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브 리뷰] 동물과 인간 사이

조회수 2018. 5. 8. 13: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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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네째 주의 주목할 만한 신간들을 소개합니다.

세상을 탐구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무엇보다 나를 알아가는 길
북클럽 오리진이 함께합니다

북클럽 오리진이 궁금하다면

주목할 만한 신간들을 살펴보는 '리뷰 오브 리뷰'입니다.


책과 저자에 관련된 정보 중심으로 전해 드립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자 생각의 디딤돌입니다. 애써 다가가야 할 이유입니다.


*소개할 만한 신간 추천도 받습니다. journey.jeon@gmail.com으로 알려주세요.


식용 닭, 돼지, 개 사육장에서 일하면서 겪은 동물과 사람에 대한 관찰과 생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저자 한승태는 논픽션 작가입니다. 대학 졸업 후 꽃게잡이 배, 주유소, 양돈장 등에서 일하며 글을 쓰기 시작해 첫 책 《인간의 조건》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이번 책에서는 고기를 위해 길러지는 동물들이 어떻게 살다가 죽는지 4년 동안 국내 식용 동물 농장 열 곳에서 일하면서 경험한 동물과 사람 이야기를 썼습니다. 


식용 동물들이 ‘고기’가 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통계가 아닌 클로즈업의 방식으로, 노동하고 체험하면서 관찰한 결과물입니다. 생명의 존엄과 윤리,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까지 담았습니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권리를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고찰부터 한국 식용 고기 산업 생태계의 단면에 대한 관찰까지 다양한 화두들을 제기하고 나름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과연 이런 식으로 자연과 관계를 맺는 게 온당한 일일까, 생명을 이런 식으로 낭비해도 될까 질문합니다.

언제나 현명하던 존 버거는 사진에 관한 중요한 에세이에서 "클로즈업은 통계의 대척점"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 책이 통계 대신 여러분에게 제공하려는 것도 클로즈업이다. 나는 클로즈업이 통계에 표정과 피부를 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는 당연히 정확한 숫자가 필요하다. 나는 다만 통계와 클로즈업이 건축으로 치면 설계와 감리 같은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일련의 숫자에 사회의 현실을 대변하는 자격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그 숫자들의 실체를 직접 확인하고, 말하자면 '냄새를 맡아 볼 의무'가 있다.

20세기 서구 지성사에서 독특한 자취를 남긴 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 평전입니다. 벤야민 애독자들로서는 반가운 책입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벤야민 전문 연구자 2명이 함께 썼습니다. 하워드 아일런드(Howard Eiland)는 MIT에서, 마이클 제닝스(Michael W. Jennings)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독문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벤야민의 1차 텍스트는 물론 관련 자료를 발굴해온 수천 명 연구자의 일차 사료를 인용해 벤야민의 삶과 사상의 전모를 그려냈습니다.


사유의 폭이 넓고 깊고 난해했던 만큼 전체 윤곽을 좀더 명료하게 밝히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를 위해 철저히 연대기적 접근법을 취했고, 벤야민 작업의 숨은 무대였던 일상에 주목하면서 그가 남긴 주저들의 학문적, 역사적 맥락들을 밝혔습니다.


나치를 피해 뒤늦게 탈출하려다 국경에서 자살하기까지 파란만장했던 지식인의 삶에 대한 평전이자 학문적 성취에 대한 비평도 겸했습니다.


원제 Walter Benjamin: A Critical Life. 2014년 1월 출간.

벤야민의 일관된 목표는 자신의 "여러 내면적 존재 양태"를 현실화하는 것이었다. 니체에게 자아가 여러 의지로 이루어진 사회적 구조물 같은 것이라면, 벤야민에게는 "매순간 달라지는 순전한 즉흥극"이었다. 이처럼 개인의 독단에 매달리는 면과 절대적인 (때로 매서운) 판결을 내리는 면이 공존한 것은 그의 가파른 내적 변증법과도 잘 어울렸다.

발터 벤야민이라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다면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면의 체계적 일관성, 혹은 텍스트로서의 일관성을 지닐 가능성이 없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았다. 예컨대 아도르노는 벤야민의 의식을 가리켜 "원심적"으로 통합되는 특이한 의식, 곧 사방으로 확산됨으로써 정립되는 의식이라고 했다.

우리가 음식을 먹고 마시는 동안에 일어나는 갖가지 숨은 원리를 과학적으로 해명하고 조언한 책입니다.


