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단독주택】 한옥 3.0 - 2016 올해의 건축물 본상 수상작

조회수 2018. 2. 9.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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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대한건축사협회가 올해의 건축물을 선정했다. 이중 본상을 받은 ‘한옥 3.0’ 주택은 그 이름부터 궁금증을 자아내며 주목을 받고 있다. 누가 봐도 모던한 콘크리트주택의 이름을 왜 그렇게 지었을까? 설계를 맡은 유현준 건축가를 만나 그 이유를 들어봤다. 약간의 팁을 주자면 ‘공간’이 힌트다.


김수진

사진제공 유현준 건축사사무소

HOUSE NOTE

DATA

위치 대전 유성구 하기동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

용도 제1종일반주거지역

대지면적 303.90㎡(92.09평)

건축면적 162.46㎡(49.23평)

연면적 316.75㎡(95.98평)

          지하 49.23㎡(14.91평)

          1층 146.46㎡(44.38평)

          2층 121.06㎡(36.68평)

          다락 32.40㎡(9.81평)

건폐율 53.46%

용적률 88.03%

설계기간 2014년 7월 ~ 2015년 2월

공사기간 2015년 3월 ~ 2015년 10월

공사비용 6억 원(3.3㎡ 당 620만 원)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징크

             외벽 - 드라이비트(외장단열 시스템)

내부마감재 친환경 수성 페인트

단열재 지붕, 내·외단열 - 비드법 보온판 2종 1호


설계 유현준 건축사사무소

02-548-8508 www.hyunjoonyoo.com

시공 건축주 직영

about 한옥 3.0

대전 유성구 하기동 주택가에 놓여진 ‘한옥 3,0’ 주택의 첫인상은 깔끔함과 모던함 그 자체다. 도로보다 높은 레벨 위에 ㄱ자의 건물과 가운데 마당이 있는, 가족이 함께하는 데 불편함 없어 보이는 현대식 주택이다. 눈을 씻고 아무리 바라봐도 기와나 대청마루 같은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알고 보면 한옥보다 더 한옥 같은 요소가 곳곳에 숨어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이 주택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2층 발코니가 자연스럽게 1층 출입문을 내밀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넓고 시원한 창이 마당으로 나 있어 마당에 시선이 모일 수 있도록 했다.
왜 한옥 3.0인가요?

유현준 건축가 먼저 한옥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겠습니다. 과거 선조들은 당시로써 구사할 수 있는 기술을 활용해 한옥을 지었습니다. 달구지로 나무를 옮기고 인부들이 그 목재를 세워 올릴 수 있는 크기가, 한옥에서의 한 칸 사이즈가 됐어요. 또 비가 많이 내리는 우리나라 기후에 맞게 주춧돌 위에 목재를 올리고 흙벽이 빗물에 씻기지 않도록 처마를 길게 뽑았죠. 그게 우리가 말하는 한옥 모습이 되었습니다. 당시 시대를 반영해 기능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래서 전통한옥 형태만 고집하는 것은 마치 도시에서 치렁치렁한 한복을 입고 생활하는 것 만큼이나 잘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 대전 하기동 주택을 한옥 3.0이라고 이름 지었느냐고 여쭤보셨죠? 한옥의 겉모습이 아닌 본질을 반영한 주택을 지었기 때문입니다. 한옥은 안방과 건넌방, 사랑방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그사이에 대청마루와 마당 등의 공간이 있어요. 그 시절이 계급사회로 보여도, 가족 간에는 그러한 공간을 둬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한 예의 있는 시대였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창문이 외부로 나 있잖아요? 하지만 한옥은 각 방에서 창문을 열면 빈 공간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도 재미있어요. 저는 이러한 한옥의 공간적 본질을 대전 하기동 주택에 접목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이 집을 한옥 3.0이라 지었죠.

1층 다이닝룸과 거실의 모습. 소파로 두 공간을 구분했다.
3대가 사는 대가족인 만큼 현관에도 많은 수납이 가능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렇다면 3.0은 무슨 의미인가요?

숫자는 업그레이드하는 버전으로 생각하면 쉬울 거예요. 전통적인 한옥을 1.0, 한옥의 고층형 주거형태라 볼 수 있는 아파트를 한옥 2.0 버전이라 생각했어요. 다시 주택으로 돌아가고 있는 최근, 새로운 형태의 한옥을 제시한다는 의미로 3.0이라 숫자를 새겼죠.


