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노랫말 막힐 땐 책을 펴지요"

조회수 2016. 4. 7. 18: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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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벚꽃 그리고 너'의 에피톤 프로젝트 차세정, "책은 나의 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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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다양한 사람들의 독서 근황을 알아보는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코너가 예측 불허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일기 릴레이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영역에서 뜻밖의 독서 취향을 발견하고 의외의 책과 조우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소설가 김연수->'영혼의 슬픔' 저자 이종영->출판기획자 조원식->만화가 박흥용->임지훈 카카오 대표에 이어 박흥용 작가가 지명한 이준익 감독과 박정민 배우, 그리고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에 이어 김봉진 '배달의 민족' 대표까지 나갔습니다.

오늘은 다시 박정민 배우가 추천한 에피톤 프로젝트의 차세정 편입니다.

배우 박정민 편 바로가기

가수도 괜찮을까요. 제가 아주 좋아하는 뮤지션인데요 에피톤 프로젝트요. 차세정이라는 분이 객원 보컬도 쓰고 직접 부르기도 하는데. 제가 그 가사를 좋아해서요. 어떤 책을 읽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일면식은 없습니다. /박정민 배우의 추천의 말
연락이 닿았을 때 차세정 씨는 전국 순회 공연을 진행하던 중이었습니다. 이메일로만 두 차례 문답을 주고받았습니다. 싱어송라이터 뮤지션답게 보내온 메일의 답문도 마치 옆에서 말을 거는 듯했습니다. 보내온 사진에서도 예술적 감성이 짙게 느껴지더군요. 

신기하게도 에피톤 프로젝트의 대표곡이 '봄날, 벚꽃 그리고 너'입니다. 요즘 들으면 딱 좋을 노래지요. 아래에 음악도 링크했습니다.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에피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음악하는 차세정입니다. 반갑습니다.

(보충해서 말씀드리자면 에피톤 프로젝트는 파스텔뮤직의 대표 뮤지션 중 한 명입니다. 밴드 명인 에피톤(Epitone)은 일본 뮤지션 마에다 가즈히코의 곡 Epitone에서 차용했다는군요.)

2008년 <사랑의 단상>이란 앨범으로 데뷔했어요. 그 전에 디지털 싱글로 작업 했던 것들이 있었는데요. (대표적으로 ‘봄날, 벚꽃 그리고 너’가 있어요). 그 때 노래들이 온라인에서 반응이 괜찮았어요. 그 작업들을 지금 회사인 파스텔뮤직에서 좋게 들어주셨고. 그 계기로 회사를 만나서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2009년 EP <긴 여행의 시작>, 2010년 정규 1집 <유실물보관소>, 2012년 정규 2집 <낯선도시에서의 하루>, 2014년 정규 3집 <각자의 밤> 이라는 앨범까지 냈어요.

2011년 '루시아'라는 가수의 <자기만의 방>이라는 음반을 프로듀싱한 것을 시작으로, 여러 아티스트들과 작/편곡, 프로듀싱, 작사 등의 협업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배우 박정민씨가 궁금해한 인물로 호명되셨는데요. 이번에 영화 '동주'를 보셨나요? 추천을 받은 소감은요?
좋은 작품을 하신 분께서, 저를 언급하셔서 깜짝 놀랐어요. (솔직히, 말씀하신 대로 '아 정말 무작위로 하는구나..' ㅎㅎ 싶기도 했습니다.) 저도 박 배우님 팬입니다. 언제 시간 되시면 술 한 잔...
-평소 책은 얼마나 사서 읽는 편이세요? (혹시나 해서 "곤란하면 건너뛰어도 좋습니다"라는 말을 질문에 덧붙였습니다.)
저는 요즘 책 구입은 거의 온라인에서 많이 합니다. 읽고 싶은 거나 관심 가는 것들을 (온라인 쇼핑) 카트에 쭉 담아놔요. 만화책도 사고, 소설이나 시집도 사고. 송 북(song book)이나 잡지 같은 거 살 때도 있고. 국내에서 살 때도 있고, 해외에서 주문할 때도 있어요.

한 달에 한 두어 번 정도. 많을 땐 20~30만 원 정도씩 사는 것 같아요. 물론 중간에 음반이랑 같이 사면 조금 더 금액이 커질 때도 있고요.
-지금 읽고 있거나 최근에 읽은 책은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크누트 함순의 <굶주림>, 롤랑 마뉘엘의 <음악의 기쁨>, 마이클 버드의 <예술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이 있습니다.
-그 책을 읽게 된 계기나 동기는요?
저는 집이랑 작업실에 책이 좀 나뉘어 있는데요. 저 같은 경우는 특히 가사를 쓸 때 책이 필요해요. 책을 읽다 보면 가사가 잘 나올 때가 있어요. 이런 날은 흔히 하는 말로 '얻어 걸린' 날이라고도 표현하는데요.

사실 이런 날이 자주 오지는 않아요. 그래서 작업실에서 하는 강제 독서라고 해야 될까요? 저는 장르도 크게 가리지 않아요.
심지어 어떤 날은 가사를 쓰다가 어떤 한 음절이 해결이 되지 않아서. 그래서 사전을 펴놓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정말 풀리지 않는 날에는, 무작정 통독이라도 하다 보면, 어떤 단어라든가, 문장이라든가-어쩌면 조금 얄팍한 짓이라고 생각하셔도 어쩔 수 없지만요-그런 것들이 딱 잡힐 때가 있어요.

