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브 리뷰] 우리에게 아름다움과 선량함이 없다면

조회수 2017. 3. 22. 08: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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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셋째 주 신문 서평 면에 소개된 주요 신간들을 일별합니다.

북클럽 오리진이 궁금하다면

지난주 주요 신문 서평 면에 소개된 책과 리뷰들을 살펴보는 '리뷰 오브 리뷰'입니다.


지면에 소개된 리뷰 내용과 관련 정보를 중심으로 일별하는 시간입니다. 책과 저자에 관련된 정보 중심으로 전해 드립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자 생각의 디딤돌입니다. 애써 다가가야 할 이유입니다.


지난주에는 비교적 여러 책들이 지면을 골고루 나누어 차지한 편입니다.


일본의 저널리스트가 쓴 르포 기행 '먹는 인간'과 진화생물학의 고전인 '핀치의 부리', 미국 페미니스트 문학비평가가 쓴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 등이 비중 있게 소개됐습니다.


미국의 대중문화 연구가가 랩과 시의 유사성을 이야기한 '힙합의 시학'과, 국내 연구자들이 청년세대의 열악한 상황에 대해 보고한 '청춘의 가격'도 주목받았습니다.


스위스 작가 로베르트 발저의 중단편을 골라 번역한 '산책자'와 인도계 미국 작가가 쓴 등반 치유 체험기 '친애하는 히말라야씨', 일본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의 신작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도 눈에 띕니다.


국내 정치학자가 존 스튜어트 밀과 토크빌의 삶과 학문을 그린 '위대한 정치'도 저자 인터뷰 등으로 조명받았습니다.


문학으로는 소설가 임철우의 신작 소설집 '연대기, 괴물'이 선을 보였습니다.


일본 저널리스트가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면서 접한 인간과 음식을 통해 생(生)의 숭고함을 이야기한 책입니다.


저자 헨미 요(邊見 庸, 1944년생)는 교도통신의 외신부와 해외특파원을 거쳐 논픽션 작가로 활동 중인 인물입니다.


이 책은 교도통신 시절 1992년 말부터 1994년 봄까지 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사람과 음식에 관해 칼럼으로 연재했던 것을 단행본으로 묶은 것으로, 고단샤 논픽션상을 받았습니다.


집필 배경이 인상적입니다. 외신기자로서 사건사고를 판에 박힌 듯 보도하다가 감각의 마비 상태를 겪고 세계 여행에 나섰다고 합니다. ‘먹는 인간’이라는 주제를 품고 1주일 동안 취재하고 글을 쓴 뒤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는 식이었습니다.


찾은 나라는 방글라데시, 베트남, 필리핀, 독일, 폴란드, 크로아티아, 에티오피아, 우간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한국 등 15개 국입니다. 역사, 정치, 사회적으로 분쟁을 겪었거나 여전히 위험과 갈등이 산재하는 곳들입니다.


식(食)과 생(生). 먹는 것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간의 복잡 미묘한 행위를 통해 ‘삶의 근원’이 무엇인지 되돌아봅니다. 저자는 현지 사람들이 먹는 것을 함께 먹으며, 그들이 간직한 사연에 귀를 기울입니다. 


이 책이 출간될 당시 일본에는 맛집과 먹방 열풍이 한창이었다는군요. 저자는 세계 도처에서 만난 애처롭고 슬픈 ‘먹는 인간’의 장면을 통해 먹고 살아가는 행위의 처연함과 숭고함을 그려 보입니다.


원제는 もの食う人びと. 1994년 5월 출간됐습니다.


진화생물학의 고전입니다. 2001년 초판이 번역된 데 이어 20주년 기념판이 다시 번역돼 나왔습니다.


저자 조너선 와이너(Jonathan Weiner)는 미국의 과학 저술가입니다. 이 책으로 퓰리처상을 비롯해 여러 도서상을 받았습니다.


핀치는 갈라파고스에 서식하는 새입니다. 지금은 다윈 진화론의 상징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 과정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것이 프린스턴대 교수인 피터와 로즈메리 그랜트 부부입니다.


그랜트 부부가 1974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갈라파고스를 찾아 그곳 핀치들의 생태를 관찰, 기록하며 연구한 과정을 책에 담았습니다.


그랜트 부부는 매일 아침 핀치들을 잡아 몸무게를 재고 깃털 색을 살피고 부리 크기를 측정하며 무엇을 먹는지 누구와 짝짓기를 했는지 모두 기록했습니다. 데이터를 수집해 수십 세대에 걸친 변화를 추적한 끝에 2009년 새로운 종이 등장하는 순간까지 목격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진화가 어느 시기의 급작스러운 변화라고 여겼지만 이들의 연구를 통해 자연선택은 언제나 회전하는 칼날이며 선택의 밀고 당김이 쌓여 진화를 이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핀치 연구를 통해 생명의 진화와 인간과 자연, 세상의 관계를 이해하도록 돕는 책입니다.


