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브 리뷰] 인생은 무한한 의미와의 대결

조회수 2017. 2. 9. 12: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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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첫 주 신문 서평 면에 소개된 주요 신간들을 일별합니다.

북클럽 오리진이 궁금하다면

지난주 주요 신문 서평 면에 소개된 책과 리뷰들을 살펴보는 '리뷰 오브 리뷰'입니다.


지면에 소개된 리뷰 내용과 관련 정보를 중심으로 일별하는 시간입니다. 책과 저자에 관련된 정보 중심으로 전해 드립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자 생각의 디딤돌입니다. 애써 다가가야 할 이유입니다.

지난주에는 우리가 당연시하지만 알고 보면 신기한 미각의 진화 과정을 다룬 '미각의 비밀'과, 동서양의 주요 사상가들을 통해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를 탐색한 '인간 본성의 역사'가 여러 지면에서 비중있게 다뤄졌습니다.


이어 일본 사회학자가 '여초 시대'의 남성의 불만과 불안을 진단한 '남자문제의 시대'도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최근에 '신의 입자'라 불리는 힉스 관련 책들이 여럿 번역된 데 이어 이번에는 그 이야기의 '원조'에 해당하는 고전 '신의 입자'가 번역돼 나왔습니다.


그밖에 인문철학서로 영국 문학평론가 테리 이글턴의 '신의 죽음 그리고 문화'와, 독일 신예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 그리고 작고한 프랑스 미술평론가 르네 위그의 '보이는 것과의 대화'가 주목할 만합니다.


국내 논픽션으로는 일제강점기 경성(지금의 서울) 북촌 한옥마을의 설계자이자 사업가였던 정세권을 조명한 '건축왕 경성을 만들다'가 눈길을 끕니다.


문학 분야에서는 아프리카 출신 첫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월레 소잉카의 산문집 '오브 아프리카', 소설가 김훈의 장편소설 '공터에서'와 독일 현대시의 선구인 프리드리히 횔덜린의 시 전집이 선을 보였습니다.


미각의 진화사를 담은 책입니다. 저자 존 매퀘이드(John McQuaid)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 저널리스트입니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향미들이 인류 진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고, 그를 통해 인간의 삶은 어떻게 변했는지, 맛의 세계는 어떻게 다채로워졌는지 밝힙니다.


저자는 주방과 슈퍼마켓, 농장, 레스토랑, 거대 식품 회사, 과학 연구실을 직접 방문 탐사하는 한편, 현대 과학의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신화, 철학, 문학 지식까지 종합해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가령, 미각 탄생의 5단계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1) 체계적으로 먹이를 잡아먹기 시작한 단계, 2) 냄새를 통해 먹이를 사냥하게 된 단계, 3) 뇌의 신피질의 발달로 맛이 뇌의 영역에서 감각과 기억과 행동 전략의 신경 패턴이 새로운 사건을 통해 끊임없이 갱신되고 형성되게 만든 단계, 4) 3색 시각의 등장으로 후각이 밀려나고 시각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 단계, 5) 불을 사용해 조리를 함으로써 미각과 후각, 시각, 청각, 촉각이 향미 감각으로 합쳐지게 된 단계.


그밖에, 마음은 다섯 가지 감각이 보내온 향미와 우리 몸의 신호를 어떻게 종합하는지, 현대인의 극단적인 맛 집착은 뇌에 대해 무엇을 알려주는지 등에 대해 설명합니다.


원제는 Tasty: The Art and Science of What We Eat. 2015년 1월 출간됐습니다.

우리 몸에 있는 많은 것과 마찬가지로 맛 감각은 유전자와 인생 경험 사이에서 펼지는 일종의 변증법이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더 다양한 음식을 맛보게 되면, 뇌에서 혐오감을 담당하는 신경세포들의 네트워크가 변하게 된다. 쓴맛이 점점 부드러운 맛으로 변하는데, 어떤 사람들에게서는 180도 반대로 아주 기분 좋은 맛으로 변한다. 모순을 수용하는 이 능력, 즉 혐오스러운 것도 받아들이는 기묘한 열망은 요리에 생명의 숨길을 불어넣는 원천이다.

