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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오브 리뷰] 거울 보는 인간

조회수 2018. 2. 28. 08: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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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네째 주의 주목할 만한 신간들을 소개합니다.

세상을 탐구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무엇보다 나를 알아가는 길
북클럽 오리진이 함께합니다

북클럽 오리진이 궁금하다면

지난주에 나온 신간 중에서 주목할 만한 책들을 살펴보는 '리뷰 오브 리뷰'입니다.


책과 저자에 관련된 정보 중심으로 전해 드립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자 생각의 디딤돌입니다. 애써 다가가야 할 이유입니다.


*소개할 만한 신간 추천도 받습니다. journey.jeon@gmail.com으로 알려주세요.

인간의 얼굴에 초점을 맞춰 진화 과정을 깊게 다룬 책입니다.


저자 애덤 윌킨스(Adam S. Wilkins, 1945년생)는 미국 유전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입니다. 워싱턴대학교에서 유전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대학 초빙교수와 강사를 거쳐 유전학과 생명과학 전문 잡지 『제네틱스(Genetics)』의 편집자로 활동 중입니다.


이 책에서는 우리 얼굴이 어떻게 지금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 얼굴의 진화와 인간 본성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얽혀 있는지 탐구합니다.


시간적으로는 5억 년 전에 탄생한 최초 척추동물의 얼굴부터 시작해 가장 최근에 형성된 인류 조상의 얼굴로 이어지는 진화의 역사를 조명하고, 공간적으로는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등 지구 곳곳을 넘나든 동물과 인류의 이동을 추적합니다.


저자는 인간 진화에서 사회성의 요구가 얼굴 진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데 주목합니다. 얼굴은 감각 본부라는 기본적인 기능 외에 개체에 대한 정보를 얻는 출처라는 기능을 맡으면서 인류의 감정적, 사회적 생활의 핵심으로 자리잡았고, 그후 서로의 표정 교환과 읽기가 더 복잡한 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원제 Making Faces: The Evolutionary Origins of the Human Face. 2017년 1월 출간.

인간의 얼굴은 개인과 세상에 대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모으는 수집가이자, 자신의 감정과 의도를 동료들에게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게 전달하는 정보의 전달자이다...

인간 번영의 열쇠, 즉 생존은 인간의 강한 사회적 본성을 민족적 유대감만을 앞세운 파괴적 측면에 사로잡히지 않게 방지하면서 이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결국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진짜 '종족', 즉 직접적으로 속한 집단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를 보기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화상에 얽힌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설명한 책입니다.


저자 로라 커밍(Laura Cumming)은 영국의 미술평론가입니다. 현재 시사주간지 <옵서버>의 비평 기자로 글을 쓰면서 책도 내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의 첫 책으로 일반 독자가 알기 쉽게 문학·시·영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와 문학적으로 자화상의 비밀을 풀어 보입니다.


뒤러부터 렘브란트, 벨라스케스, 반 고흐, 뭉크, 워홀, 신디 셔먼 등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화가들의 자화상에서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화가들은 왜 자화상을 그렸는지, 자화상은 왜 우리 시선을 끄는지 그리고 화가들은 자신의 가장 내밀한 모습을 자화상을 통해 어떻게 드러내는지, 자화상은 실제 삶에서 우리 행동을 어떻게 모방하는지 등에 대해 묻고 답합니다.


다양한 일화들과 함께 도판들도 소개됩니다. 저자는 세상을 향해 ‘얼굴’을 만들어 보여야 하는 것은 비단 자화상을 그린 화가들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일상 속 일이기도 하다고 말합니다.


인상파 화가 에드가르 드가는 평소 사람들의 얼굴을 구경하려고 합승마차 타는 것을 즐기면서 이렇게 반문했다지요. “서로를 바라보기 위해 태어난 것, 그것이 인간 아닌가?”


원제 A Face to the World: On Self-Portraits. 2009년 6월 출간.

자화상은 자아를 드러내야 하는 작가에 대한 요구이면서 풍부한 자아 인식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자화상은 예술에서 가장 뿌리 깊으면서도 가장 앞선 회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주제가 되는 인물의 겉과 속을 오가며 그 두 개의 자아를 불가분의 영속적인 존재로 재창조한다.

