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잠언 필사한다면 주변에서 놀랍니다

조회수 2017. 9. 22. 08: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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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여러 권 독서 병행"

세상을 탐구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무엇보다 나를 알아가는 길
북클럽 오리진이 함께합니다

북클럽 오리진이 궁금하다면

남다르게 사는 사람 곁에는 책이 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냥 주어지는 대로가 아니라 내가 생각해서 살아보겠다는 뜻의 다른 말입니다.

그 사람은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다양한 사람들의 독서 근황을 알아보는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코너가 예측불허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분야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일기 릴레이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영역에서 뜻밖의 독서 취향을 발견하고 의외의 책과 조우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소설가 김연수->'영혼의 슬픔' 저자 이종영->출판기획자 조원식->만화가 박흥용->임지훈 카카오 대표->이준익 감독->박정민 배우->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김봉진 '배달의 민족' 대표->에피톤 프로젝트의 차세정->김주환 연세대 교수->뮤지션 한희정->김대현 작가->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이재민 그래픽 디자이너->재즈 보컬리스트 허소영->영화배우 안성기->북바이북의 김진양 대표->가수 김수철->임경선 작가->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장강명 작가->조성주 전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방송인 유정아->손아람 작가->황두진 건축가->정연순 민변 회장->홍수영 콘텐츠 큐레이터->임순례 영화감독->정지돈 작가->홍석재 감독->조선희 작가->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김해원 뮤지션->방송인 알베르토 몬디->조승연 작가->이성민 '한잔의 룰루랄라' 대표->음식문헌연구가 고영->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허클베리핀 리더 이기용->이승한 변호사->피아니스트 조은아 편까지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김윤철 교수 편입니다.


정치학자 김윤철 교수님을 추천합니다. 현재 다양한 매체에 한국정치에 대한 칼럼을 기고하고 계신데, 그 통찰력도 결국 독서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조은아 님의 추천의 말

김윤철 교수와는 전화 통화 후 이메일로 문답을 주고받았습니다. 정치학자이면서 정치 평론가로도 활동하는 만큼 관련 질문도 하고 추천도서도 청해봤습니다. 답면마다 책에 대한 이야기들을 아주 꼼꼼하게 써서 보내왔습니다.

-추천자와는 어떤 인연이 있으신가요?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동료 선생님입니다. 평소 음악과 예술에 관해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요즘 하고 계신 음악과 건축의 동행 같은 작업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사람을 음악의 세계로 끌어 당기는 ‘마력’을 느끼게 해주는 분입니다.

-간략한 소개와 요즘 근황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정치학을 전공했고, 현재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시민론, 문명 전개의 지구적 문맥, 정치권력과 인간 등을 주제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주로 공부한 분야는 정당정치입니다. <정당>이라는 책도 낸 적이 있습니다.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에서 부소장을 맡아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전환 시대의 정치와 민주주의’ 같은 주제를 공부하고 있기도 합니다. 신문에 정치 평론도 쓰고 있는데, 작년에 썼던 글을 추려 <헬조선 삼년상>이란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정치의 인문학적 탐색’과 ‘한국정치의 반지성주의’를 주제로 책을 준비 중입니다.

예전엔 방송 활동도 많이 했는데 요즘은 연구와 교육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학생과 아이들과도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정치학에 대한 관심은 언제 어떻게 해서 갖게 되셨나요?

중학교 2학년 때인데, 리처드 닉슨의 <세계를 움직인 거인들>이라는 책을 읽으며 관심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닉슨이 대통령 시절 만났던 세계 각국 지도자들에 대한 평을 담은 책입니다. 그중에서도 독일의 콘라드 아데나워, 중국의 저우언라이에 대한 평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납니다. 전쟁과 혁명이라는 대격변을 겪은 국가의 리더십에 관심이 컸었나 봅니다.

또 아버지께서 사 놓으셨던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더글라스 맥아더 평전을 읽은 것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서점에 가서 정치학 전문 서적을 사다가 혼자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D. 카바나흐라는 정치학자가 쓴 <정치문화론>이라는 책인데, 너무 재미가 없어서 지금도 다 못 읽었답니다.