그런 것들이 노래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가사를 만들어 나가는 데 기초가 되기도 합니다.
-사전을 자주 보신다고 하셨는데, 최근에 발견했거나 마음이 꽂힌 단어 몇 개를 소개해주신다면?
1. 생황 : 국악기인데요. 부는 악기. 관악기의 일종이더라고요. 저도 처음 들어보는 악기 이름이라 찾아봤던 기억이 나요.

2. 처마 : 처마는 아시겠지만 지붕의 기둥 밖 부분인데요. 이건 제가 아파트에 살다 보니 주택에 로망이 생겨서... 처마가 있는 집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3. 베율 : 사전에 있나 해서 봤는데 없더라고요. 히말라야 다큐멘터리 보다가. 저런 단어가 있었던가? 해서 찾아봤어요.
-최근에 읽었다는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감을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노르웨이의 숲'은 '상실의 시대' 라고 할까, 하다가 그래도 원제를 쓰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하루키는... 글쎄요. 지지층과 그 반대층이 확실하잖아요. 저는 하루키가 한창 국내에 열풍이었을 때 처음 접했는데요. 저는 좋아해요, 하루키. 단편들도 좋고.

하루키 책 중에서 처음 접했던 것이 '노르웨이의 숲'이에요. 이전까지는 없던 정서였어요. 글을 읽고, 처음으로 정말 외롭다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네요.
'굶주림'은 뭐랄까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랄까? 고민이랄까? 그런 것들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현실 앞에서는, 특히나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들이 있잖아요. 그 먹는다는 행위 때문에 나의 정신이 무너진다 라고 해야 되나?

저도 음악을 만들면서 제가 하고 싶은 장르도 있고, 그런 쪽으로 연구도 하고 생각도 많이 하지만,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잖아요.

그런 상황이 좀 서글프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작가의 삐죽스럽게 느껴지는 특유의 문체도 좋고요. 이런 내적으로 고민하는 글을 좋아해요. 김승옥 '무진기행' 같은 소설도 좋고요.
<음악의 기쁨>은 제 음악에 조금 더 도움이 될까 싶어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저의 책장에는 2권까지 있어요. 총 3~4권으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 음악에 관해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토론하는 내용을 담은 글이에요. 이 책은 음악을 하는 저도 다소 내용이 어려워서 진도가 잘 나가지 않긴 해요.

대중 음악에서는 잘 쓰지 않는 클래식적인 기법이나, 악기들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할 때 도움이 돼주는 책입니다.
예컨대, 대중 음악에서는 피아노를 연주할 때 Una corda 페달(약음 페달, 그랜드 피아노 페달 셋 중 맨 왼쪽)을 잘 연주하지 않아요.

오른쪽 Damper 페달(맨 오른쪽 서스테인 페달)은 음의 길이를 늘리려고 많이 쓰는데. 왼쪽 Una corda 페달은 피아노 톤 자체가 변하기 때문에 잘 안 쓰거든요. 반면에 클래식에서는 종종 쓰는 기법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요즘 준비하고 있는 새 앨범에는 그런 기법들을 한번 접목해봐야겠다, 라는 생각도 요즘 하게 되네요.

(Una corda는 음을 약하게 칠 때 쓰는 방법입니다. 피아노 톤이 몽글몽글하게 부드러워져요. 바이올린이나 비올라에서 약음기를 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예술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 같은 경우는 무언가 아이디어를 찾아야 할 때 통독하는 형태로 읽는 여러 책들 중 한 권입니다.

저는 미술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오히려 그래서 어떤 그림이나, 공간이나, 설치 미술이라던가, 만화도 그렇고, 사진이나, 그런 시각적인 것들에 아이디어를 얻어서 곡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예컨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중 'Nighthawks(밤을 새는 사람들)'라는 그림을 너무 좋아해서 바탕화면으로까지 해 놓은 적도 있는데요.
그 포트폴리오 책을 한참 보다가 호퍼 그림에서 느낀 외롭고 도회적이고, 쓸쓸한 느낌, 정서를 앨범에 녹여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저번 앨범을 만들기도 했어요.
-혹시 에피톤 프로젝트의 곡 중에서 특히 함께 읽으면 어울릴 만한 책과 음악을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긴 여행의 시작>이나,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 같은 앨범이 잔잔하고 연주곡이 많아서 집중하기엔 더 좋을 것도 같아요.

선물 받았던 이해인의 <작은 위로>도 좋을 것 같고. 이언 매큐언이나 하루키의 <잡문집> 같은 단편도 좋을 것 같네요.
-혹시 궁금한 분들을 위해 지금 하고 있는 공연도 소개해주시죠.
서울, 대전 공연은 끝났고요, 4월 9~10일 부산, 16~17일 대구, 23~24일 제주 공연이 남아 있습니다. (아래 링크 참조)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봄날, 벚꽃 그리고 너’는 첫 번째 단독 콘서트 ‘긴 여행의 시작’ 이후로 공연장에서 볼 수 없었는데요, 이번 콘서트 테마가 ‘이른, 봄’이라는 데 맞춰 오프닝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지방 공연을 마친 후에는 새 앨범 작업을 위해서 해외로 떠날 예정이에요. 그 전에 선보일 신곡 ‘LOVED(가제)’를 공연장에서 살짝 공개도 합니다.

2016 에피톤 프로젝트 공연 예매 바로가기

-그 다음으로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으로는 누가 있나요?
근래, 드라마 <시그널>을 재미있게 봤어요. 극본 쓰신 김은희 작가님은 어떤 책을 읽으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또 한 분은 만화 그리시는 천계영님요. 오랜 팬이기도 한데요. 연재하시는 것 잘 보고 있어요. 좋알람. 천계영 작가님이 전개나 이야기도 잘 만드시는데. 어떤 책 좋아하시는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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