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브 리뷰] 쓰지 않으면 말해지지 않을 것들

조회수 2017. 3. 15. 14: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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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둘째 주 신문 서평 면에 소개된 주요 신간들을 일별합니다.

북클럽 오리진이 궁금하다면

지난주 주요 신문 서평 면에 소개된 책과 리뷰들을 살펴보는 '리뷰 오브 리뷰'입니다.


지면에 소개된 리뷰 내용과 관련 정보를 중심으로 일별하는 시간입니다. 책과 저자에 관련된 정보 중심으로 전해 드립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자 생각의 디딤돌입니다. 애써 다가가야 할 이유입니다.

지난주에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여파로 여러 신문의 서평 면이 줄었거나 발행되지 않은 곳도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조명을 받은 책은 '제2차 세계대전'입니다. 이와 함께 우리 재외 공관의 문제점을 고발한 체험기 '프랑스에서는 모두 불법입니다'가 주목받았습니다.


올초 타계한 미술비평가 존 버거의 에세이집과 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집이 나란히 번역 출간됐습니다.


그밖에 논픽션으로는 일제강점기 B급 건축가들 이야기를 담은 '경성의 건축가들'과, '일본의 대외전쟁'의 저자 김시덕 교수의 후속 연구서인 '전쟁의 문헌학'이 소개됐습니다.


문학 책으로는 소설가 김탁환의 기획 산문 '엄마의 골목'과 시인 서효인의 신작 시집 '여수'가 선을 보였습니다.


전쟁사로 유명한 영국 작가 앤터니 비버의 대작입니다. 이번엔 2차 세계대전을 다뤘습니다.


저자 앤터니 비버(Antony Beevor, 1946년생)는 장교 출신의 전쟁 전문 저술가로 이전에도  『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 전투』, 『해방 후의 파리: 1944~1949』, 『베를린: 몰락』, 『디데이: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같은 역작으로 각종 저술상을 받았습니다.


특유의 자료 해석과 스토리텔링 기법이 이 책에서도 발휘됩니다. 세계 질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2차 세계대전을 통해 전쟁의 ‘본질’뿐 아니라 그것을 수행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대전의 출발점을 1939년 독일의 폴란드 침공이 아니라 그보다 한 달 전 만주에서 벌어진 소련과 일본의 전투로 삼았습니다. 6년 후 소련의 중국 침공에 이르기까지 극동 지역의 분쟁에 일관되게 초점을 맞춘 점이 특징입니다.


전쟁의 갖가지 잔혹성은 물론 비현실성과 불합리함, 그 사이사이의 인간적인 요소까지 아울렀습니다,


1938년 18세의 나이로 일본군에 강제 징집돼 만주에 배치돼 싸우다가 소련과 독일의 포로를 거쳐 1944년 6월 연합군의 노르망디 침공 때 미군에 투항한 한국인 양경종의 인생유전이 책의 메시지를 상징합니다.


원제는 The Second World War. 2012년 6월 출간됐습니다.


출판이 저널리즘의 감시견 역할도 맡고 있음을 웅변하는 책입니다. 부제가 'OECD 한국 대표부 비정규직, 프랑스 법정에 서다'입니다. 그 비정규직 직원이 프랑스 법정에서 우리 외교관을 상대로 힘겹게 싸운 끝에 승소한 체험을 바탕으로 쓴 책입니다.


저자는 파리의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준비하던 중 OECD 한국 대표부에 채용돼 7년간 근무하다가 사내 폭력을 외교본부에 보고한 것이 빌미가 돼 해고됐습니다.


파리 노동재판소에 부당 해고 소송을 제기해 이겼지만 외교관 면책특권을 내세워 판결을 무시하는 한국 대표부와 다시 오랜 싸움을 벌여야 했습니다. 갖은 노력 끝에 결국 2016년 9월 한국 대표부의 법원 판결문 이행을 이끌어 냈습니다.


그때까지 방패가 돼준 것은 자신이 비정규직의 신분으로 일하면서 효력에 기댈 수 있었던 프랑스 노동법이었다는 사실은 서글픈 아이러니입니다.


저자는 그 과정에서 일어난 부당한 일들을 고발하는 한편, 근무하는 동안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국 재외공관의 문제점, 나아가 프랑스에 대비되는 한국의 불합리한 노동 관행까지 돌아보게 합니다.


다양한 동물들의 생각과 감정의 세계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저자 칼 사피나(Carl Safina, 1955년생)는 생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현재 뉴욕주립대 스토니부룩 캠퍼스에서 자연과 인문학 석좌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생태학자이면서 환경운동에도 열심인 저자입니다.