저자 찰스 스펜스(Charles Spence)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심리학자입니다. 과학적인 미식학을 개척해 미슐랭 셰프들의 ‘구루’, 글로벌 요식업계의 ‘멘토’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 책은 자신이 창안한 신종 학문인 가스트로피직스(Gastrophysics)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Gastronomy(미식학)와 Physics(물리학)의 합성어입니다.


음식의 색깔, 냄새, 소리부터 식기의 무게와 질감, 레스토랑의 배경 음악, 셰프의 플레이팅까지 우리가 식사 중에 체험하는 갖가지 요인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합니다.


흔히 느낌 혹은 직관이라고 표현하는 것들에 사실 정교한 심리적, 감각적 ‘설계’가 숨어있다고 말합니다.


인간의 감각(오감)과 음식의 맛, 레스토랑의 분위기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무엇을(예를 들어 음식의 색깔, 레스토랑의 조명, 음악, 식기의 질감 등) 바꾸면 더 맛있게 느껴지는지, 다양한 관점에서 질문을 던지고 과학적, 심리학적 근거에 기반한 대답을 제시합니다.


원제 Gastrophysics. 2017년 6월 출간.

후각적으로 잘못 디자인된 대표적인 사례는 뜨거운 커피를 담은 종이컵의 플라스틱 뚜껑일 것이다. 물론 이 뚜껑 덕분에 음료가 넘칠 염려는 없지만 하나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커피 향이 전 비강으로 전해지는 것을 막는다는 점이다. 금방 갈아낸 신선한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실 경우에는 정말 불행한 일이다. 이 향은 거의 모든 사람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병이나 캔으로 직접 음료를 마실 때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즉 전비강으로 전해지는 냄새를 놓치게 된다. 병이나 캔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을 수도 있고 입을 대고 맛을 음미할 수도 있지만 둘을 동시에 즐길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빨대로 마시는 것은…… 음, 그건 더 나쁘다!”

디지털 소통 시대에 편지의 역사와 의미를 이야기한 책입니다.


저자 사이먼 가필드(Simon Garfield)는 영국의 논픽션 작가입니다. BBC 라디오 다큐멘터리 작가 및 《라디오 타임스》 편집자로 활동하다가 작가로 나서 『지도 위의 인문학On the Map』,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Timekeepers』 등을 써서 주목받았습니다.


이번에는 편지에 주목했습니다. 고대 로마 시대 편지 서판부터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해진 이메일까지 편지의 역사를 꼼꼼히 조명하는 한편 편지에 대해 잘 몰랐던 사실과 뒷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편지가 서간문학으로 발전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소설이라는 장르가 탄생했다든지, 한때는 자기계발서 역할을 했고, 편지 쓰는 법을 알려주는 책들이 유행처럼 쏟아져 나온 시기가 있었다는 사실이 소개됩니다.


수많은 편지와 인물과 역사적 사건을 등장시키며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통해 ‘편지’라는 존재의 가치에 대해, 디지털 시대가 앗아간 편지 쓰기의 의미와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메일은 ‘누르기’지만, 편지는 ‘어루만짐’이라고 말합니다.


원제 To The Letter 2013년 11월 출간.

편지에는 고유한 진정성이 있다. 글로 하는 다른 형태의 소통에는 없는 진정성 말이다. 이는 종이에 손을 대거나 타자기에 종이를 돌려 끼우는 일, 두 번 하지 않게 처음에 제대로 하려는 노력, 목적을 향한 집중과 일부 관련 있다.

암 투병 중인 아내에게 음식을 만들어준 일지를 모은 따뜻한 에세이입니다.


저자 강창래는 출판 편집기획자로 오래 일했고 2014년 한국출판평론 대상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인문학 저술과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평소 부엌일과는 멀었던 저자는 암 투병중인 아내의 부탁을 받고 요리 간병을 시작합니다. 고통과 아픔 대신, 음식으로 만들어내는 짧은 기쁨의 순간을 붙잡아두기 위해 쓴 남편의 부엌 일기입니다.


조리 과정만 적어놓은 메모가 자라서 한 편의 요리책 같으면서도 요리책이 아닌 문학적인 에세이가 되었습니다.


60여 가지 음식의 조리 방법과 과정을 자상히 그리고 있어 식사 힌트를 얻거나 조리 참고서로 삼아도 무방할 정도지만, 행간으로 느껴지는 ‘요리하는 마음’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간단한 콩나물국을 끓이더라도 레시피를 보고 따라 해보았지만 다시 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일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부담이 얼마나 컸는지 모른다. 부엌에 들어서면 언제나 천길 벼랑이 앞을 가로막았다. 머릿속은 하얘지고.