국내 저자가 인간 본성에 관한 동서양의 사상을 살펴보고 나름의 견해를 제시한 책입니다.


저자 홍일립은 예술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재야 학자입니다.


이 책에서는 인간 본성의 관념을 주제로 공자, 맹자, 순자,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고대 동서양의 주요한 사상가들, 마키아벨리와 데카르트, 홉스, 로크, 흄, 루소 등 서양 근대 철학자들, 마르크스와 다윈, 프로이트, 파레토, 보아스, 스키너 등 근현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선구자들, 그리고 에드워드 윌슨과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제이 굴드 같은 진화생물학과 신경과학 연구자들의 견해를 일별하고 한계를 짚었습니다.


저자는 2003년 스탠퍼드대에서 안식년을 보낼 때 사회생물학의 창시자 에드워드 윌슨의 <인간 본성에 대하여>를 읽고 저술을 구상했다고 합니다. 본인의 입장도 사회생물학을 통한 종합적 이해에 기울어 있습니다.


'여성 시대'에 역차별을 받는 듯한 남성들이 갖는 불만을 진단한 책입니다.


저자 다가 후토시(多賀太, 1968년생)는 교육사회학과 젠더론을 전공한 학자로 현재 간사이(關西)대학 문학부 교수로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페미니즘의 반대편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한 '남성 역차별' 논란을 조명합니다.


여성의 사회적 약진으로 더 이상 불리하다고 볼 수 없는데도 왜 ‘여성부’ ‘생리휴가’ ‘총여학생회’ ‘여성전용주차장’ 같은 '여성 우대’ 정책이나 제도가 필요하냐는 물음 말입니다.


이런 '남자 문제'의 원인으로는 두 가지가 지목됩니다. 하나는 부진한 남자 개인에게서 찾는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가해자인 ‘여자’를 상정하는 관점입니다.


저자는 후자를 착시 현상으로 해석합니다. 오히려 현실은 남성우위 체제가 유지되는 가운데 그 혜택에서 배제되는 남성이 늘고 있다는 거지요.


지금의 사회는 ‘남자다움’을 성취한 일부 여성을 ‘명예 남성’으로 그 중심에 끌어들이는 한편, 그런 ‘남자다움’을 성취하지 못한 더 많은 사람들, 즉 대부분의 여성과 점점 더 많은 남성을 주변화하면서 여전히 ‘진짜 남자’에 의한 ‘진짜 남자가 아닌 자’의 지배를 유지해간다고 진단합니다.


원제는 男子問題の時代?:錯綜するジェンダーと教育のポリティクス입니다. 2016년 5월 출간됐습니다.


1993년 처음 출간된 후 현대 물리학의 고전 반열에 오른 책입니다.


저자 리언 레더먼(Leon M. Lederman, 1922년생)은 미국 실험물리학자로 컬럼비아대 교수와 페르미 국립 가속기 연구소 소장을 지냈습니다. 1988년 중성미자에 대한 연구로 멜빈 슈워츠, 잭 스타인버거와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공저자인 딕 테레시(Dick Teresi)는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입니다.


이 책에서는 기원전 600년경 시작된 입자물리학의 역사에 대한 해설과 함께 물리학자들의 마지막 과제인 힉스입자의 존재와 그 비밀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담았습니다.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부터 아이작 뉴턴, 마이클 패러데이, 어니스트 러더퍼드까지 펼쳐지는 물리학의 계보와 20세기 양자역학과 힉스까지 입자물리학 2,600년의 역사를 이야기하듯 썼습니다.


'신의 입자'란 2012년 유럽 입자물리학 연구소(CERN)의 대형하드론충돌기(LHC, Large Hardron Collider)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힉스보손의 별칭입니다. 그 사연이 바로 이 책에서 시작됐습니다.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입자가 필요했는데, 이 책이 출간될 당시에만 해도 가설에 불과했지만 2012년 힉스가 발견되면서 예언은 적중했던 겁니다.