『푸른 바다를 위한 노래』#Song for the Blue Ocean와 『알바트로스의 눈』Eye of the Albatross 등을 썼고, 미국 공영방송 PBS와 함께 <칼 사피나와 함께 바다 구하기>Saving the Ocean with Carl Safina 10부작을 만들고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여러 동물들이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줍니다. 아프리카 코끼리와, 옐로스톤의 늑대, 태평양의 범고래의 놀라운 생태 장면과 함께 연구자들이 겪은 갖가지 에피소드가 소개됩니다.


저자는 동물들이 끊임없이 소리와 몸짓으로 자신의 감정과 인지 내용을 표현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곁의 인간들에게도 여러 신호를 보내며 감정을 표현하는데도 우리는 그중 일부밖에 알아채지 못할 뿐이라는 겁니다.


저마다의 개성을 갖고 있는 동물들에 대한 인간 중심의 어리석은 사랑 방식과 오해를 깨닫고, 세계를 보는 또 다른 시각을 갖게 하는 책입니다.


원제는 Beyond Words : What Animals Think and Feel. 2015년 7월 출간됐습니다.


지난 1월 2일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뜬 존 버거의 에세이집과 절친이 찍은 그의 사진집이 나란히 번역돼 나왔습니다. (원어 발음은 '존 버저'이지만 관행적으로 써온 '존 버거'로 적습니다.)


탁월한 미술비평가이자 화가이면서 소설가였던 존 버거는 국내에도 많은 애독자들을 거느린 저자입니다. 비단 글뿐만 아니라 삶이 겹쳐지면서 감동을 더하는 작가입니다.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는 만년의 그가 쓴 11편의 길고 짧은 에세이들을 모았습니다. 자신의 드로잉과 메모, 회상은 물론, 알베르 카뮈부터 전 세계적 자본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와 주제에 대한 특유의 시선과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존 버거의 초상>은 50년지기가 찍은 사진집입니다. 저자 장 모르(Jean Mohr)는 스위스 출신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초기에는 국제기구에서 일하다가 뒤늦게 사진가로 전환했습니다. 존 버거와는 『행운아』 『제7의 인간』 『세상끝의 풍경』 『말하기의 다른 방법』 등을 함께 펴냈습니다.


이번 책은 1960년대부터 존 버거를 찍은 사진 수백 장에서 골라내 친구에게 바친 일종의 헌사입니다.


딸과 함께 야외 낭독회를 진행하는 모습부터 칠십 세 생일에 춤을 추는 모습, 크레용이나 붓으로 드로잉하는 모습 등 모두 149컷의 사진에 미술비평가, 화가, 소설가, 농부였던 버거의 일상과 가족의 초상이 담겼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한 것은 무언가가 말해질 필요가 있다는 직감이었다. 말하려고 애쓰지 않으면 아예 말해지지 않을 위험이 있는 것들. 나는 스스로 중요한, 혹은 전문적인 작가라기보다는 그저 빈 곳을 메우는 사람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다.

/「자화상」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중에서

일제 강점기 경성의 ‘B급’ 건축가들의 삶과 유산을 기록한 책입니다.


저자 김소연은 연세대에서 철학과 건축공학을 전공한 후 부산대에서 건축공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중국 칭다오이공대 건축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건축스토리텔링연구소 ‘아키멘터리’ 대표로 있습니다.


책에 소개되는 경성의 B급 건축가들이란 일제가 세운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나온 조선인 건축가들과 비주류 외국인 건축가들을 말합니다.


이들이 일했던 곳은 주로 총독부나 경성부청 같은 곳이었고, 직무는 일제의 지배와 수탈을 위한 건물을 짓는 것이었습니다. 부업으로 했던 건물 설계도 친일파의 것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해방 후 부역 논란에도 휩싸이지 않았습니다. 건축가는 기술자일 뿐이라는 도식에서였습니다. 게중에는 항일운동에 뛰어들거나, 극일을 위해 건축에 매진하거나, 현실을 뒤로 하고 자기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해외로 떠돈 이들도 있었습니다.


작품의 색깔도 저마다 다양했습니다. 경교장, 명동예술극장, 딜쿠샤, 중명전, 간송미술관, 덕수궁 현대미술관, 서울도서관 같은 건물은 대표적 현존 유산입니다


수탈을 위해 만들어지는 건축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개인적 이상 사이에서 고민했던 대한민국 건축 1세대의 이야기이자, 친일과 저항 사이 무수한 회색지대를 산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일본 고문헌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토대로 전쟁의 문제를 연구해온 김시덕 교수의 신간입니다.


김시덕(1975년생)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교수는 일본 국문학 연구 자료관(총합 연구 대학원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전쟁 문헌에 대한 연구를 이어왔습니다.


