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쉬미스트(R.SHEMISTE) 원지연·이주호 "K-유스컬처를 말하다

조회수 2017. 10. 15.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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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100-46

※세계적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방송·예술·라이프·사이언스·사회경제 등 장르 구분 없이 곳곳에서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들을 조명합니다. 2017년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에디터들이 100명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마흔여섯 번째 주인공은 국내 유스 컬처를 대변하는 디자이너 브랜드 알쉬미스트(R.SHEMISTE)의 원지연·이주호 공동 디자이너입니다.

몇 시즌 전부터 트렌드 시장을 강타한 유스 컬처(youth culture)는 비주류만의 특권에서 가장 대중적인 무드로 변화했다. 90년대 마이너 감성과 계속해서 유행하는 힙합&복고 무드는 강력한 마켓을 형성했고, 현존하는 모든 업계를 통틀어 놓쳐서는 안 될 핫이슈로 자리한다. 이러한 흐름을 기반으로 국내 정서를 반영해 자유롭고도 과감하게 재해석하는 자들이 있다. 바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알쉬미스트(R.SHEMISTE)의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원지연 그리고 이주호다. 


영어로 연금술사(Alchemist)의 뜻을 지닌 알쉬미스트는 2012년 12월 론칭 이후 6개월 만에 도쿄와 뉴욕 패션위크에서 국내보다 먼저 컬렉션을 선보이며 이름을 알렸다. 시간과 공간을 옷에 접목시킨 이론적이면서도 섬세한 아름다움은 국내외 패션 관계자 및 바이어들의 호평을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서울패션위크 제너레이션 넥스트(GN)의 최연소 참가자로 지난 8월에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첫 단독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했다. 현재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 호주 캐나다 홍콩 중국 대만 싱가포르 일본 등 50여 개 해외 유명 백화점 및 편집숍에서 판매 중인 가장 핫한 K-패션 브랜드로 손꼽힌다. 한국의 유스 컬처를 온몸으로 느끼고 또 표현하며 주목받고 있는 20대 중반의 두 디자이너를 만나보자.(이하 일문일답)

-얼마전 단독 쇼룸을 오픈했다.

▶디자이너 원지연(이하 원): 요즘에는 쇼룸 없이 온라인 시장만을 강화하는 브랜드도 많지만, 무엇보다도 임팩트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정립하려면 꼭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또 알쉬미스트를 좋아하는 분들께 문화와 함께 패션을 즐길 수 있도록 색다른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다. 본래 단독주택으로 쓰이던 곳이었는데 2층을 알쉬미스트 사무실로 사용했었다. 이번에 1층까지 확장해 새로이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 인테리어 구성, 작은 소품 등 이주호 디자이너와 나의 손이 닿지 않은 부분이 없다. 큰 공사부터 세세한 작업까지 다해서 총 5개월 정도 걸렸다. 덕분에 처음으로 3D 프로그램까지 사용해봤다. 처음 시도하는 부분이 많아서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당시 기획했던 것과 지금의 매장 모습이 거의 비슷하게 완성돼서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 


-신사 플래그십스토어의 콘셉트는? 

▶디자이너 이주호(이하 이): 알쉬미스트의 다양한 색깔을 보다 자세히 보여주기 위해 섹션을 나눴다. 각 콘셉트 별로 전체적인 무드를 달리했으며 이는 조명과 빛으로 구분된다. 네이비 컬러의 조명으로 구분되는 컬렉션 라인, 슈퍼마켓의 진열장에 모티브를 얻은 컨템포러리 라인 그리고 시즌 콘셉트를 전하는 마니아적인 레드 룸까지. 단지 옷을 파는 공간을 넘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공간이기에 특별한 구상을 시도했다. 특히 컬렉션룸은 기존 벽을 허물고 직접 벽돌을 쌓아 올려 섹션을 만들었기에 애착이 간다. 

▶원: 아무래도 인테리어는 처음이고 원하는 방향이 확고했기에 어려움도 많았다. 슈퍼마켓 섹션은 신선한 디자인을 전한다는 의미로 마켓 야채 코너처럼 꾸몄는데, 대형 냉장고를 구하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 겨우 구했지만 칸막이를 걷어내 드릴로 직접 구멍을 뚫고 행거를 설치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또 지금은 많은 분들이 예쁘다며 좋아하시는 회전 대형문도 여러 수고를 거쳤다. 빛의 굴곡과 자연 채광을 이용한 조명효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가 지는 방향에 따라 다채로운 색을 뿜어낸다. 언젠가 해외 전시에서 보고 하이드로닉 필름을 활용한 윈도 디스플레이를 꼭 해야겠다 마음먹고 실현해냈다. 역시 수소문해 구하고 설치하는데도 어려움이 컸다. 