원제는 The Beak of The Finch. 1994년 5월 초판이 출간된 데 이어 2014년 20주년 기념판이 나왔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진화심리학이 과학을 앞세우지만 사실은 성차별적 이데올로기를 강화한다고 비판하는 책입니다.


저자 마리 루티(Mari Ruti)는 미국의 페미니스트 심리학자입니다. 현재 토론토대 영문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문학과 철학, 정신분석, 여성학 등을 강의하면서 글도 쓰고 있습니다. 국내에도 번역된 《하버드 사랑학 수업》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는 대중적인 진화심리학 서적들이 종종 전제로 삼는 이른바 화성남-금성녀의 논리, 즉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저렇다”는 설명이 사실은 그럴싸한 과학의 권위를 획득한 문화적 신화에 불과하며, 이러한 신화가 사실로 교묘하게 둔갑되어 스며들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성 고정관념을 주입하는 방식을 두고 젠더 프로파일링이라고 부르고, 이것이 젠더와 성에 대한 지배적 사회 이념을 강화하기 위해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진화심리학은 성, 특히 여성의 성을 생식과 결부해 사고하는 빅토리아 시대적 감수성을 벗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안적 접근으로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성을 바라보는 다양한 이론들을 소개합니다.


원제는 The Age of Scientific Sexism: How Evolutionary Psychology Promotes Gender Profiling and Fans the Battle of the Sexes. 2015년 7월 출간됐습니다.


대중음악인 힙합과 시의 유사성에 대해 설명한 책입니다.


저자 애덤 브래들리는 미국 콜로라도대 영문과 교수입니다. 인종 및 대중문화에 관한 연구실을 운영하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힙합이라고 하면 흔히 반항적인 젊은이들이 욕과 음담패설, 여성혐오적인 발언을 가사로 쓰는 것쯤으로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도 그런 비판은 같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힙합이 기원과 양식에서 정통 문학인 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랩과 시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랩과 시는 무엇이 같은지 혹은 다른지에 대해 실제 노래 가사와 다양한 자료를 통해 보여줍니다.


힙합의 핵심 요소를 리듬, 라임, 워드플레이(언어 유희), 스타일, 스토리텔링, 설전의 6가지로 나눠 살펴봅니다. 이것은 시인들이 시를 쓰거나 낭독할 때도 염두에 두는 요소들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랩은 텍스트를 벗어난 시의 또 다른 형태라고 규정지으면서, 시라고 규명되어온 성분들이 랩의 구조와 스토리 안에서 어떻게 발화되는지 다양한 힙합 가사와 유명 가수들 사례를 통해 설명합니다.


원제는 Book of Rhymes: The Poetics of Hip Hop. 2009년 2월 출간됐습니다.


부제가 '청춘이 사라진 시대, 2017 대한민국 청년의 자화상'입니다. 진보적 입장에서 사회를 연구해온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이 펴냈습니다.


낮은 취업률, 낮은 임금, 더 낮은 임금 상승률의 3중고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처한 상황을 '니트'라는 개념으로 분석했습니다. 니트(NEET, 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는 일을 하지 않으면서 어떤 교육이나 직업 훈련도 받고 있지 않은 생산가능 인구(15~34세)를 말합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 청년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니트족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청년기를 니트 상태로 보낸 세대는 나이가 들어서도 직업적 저숙련 상태에 머물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상황이 고착될수록 청년 세대는 저임금·빈곤의 고리를 끊기 어려워지게 된다고 저자들은 지적합니다.


책에 수록한 39개의 도표와 인터뷰 등을 통해 청년 세대가 마주한 비정상적인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스위스 작가 로베르트 발저의 작품들을 골라 번역한 책입니다.


저자 로베르트 발저(Robert Walser, 1878-1956)는 스위스 태생으로 독일어로 글을 썼던 작가입니다. 14세에 중학교를 중퇴하고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틈틈이 글을 써서 신문과 잡지에 발표했습니다.


당대 문단에는 어울리지 못한 채 불우한 삶을 살았습니다만 카프카와 헤세가 그의 애독자였고, 수전 손택에 의해 독일어권 밖으로도 늦게 알려졌습니다.


이번에 나온 책은 그가 남긴 수백편의 작품 중 대표 중단편 42편을 골라 작가 배수아가 번역했습니다.


‘걷기’야말로 그의 삶과 글쓰기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생전 일상 속에서도 산책을 즐겼고, 길 위의 작은 것들에 대한 관찰과 사색을 작품에 담아냈습니다.

우리가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우리를 이해하고 사랑한다.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이 아니라 어떤 다른 존재였으며, 또한 바로 그렇기 때문에 비로소 진정으로 나 자신이었다. 감미로운 사랑의 빛 속에서 나는 깨달았고, 아니 깨달았으리라고 믿었는데, 아마도 내면의 인간이야말로 진정으로 존재하는 유일한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충실한 대지가 없다면 우리 가엾은 인간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 아름다움과 선량함이 없다면 도대체 우리가 가진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내가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 없게 된다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이곳은 내 모든 것이니, 이곳을 떠나면 나는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히말라야 등정과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치유한 체험을 담은 기록입니다.