저자는 전쟁이 '비정상적이고 발작적인 현상'이 아니며, 오히려 항상적인 것이라는 입장에서 역사를 봅니다. 그만큼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그것에 대한 이해와 대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전작 『일본의 대외 전쟁』이 전근대 동아시아 각국의 전쟁 기억 방식에 주목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전쟁이 문헌 형성과 유통에 미친 지대한 영향력을 분석했습니다.


저자는 '상대국의 문헌과 정보가 수집되고 담론이 형성된 주요한 원동력은 상대국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이나 우호적 감정이' 아니라 '과거에 일어난 전쟁, 그리고 앞으로 예상되는 전쟁에 대한 경계와 준비, 즉 무비(武備)가 그 근원에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조선과 일본의 상이한 역사 인식과 상황은 각국 지식인들의 병학적 관심과 관련이 있으며, 그 차이가 한일의 상이한 근대화의 한 원인이었다고 분석합니다.


소설가 김탁환이 70대 노모와 고향 진해 곳곳을 거닐며 함께 나눈 이야기를 쓴 책입니다. 예술가들의 산책길을 따라가며 '나'를 찾아보자는 뜻에서 시작된 난다의 '걸어본다' 기획 도서입니다.


2015년 5월부터 2017년 1월까지 고향 진해를 홀로 지켜온 1942년생 노모를 1968년생 작가 아들이 짬 날 때마다 찾아가 곳곳을 답사한 결과물입니다.


작가는 그간 미처 다 알지 못했던 엄마를 계속 재발견하면서 걷는 행위와 쓰는 행위에 대해 반추합니다.


엄마는 말하고 아들은 옮겨 쓰고, 엄마는 추억하고 아들은 상상하는 동안, 진해의 거리와 역사, 엄마의 인생과 일상이 교차됩니다.

일흔 살을 넘기면서부터 달라진 것이 있는지 물었다. 엄마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친구가 뜨거운 물을 엎질러 손등에 화상을 입었대. 치료도 하지 않고 있다가 낫질 않아 병원에 갔지. 의사 선생이 3도 화상인데 늦게 왔다며 야단치기에, 친구가 그랬대. ‘어차피 나중에 태워 없앨 몸, 연습한 셈 치지요.’”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연습하다가 건너갈 무엇이라는 걸까.

시인 서효인의 세번째 시집입니다. 제30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백 년 동안의 세계 대전> 이후 6년 만입니다.


"분노를 비틀어 뿜어내며 오늘의 소년소녀들에게 메시지를 투척하던 첫 시집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정치.경제.사회적 폭력의 지도를 그려내던 두번째 시집이 마그마처럼 들끓고 있었다면, 이번 시집은 상온에 가깝다"고 출판사는 소개합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역사의 공간화'를 시도합니다. 다양한 도시를 두고 과거와 현재, 사적인 기억과 공적인 역사가 겹쳐집니다.

여수는 처가가 있는 도시다.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밤의 바다보다는 낮의 굴뚝이 더 인상적인 도시였다. 화학 공장의 성기들은 반성을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회백색 매연이 쉬지 않고 도시의 하늘을 덮어 가렸다.

나는 반성을 모르는 굴뚝이었다. 솟구치다 사라질 연기를 위해 반성을 모르고 살았다. 나는 남성 시인이고 이성애자며 판정받은 장애가 없다. 돈 안 되는 시를 쓴다며 이른바 예술 한답시고 인중에 힘깨나 주고 지냈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사회적 오른손잡이로서 불편함과 마주해 악수하지 않았다. 내가 겪지 못한 불편은 누군가에게 불쾌와 상처, 고통과 폭력이었다. 문단이라는 거실 소파에 앉아 방관자의 자세를 취하고 있을 때 멀지 않은 곳에서 그런 일은 이미 벌어지고 있었다.

문학은 반성을 토대로 지속될 것이다. 수년간 발표한 시를 모으니 그때는 몰랐던 여성혐오가 지금은 보여 빼거나 고친 시가 몇 있다. 온갖 곳에 염결성과 예민함을 드러내면서 하필 방종했던 부분이다.

여수의 굴뚝을 얼마간 지나치면 장인의 묘가 나타난다. 꽤 높은 둔덕이다. 시선을 아래로 향하면 공장들 너머 드디어 바다가 보인다. 두 번 절을 하는 동안 딸아이가 묘와 묘 사이를 뛰어다닌다. 삶과 죽음의 간격에서, 반성과 망각의 틈에서 감히 다음과 같은 문장을 적는다.

문학의 이름을 빌려 자행되는 모든 위계와 차별 그리고 폭력에 반대합니다.

/뒤표지 시인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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