출처: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위너 송민호, 샤이니 키, 씨엘, 샤이니 키와 모델 김기범/사진출처=YG, 키 인스타그램, 씨엘 인스타그램

-반응은 어떤가?


▶원: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외국인 손님이 꾸준히 찾아온다. 해외로 다이렉트로 판매를 하기도 하지만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어서인지 여행 겸 많이 오시는데, 모두 샤이니 키와 태민, 위너 등 해외 팬이 많은 케이팝 스타들이 즐겨 입어준 덕분인 것 같다. 특히 키는 얼마 전 신사 플래그십스토어 오픈 행사에 직접 방문해줬다. 당일 모델 김기범 씨와 함께 오셨는데 두 분 다 평소 알쉬미스트를 좋아해 주기고 하고, 초대에도 흔쾌히 응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알쉬미스트의 피어싱 캡을 씨엘이 착용하며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원: 워낙 글로벌한 셀럽이다 보니 미치는 영향력이 대단했다. 피어싱 캡 외에도 컬렉션 룩을 공항패션으로도 착용해주는 등 많이 좋아해주신 덕에 해외에서 연락이 많이 왔다.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지만 그동안 패션에서는 볼 수 없던 요소들을 새로운 형태로 결합시키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한다. 피어싱 캡도 그렇게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많은 브랜드에서 나오고 있지만.(웃음) 한 번은 일본에 갔는데 한 매장에서 피어싱 캡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었다. 속상하기도 했지만 또 다르게 드는 생각은 신기했다. 우리가 정말 열심히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는 계속하고 있다. 

▶이: 2017-18 F/W 시즌 글자를 뒤집어도 의미와 모양이 같게 보이는 그래픽 기법인 앰비그램(ambigram)같은 경우에도 그에 대한 연장선이다. 또 유명 하이엔드 컬렉션인 입생로랑의 카산드라 로고를 패러디, 'YSL'을 'SEX'로 변형해 당시 '안티섹시스트(ANTISEXIST)'라는 컬렉션 주제를 강조하는데 활용하기도 한다. 앞으로도 그래픽이나 디테일적인 많은 부분에서 알쉬미스트의 고민을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출처: (왼쪽부터)샤이니 태민, 모델 유리

-해외에 입점되어 있는 주요 매장을 소개해달라.

▶원: 홍콩의 레인 크로포드 백화점과 I.T 편집숍 그리고 이탈리아 밀라노의 유명 편집숍 안토니오리. 그 밖에도 일본의 프레싱, 싱가폴의 채널3, 호주의 제니스 럭셔리 숍에 입점해있다.

출처: 디자이너 이주호, 원지연

-보통 국내 많은 듀오 디자이너가 부부인 경우가 많은데 둘은 어떤 인연인가.

▶원: 가끔 많은 오해를 받는다. 전혀 그런 사이가 아니다. 말도 안 된다.(웃음) 어렸을 적부터 알던 같은 동네 친구다. 부모님들도 서로 아시는데 지금까지 갈라지지 않고 잘 해온 걸 보고 놀라기도 하신다. 

의류 업을 하시던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서 패션을 시작하게 됐고 패션 디자인을 전공으로 대학 진학을 했다. 우연한 기회에 서울디자인재단과 두타 몰 등에서 주관하는 신진 패션디자이너 콘테스트 서바이벌 패션 K에 나가게 됐다. 당시 대학교 2학년이었고 반년정도 합숙하며 오디션을 진행했다. 막상 나가고 보니 옷을 만드는 것 이외에도 많은 부분을 신경 써야 하는데 혼자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었다. 그때 룩북 제작에 사진을 전공하고 있던 이주호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았고 그것을 시작으로 브랜드 론칭부터 서바이벌 패션 K 부상으로 지원받은 두타 매장 오픈까지 함께했다. 지금은 든든한 동업자로 없어선 안될 존재다. 

출처: 서울패션위크

-알쉬미스트라는 브랜드 이름도 멋스럽다.