소수점으로 표기한 건 사실 거창한 의미를 둔 건 아니고, 영화 다이하드 4.0을 보고서 영감을 얻었어요. 하하하.

깔끔한 모습의 1층 주방. 조리 공간 확보와 함께 간단한 식사가 가능하도록 조리대 맞은편에 볼륨감 있는 식탁 공간을 뒀다. 흰색 주방과 대비되는 검은색 조명이 인상적이다.
대전 하기동 주택에 적용한 한옥 공간은?

2층 이상의 고밀화 된 공간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대청마루 같은 내외부를 아우르는 공간은 유지하고 싶다는 마음이 대전 하기동 주택을 설계하면서 가지게 된 첫 번째 실마리였습니다. 과거 한옥에서는 방과 방 사이에 보이드(void, 빈) 공간을 두어서 방들끼리의 개별적인 성격은 유지하면서 동시에 전체 공동체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완충 공간의 역할을 감당했었습니다.


거실, 주인방, 손님방, 부모님방, 어린이 방이라는 4개의 주요 방들 사이에 ‘세 가지 유형의 보이드 공간’을 도입했어요. 첫째, 자칫 단절되기 쉬운 1층과 2층을 연결해주는 ‘복층 보이드’ 공간입니다. 둘째, 주인방과 2층 거실 사이에 위치한 대청마루 같은 외부공간인 2층 테라스가 있습니다. 이 공간은 천막을 설치해 필요에 따라서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형됩니다.


마지막으로 손님방과 주방 사이의 공간에 위치한 대청마루 보이드 공간도 있어요. 이 공간은 폴딩 도어를 사용해 필요에 따라서 내부공간화됩니다. 이처럼 대전 하기동 주택은 복층형, 개방형, 가변형 세 가지 형태의 현대식 대청마루 공간을 도입해 디자인한 한옥의 3.0버전입니다.

게스트룸. 침실 공간의 레벨을 높여 수납과 공간 구분을 효율적으로 이뤄냈다. 다양한 모습의 창문 너머 보이는 나무들이 집의 생기를 더한다.
프라이버시는 어떻게 보완했나요?

도로와 대지 간에 레벨이 있어서 밖에서는 마당이나 집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집 위쪽으로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고, 사람이 다니는 길도 없어요. 가족들에게는 완전히 열린 주택이지만, 외부로는 폐쇄성을 갖췄죠. 그리고 사실 이 집을 지을 때 옆집에서 자기 집 마당이 보일 수도 있다고 민원을 제기했어요. 그래서 그 쪽으로 나 있던 창문을 모두 막아버렸어요. 내 집만큼 다른 집의 프라이버시도 중요하니까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아도 될 만큼 넓은 거실과 책과 장식품을 둘 수 있는 선반이 인상적 인 2층 거실
마당 쪽으로시원하게 난 창이 인상적인 2층 방
건축주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건축주가 원하던 부분은 단순했어요. 아이들이 뛰어놀 마당이 있고, 부모님과 함께 살 수 있는 3대를 위한 주택이었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건축사무소를 믿어주셨어요. 이분은 우리 사무소 작품들을 미리 확인하고 자기와 맞는 스타일이라 생각해 저희를 선택했어요. 건축가를 믿고 설계를 맡긴 만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생활하시는데 큰 불편 없이 잘 사용하고 있으시다고 해 저도 참 뿌듯합니다.


좋은 설계를 얻고자 하는 건축주를 위해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먼저 건축가 스타일을 미리 확인해보고 건축사무소를 찾길 바랍니다. 어떠한 작품을 했고, 생각은 어떠한지 홈페이지나 현장만 봐도 대강 알 수있을 거예요. 서로의 마음이 맞아야 자신이 원하는 집을 무리 없이 설계할 수 있을 겁니다.

다락방 천장 모양과 똑같은 창 모양이 재미있다.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면서 집 크기도 줄어들었어요.

요즘 결혼하는 수가 줄어들면서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잖아요? 이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주택 모습도 등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 사회의 주택 문제점이 포착되고 있어요. 현재 4인 가구 기준 거주 형태에서는 보통 안방과 자녀방이라는 개인적Pravite 공간이 있고, 거실이라는 퍼블릭Public한 공간이 마련돼 있어요. 한 개인이 누릴 수 있는 공간 면적은 자신의 방에 더해 거실 공간까지 포함돼죠.