'노포(老鋪)'란 대를 이어 수십 년간 특유의 맛과 인심으로 고객에게 사랑받아온 가게를 일컫는 말입니다.


이 책은 ‘글 쓰는 셰프’로 유명한 저자 박찬일이 3년간 평균 업력 54년에 육박하는 국내 노포 26곳을 찾아다니며 창업주와 대를 이은 이들을 취재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하루 단 500그릇만 파는’ 서울의 하동관, ‘60년 전설의 면장’이 지키는 인천의 신일반점, ‘의정부 평양냉면 계열’의 을지면옥, 강릉의 토박이할머니순두부, 부산 바다집 등 귀게 익은 옥호들은 물론 숨은 맛집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의 담대한 경영 정신과 트렌드, 마케팅, 브랜딩 없이도 꾸준히 단골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장사 비결, 비용이나 마진과 같은 경영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그들의 우직한 승부수 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이들의 장사 내공을 기세(幾歲), 일품(一品), 지속(持續)의 세 가지로 정리해 설명합니다.

우리 사회사에서 이미 많은 부분이 연구되고, 역사라는 이름으로 (나랏돈 써가며) 기록하고 보존하고 있지만, 식당은 아니었다. 이름없이 스러져간 식당이 얼마나 많은가. 애호가들의 추억에만 남겨두지 말자, 그 현장을 살아 있을 때 기록으로 남기자는 게 5년 전 흑석동의 돼지머릿집에서 두 명의 기획자와 (사진을 찍기로 한) 노중훈과 내가 의기투합한 일이었다.

'행복을 배달하는' 스타트업 자포스 창업자로 주목받아온 토니 셰이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냉정하게 관찰한 책입니다.


저자 에이미 그로스(Aimee Groth)는 미국 경제 전문 저널리스트입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서 선임 기자로 근무하다가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중입니다.


자포스(Zappos)는 높은 소비자 만족도와 직원 우대 정책으로 유명한 세계 최대 온라인 신발 회사입니다. 성공 주역인 토니 셰이(Tony Hsieh) CEO는 유토피아적인 기업가로도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는 낙후된 구도심에 혁신적인 기업 공동체를 건설하는 실험을 위해 ‘다운타운 프로젝트(Downtown Project)’도 벌였습니다. 몰락한 라스베이거스 구도심으로 본사를 옮기는 한편, IT 스타트업뿐 아니라 디자이너, 뮤지션, 작가, 화가, 의료인, 대학 교수, 언론인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전문가들을 불러모으고 교류를 지원했습니다.


이 실험에 동참했던 저자는 5년간 가까이에서 천재 CEO가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만들어가는 과정과 금이 가는 과정을 밀도 있게 추적합니다. 이른바 홀라크라시(Holacracy, 전통적인 직위 체계를 버리고 구성원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자율적으로 일하는 시스템)의 실상에 대해서도 전합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세상을 주도하는 실리콘밸리 리더의 이면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원제 The Kingdom of Happiness. 2017년 2월 출간.


정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을 때 어떻게 접근해야 좋은지 조언하는 경영 지침서입니다. 조직뿐 아니라 개인의 의사결정에도 적용할 만한 지혜가 담겼습니다.


저자 조셉 L. 바다라코(Joseph L. Badaracco)는 경영윤리 분야의 석학입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주로 경제적ㆍ법적ㆍ윤리적 책임에 기반해 최상의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가르쳐왔습니다.


이 책은 조직과 삶에서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최상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5가지 원칙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상황을 파악하고 관련 정보를 분석하는 기술적 차원을 넘어 윤리적 관점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주주나 이해관계자의 이익 극대화보다 윤리와 핵심 의무를 살펴 판단을 내리는 것이 더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음을, 현대의 딜레마부터 고대 철학자들의 통찰력에 이르기까지 20년의 연구와 조사, 동서고금의 풍부한 사례 분석을 통해 역설합니다.


중요한 의사 결정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질문으로 1)최종 결과는 무엇인가, 2)핵심 의무는 무엇인가, 3)현실 세계에서 실효성 있는 것은 무엇인가, 4)우리는 누구인가, 5)내가 감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들어 설명합니다.


원제 Managing in the Gray: Five Timeless Questions for Resolving Your Toughest Problems at Work. 2016년 9월 출간.

인본주의자라는 말 자체는 대학교 안내서에나 나올 법한 단어이지만 사실 인본주의의 근간이 되는 사상은 일과 삶에서의 어려운 의사결정과 직접 관련이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인본주의라는 말은 고대 작가들이 처음 사용하기 시작해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학문적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지니게 되었다. 인본주의자들은 근원적 질문을 통해 인생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어떤 것에 사람들이 동기를 부여받는지,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등에 대한 본질에 접근하고자 했다.