▶원: 당장 브랜드 네이밍을 해야 해서 이주호 디자이너와 두타 앞에서 밥 먹으며 정했던 이름이다. 원래부터 좀 철학적인 의미를 담아보고 싶었는데, 마침 읽고 있던 책이 파울로 코엘로의 연금술사였다. 그때 알쉬미스트가 처음 탄생했다. 

▶이: 처음에는 여성복으로 시작한 브랜드기에 연금술사의 'Alchemist'에 여성의 'She'를 더해, 지금의 'R.SHEMIST'가 만들어졌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여성복 브랜드란 철학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현재 두 디자이너의 포지션은 어떻게 되나.

▶원: 이주호 디자이너가 전체적인 무드나 콘셉트 잡으면 세부적인 디자인에 들어가는 편이다. 아무래도 혼자 디자인을 하다 보면 컨셉추얼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반면 이주호 디자이너는 실제 입기 쉬운 스트릿 착장에 대한 이해력이 높다, 그래서 매 시즌 쇼로 보여지는 컬렉션 라인과 새롭게 론칭한 컨템포러리 라인을 저와 이주호 디자이너가 각각 주도적으로 디렉팅을 맡는다.

-해외 컬렉션을 먼저 선보였다. 당시 반응은 어땠나.

▶원: 한국패션협회에서 신진 브랜드를 모아 페어를 진행했는데, 국내외 바이어들이 각 브랜드의 점수를 매겨 순위를 정해 상위권 브랜드에 비용 지원 및 도쿄 패션위크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줬던 것이다. 컬렉션을 위해 따로 옷을 준비한 게 아니라서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그에 비해 일본 현지 반응이 좋아서 참 감사하고 뿌듯했다. 그때 일이 지금의 알쉬미스트가 되기까지 원동력이 된 것 같다. 


-다가오는 2018 S/S 컬렉션은 어떻게 진행하나. 

▶원: 신사동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프레젠테이션 형태의 오프쇼로 진행할 예정이다. 쇼에 오를 때보다 착장 수는 조금 줄였지만 대신 좀 더 완성도 높게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알쉬미스트의 공간을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즐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또 바이어들의 편의를 위한 부분도 있다. 보통 해외의 경우 쇼가 끝난 직후 백스테이지에서 바이어들이 직접 쇼피스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서울패션위크 특성상 다음 쇼가 준비되어야 하기에 바로 철수해야 되는 아쉬움이 있었다. 실제 많은 분들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쇼도 중요하지만 이번에는 색다른 모습으로 진행해보고자 그렇게 결정했다. 


-2018 S/S 컬렉션 주제에 대해서 귀띔해달라. 

▶원: 90년대 서울 강남권과 강북권의 젊은 층 사이 미묘하게 흘렀던 패션 성향 차이를 다뤘다. 당시 팬클럽 문화와 같은 사회 전반적인 유행에 영감을 받아 알쉬미스트 만의 트렌디한 감성으로 재해석한다. 촌스럽다고 생각하던 패션 아이템들을 위트 있게 착장해볼 예정이다.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알쉬미스트의 강점은?

▶원: 기본적으로 하이 스포티즘 무드를 중심으로 디자인 초기 단계부터 전체적인 룩을 구상하며 전개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템을 개별로 볼 때보다 여러 벌을 레이어링 했을 때 알쉬미스트의 멋이 살아난다. 컬렉션 착장뿐만 아니라 컨템포러리 라인에서도 그 특징을 볼 수 있다. 재킷 위에 티셔츠를 입는다던지 셔츠에 후디가 달리는 등 사회적 통념을 비틀어 입는 재미를 더한다. 사실 브랜드 콘셉트 특성상 누구나 쉽게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은 아니다. 주로 셀럽들이나 과감한 도전을 즐기는 패션 피플들이 많이 찾아온다. 그만큼 색이 뚜렷하고 강하다는 점이 알쉬미스트의 가장 큰 무기가 되겠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은? 

▶원: 색다른 컬래버레이션도 해보고 싶고, 패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품, 라이프 스타일로 영역을 확장시켜 알쉬미스트의 유스 컬처 스토리를 전하고 싶다. 

▶이: 파리패션위크에 도전해보고 싶다. 현지 바이어들이 브랜드를 많이 좋아해주신다. 또 알쉬미스트의 무드와 성향이 가장 잘 맞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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