즉, 자화상은 한 편의 예술작품이면서 그것을 빚은 창조자의 이미지이며 그가 자신에 대해 느끼고 상상하고 믿었던 것이 무엇이며 그 가운데 무엇을 선택했는가에 대한 진실의 요체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드러내기 위해 언제나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입체주의 미술을 일찍 알아본 프랑스 화상 다니엘-앙리 칸바일러가 방송기자와 나눈 예술 대담집입니다.


다니엘-앙리 칸바일러(Daniel-Henry Kahnweiler)는 20세기초 프랑스 화상입니다. 1907년 23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파리 8구 비뇽가의 한 귀퉁이에 작은 화랑을 처음 연 이후로 70여 년 동안 그림을 위한 삶을 살았습니다.


피카소의 「아비뇽의 아가씨들」을 그의 작업실에서 본 이후로 입체주의에 완전히 빠져들었고 이후 입체주의 화가들은 칸바일러 화랑을 통해서 수집가들의 손으로 들어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 책은 그가 1960년 한 달간 프랑스 국영 라디오 방송에서 대담한 내용입니다. 1961년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책으로 발간된 이후 지금까지 현대 미술사의 주요 참고 자료로 쓰이고 있습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던 다니엘-앙리 칸바일러가 이 대담에서는 화상이 되기 전의 얘기부터 자연스럽게 풀어놓습니다. 입체주의에 정통한 안목과 식견을 보여주는가 하면 두 번의 세계대전과 세계 경제 공항 속에 겪은 애환을 들려줍니다.


입체주의는 서양미술사에서 인상주의 이후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그 중심에 있었던 목격자의 증언을 통해 직업관과 충직함, 예술을 향한 정열, 사람과의 우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원제 Kahnweiler: My Galleries and Painters. 2003년 11월 출간.

어느 날 난 이 작은 화랑에 있었어요. 내가 보기에는 놀랄만한 젊은이가 들어오는 것이었어요. 그는 까마귀처럼 검은 머리에 작고 다부졌으며 먼지가 잔뜩 낀 신발에 옷은 형편없이 입었는데 어쨌든 지저분한 상태였지만 눈빛만은 놀랍게 보였지요. 그 젊은이는 아무 말도 없이 사방 사 미터쯤 되던 작은 가게 안을 빙빙 도는 듯이 그림들을 보고 나서 나갔어요...

나는 문을 두드렸어요. 그러자 한 젊은 남자가 맨발인 채 셔츠를 풀어헤치고 문을 열더니 손으로 나를 잡아끌면서 들어오게 했어요. 그가 바로 며칠 전에 우리 화랑으로 왔던 젊은이였고 같이 온 사람은 볼라르였던 거지요... 그리하여 나는 피카소의 작업실로 쓰이던 그 방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그 누구도 라비냥가의 화실에서처럼 비참하고도 가난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문제에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저자 조지 마셜(George Marshall)은 영국의 환경운동가입니다. ‘기후 지원 및 정보 네트워크(COIN)’를 공동 창립해 기후변화 관련 자문과 홍보 활동에 앞장서 왔습니다.


이 책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증거는 이미 충분함에도 왜 사람들은 무관심한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답을 찾기 위해 심리학과 경제학, 기후 과학, 문화인류학, 진화심리학 등의 전문가들을 비롯해 기후변화 부정론자들, 석유기업 담당자들, 평범한 시민들을 찾아 나섭니다.


흔히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부정하거나 외면하는 이유가 과학적 증거들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객관적 사실 외에도 긴급성, 근접성, 사회적 의미, 이야기, 경험에서 나온 비유 등의 도구를 활용해 사람들의 감정에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기후변화 운동이 적을 규정하고 비난하는 적대 담론에 치중하다보니 오히려 분열을 가속화하고 뿌리 깊은 적대감을 유발시켰다면서, 공동의 목적을 중심으로 협력의 담론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원제 Don't Even Think About It. 2014년 8월 출간.

모든 캠페인은 우리의 미래의 생각을 결정할 언어와 전선을 규정한다. 만약 적을 내세운 담론에 기대어 우리의 캠페인을 전개한다면, 기후변화의 긴장이 고조되어감에 따라 종교나 세대, 정치, 계층, 민족 간 분열에 기댄 훨씬 더 사악하고 새로운 적을 내세운 담론이 등장하여 기존의 담론을 대체할 가능성은 언제든 존재한다.