원제는 The God Particle: If the Universe Is the Answer, What Is the Question?입니다. 1993년 1월 출간됐습니다.


근대 사회에서 신의 실종과 그 대체물로서 문화의 의미와 한계에 대해 논한 책입니다.


저자 테리 이글턴(Terry Eagleton, 1943년생)은 영국의 저명한 마르크스주의 비평가로 현재 랭커스터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저자입니다.


이 책에서는 어떻게 신이 18세기의 합리주의에서 살아남아 우리 시대에 극적으로 재등장했는지, 신의 대체자를 모색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 모순과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깊게 논합니다.

 

저자는 종교, 예술, 이성, 문화 가운데 어떤 것도 신의 대체자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과학적 합리주의가 종교의 교리적 확실성을 인수하고, 급진적 정치는 세상의 얼굴을 변모시키는 임무를 물려받았으며, 문화는 신의 대역을 자처했지만, 현대사회의 문화는 이론과 실제, 엘리트와 민중, 영혼과 감각을 통합하는 종교를 따라갈 수 없었다는 겁니다.


그밖에 종교만이 가진 특별한 능력, 구원으로 향해가는 현대적 통로로서의 문화와 예술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합니다.


원제는 Culture and the Death of God. 2014년 3월 출간됐습니다.


독일에서 각광받는 신예 철학자가 일반 대중을 위해 쓴 철학입문서입니다.


저자 마르쿠스 가브리엘(Markus Gabriel, 1980년생)은 스물여덟에 본 대학교 철학과 석좌 교수가 되면서 19세기 셸링 이후 독일 최연소 철학 교수라는 영예를 얻은 학자입니다.


다양한 외국어와 고전에 대한 박식함을 토대로 인식론, 존재론, 유물론의 주요한 철학 개념과 쟁점 들을 대중적인 말로 풀어 설명했습니다.


감각 너머에서 진리를 찾으려 했던 서양 철학의 형이상학 전통과 이에 반기를 든 현대 포스트모더니즘의 구성주의가 가진 결함을 모두 극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세계'와 '존재'를 화두로 삼아 과학과 종교, 예술은 물론, 미드 같은 대중문화의 영역까지 넘나들면서 인식론과 존재론의 철학적 사유로 이끕니다.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도발적으로 붙인 제목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을 포괄하는 영역이자 모든 것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원리로서의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저자는 현대 과학이 상정하는 '우주'도 세계를 바라보는 특별한 관점일 뿐 '세계'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물질적 대상으로 이루어진 곳이 우주라면, '국가, 꿈, 예술 작품, 우리의 생각'처럼 비물질적인 대상까지 포괄하는 것이 세계라는 거지요.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우리가 특정한 세계관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모든 세계관은 '그 자체로 이미 왜곡이며 하나의 단면만 가지고 서둘러 일반화한 결과'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우리는 더 큰 자유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저자는 인생의 의미는 '무한한 의미와 대결을 벌여가는 일'이라면서, 의미의 무한함을 향해 일대 탐험에 나서라고 권유합니다.


원제는 Warum es die Welt nicht gibt. 2013년 6월 출간됐습니다.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기쁜 소식이다...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속절없이 따라야만 하는 슈퍼 대상이라는 것은 없다. 오히려 우리는 무한함에 다가갈 수 있는 무한히 많은 가능성을 가진 존재다. 이렇게 볼 때에만 존재하는 모든 게 다채로운 의미를 자랑한다.

존재의 의미는 전체로서의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전체라는 세계가 없다는 확인은 의미 폭발을 불러일으킨다. 모든 것은 오로지 의미의 장 안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존재한다. 모든 것을 포괄하는 의미장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무수히 많은 의미장들만 있을 따름이다...

인생의 의미는 인생 그 자체, 곧 무한한 의미와 대결을 벌여 가는 일이며, 우리는 다행스럽게도 여기에 참여할 수 있다.

