완벽히 갖춘 무장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개발시점부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갔죠. 여기엔 기술과 비용만 집약된 것이 아닙니다. 학창시절 한 번쯤은 들었을 법한 각종 물리학의 법칙도 숨겨져 있습니다.

우선 전차에서 포가 발사하려면 탄을 장전하고 격발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선 옴의 법칙(Ohm’s law) 법칙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격발 후에는 탄이 포구를 떠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선 작용과 반작용 법칙, 포신이 발사 충격으로 뒤로 밀렸다 되돌아오는 주퇴복좌 운동에서는 운동량 보존의 법칙을 볼 수 있죠.

탄이 저 멀리 적을 향해 날아갈 때도 물리학은 함께 합니다. 탄을 쏠 때 생기는 열 전달에서 전도’ ‘대류’ ‘복사가 일어나죠. 아직 어려우신가요. 그렇다면 조금 더 자세히 전차포에 숨겨진 물리 법칙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림1] 탄두의 발사과정

#전차포는 어떻게 생겼나

전차포는 크게 포신과 주퇴복좌기로 구성됩니다. 여기에 포를 쏠 때 생기는 고온고압을 막는 폐쇄기와 이를 여는 폐쇄기 개방모터, 제어하는 제어기 등이 있죠. 포열 외부를 길게 감싸서 온도를 균일하게 유지해 포열의 변형을 최소화하는 차열관, 사격 후에 생기는 탄의 껍질(탄피)에서 사람과 각종 부품을 보호하는 탄피방출대 등이 있습니다. 글로 보면 조금 어렵지만, 아래 그림2를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네요.

포가 나가는 길이라고 볼 수 있는 포신은 그냥 원통으로만 이뤄져 있지는 않습니다. 포신 끝에 있는 포열은 매우 높은 사격압력을 지지하고, 탄두가 목표하는 지점까지 제대로 비행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제일 뒤에 있는 포미장치는 사격 때 생기는 충격을 지지하는 것은 물론 탄피 추출과 장전 시 폐쇄기를 개방하는 역할을 합니다. 기에 주퇴복좌기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림2] K2 주포조립체 주요 구성품

#옴의 법칙(Ohm’s law)

탄의 발사 단계별(탄 장전 격발 포탄발사 주퇴복좌)로 적용되는 물리법칙을 하나씩 찾아볼 차례입니다. 일단 포를 발사하려면 불을 붙여야 합니다. 탄을 약실부에 넣고 장전을 하고 사격통제장치에 의해 탄의 뇌관에 전류를 빠지직 흘리면 추진제에 불이 붙죠.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은 옴의 법칙입니다.

옴의 법칙은 도체의 두 지점 사이에 일정한 전위가 존재하면 도체의 저항(resistance)의 크기와 전류의 크기가 반비례하다는 법칙입니다.

[그림3] 옴의 법칙

이 법칙이 어떻게 작용하는 지가 직관적으로 와 닿지는 않죠? 일단 탄의 뇌관에는 필라멘트 금속선이 삽입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전류를 흐르게 해 고열과 빛을 발산하며 추진체에 불을 붙이는 건데요, 이 금속선은 일정한 용량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이 뇌관의 금속선에는 과전류나 저전류가 아니라 아주 일정한 전류가 흐르도록 사격통제장치에서 제어됩니다. 과전류가 흐르면 전차의 다른 구성품이 써야할 전류를 쓰는 것이니, 장비가 고장나거나 오작동이 생기게 되거든요. 이를 막기 위해 사격통제장치가 과전류다 싶으면 곧바로 차단시킵니다.

반대로 저전류가 흐르면 추진제가 제대로 점화가 되지 않습니다. 약불에서 물을 끓인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아요. 점화가 늦어진 만큼 움직이는 목표물을 제대로 맞출 수 없을 테고, 어쩌면 오작동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탄의 뇌관에 아주 적당~~한 전류가 흐르는 것은 필수입니다. 그래서 사격통제장치는 옴의 법칙을 이용해 적당한 전류를 내보냅니다.

#작용-반작용의 법칙

탄의 뇌관에 적당한 전류가 흘러 고온 고압의 가스가 발생하면 탄두(Projectile)는 포구 쪽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그 후 탄이 발사되는데 이 과정에서 복합적인 물리적 현상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탄이 포구를 떠날 때쯤이면 탄이 엄청난 추진력을 받고, 반대로 전차포에는 높은 반발력이 발생하게 됩니다. 바로 작용-반작용의 법칙인데요. 뉴턴 제3법칙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법칙은 모든 작용에는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반작용이 항상 존재한다는 내용입니다. 즉 두 물체가 서로에게 미치는 힘은 항상 크기가 같고 방향만 반대라는 것이죠.

