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예슬·수지도 반한 수수걸' 일러스트레이터 김재석

조회수 2017. 12. 8. 10:06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트렌드100-53

※세계적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방송·예술·라이프·사이언스·사회경제 등 장르 구분 없이 곳곳에서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들을 조명합니다. 2017년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에디터들이 100명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오십세 번째 주인공은 수수걸(Susu Girls)과 함께 세계를 여행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미디어 작가 김재석입니다.

"독특하다?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Quirky'하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틀에 얽매이지 않는 묘한 매력을 가지죠. 진지한 듯 위트 있고 소녀처럼 순수하지만 시크해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예쁜 색깔을 입고 누구보다 시니컬한 포즈를 취하는 유명 인플루언서 수수걸, 그리고 그를 탄생시킨 김재석 작가를 만났다. 아날로그적 비주얼을 디지털화해 세련되고 아름답게 선망할 수 있는 색다른 콘텐츠로 재해석하는 것이 바로 그가 지닌 힘. 오롯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국내외 유수의 매거진부터 럭셔리 패션 하우스, 미디어 플랫폼 등으로부터 끊이지 않는 러브콜을 받고 있으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 마이클 코어스와 협업, 패셔너블한 이모티콘을 론칭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해당 서비스는 브랜드의 카카오 플러스 친구 계정 오픈을 기념해 진행된 것으로 지난달 1일 첫 오픈 이후 한 달 만에 친구 수 25만 명을 돌파하며 그 영향력을 톡톡히 챙겼다. 이것 역시 빠르게 변화하는 콘텐츠 패러다임 속에서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수수걸의 마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김재석 그리고 그의 뮤즈 수수걸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이하 일문일답)
출처: 일러스트레이터 김재석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변신한 수수걸의 인기가 대단해요.


▶김재석 작가(이하 김): 감사합니다. 그동안 해외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해온지라 국내 대중에게 수수걸을 알릴 기회가 적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니 느낌이 또 새롭네요. 사실 이모티콘 작업은 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일 중 하나였거든요. 마이클코어스는 2~3년 전부터 커뮤니케이션을 꾸준히 가지며 관계를 쌓아온 하우스인만큼 반응이 좋아 더 뜻깊습니다. 


-수수걸은 마이클코어스뿐만 아니라 디올 샤넬 구찌 등 여러 하이엔드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데요. 그 비결이 궁금합니다. 


▶김: 소셜 플랫폼을 통해 선보이고 있지만 단순히 아트 작업의 결과물로 국한되는 것을 넘어 또 하나의 인플루언서로 의미를 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생각해요. 현재 많은 브랜드에서 좀 더 색다른 접근 방식을 통해 컬렉션을 세련되고 아름답게 소개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 콘텐츠의 영향력 또한 무시하지 못할 막강한 요소 중 하나이고요. 온오프라인을 넘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다채롭게 변신할 수 있는 수수걸에게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 것 같아요.

-정말이지 인스타그램(@jaesukkim)에서 만난 수수걸은 그 어떤 모델보다도 스타일리시하고, 생동감 넘치는 비주얼을 선보이고 있어요.


▶김: 서울 뉴욕 러시아 등 글로벌한 시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패션 관련 행사와 이벤트를 수수걸과 결합해 시각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요. 스타일링 하듯 T.P.O에 맞게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고민하죠. 작가와 브랜드가 계약을 맺어 진행된다기보다는 그 자체가 커스텀화 돼서 컬렉션 옷도 입고 때론 파티도 즐기면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임팩트 있는 영상 작업물도 흥미로워요. 


▶김: 지금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이 삶의 일부분으로 여겨질 만큼 일반화됐지만, 수수걸을 처음 선보였을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다행히 일찍 SNS를 시작했고 그들이 기능을 더해감에 따라 수수걸도 그에 맞춰 자연스럽게 디벨롭할 수 있었죠. 영상을 업로드 할 수 있기 시작하면서 작품에도 제약이 좀 더 사라졌고 프로젝트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었어요. 또 패션이라는 영역 자체가 워낙 트렌드에 민감하고 누구보다 앞서나가야 하니 그런 것들을 인지하면서 작업해야했죠. 


본격적으로 영상 작업에 힘을 쏟았던 계기는 인스타그램 본사 측으로부터 컨텍이 들어오면서부터였어요. 인스타그램 안에서 동영상을 찍고 편집해 일러스트레이션 작업물을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았는데요. 새로운 툴을 대중에게 보다 크리에이티브하게 소개하고 싶다는 그들의 전략이었죠. 각 챕터별로 채택된 전문가들의 피드가 공개됐고, 저 또한 함께했어요. 그로 인해 팔로우도 눈에 띄게 늘었고요. 사람들의 인식도 변했어요. 수채화를 그리는 한 사람이 아닌 다양한 작업을 하는 미디어 디렉터로 봐주시더라고요.