부제가 '이미지는 어떻게 우리에게 말을 거는가'입니다. 미술 작품의 이해를 돕는 깊이 있는 안내서입니다.


저자 르네 위그(Rene Huyghe, 1906-1997)는 프랑스의 뛰어난 미술사학자이자 미술비평가였습니다. 루브르박물관의 수석 큐레이터를 지냈고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로 조형예술심리학을 강의했습니다.


이번 책은 1979년 『예술과 영혼』과 『모나리자의 신비』가 국내에 번역된 후 오랜만에 출간되는 그의 대표 저서입니다.


미술작품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거기에서 무엇을 어떻게 찾고 발견할 것인가? 와 같은 질문들에 답합니다.


‘책의 문명’에서 ‘이미지의 문명’으로 변한 시대에 이미지의 다양한 가능성이 펼쳐져 있는 회화를 중심으로 미술작품의 본질과 존재이유, 그것이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해 고찰합니다.


저자는 화가의 세 가지 방식, 즉 ‘모방’ ‘구성’ ‘표현’을 각각 ‘현실’ ‘아름다움’ ‘시’로 대치해서 설명합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많은 미술작품에 대한 설명과 해석을 곁들입니다.


원제는 Dialogue avec le visible입니다. 1955년 출간됐습니다. 국내 불문학계 원로인 곽광수 서울대 불어불문과 명예교수가 우여곡절 끝에 직접 번역해 내놓았습니다.


일제강점기 경성의 도시 개발을 주도한 사업자 정세권의 업적을 조명한 책입니다.


저자 김경민은 하버드대에서 도시계획·부동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도시계획 전공 교수를 맡고 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오늘날 인기 명소가 떠오른 북촌 한옥마을은 1920년대 이후 경성의 한 부동산업자가 계획적으로 택지를 조성하고 건설하고 분양한 일종의 뉴타운이었습니다.


그 주역이었던 정세권은 당대에 ‘건축왕’이라 불리며 경성의 부동산 지도를 재편하고 도시 스케일을 바꿔놓은 조선 최초의 디벨로퍼였다고 저자는 평가합니다.


‘집장사’라는 당대의 오명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의 부동산 개발은 일제와 일본인들에 맞서 조선인의 주거지역과 집을 지킨 것이었고, 도시한옥(개량한옥)으로 조선인의 주거방식을 혁신했다는 겁니다.


식민지 치하에서 자수성가한 사업가였던 정세권은 민족자본가로서 민족운동에 재정적으로 기여하는 한편 신간회, 조선물산장려운동, 조선어학회 등에도 지원했던 활동가였다고 소개합니다.


아프리카 출신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월레 소잉카의 수상록입니다.


월레 소잉카(Wole Soyinka, 1943년생)는 식민지 시기 나이지리아 태생의 극작가이자 시인, 소설가로, 영국 리즈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1986년 아프리카 작가로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습니다.


현실 정치에도 적극 개입해 나이지리아 군사정권에 반대 목소리를 내다가 투옥되는 한편, 작년에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공언했던 대로 20년 넘게 살아오던 미국의 영주권을 포기하고 나이지리아로 돌아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유년 시절 나이지리아 시골 마을에서 성장한 경험과 청년 시절 군사정부와 내전을 겪으면서 치른 정치적 고난, 아프리카에 대한 서방의 뿌리 깊은 편견, 아프리카 내부의 산적한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원제는 Of Africa입니다. 2012년 11월 출간됐습니다.

아프리카에 대한 진정한 탐색은 아직 멀었다. 이 책은 아프리카의 실존적인 총체성의 낭비적인 탈곡장으로부터 낱알 몇 개를 구해 내는 것일 따름이다. 그것들이 모두가 열망하는, 아프리카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의 시대를 향한 이어달리기를 위해 새로운 유형의 탐험가들을 틔워 냈으면 싶다. 바란다...

