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브 리뷰] 허생은 왜 무인도로 향했나

조회수 2018. 1. 11. 17: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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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첫 주의 주목할 만한 신간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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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나온 신간 중에서 주목할 만한 책들을 살펴보는 '리뷰 오브 리뷰'입니다.


책과 저자에 관련된 정보 중심으로 전해 드립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자 생각의 디딤돌입니다. 애써 다가가야 할 이유입니다.


*소개할 만한 신간 추천도 받습니다. journey.jeon@gmail.com으로 알려주세요.

우리 한문학에 대한 독자적인 해석으로 주목받아온 강명관 부산대 교수의 새 저술입니다. 이번에는 허생전을 새롭게 해석했습니다.


〈허생〉은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에 수록된 작품으로, 가난한 선비 허생이 변 부자에게 돈을 빌려 과일과 말총을 사재기해 큰돈을 번다는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고작 1만 금에 좌우되는 조선 후기의 취약한 경제 구조를 드러내는 한편 실학적 관점에서 북학과 상업주의를 지지한 작품이라고 흔히 해석돼 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허생〉에서 조선 후기 사회가 스스로 자본주의적 근대로 나아갔다는 ‘내재적 발전론’의 단초를 찾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허생〉이 실린 〈옥갑야화〉의 모든 작품을 다시 꼼꼼히 읽고 연암의 방대한 사유와 《열하일기》 전체 맥락을 재분석한 것을 토대로, 작품이 지향한 것은 무소유, 공유, 국가 없는 사회였다고 풀이합니다.


허생이 이끈 무인도는 국가권력이나 사족체제의 압제에서 벗어나길 염원하며 꿈꿨던 해방 공간이었으며, 당시 국가와 양반에게 착취당하며 살았던 조선 후기 민중이 바라던 유토피아였다고 해석합니다.

〈허생〉에 대한 연구물 역시 풍부하게 축적되어 있다. 다만 수많은 논고의 해석은 일정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말하자면 그것은 ‘실학’ 혹은 ‘실학자’ 박지원을 중심으로 하여 그 주변에 화이론과 북벌론 비판, 북학, 농업이 아닌 상업과 무역에 대한 지지, 벌열권력에 대한 비판 등의 해석을 배치하는 것이다.

이른바 ‘실학’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배치된 여러 해석은 ‘자본주의적 근대’로 수렴될 것이다. (중략) 나의 생각은 다르다. 〈허생〉에서 어떤 논리를 동원하더라도 자본주의적 근대를 읽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이 작품은 ‘내재적 근대’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강명관 교수 인터뷰 바로가기


조선 중기 실학의 원조로 꼽히는 반계 유형원의 주요 저술입니다.


반계 문집을 복원하기 위해 40년 가까이 자료 발굴에 힘을 쏟은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그간의 성과를 총망라해, 익선재 강독회 연구원들과 함께 번역했습니다.


반계 유형원(柳馨遠)은 1930년대 국학자 안재홍이 ‘조선학의 창시자’라 부르고, 정인보가 ‘실학의 1조(祖)’로 일컬었을 정도로 중요하게 꼽혀온 학자입니다.


주저 『반계수록』은 양득중(梁得中)이 영조에게 국정의 개혁, 쇄신의 방법론으로 제의함에 따라, 왕명에 의해 경상도 감영에서 공간(公刊)됐습니다.


명·청 교체라는 혼란기를 조선의 지식인들은 어떻게 인식했는지, 후대 실학자들은 반계 유형원이 펼친 사상의 어떤 점에 매료됐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제1부는 반계의 시 182편을 대략 시대순으로 정리했고, 제2부는 『반계수록』을 저술한 취지 및 반계 자신의 철학담론과 역사담론을 토로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제3부는 반계와 『반계수록』에 관해 후인들이 기록하고 논평한 각종의 글들을 모았습니다. 역주와 함께 원문도 함께 실었습니다.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혐오표현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의미부터 원인, 해결책까지 모색합니다.


저자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2012년 <표현의 자유를 위한 정책 제안 보고서>의 혐오표현 파트 집필에 참여하면서 이 문제에 천착해 왔습니다.