특히 물 부족이 종교적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중동 지역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적을 상정한 담론이 결국 폭력이나 책임 전가, 집단 학살로 이어지고 그런 끔찍한 일들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무뎌지게 만들었던 사례를 우리는 역사에서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제목 그대로 세상 가득한 미생물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담은 책입니다. 


저자 존 L. 잉그럼(John L. Ingraham)은 미국 미생물학계의 대가입니다. 미국 미생물학회장을 지냈고 현재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의 명예교수입니다. 그의 미생물학 저서는 세계 여러 대학교에서 교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책은 30억 년 전 ‘산소 혁명’을 통해서 지금과 같은 지구의 모습을 만든 주인공이자 인류의 동반자인 미생물에 관한 상세하고도 방대한 이야기를 한데 모았습니다.


우리는 늘상 미생물의 영향을 받고 있고, 일상은 미생물의 천국입니다. 자주 먹는 요구르트부터 우유, 생선, 샴페인, 김치, 심지어 물에도 미생물이 존재합니다. 우리 역시 작은 미생물로 이뤄진 생명체입니다.


미생물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자연 현상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동물부터 인간까지 다양한 생명체들의 신비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소는 왜 되새김질을 하는지, 흰개미는 왜 나무를 갉아먹는지, 진딧물과 개미는 언제부터 공생했는지, 방귀의 원리는 무엇이며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말 배가 아픈 것인지 등 동물과 내 몸에서 일어나는 여러 미생물의 생활과 역할을 알면 궁금증이 풀립니다.


원제 March of the Microbes. 2010년 2월 출간.

수십억 년쯤 흐르는 동안 태양이 점점 더 밝아져서 지기구가 계속 뜨거워질 수도 있다. 공룡을 멸종시켰던 것과 같은 소행성 충돌로 길고 무시무시한 겨울이 올 수도 있다. 미생물들은 이런 극단적인 환경을 훨씬 잘 견뎌낼 수 있다.

나는 미생물이 우리 인류보다 35억 년 앞서 지구에 나타났다는 말로 이 책을 시작했다. 그러니 지구의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우리가 사라진 이후에도 미생물이 오랫동안 남아 있을 거라는 말로 마무리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루이 파스퇴르가 옳았던 것 같다. 실제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미생물이다.

근대 민족주의의 성격을 구명한 고전적 저술입니다.


저자 앤서니 D. 스미스(Anthony D. Smith)는 영국의 사회학자입니다. 민족과 민족주의 문제 연구의 대가입니다. 런던정경대학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민족성과 민족주의 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냈습니다.


이 책에서는 오늘날 세계질서의 기본 단위로 자리잡은 민족과 민족국가의 기원과 형성과정을 추적합니다.


20세기 후반부터 주로 진행된 민족주의 연구는 민족을 ‘상상의 공동체’(베네딕트 앤더슨)로 보거나, ‘만들어진 전통’(에릭 홉스봄)에 의한 ‘근대적인’ 현상이라는 시각이 강했습니다. 반면 ‘민족’ 감정이란 인간의 원초적인 것이라는 입장도 있지요. 


저자는 둘을 종합합니다. “공유한 조상의 신화, 역사, 문화와 특정한 영역과 연대의식을 가진 명명된 인간의 집합”을 ‘인종적 민족’(ethnie)이라 정의하면서 이 인종적 민족을 민족의 기원과 연결시켜 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전근대에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인종적 민족의 범주와, 근대 민족과 민족주의 형성에 미친 근대화의 충격을 함께 봐야 한다는 거지요.


근대화의 혁명이 대중에 기반을 갖는 세속적 이익사회로 바꿔나가는 과정에서 민족주의가 발흥했는데, 이때 영토나 문화의 인종적 민족의 신화, 상징, 유산이 소환됐다고 봅니다.


지식인들은 과거의 황금시대의 신화, 민중 문화(사투리, 구전문학, 시골 문화)의 활성화 등을 민족 형성을 위해 적극 활용했으며, 그 점에서 현재의 민족과 과거의 인종적 민족의 정체성은 연속성을 갖는다고 설명합니다.


원제 The Ethnic Origins of Nations. 1986년 10월 출간.