처음 펼쳐 든 정치학 전공 서적이 그리 재미가 없었는데도, 정치학에 재미를 잃지 않은 것을 보면 좀 신기하기도 합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정치문화론'이라는 제목 때문에 끌려 읽으려 했던 것인데, 지금도 정치와 문화의 연관성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보면 인연이 있는 책이기는 했던 것 같습니다.

-현실정치에 대해서도 적극 발언하고 참여시는 것으로 압니다. 지금 가장 주의 깊게 보는 사안은 무엇인가요?

‘촛불혁명’ 이후 등장한 새 정부와 대통령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기초를 얼마나 잘 다질 수 있을지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중입니다. 지지와 성원도, 비판과 실망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촛불을 거치며 다수의 국민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을 요구하고 있기에,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성원의 방식도, 비판과 실망의 타이밍도 새로워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이념과 가치에 기대어 옳고 그름과 맞고 틀림과 좋음과 나쁨을 재단하는 식이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중에 재벌 주도의 경제질서, 대통령과 관료 주도의 정부 운영, 권력친화적인 사법부와 검찰, 정당과 의회정치의 개혁을 주목할 문제로 여기고 살펴보는 중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기득권층의 사익 추구를 위한 담합 질서를 바꿔 내는게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직접 정치를 할 생각은 해보신 적이 없나요? 지식인의 역할은 정치인과 구분해서 보시는 편인가요?

생각을 해본 적은 있습니다. 주로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을 경험했던 이삼십대 나이 때 그랬습니다. 사십대를 지나 오십을 향해 가면서 점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해졌고, 이제는 거의 없어진 것 같습니다. 자신에 대한 이해, 즉 내가 어떤 사람인지 좀 더 잘 알아 가면서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나 할까요.

저는 '먹물' 근성이 더 강한 사람이지 않나 싶습니다. 아직도 지인들 중에는 제게 “정치를 하면 잘할 것 같다”고 하는 분들이 더러 계신데, 그런 분들은 자주 만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보통 '먹물'의 특성으로 자주 꼽히는 게 자기 주장만 옳다고 고집부리는 거랑, 삶의 현실은 잘 몰라서 공자님 소리나 하면서 갈등 조정도 못하고 주위 사람들 공감도 얻지 못하는 거지요. 아마 그런 게 좀 덜한 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만 저도 결국에는 '먹물'이다 싶습니다.

특히 평소 가까운 정치인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분들을 보면 사람과 갈등 속으로 뛰어들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합니다. 권력욕도 강하고 자신에 대한 비난과 비판도 잘 견뎌냅니다. 한마디로 단단한 내면 혹은 달리 말하면 뻔뻔한 외양을 가지고 있는 분들입니다. 정치 DNA를 갖고 계신 분들이죠.

그런 분들에 비하면 저는 너무 '유약한'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식인은 남들이 보지 못한 문제를 따져 보고 제기하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치인은 남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이코노미스트>의 초기 편집장이었던 월터 배젓(1826~1877)의 말에 따르면, 정치인은 ‘평범한 견해를 구현하는 비범한 능력의 소유자’여야 합니다. 지식인은 애초부터 그런 견해와 능력의 소유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책은 평소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읽으시는지요?

되도록 자주, 많이 읽으려고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여러 책을 같이 읽는 편입니다. 초등학교 5,6학년 시절 아버지가 사다 주신 세계문학전집을 접하면서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하면서부터 든 습관입니다.

보통 5~6권 이상을 병행해서 읽는 것 같습니다. 침실에 일부, 서재에 일부, 거실에 일부, 연구실에 일부 그런 식으로 놔두고 읽는데, 때로는 잠자리에 들 때 뭘 읽을지 고르느라 집안을 헤매곤 합니다.

그러다 손이 먼저 가는 책이 생기면 그 책을 좀 더 집중해 읽습니다. 비교적 가벼운 책은 들고 다니면서 읽습니다. 논문이나 책을 쓰기 위해 읽는 전문 서적을 제외하면, 지하철 타고 다닐 때와 잠자리에 들 때 읽는 책이 독서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읽던 책을 다 읽으면, 같이 읽고 있던 다른 책이 있더라도 새 책을 꺼내 읽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월 몇 권 읽는다는 식으로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시기와 책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완독을 목표로 읽는 식이 아니라, 그냥 책과 만나서 노는 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책을 골라 보는 나름의 방법이 있습니까?