저자 스티븐 얼터(Stephen Alter, 1956년생)는 인도 태생으로 미국 유학을 거쳐 인도 무수리 지역 문인 협회를 세워 활동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히말라야는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포함한 14개의 8천 미터 봉우리가 모여 있는 거대 산맥입니다. 저자는 이 인근 마을에서 태어나서 산을 보고 자랐지만 등반가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2008년 7월 어느날 괴한의 침입으로 심신에 깊은 상처를 입고 난 후 바라만 보던 히말라야 등정에 나서게 됩니다.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목표로 고봉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보고 듣고 읽고 경험한 것을 기록으로도 남겼습니다. 자신이 관찰한 것은 물론 등반자들과의 인터뷰, 히말라야의 자연사, 각 봉우리에 얽힌 전설과 신화, 설화 들을 들려줍니다.


다양한 문헌을 오가며 사색을 펼쳐나가면서도 담담하게 자신만의 메시지를 끌어냅니다. 자연과 신, 인간에 대한 성찰과 사색이 돋보입니다.


원제는 Becoming a Mountain: Himalayan Journeys in Search of the Sacred and the Sublime. 2014년 11월 출간됐습니다.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의 새 책입니다.


이번에는 ‘나이 든 부모와 어떻게 지낼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답합니다.


저자 자신이 20대 시절 어머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져 3개월간 매일같이 병실에서 어머니를 간병했고, 50대에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오래 수발 든 적이 있는가 하면, 자신도 50대 초입에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관생동맥 우회술을 받고 아버지의 간병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 개인적 체험을 토대로 저자가 연구해온 아들러 심리학의 교훈을 풀어 이야기합니다.


“움직일 수도 없고, 의식마저 잃었을 때 과연 살아가는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원제는 老いた親を愛せますか? それでも介護はやってくる. 2015년 12월 출간됐습니다.


국내 정치학자가 자유주의 사상의 거두인 존 스튜어트 밀과 알렉시 드 토크빌에 대해 쓴 책입니다.


저자 서병훈 숭실대 교수는 밀을 비롯한 자유주의 사상가들을 오래 연구하면서 관련서를 쓰고 번역해왔습니다.


이 책에서는 19세기 유럽의 걸출한 정치사상가였던 두 인물을 통해 정치와 학문, 글쓰기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1806∼1873)과 알렉시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1805∼1859)은 영국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이었습니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사상가이면서, 현실 정치에 투신한 직업 정치인이기도 했습니다.


밀은 젊어서는 급진주의 개혁운동가로, 나이 들어서는 하원의원으로 활동했고, 토크빌은 오랜 정치 이력 끝에 장관까지 지냈습니다. 밀은 진보적 자유주의를 외치며 도덕 정치를 주장했고, 토크빌은 새로운 자유주의를 표방하며 '위대한 정치'를 꿈꾸었습니다.


두 사람은 이념과 이론에 그치지 않고 정치 참여를 통해 세상을 바꾸려 했지만 결국에는 글을 써서 역사에 복무하는 것이 더 나았으리라는 회한을 남겼다고 저자는 씁니다.


두 인물의 행적을 통해 인간과 사회에 기여하는 좋은 정치란 무엇인지, 정치가의 덕목은 무엇인지, 학자의 가능성과 한계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사건들의 기록자' '기억의 발굴자'로 불리는 임철우 작가의 다섯 번째 소설집입니다.


임 작가는 198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개도둑'으로 등단한 후 이상문학상, 단재상, 요산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역사의 환부를 집요하게 추적해가면서도 절제된 정서와 문학적 깊이를 유지한다는 평을 받아왔습니다.


이번에도 비극적인 사건들을 응시하고 연원을 거슬러올라가 심연을 마주하고야 마는 일곱 편의 작품을 묶어 냈습니다. 작가가 오래 천착해온 '기억과 죽음에 관한 사유'가 언어를 넘어서는 공감의 장으로 독자들을 데려간다고 출판사는 소개합니다.

무척 오랜만에 소설집을 펴낸다. 여러 해에 걸쳐 간간이 발표했던 중단편들을 추려 모았다. 막상 한데 모아놓고 보니, 의외로 어떤 공통점 같은 게 드러나는 성싶다. 주인공들 역시 나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것. 대부분이 가령 ‘기억과 죽음에 관한 사유’라고 불러도 좋을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이야기들은 또 쓸쓸하고 어두워졌다.

왜 늘 기억이니 상처니 하는 무거운 이야기만 하느냐 혹시 누가 물어온다면, 나로서는 그저 어떤 피치 못할 절실함 때문이라는 것 말고는 달리 대답할 게 없다. 그런데 정작 그 절실함의 이유야말로 나도 잘 모르겠다. 아픔에 과도하게 예민하면서도, 망각엔 또 너무 서툰 탓인가. 아니면 애초에 세상의 어둠과 난폭함을 유독 견뎌내지 못하는 허약 체질로 태어난 탓인가.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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