수많은 수효의 사람들이 자기네 민족의 정체성을 승인받고 자기네 ‘역사 속의’ 땅을 회복하기 위해 기꺼이 희생당할 준비가 되어 있다. 불안정해서 취약한 신생국가는 자기네들의 ‘민족’ 자격을 확립하려고 고심하는데, 특히 그들이 공통된 민족성의 외관을 결여하고 있을 때 더욱 그러하다.

뿌리를 상실하여 모국이 없는 대중들은 그들이 소속해 있다고 믿을 수 있고 또 믿고 싶어 하는 정치적으로 유효한 단위에로 융합할 것을 열렬히 주장한다. 기억조차 할 수 없는 시대 한가운데 가라앉은 또는 잃어버린 인종적 민족의 뿌리를 재발견하는 것보다 소속감을 주장하거나 부여하는 더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18~19세기 우리 한문단편 선집입니다.


한국학의 태두로 꼽히는 고(故) 이우성 교수와 한국학/한문학자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1973년 전4권으로 출간했던 것을 이번에 현대적 문체와 장정으로 새롭게 출간했습니다.


우리 문학사의 ‘소설시대’ 18~19세기 한문단편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 187편(연암 소설 11편 포함)이 수록돼 있습니다.


이번 재출간을 위해 임형택 교수가 제자들과 독회를 해가며 젊은 언어 감각을 더하고, 최신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했다고 합니다.


책이 처음 나왔을 때 한국문학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한편, 그동안 여러 역사소설과 시대극에 자양분을 제공해 왔습니다.


이들 작품이 생산된 시기는 전통 양반 사대부가 몰락하고 중인·서리층이 득세하며, 상인·수공업자·농민들 중 신흥 부자들이 출현하던 격변기였습니다. 당시의 활력은 거리의 이야기꾼들에게 풍부한 소재를 제공했고 다양한 작품들이 탄생했습니다.


여기 실린 작품들에는 양반 사대부에서 역관과 상인 등의 신흥부자, 기생·명창 등의 예인, 도둑·거지·사기꾼에 이르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하여 흥미로운 생활의 단면과 신기하고 기막힌 인생유전을 들려줍니다.


각주를 대폭 보완해 한문 어휘를 풀이하고 문장을 다듬어 현대 독자가 전래 이야기의 재미를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전문 연구자들을 위해 4권에 원문을 별도로 모아 정리했습니다.


19-20세기 전환기의 러시아 작가 막심 고리키의 산문선입니다.


고리키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밑바닥 삶 속에서 독서를 통해 혁명가로 변신한 지식인이었습니다. 대표 소설 『어머니』의 저자로 유명합니다. 사회주의 사상에 헌신한 운동가였으면서도 러시아의 인문주의자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의 글들은 인간을 한갖 진보의 도구로 보지 않고 인간 존재 자체를 경외하는 작가의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톨스토이, 체호프, 알렉산드르 블로크, 레닌 등 저자가 직접 만난 동시대 주요 인사들의 언행도 읽을 수 있습니다.


원작 <일기로부터의 단상. 회고> 1924년 출간. 

“인간은 희망으로 들뜬 불안한 삶을 원치 않습니다. 밤하늘의 별 아래 느릿느릿 흘러가는 조용한 삶이면 족합니다. 제가 확실히 말하지만, 잠시 살다 갈 뿐인 사람들에게 실현 불가능한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들의 게임을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공산주의가 뭘 해 줄 수 있겠습니까”

문태준 시인의 신작입니다.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이후 삼 년 만입니다. 63편의 시를 묶었습니다. 문학동네시인선 101번째 시집이기도 합니다.


그전의 시집들이 한 단어이거나 짧은 수식 구조의 제목을 달고 나온 데 반해 이번의 문장형 제목은 더욱 낮아지고, 여려지고, 보드라워진 시인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자 삼라만상을 ‘사모’의 마음으로 올려다보는 시인의 시선을 대변해주는 문장이라고 출판사는 소개합니다.

새봄이 앞에 있으니 좋다.
한파를 겪은 생명들에게 그러하듯이.
시가 누군가에게 가서 질문하고 또 구하는 일이 있다면
새벽의 신성과 벽 같은 고독과 높은 기다림과 꽃의 입맞춤과
자애의 넓음과 내일의 약속을 나누는 일이 아닐까 한다.
우리에게 올 봄도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
다시 첫 마음으로 돌아가서
세계가 연주하는 소리를 듣는다.
아니, 세계는 노동한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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