이 책은 그 결과물입니다. 저자는 혐오표현이 일시적이고 사적인 느낌, 우발적인 사건이나 현상이 아니라, 뿌리 깊은 편견과 차별이 밖으로 드러난 문제이며, 사회적·법적으로 섬세하고 엄격하게 다뤄야 할 과제라고 말합니다.


무엇이 혐오 표현이며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설명과 함께, ‘혐오의 피라미드’와 같은 개념을 통해 혐오표현이 증오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도 이야기합니다.


세계 각국은 혐오표현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해법은 무엇인지, 시민은 무엇을 해야 하고 정치는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합니다.

혐오표현에는 “동남아시아 출신들은 게으르다”, “조선족들은 칼을 가지고 다니다가 시비가 붙으면 휘두르는 게 일상화되어 있다” 등과 같이 특정 소수자 집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표현하는 말들이 있고, 여성은 “조신해야 한다”, “나서지 마라”, “집에서 애나 봐라”와 같이 소수자를 일정한 틀에 가둬놓고 한계를 지우는 유형도 있다. 이러한 말들이 별다른 제지 없이 발화된다면 어느 순간 사실로 굳어지게 된다. 허위가 사실로 둔갑하여 또 다른 차별을 낳게 된다.

노화의 의미와 대처법을 과학적으로 풀어 쓴 책입니다.


저자 마크 E. 윌리엄스 박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의대 교수로 40여 년간 노인의학 분야에서 활동해온 전문가입니다.


이 책은 그동안 임상 경험과 다방면의 학문적 성과를 토대로 노화에 대한 설명과 처방을 담았습니다.


인간의 몸이 나이 들어가는 방식을 과학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우리 몸에 대한 이해를 돕는 한편, 역사적·사회적으로 노년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져왔는지도 살펴봅니다.


단기간에 수명이 크고 늘어나고 우리의 몸과 환경도 예전과 달라졌지만 노화에 대한 생각은 예전 그대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자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현실을 정확히 인식할 때 노화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살을 빼면 수명이 길어진다’ ‘나이가 들면 학습 능력이나 창의력이 떨어진다’ ‘나이 든 사람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부담이 되는 존재’라는 등의 편견도 바로잡습니다.


이런 편견은 인간을 공장의 생산성 개념으로 협소하게 재단하기 때문에 생긴 것일 뿐이며, 노년에 대한 의미와 가치에 다시 눈뜰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와 함께 구체적인 노후 관리법을 제시합니다.


원제 The Art and Science of Aging Well: A Physician's Guide to a Healthy Body, Mind, and Spirit. 2016년 8월 출간.

노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갈등은 오늘날의 당신과 미래의 당신 사 이에서 일어나는 문제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모습은 어떻게 변할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어떤 능력을 지니게 될까? 내가 추구할 목표와 프로젝트는 무엇이 될까? 위기에는 어떻게 대처할까? 그리고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역사가 시작된 이후로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끝없이 던져왔고, 생산적이고 창의적이며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말년에 우아하게 다가갈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다녔다. 우리가 앞서서 내린 선택들은 이런 질문의 대답에 영향을 미친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의 생활 과학 에세이집입니다. 그동안 써온 다양한 소재와 주제의 글 62편을 모았습니다.


저자는 생화학을 전공했지만 과학 전반에 걸친 글쓰기와 강연 등을 통해 대중과의 소통에 힘써왔습니다. 이 책도 일상 속의 주제를 가지고 과학적 사고와 학습의 길로 안내합니다.


1부에서는 장내 세균, 광합성, 늦잠, 중력파, 방귀, 꽃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것들을 통해 과학 지식이 어떻게 삶의 균형으로 연결되는지 알려줍니다.


2부에서는 태극기 집회, 사이비 종교, 도널드 트럼프, 메르스 사태, 존엄사 등의 사회 이슈를 과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왜 지금 우리가 과학적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이야기합니다.


3부에서는 유사과학, 전자레인지, 독감, 가짜 뉴스, 슈퍼문, 4대강 사업 등을 통해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고 4부에서는깍두기, 모기, 동물원, 매미, 공룡, 비주류 과학자 등을 통해 공존의 이유와 방법을 모색합니다.