중학교 때부터 종로서적이나 교보문고 같은 대형서점에 자주 가는 편입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종로서적을 특히 좋아했습니다. 서점을 돌아다니는 중에 눈에 띄는 제목이 있으면 펼쳐서 목차와 서문, 평을 훑어 봅니다. 그렇게 해서 마음에 들면 사서 읽는 식입니다. 나중에 보면 결국에는 제 전공 및 관심 분야의 책을 사서 읽게 되더군요. 그래도 읽어야 하는 책보다는 읽고 싶은 책을 읽는 편입니다.

베스트셀러나 화제가 된 책을 챙겨보는 편은 아닙니다. 마치 베스트셀러라는 이름으로 제게 “읽어야 해”하고 소리치는 듯해서 싫습니다. 유명 저자들은 싫어하는 독서 스타일인 거죠. 그래도 서점에 나가 펼쳐 보고 뒤적거리며 만져보는 것은 좋아합니다. 그렇게 살펴보면 읽고 싶지 않은 책인 경우가 많더군요.

주머니 사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눈길이 가는 책을 모두 사지는 않습니다. 여러 책 중에서도 저를 더 강하게 끌어당기는 책을 먼저 사는 식입니다. “오늘은 이 책”이라는 느낌이 드는 책들이 꼭 있는데, 그걸 먼저 사는 거죠. 주변 지인의 추천, 신문이나 페이스북의 신간 소개도 챙겨 보는 편인데, 관심이 가는 책이면 메모해 놓았다가 서점에 나가서 펼쳐 보고선 마음에 들면 사서 읽습니다.

도서관이나 타인에게 빌려서 읽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책에 줄을 긋거나 메모를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책과 놀 수가 없어서죠.

아들이 둘 있는데, 몇 년 전부터 제 생일 선물은 책으로 달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사준 책은 먼저 빨리 완독합니다. 고맙기도 하고 섭섭해 할까봐 그렇기도 하지만, 실제로 제 취향에 맞는 책을 잘 골라줘서 그렇습니다.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같은 책은 아이들이 선물해서 알게 되었고,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래서 두 작가의 다른 책도 챙겨 보게 되었죠.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가급적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을 골라 읽는 편입니다. 최근 서점에 나가서 골라 읽고 있는 작품 중 하나가 그레이엄 그린의 <권력과 영광>입니다. 권력과 인간과 신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읽고 있습니다.

-특별히 즐겨보는 장르나, 안배 방식이 있나요? 근래에 독서 취향의 변화가 있나요?

안배해서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보통 역사소설과 평전을 즐겨 보는 편입니다. 뇌과학과 천체물리학을 다룬 대중과학서와 추리소설도 보기 시작했습니다. 미래 문명과 세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추리 소설은 인간 심리와 그것을 낳는 사회적 맥락이 담겨 있어 흥미롭습니다.

-빼놓지 않고 보거나 특별히 신뢰하는 저자가 있나요?

저자 중심으로 책을 고르거나 읽는 스타일이 아닌지라 딱히 없습니다. 다만 최근에 <피로사회> 저자로 잘 알려진 한병철 교수의 책을 빼놓지 않고 읽는 편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챙겨 보는 편입니다. 하루키는 제가 빼놓지 않고 보는 거의 유일한 베스트셀러 작가네요. 얼마 전부터는 폴 오스터의 작품을 챙겨 보기 시작했고, 앞으로는 정유정 작가의 작품을 챙겨 읽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최근에 인상깊게 읽은 책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요? 읽게 된 계기나 동기, 간단한 소개와 소감도 부탁합니다.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큰 아이가 아내 생일선물로 사주었는데, 제가 가로채서 먼저 읽었네요. 김영하의 소설은 처음 읽었는데, 책이 나온 지 몇 년 됐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고 영화로 만들어진 것도 이번에 알았습니다. 평소 TV는 뉴스를 제외하고는 거의 보지 않고, 특히 예능 방송은 안 보는 편이라 그가 방송에 나온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아시다시피 치매에 걸린 전직 수의사 연쇄살인범 이야기인데 묘사와 전개가 입체적이고 경쾌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심리를 짧은 문장 속에 잘 담아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에 대한 깊은 생각을 간결하게 표현할 줄 아는 작가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살인의 의미’가 무엇일까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물어보게 만들더군요. 살인자인 주인공이 역설적으로 ‘터무니없는 이유로 타인에 의해 죽임을 당할 수 있는 어이없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필멸자, 유한자 같은 말로도 표현이 안되는 ‘피살자로서의 인간’ 말입니다. 몇 해 전 읽은 테리 이글턴의 <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악은 피살자로서의 인간을 일깨워주는 장치 같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도 인강 깊게 읽은 책입니다. 화제가 된 책이라 읽어봤는데,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인 영혜가 ‘나’ 같다는 느낌이 든 것입니다. 그러니까 영혜는 캐릭터라기보다는 ‘약자의 몸과 마음에 그어져 있는 혹은 스며 있는 상처’의 메타포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채식주의자>는 에코페미니즘 같은 특정 이념에 기대어 부당하고 불합리한 질서에 대해 소리치는 작품이라기보다는 누구나, 특히 약자라면 모두가 갖고 있는 자신의 상처를 끄집어내 가슴 쥐어뜯으며 울음을 토해 낼 계기를 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자신의 상처와 대면함으로써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아챌 수 있는 존재가 인간 아닌가 싶은데, <채식주의자>는 제게 그런 사실을 일깨워주는 작품으로 읽혔습니다.