그런데 가구가 소형화되면서 원룸이 보편화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퍼블릭한 공간이 부재한다는 문제점이 있어요. 자신이 누리던 총 공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거죠. 프라이버시는 극대화될지 몰라도 실질적인 면적이 줄어드는 셈이죠.


이러한 부분은 도시에서 해결해줘야 해요. 공원 같은 곳이 바로 대안이죠. 미국 맨해튼을 예로 들면, 도보 5분 거리에 공원이 있어서 퍼블릭한 공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있어요. 10km 이내로 공원 수도 10여개이고, 각각의 거리도 10분 이내죠. 하지만 서울의 경우는 어떤가요? 15km 반경으로 10여 개의 공원이 있긴 해요. 얼핏 보기에 미국과 비슷해 보이지만, 공원이 띄엄띄엄 있어 분포가 엉망입니다. 걸어서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다 보니 가지 않게 돼요.


그렇다면 우리는 부족한 퍼블릭한 공간에 대한 갈증을 어떻게 해결할까요? 돈을 내고 사는 방법이 최근 늘어나고 있어요. 스타벅스 같은 커피숍에서 공부하고 대화하거나, 비디오방이나 노래방, 모텔을 가는 식으로 말이죠.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퍼블릭한 공간이 적기 때문에 돈을 내고서 공간을 단기 렌트할 수 있는 방법이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마당과는 또 다른 느낌의 외부공간인 옥상 모습. 지붕 너머 보이는 숲으로 걸어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작은 산책로가 멋들어지게 이어진다.
녹지 활용을 통한 퍼블릭한 공간은 어렵나요?

우리나라는 정사각형 필지를 선호해요. 강남 같은 경우 대부분 그렇게 돼 있고요. 그렇다 보니 옆집과 간격 띄우고 도로와 최소한의 사이를 벌리고 난 후 남는 공간을 녹지로 계획하게 됩니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담을 높이 쌓고요.


미국의 경우, 필지의 모양이 보통 직사각형인데 그렇다 보니 옆집과 합벽으로 집을 짓고, 앞뒤에 마당을 두는 형태로 집을 짓습니다. 앞마당은 다른 집 마당과 시각적으로 연결돼 큰 공원처럼 보이기도 하고, 뒷마당은 사적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그래서 집이 좁아도 퍼블릭한 공간이 구성돼 있어 생활의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필지 디자인 자체에 문제가 많아 집을 짓고 남는 공간이 그냥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땅콩주택이 등장했지만, 부동산을 재산으로 보는 지금의 상황에선 땅콩주택 선호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간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보시는군요.

현대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바로 외부공간의 부재입니다. 완전히 프라이빗한 공간과 완전히 퍼블릭한 공간만이 있어요. 자연과도 분리되고 있는데, 최근 등산 열풍도 여기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자연, 퍼블릭한 공간에 대한 갈증을 등산으로 충족하는 거죠. 복합플렉스 몰보다 골목이 많은 서촌이나 경리단길이 인기를 얻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부동산을 바닥 면적만 인정하는 부분도 문제입니다. 실내공간만 공간으로 보고 발코니 같은 외부공간은 면적으로 산출하지 않고 있어요. 실내에서도 천정 높이는 계산하지 않아요. 같은 35평에 천정고 2.5m짜리 아파트와 20평에 천정고 4m짜리 아파트 중 후자가 풍성한 공간 활용이 가능하거든요. 만약 면적으로만 부동산 가치를 측정하는 세태가 달라진다면 우리 삶도 많이 바뀔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다행히 요즘 외부공간과 체적 공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건축을 할 계획인가요?

좀 다른 형태의 설계를 시도하기 위해 고민 중이에요. 제 건축물 대부분 하얗고 심플하다는 이야기를 몇 차례 들었는데, 이제 좀 다른 모습도 만들어볼까 고민 중이에요. 아직 젊은 만큼, 저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한옥 3.0 주택 또한 저의 변화 선상에 있는 집이라 생각합니다. 많이 기대해주시길 바랍니다.

about 유현준 건축가

유현준은 대중에게 익숙한 건축가다. 건축에 대한 생각을 각종 강연과 칼럼 등을 통해 쉬운 언어로 전달해 ‘친절한 건축가’로 잘 알려져 있다. 세계적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의 사무소에서 실무를 쌓고 MIT, 홍익대 등에서 교수를 역임하며 우리 사회에서 건축의 역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책으로도 엮기도 했다. 특히 그는 개인이 누리는 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스타벅스에 앉아 공부하고, SNS에 매달리는 이유를 그는 건축에서 답을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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