-펜디 프로모션도 기억에 남아요. 배우 한예슬 씨와 수지 씨가 함께했었죠.


▶김: 좀 더 디지털화된, 동시에 기억에 남는 특별한 체험을 선사하기 위해 진행된 프로모션이었어요. 브랜드 측의 니즈이기도 했고요. 현장에서 노트북으로 작업을 해서 고객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해주면, 현장에 설치된 포토부스를 통해 즉석에서 인화하는 방식이었어요.

그때 한예슬 씨가 헤어 커트를 한 지 얼마 안 돼서 짧은 머리의 수수걸을 예뻐해 줬어요. 수지 씨 역시 프린트 한 수수걸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했고요.

-수수걸 탄생 비화도 재밌다고 들었어요.


▶김: 사실 처음부터 일러스트를 그릴 목적이 아니었어요. 그림은 어릴 적부터 재미 삼아 즐기던 취미였고 저는 패션에 관심이 있었죠. 그래서 제 이름 재석(Jae Suk)에서 따온 수수(SUSU)라는 이름으로 가방 브랜드를 론칭하게 됐는데 룩북 촬영할 모델 구하기가 적당치 않아 '그냥 내가 그려보자'하고 시작된 게 바로 수수걸이 됐죠. 그런데 제품 문의보다 수수걸에 대한 제안서가 더 많이 들어오는 거예요.(웃음) 


가방은 잠시 접어두고 수수걸에 좀 더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그림으로 무얼 해 먹고 살 거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죠. 하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작업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보여주다 보니 결국에는 다양한 브랜드 또는 기업에서 본격적으로 연락이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렇게 처음으로 진행했던 작업이 미국 뉴욕에 위치한 백화점 블루밍데일스의 2011년도 홀리데이 프로모션이었어요.

처음 의뢰를 성사시킨 건이 규모도 컸고, 그만큼 반응도 좋아 정말 기뻤죠. 당시 뉴욕에서 프로모션 현장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직접 보니 벅차오르더군요. 제가 그린 그림이 시너지를 일으켜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그 이후로도 블루밍데일즈와도 좋은 관계를 가지며 몇 차례 기획을 더 가졌습니다.


-패션에 대한 꿈과 그림을 그리던 취미가 지금의 수수걸을 탄생시킨 거군요. 


▶김: 워낙 패션을 좋아해서요. 아무런 인맥도 도움도 없이 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부딪혔던 거죠. 호주에서 자라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한국으로 들어온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당시 호주의 패션 산업은 국내보다 활성화되어있지 않았거든요. 그곳에서 패션에 대한 꿈을 키우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수수걸을 그리기 이전에는 국내 기업에서 패션 관련 아트 디렉터로 일을 하기도 했어요. 또 그 경험이 다양한 방식으로 힘이 됐죠. 가령 일을 진행할 때의 프로세서라든지, 업계 시스템에 관한 이해도 같은 것들이요. 요즘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를 꿈꾸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의외로 그 부분을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가방 '수수'는 어떻게 됐나요?


▶김: 종종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구두를 신은 여성의 다리를 모티브로 한 가방이에요. 그래서 제 욕심이긴 하지만 언젠가 다시 한번 선보이고 싶어요. 슈즈 브랜드와 협업할 수 있다면 더 뜻깊을 것 같고요.

-그림을 그릴 때 주로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나요?


▶김: 보통 패션 일러스트라 하면 런웨이 컷을 활용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저 같은 경우에는 광고 테마나 매거진 화보에서 대부분의 서치가 이루어져요. 심플한 그림이라도 콘셉트를 담죠. 룩만 보여주기보다 작가의 에디토리얼이 들어가고 깊은 해석이 스며들 때 좀 더 멋스러운 비주얼이 완성되는 것 같아요. 


커머셜 한 작업은 브랜드 시즌 컬렉션에서 모티브를 따오고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업은 디자이너마다의 특성과 그들의 이야기를 살리는 거예요. 추상적인 드레스를 그릴 때는 컬러에 공을 기울이고 프로세서에 있어서도 재미난 요소를 요구하죠. 물방울을 떨어트려보거나, 긁어서 나타나는 뜻밖의 텍스처를 이용하기도 해요. 이런 방법적인 것에 있어서 항상 새로움을 추구합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요. 


▶김: 수수걸과 함께 각 나라의 패션위크를 소개하고 싶어요. 패션위크는 새로운 컬렉션을 소개하는 자리지만 더불어 미묘하게 다른 각 나라의 문화를 담고 있거든요. 파리·런던·밀라노·뉴욕, 4대 패션위크뿐만 아니라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대중에게 좀 더 색다른 문화와 패셔너블한 행사들을 더 많이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네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