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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 파는 아저씨, 삭스타즈 성태민이 전하는 삶의 철학

조회수 2017. 11. 23. 17: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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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100-49

※세계적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방송·예술·라이프·사이언스·사회경제 등 장르 구분 없이 곳곳에서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들을 조명합니다. 2017년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에디터들이 100명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마흔아홉 번째 주인공은 양말 편집숍 삭스타즈의 성태민 대표입니다. 

국내 최초의 양말 편집숍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삭스타즈.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이 온라인 양말 편집숍의 성태민 대표는 자신이 하는 일이 단순히 양말을 파는 것이 아니라 철학을 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철학이란, 내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소소한 가치, 즉 하루하루를 기분 좋게 살아갈 수 있는 사소함의 힘이다. 최근 서울 강남에서 파주로 이사를 왔다는 그는 서울에서 살 때는 이웃이 누군지 알지도 못했지만, 파주에서는 옆집 아저씨가 건네는 토마토를 받기도 했다며 그가 누리는 '삶'에 더 많은 부분을 할애해 이야기 했다.

"남들에 보여지는 내가 아니라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삶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저의 철학을 전하는 도구가 양말입니다. 양말 자체가 제 삶을 잠식하지도 않아요. 저는 양말을 파는 사람임과 동시에 제 자신이 행복하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것에도 집중하고 있어요."

삭스타즈의 채널을 통해서 은은한 온기가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오너의 이런 철학 때문일 것이다. 만약 실제로 삭스타즈라는 이름의 오프 숍이 있다면, 우리는 이런 철학을 가진 가게 주인의 온기를 직접 느껴볼 수 있을텐데. 물론 이미 기운이 랜선을 통해서 흘러나오고 있지만.
-원래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UXUI 디자이너였어요. IT 쪽이죠. 패션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회사에서 일 했는데 근무 환경이 좋지가 않았어요. 근속연수도 짧고 퇴임도 빨라요. 공장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이 더 위험할 것 같다고 언뜻 생각되지만, IT 업종이 훨씬 평균수명이 짧아요.

-일을 그만두시게 된 계기에 그런 부분도 포함돼 있겠네요.

▶저는 스물 넷에 꿈을 이뤘다고 할 수 있었는데, 막상 그 꿈을 이루고 보니 생각한 것과 너무 달랐습니다 .이런 걸 위해 열심히 고생한 게 아닌데 하고 방황을 시작했죠.

-양말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요?

▶애초에 패션 디자이너가 아니다 보니 옷을 생각할 수는 없었습니다. 적당히 감성적이면서 아이템이라고 부를 만한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하게 됐죠. 재미있어요. 양말은 아이템이 무겁지도 않고.

-삭스타즈와 비슷한 컨셉의 양말 브랜드들도 있어요.

▶ 처음에는 20~30개 정도 됐었는데 남은 회사가 몇 없어요. 저희는 브랜드라기보다는 편집샵 위주인데 영업을 하면서 많은 대표님들과 컨택을 하죠. 그런데 요즘은 입점 제의서가 거의 없어요. 남아 계신 분들은 다 잘 하시고, 새로 진입하기는 지금은 좀 힘든 상황이에요.

-처음에 컨셉 잡는 것도 고민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 제가 패셔너블한 사람은 아니잖아요. 트렌드에 민감하지도 않아요. 그래서 저는 양말의 본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패션 트렌드, 올해의 컬러 말고 양말이 가진 본질적 가치에 대한 고민, 즉 기능적인 부분이죠. 그래서 컨셉 자체를 트렌디하게 잡기 보다는 좀 더 쉽게 살 수 있는 곳으로 잡았죠. 물론 그렇다고 싸구려는 아니지만요.

-양말이 가격대 잡기가 애매하다고 들었어요.

▶저가가 너무 많아서 그래요.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면 양말이 쉽게 나오는 건 아니거든요. 옷보다 더 다루기가 어려워요. 기계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고, 옷은 원사가 원단이 되고 원단을 공조하는 형식인데, 양말은 원사가 곧 제품이 되는 거예요. 매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하죠. 물론 디자인도 잘 해야겠지만요. 여튼, 결코 천대받을 아이템은 아니에요.

