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하우스의 원조 '구로 그린빌라'

조회수 2018. 5. 17.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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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전원주택】

그린빌라는 건립 초기부터 시대를 앞서간 편의시설을 갖춰 주민들에게 생활 속 여유와 자부심을 안겨줬다. 만약 이것으로 끝났다면 30여년 된 이 오래된 단지는 그냥 그런 단지로 전락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은 달랐다. 입주민을 중심으로 자치관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수목을 공동으로 관리하며 예쁘고 정감 넘치는 마을로 만들어갔기에, 서울의 그 어느 지역보다 살기 좋고 떠나기 싫은 곳으로 만들 수 있었다.


건축개요

위치 서울시 구로구 항동

사업승인 1983년 12월 31일

건축구조 조적조

대지면적 전체 55,738.00㎡(16,890.30평)

건축면적 전체 10,831.10㎡(3,282.15평)

연면적 전체 21,662.20㎡(6,564.30평)

  A동 214.50㎡(65.00평) - 41세대

  B동 165.00㎡(50.00평) - 43세대

  C동 108.90㎡(33.00평) - 53세대

부대시설 복지회관, 어머니회관, 팔각정(카페), 도서관, 35m 야외 수영장, 놀이터, 테니스코트(3면), 골프연습장

거래가격 7억~20억 원

사업주체 미륭물산

자치관리위원회 02-2685-3062

입구에 들어서면 수십년 된 수목들이 깔끔하게 정돈된 광경에 놀라게 된다. 입주민들은 이런 수목들을 공동 관리목과 개인 관리목으로 구분한 후 정성을 다해 가꿔나간다.
개인 관리목을 잘 가꾼 집이다. 초록 이끼를 모자 삼은 돌하루방, 수줍게 나무에 기댄 여인, 새를 기다리는 둥지 등 자세히 살펴보면 숨은 이야기가 깃든 정원이다.
오래된 단지가 주는 편안함

1983년 그린빌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 이 타운하우스는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이제 막 국민들이 먹고살 만한 시기에 단지 내에 야외 수영장과 골프연습장, 테니스코트, 농장, 헬스장이 갖춰져 있으니 서민들은 보고도 믿지 못할 곳이었으리라 여겨진다.


이에 국민 위화감을 우려한 정부가 이곳에 대한 언론 공개를 막으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선 사라져 갔다. 그러는 사이 그린빌라가 소유했던 농장은 서울시가 매입해 푸른 수목원으로 전환했고, 골프연습장은 흉물로 보인다는 구청의 요청에 따라 그물을 걷어놓은 상태다. 입주민들에게 이 두 공간은 내다놓은 자식과 같은 존재다. 

3면을 갖춘 그린빌라 테니스코트
겨울철에는 수영장의 물을 빼놓지만, 여름철만 되면 물을 가득 채워 입주민이 이용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여름방학에 따로 피서갈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마냥 아쉬움만 남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테니스코트와 야외 수영장이 주민들의 생활 편의와 즐거움에 크게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3면을 갖춘 테니스코트는 테니스동호회가 지금까지 꾸준히 잘 사용하고 있다. 길이가 35m나 되는 야외 수영장은 여름철 입주민의 피서 아이템으로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여름철에 안전요원의 지도하에 입주민 자녀들이 저녁 8시까지 마음껏 수영을 즐기기도 한다.