여기서 작용에 해당하는 힘은 엄밀히 말해 운동량(momentum)에 해당하는 물리량을 말합니다. 물체의 질량과 속도의 곱으로 구할 수 있죠(들어보셨죠?). 뉴턴은 자신의 제2법칙에서 힘이란 운동량의 시간에 대한 변화라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림4를 보면 우리 생활 속에서 볼 수 있는 작용과 반작용의 예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림4] 작용 반작용의 예

#운동량 보존법칙

탄이 포구를 떠나기 직전에는 높은 사격 충격력을 완화하기 위해 주퇴복좌 운동이 시작되는데, 여기에서도 재미나는 물리 법칙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 있는 운동량 보존법칙(law of conservation of momentum)과 폴리트로픽 과정(polytropic process)이죠.

운동량 보존법칙은 닫힌 물리계에 작용하는 알짜 힘이 0이면, 그 물리계의 총 운동량은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고 일정하다라는 내용입니다. 설명이 꽤나 어려운데, 쉽게 말해 운동량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죠. 전차포를 보면 이렇습니다. 포신에서 발생한 높은 사격 충격량(X시간)은 주퇴복좌기의 운동량(주퇴 운동부 질량 X 속도)과 같다는 것이죠. 두 물체 사이에서 다른 힘이 작용하면 속도가 변해 운동량이 달라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두 물체 사이에 힘이 작용하기 전후 운동량의 총합은 항상 일정하게 보존됩니다.

(a) 주퇴 제동
(b) 포신 복좌

[그림5] 주퇴복좌 메커니즘

그림 5는 주퇴복좌 운동이 일어날 때 각 구성품의 거동을 설명한 그림입니다. (a)장전된 포탄의 발사와 동시에 주포가 사격압력에 의해 주퇴하고 주퇴기 조립체의 유압에 의해 사격 충격력이 흡수됩니다. 주퇴할 때 피스톤 돌출부의 앞쪽 공간은 주퇴기 저유기의 유압유로 보충되죠.

(b)는 포신복좌를 나타낸 것인데, 주퇴가 끝나는 시점에 압축된 질소가스가 팽창하면서 포신이 원위치로 복귀하게 됩니다. 이 때 복좌기에 충전된 질소가스의 거동에서는 기체의 상태가 변하기도 합니다.

#열전달법칙

마지막으로 탄이 포구쪽으로 이동할 때 고온고압의 추진제 가스에 의해 열전달 일어납니다. 열전달은 대류(convection), 전도(conduction), 복사(radiation) 형태의 열에너지의 이동현상을 의미합니다.

포강 내에서 고온고압의 추진제 가스는 포열 내벽에서 대류형태로 열을 전달하고, 포열 내벽에서 외벽으로 전도의 형태로 열을 전달합니다. 공기 중으로 열이 발산하게 되구요. 이 때 포열 외벽은 햇볕이나 바람 등에 의해 가열냉각을 반복합니다.

[그림6] 열에너지 이동방법

그림6은 열에너지의 이동 방법을 대류, 전도, 복사의 예로 좀 더 쉽게 설명한 것입니다. 대류는 유체가 부력에 의한 상하운동으로 열을 전달하는 것인데, 아랫부분이 가열되면 대류에 의해 유체 전체가 골고루 가열되는 상황을 말합니다. 장작불에 손을 가까이 댔을 때 같은 거리라도 장작불 위쪽이 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과 같죠. 이는 장작불 위쪽의 공기가 장작불로 인해 가열되고 팽창한 뒤 주변 공기보다 가벼워져 위로 올라와 손에 닿았기 때문입니다.

전도는 열에너지가 물질의 이동을 수반하지 않고 고온부에서 저온부로 연속적으로 전달되는 현상으로 주로 고체 내부에서 일어납니다. 예를 들면 뜨거운 온돌방에 앉아 있으면 엉덩이가 뜨거워지는 것처럼 물질의 직접적인 이동을 수반하지 않고 접촉하고 있는 두 물체의 온도차에 의해서 열에너지가 흐르는 방식이죠.

복사는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 집단이 열에 의해 들뜨게 되어, 그 결과 전자기파를 복사하는 현상입니다. 물체의 종류와 온도에 따라서 결정되는데 온도가 높을수록 커집니다. 태양과 지구 사이의 공간이 거의 진공인데도 불구하고 대량의 태양열이 지구의 지상까지 도달하는 것이 열이 복사선형태로 운반되기 때문인 것이죠. 밤이 되면서 물체가 점차 차가워지는 것도 태양에서 열 복사 대신 지상으로부터 하늘을 향해 열이 복사되기 때문입니다.

#물리학은 영원하리

전차포에 탄을 장전해 발사하기까지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물리학 원리를 살펴봤습니다. 아마도 이름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물릭학 법칙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차포 개발은 이러한 물리적 원리를 기반으로 기계·재료·전자·전기·화공학 등 수많은 기술을 접목했습니다. 아마도 기술은 점점 발전할 테고, 높은 성능과 신뢰도는 물론 인체공학적 형태의 전차포로 점점 더 발전할 겁니다. 분명한 것은 이런 발전 속에서도 전차포 개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물리학의 원리는 변함없을 것입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