5부에서는 우주 이민, 지구온난화, 대멸종, 인공지능 등 최신 과학 이슈를 통해 인류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담았습니다.

우리가 체질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많은 경우 장내 세균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비만도 그러하다. 물만 먹어도 살찐다는 말은 100퍼센트 거짓말이다. 하지만 상당히 많이 먹는데도 불구하고 살이 찌지 않는 사람이 있다. 장 속에 살고 있는 특정 세균이 효소와 호르몬 분비를 조절해서 체중과 혈당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장 속에도 세균 종의 다양성이 필요하다. 어떻게 좋은 균만 갖고 살겠는가, 나쁜 균들도 많을 것이다. 좋은 균과 나쁜 균의 힘의 균형이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하다.

'얼굴 없는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마지막 권입니다.


나폴리 4부작은 이탈리아 나폴리를 배경으로 레누와 릴라라는 두 여 주인공이 어린 시절부터 노년까지 겪게 되는 우정과 사랑, 사회 격변 속 인생유전을 담은 장편 소설입니다.


유년기와 사춘기를 그린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를 시작으로, 청년기인 제2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중년기인 제3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에 이어, 노년기를 그린 제4권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제3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에서 릴라와 레누가 결혼과 출산 등을 경험하며 각자의 삶을 살아갔다면 제4권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에서는 이들의 우정이 다시 시작되면서 이야기는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을 향해 치닫습니다.


원제 Storia Della Bambina Perduta. 2014년 출간.

이 모든 것은 오직 그리고 영원히 우리 둘만의 문제일 것이다.

타고난 천성과 자신이 처했던 환경 때문에 이루지 못했던 것을 내가 이루기를 바랐던 릴라와 그런 릴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나만의 문제일 것이다. 나의 부족함 때문에 화가 나서 나에게 복수하기 위해 나도 자기처럼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만들려는 릴라와, 그런 릴라에게 수개월 동안 쓴 글로 경계가 해체되지 않은 형태로 만들어주고, 릴라를 이겨냄으로써 릴라에게 평안을 찾아주고 그로써 나도 평안을 찾으려 하는 나만의 문제일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산문 선집입니다. 프랑스어 번역자 백선희가 산문 3편을 골라 옮긴 문고본입니다. 「독서에 관하여」를 제외하고는 국내 초역입니다.


프루스트는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 사교계의 총아로 지내다가 부모의 죽음 이후인 서른여덟 살부터는 집에 칩거하며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집필하는 데 진력한 작가로 유명합니다.


이 책에 수록된 세 편의 산문은 프루스트의 또 다른 면을 알 수 있는 글들입니다. 특히 1906년 발표된 첫 산문 「독서에 관하여」는 프루스트가 불어로 번역한 존 러스킨의 『참깨와 백합』과 작가 폴 모랑 등의 책에 부친 서문으로, 프루스트 특유의 예술론과 독서관을 보여줍니다.


「침울한 주거지에 행복을」은 프루스트가 죽기 3년 전인 1919년에, 「달콤한 비축품」은 죽기 1년 전인 1921년에 발표된 글입니다.

어린 시절의 날들 가운데 아마 우리가 좋아하는 책과 더불어 보낸 날들, 살지 않고 흘려보냈다고 생각했던 그런 날만큼 충만하게 산 날들이 없을 것이다. 다른 이들의 날들을 채우는 것 같던 모든 것을 우리는 숭고한 즐거움을 가로막는 저속한 장애물로 여겨 멀리했다.

가장 재미난 대목을 읽을 때 친구가 찾아와 같이하자던 놀이, 읽던 페이지에서 눈을 들거나 자리를 옮기게 만들던 성가신 꿀벌이나 햇살, 떠안겨서 가져오긴 했지만 건드리지도 않고 벤치 옆자리에 놓아둔 간식, 우리 머리 위 파란 하늘에서 해가 점차 힘을 잃어갈 때 집으로 돌아가 먹어야 했던 저녁 식사. 우리는 그저 얼른 식사를 끝내고 당장 방으로 올라가 읽다 만 장을 마저 읽고 싶은 생각뿐이었고, 독서는 이 모든 것을 그저 성가신 일로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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