청년 세대의 정치제도 개혁의 메시지를 담은 소설입니다. 소설 형식의 정치개혁 제안서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저자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 교수는 평소 선거제도 개혁과 청년정치의 필요성을 주장해왔습니다. 이번에는 읽기 쉬운 소설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청년 문제와 선거제도 개혁이 한국 사회에 절실하고 절박한 일이고,

“선거제도 개혁이 인생살이의 문제라면 이를 다룬 이야기에서는 사람 냄새가 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학자이면서 정치개혁을 설계하는 ‘정치기업가’ 한석, 소상공인 전문 변호사 출신으로 대통령이 되는 최드림, 스타 방송기자에서 정치인으로 시행착오를 거치는 이혜리 세 인물을 씨실로, 한국 정치의 현실과 청년 문제를 날실로 엮어 정치개혁의 로드맵을 보여줍니다.


그 중심에 선거제도 개혁, 즉 국민의 의사를 정확히 반영하는 비례대표제로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자신들을 대표하는 강한 정당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혁을 두고, 이러한 개혁 과제를 실현하는 주체로서 ‘청년’과 그들의 정당인 ‘청년의인당’을 이야기합니다.


원로 문학평론가 염무웅의 대담집입니다.


후배평론가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의 대담 8편과 산문 1편을 수록했습니다. 어린 시절과 문학에 입문하게 된 경위 등 저자의 개인사와 현대사가 교차합니다.


1960년대 이후 한국 문학을 빛낸 수많은 작가와 시인들에 얽힌 에피소드들, 문단과 출판계 등 저자가 활동했던 ‘현장’의 풍경들이 그려집니다.


저자가 소장하고 있다가 최초로 공개하는 사진과 문서 등을 포함해 역사적 가치가 높은 도판들도 실렸습니다.


맨 마지막에 실린 글 '문학의 계단을 오르며'는 '책 읽기'와 '글쓰기'라는 본업을 줄기로 하여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1970년대 말, 박정희 유신체제가 붕괴될 때까지를 돌아본 자전적 산문입니다.


저자는 "역경 속에서 문학행위에 임한다는 것의 근본을 들여다보고 자세를 가다듬으려는 내심의 욕구만은 버린 적이 없다"고 고백합니다.

창작행위로서의 고독한 글쓰기가 문학현상의 핵심에 위치한다는 것은 자명하지만, 떠돌이별처럼 외따로 존재하는 단독자들에 의해 어떤 글이 생산되고 그 생산된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문학의 이름으로 수용되어 하나의 ‘감성의 커뮤니티’가 형성되기까지는 문학 바깥으로부터의 수많은 인적 물적 제도적 지원과 간섭이 필수적으로 동반된다. (…) 문학작품은 그 모든 외적 조건들에 대한 저자 내면으로부터의 치열한 자기주장의 결과물이다.

비운의 시인 박서원의 시집 다섯 권을 한데 묶어 낸 책입니다.


박 시인은 1989년 ‘문학정신’에 ‘학대증’ 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여성의 상처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자전적 문학을 통해 1990년대 한국 여성문학에 뚜렷한 자취를 남겼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난간 위의 고양이>(1995), <이 완벽한 세계>(1997) 등의 시집 외에 1998년 자서전 <천년의 겨울을 건너온 여자>을 통해 시인의 꿈을 간직하고 있었던 아버지의 죽음, 기면증 발병, 사랑과 결혼의 상처 등 고통스러운 삶을 과감히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투병 중 2012년 5월 52세 나이로 별세했다는 사실이 지난해 뒤늦게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이번 시전집은 절판된 다섯 권 시집들의 초판을 원본 원고로 출간 순으로 한데 묶어 정리하고 비평가 황현산이 그의 작품 세계와 삶을 돌아본 글을 함께 실었습니다.

그는 난간이 두렵지 않다
벚꽃처럼 난간을 뛰어넘는 법을
아는 고양이
그가 두려워하는 건 바로 그 묘기의
명수인 발과 발톱
냄새를 잘 맡는 예민한 코
어리석은 생선은 고양이를 피해 달아나고
고양이는 난간에 섰을 때
가장 위대한 힘이 솟구침을 안다
그가 두려워하는 건
늘 새 이슬 떨구어내는 귀뚜라미 푸른 방울꽃
하느님의 눈동자 새벽별
거듭나야 하는 괴로움
야옹
야옹

「난간 위의 고양이」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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