외부 세계는 백내장의 막을 수백 년에 걸쳐 딱딱해지게 만들어 대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자기 탐닉의 전통을 인정해야 한다. ‘검은 대륙’에 그렇게도 붙이려고 했던 어둠은 사실, 바라보는 자의 눈에 있는 자의적인 백내장에 지나지 않았을 수 있다.

소설가 김훈의 신작 장편 소설입니다. 2011년 '흑산'을 발표한 이후 약 6년 만입니다.


자전적인 내용에 한국 현대사의 굴곡진 그늘을 투영한 이야기를 특유의 문체로 풀어냈습니다.


작가의 부친 김광주(1910~1973)는 일제강점기 김구 휘하에서 항일운동을 하다가 해방 이후 신문기자와 소설가로 일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굵직한 사건들을 배경으로 마씨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 마동수와 그의 삶을 바라보며 성장한 아들들의 삶을 통해 시대적 풍경을 묘사합니다.


만주와 길림, 상하이와 서울, 흥남과 부산 그리고 베트남, 미크로네시아 등에서 겪어낸 등장인물들의 파편화된 일생을 보여줍니다.


작가는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아버지와 내 세대가 살아온 폭력과 야만의 시대, 그 속의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고 소개했습니다.

마동수(馬東守)는 1979년 12월 20일 서울 서대문구 산외동 산18번지에서 죽었다. 마동수는 1910년 경술생(庚戌生) 개띠로, 서울에서 태어나 소년기를 보내고, 만주의 길림(吉林), 장춘(長春), 상해(上海)를 떠돌았고 해방 후에 서울로 돌아와서 625전쟁과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의 시대를 살고, 69세로 죽었다. 마동수가 죽던 해에,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대통령 박정희를 권총으로 쏘아 죽였다. 박정희는 5, 6, 7, 8, 9대 대통령을 지냈다. 박정희는 심장에 총알을 맞고 쓰러져서, ‘괜찮다, 나는 괜찮아……’라고 중얼거렸다. 마동수의 죽음과 박정희의 죽음은 ‘죽었다’는 사실 이외에 아무 관련이 없다. 마동수의 생애에 특기할 만한 것은 없다.

마동수는 암 판정을 받은 지 3년 만에 죽었다. 간에서 시작된 암은 위와 창자로 퍼졌고 등뼈 속까지 스몄다. 뼈가 삭아서 재채기를 하다가 관절이 어긋났다. 마동수의 암은 느리고 길었다. 몸이 무너져갈수록 암의 세력은 번성했고, 마동수의 숨이 끊어진 후에도 암은 사체 속에서 사흘 동안 살아 있다가 사체가 화장될 때 소멸했다. 마동수의 암은 인체에 기생하지만 인체와는 독립된 별도의 생명체였다.

김훈 '나는 왜 쓰는가'


독일 현대 문학과 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준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의 전 작품을 완역한 책입니다.


횔덜린은 1770년 독일 남부의 라우펜에서 수도원 관리인의 아들로 태어나 튀빙겐 신학교에 들어갔으나 철학 공부와 시 창작에 매진해 73세의 나이로 숨질 때까지 작품을 남긴 시인입니다.


헤겔과 함께 독일 이상주의 철학에 기초를 놓고 헤르만 헤세와 라이너 마리아 릴케 등 독일 현대문학의 거장들을 시인의 길로 인도한 천재 시인으로 평가받습니다.


15세에 처음으로 쓴 〈사은의 시〉부터 1843년 6월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쓴 〈전망〉에 이르기까지 그가 생전에 지은 모든 시는 물론 시작時作을 위한 메모, 착상, 단편斷片을 빠짐없이 수록했습니다.


'휠덜린의 시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횔덜린 작품 번역과 연구에 몰두해온 장영태 홍익대 명예교수가 번역했습니다.

선함을 공경하는 사람은 어떤 해도 끼치지 않는다,
그는 드높이 자신을 유지하고, 사람을 헛되지 않게 살린다,
그는 가치를 알며, 그러한 삶의 유익함을 안다,
그는 보다 나은 것을 향할 자신이 있고, 축복의 길을 걷는다.
/횔덜린, '인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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