-그래도 요즘은 돈을 좀 주고 양말을 사겠다는 소비자들도 있어요.

▶ 외국에서는 좋은 양말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주는 분위기에요. 특히 부자들이 아들한테 '양말은 좋은 것을 신어야 한다'라고 말해주기도 하죠. 반면, 한국은 24개월 할부로 명품백을 살지언정 양말은 싼 걸 사서 신죠. 양말이라는 게 보이지도 않고 자기만족을 위한 거니까 아무래도 과시적 소비가 자리잡은 곳에서는 비싼 걸 사기가 힘들겠죠. 하지만 국내에도 곧 가치 소비의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실제로 요즘은 과시적 소비보다는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어요.

▶ 타이밍이 잘 맞았어요. 저는 저희 양말이 감각적인 몇만 선택하는 아이템이 아니라 전국민이 선택하는 양말이길 바라요. 너무 트렌디하지는 않았으면 해요. 너무 화려하고 예뻐서 못신는 양말 보다는 신었을 때 일단 내가 편한 양말이길 바랍니다.

-삭스타즈 마니아층도 있지 않나요.

▶액티브 회원은 2만명 정도에요.

-삭스타즈는 뭐랄까. 페이스북의 문방구 에피소드도 그렇고 그 너머 양말을 파는 사람 자체가 보이는 느낌이 들어요.


▶너무 상업적인 이벤트는 배제하려고 노력해요. 사실 그런 건 이미 빤하기도 하고요. 상술을 안 쓰는 게 상술이라고 생각하죠. 지난 추석 연휴에도 배송비를 받지 않는 이벤트를 했는데, 저는 솔직히 '연휴라 매출이 떨어지니 돈 좀 벌어보려고 합니다'라고 솔직하게 손님들께 이야기 해요. 천연덕스럽게 연휴를 맞아 어쩌고 저쩌고를 못하고,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데 그런 점을 손님들이 좋아해주죠.


-여하튼, 직장인의 삶에서 벗어나 시작한 양말 비지니스가 성공을 거둔 지금 삶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을 것 같아 부럽네요.


▶파주로 이사하면서 더 많이 좋아졌어요. 전 항상 뭘 하고 살 것인지가 중요했던 사람이었어요.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지, 어떤 꿈을 꾸며 살아갈 것인지가요. 그런데 나이를 좀 더 먹으면서, 이제는 스티브 잡스가 집에서 일하는 전업 주부보다 위대한 존재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못하겠더라고요. 뭘 하고 사는 지보다 어떤 철학을 갖고 사는 지가 더 중요하다 생각하게 됐어요. 지금 제 직업이 양말이긴 하지만, 저는 양말 때문에 제 생활이 흔들리는 것은 원하지 않아요. 100만원 덜 벌어도 저녁이 있는 삶이 중요하죠. 물론 사람들은 '장사가 잘 되니 그런 소리 한다'고 하시지만, 뜯어보면 직원이 저 포함해 3명인 아주 소규모 회사예요. 아무튼 전 그 선에서 저와 제 가족, 직원이 즐기면서 할 수 있을 정도만 욕심을 내지 전국 백화점에 입점하겠다, 마트에 다 들어가겠다는 목표는 세우지 않아요.


-획일적이었던 과거에서 요즘은 좀 벗어나서 비슷한 맥락의 고민들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그분 들께 해주고 싶은 말은요.


▶젊은 사람들은 나라 탓을 많이 하죠. 물론 저도 그런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청년들도 문제가 있긴 해요. 다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죠. 아무 것도 놓지 못하면서 여유롭게 잘 살고 싶어하죠. 사실 서울만 벗어나도 그게 별 것 아닌데. 제 주변에 서울에서 디자인을 하다가 목장일을 배우는 분이 계신데, 굉장히 행복해 해요. 돈은 적게 벌지만, 돈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그런 분들을 만나면 느끼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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