입주민인 문이지 씨는 “여름방학만 되면 아이들이 이곳에서 수영을 즐기니까 따로 피서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자녀들이 아침에 잠깐 수영하고 집에 와선 점심만 먹고 땀이 난다며 서둘러 수영장으로 돌아가곤 한다며 수영장의 존재에 대해 새삼 고마워했다. 재밌는 사실은 저녁 8시에 수영장이 공식적으로 폐장해 자녀들이 집으로 들어가면, 저녁 8시부터 9시까지 이곳을 주부들이 비공식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문 씨는 “전 세대를 아우르면서도 집에서도 가까워 안전한 피서 공간을 서울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겠냐”며 이곳 주민임을 뿌듯해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이곳을 떠나게 될 일이 생길까 봐 걱정이라며 단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33년 된 건물이지만 실내는 집주인의 취향에 따라 리모델링한 경우가 많아 세련돼 보인다. 단지 내 모든 건물은 스킵플로어 형식으로 구성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거실 뒷편으로는 숨겨진 뒷마당이 나온다. 이곳의 거의 모든 집들에는 이렇게 뒷마당이 있어서 수치상 면적보다 실사용 면적이 넓다.
이곳 안주인은 “주방에서 보는 뷰가 사계절의 변화를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며 가장 좋아하는 장소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곳의 진짜 매력을 ‘오래된 단지가 주는 편안함’으로 꼽았다. “단지 내에는 수십 년 된 나무가 자라고 있어 집 안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계절의 변화가 눈앞에서 펼쳐져 아파트에서 살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즐거움이 샘솟는다”고 말했다. 단지 자체가 낮은 구릉지에 있으며 앞쪽에는 푸른 수목원이 있어 신선한 공기를 항상 공급받는 ‘특혜’도 있다.


교통 입지 또한 최상의 조건을 갖췄다. 걸어서 10분만 가면 수도권 전철 1호선과 7호선이 만나는 온수역이 있으며, 외곽순환도로도 차로 5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다. 교육시설은 세종과학고를 비롯해 초·중·고등학교가 가까운 거리에 있으며, 목동에서 학원 셔틀버스가 오기 때문에 자녀 교육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 내년 2월에는 항동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서고 2018년 오픈 예정인 부천 옥길지구 이마트타운도 2.5km 거리에 있다.

이 놀이터에서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촬영했다. 지금은 법규에 맞지 않는 일부 놀이기구를 철거한 상태다.
마을 사랑이 묻어나는 주민 참여 활동

그린빌라는 자치관리위원회가 그 어느 주택 단지보다 왕성히 활동한다. 그도 그럴 것이 3여년간 이곳의 터줏대감으로 살아온 이들과 새로 입주한 이들 사이에 종종 오해가 발생해 이를 조율할 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안형창 조경이사는 “이곳의 조경 철학이 되도록 자연의 상태를 유지하며 그 안에서 자연 친화적인 멋을 담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새로 입주한 이들이 답답하다며 집 앞 나무를 이웃과 상의도 없이 잘라버리는 경우가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럴 때 자치관리위원회가 나서서 단지 내의 정책을 설명하고 이견을 조율하는 일을 한다. 안 이사는 공동 관리목과 제외목을 구분하는 일과 마을의 경관을 정립하는 일을 하며 마을을 예쁘게 꾸미는 데 일조하고 있다. 

자치관리위원회 안형창 조경이사는 건물이 오래되다 보니 때로는 정돈되지 않은 부분도 생긴다며 입주민을 위한 매뉴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이사는 자신의 집 실외기를 원목으로 만든 갤러리 펜스로 덮어 깔끔하게 마감했다.

자치관리위원회는 주민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일도 꾸준히 추진한다. 민경문 회장은 “목련이 지천에서 피는 봄이 되면 주민들이 함께 모여 목련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 행사에는 지역구 인사와 유지도 초대해 지역민과 함께하는 뜻깊은 시간으로 채워나간다.


이곳 주부들은 자체적으로 단지 내 도서관을 운영하기도 하고, 공동 잔디의 잡초제거 봉사도 한다. 그 외에도 간헐적으로 스포츠댄스, 단전호흡 모임도 가지며 친목을 다진다. 

그린빌라 관리사무소

이곳에 온 지 8년이 된 김철회 관리소장은 조경기능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8년 전에는 식물이라고 하면 풀과 나무밖에 구분하지 못했지만, 이곳에 오고 나니 입주민들의 나무 사랑을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조경에 대한 애착이 생겼다고 했다. 그만큼 주민들의 순수한 마을 사랑이 김 소장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 게 아닐까 싶다. 민경문 회장은 “앞으로도 한번 들어오면 나가기 싫을 정도로 살기 좋은 단지를 유지하기 위해 입주민과 함께 마을을 정성스럽게 가꿔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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