-곁에 두고 오래 반복해서 보는 책이 있나요?

앙드레 말로의 <인간의 조건>이 있습니다. 카뮈의 <이방인>과 <페스트>, 프란츠 카프카의 <성> 같은 작품도 가끔 펼쳐 들고 반복해서 보는 편입니다. <페스트>와 <인간의 조건>은 메르스 사태와 촛불혁명을 거치며 다시 꺼내 읽었습니다. 이 작가들의 책은 인간과 문명과 세계에 대해 차분하지만 치열한 사색의 기운이 느껴져 좋아합니다. 내가 왜 이리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잘살고 있는 것인지를 살며시 묻고 살펴보게 해줍니다.
20세기 역사를 다룬 에릭 홉스봄의 <극단의 시대>도 필요할 때마다 반복해서 보는 편입니다. 19세기 역사를 다룬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도 늘 곁에 두고 부분 부분 다시 보는 편입니다.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과학적-철학적 사색의 맛을 느끼게 해줍니다. 과학이 본질적으로 인문학적 기초 위에 서 있음을 처음으로 깨닫게 해준 책입니다. 내가 ‘우주의 생명’임을 처음으로 알려준 책이기도 하고요. 우주는 나의 밖에 있는 곳이 아닙니다. 내가 우주 속에 살고 있으니까요.

-서가에 꽂힌 책 중에 엉뚱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알면 놀랄 만한 책이 있을까요?

글쎄요. 엉뚱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만화책인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가 꽂혀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보려고 사놓은 책입니다. 어릴 때 재미있게 봤던 <시관이와 병관이의 모험> 후속편으로 알고 있는데, 추억이 돋기도 해서 구입했습니다. 여러 나라의 역사와 특성을 잘 알려주고 있어 틈틈이 펼쳐 봅니다.
다니구치 지로의 <선생님의 가방>같은 만화도 꽂혀 있습니다. 최근에는 잘 못보고 있지만, 만화도 틈틈이 잘 보는 편입니다. 특히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을 무척 좋아합니다. 조만간 그의 작품들을 구입해 서가에 꽂아 놓을 계획입니다.
아, 참 <성경>도 꽂혀 있고, 반복해 읽습니다. 특히 잠언과 시편을 종종 읽습니다. 다른 책과 달리 노트에 필사를 하기도 합니다. 주변 지인들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놀라더군요. 종교와 거리가 있는 혹은 경전은 읽을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그럼 반응을 접하면 제가 너무 ‘속세 사람’으로만 보이게 살았나 싶기도 합니다.

-정치나 정치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면?

헤라르도 뭉크와 리처드 스나이더의 <그들은 어떻게 최고의 정치학자가 되었는가>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현대 정치학의 성과가 누구에 의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왔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현실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과 동료들과의 교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최고의 정치학자들이 정치학을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조언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셀던 월린의 <정치와 비전>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정치가 인간과 문명에 끼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사상사적 흐름을 짚어주며 잘 포착하고 있습니다.
역사학자이지만 토니 쥬트의 <포스트 워:1945~2005>도 정치학을 공부하려는 사람에게 큰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지금 세계 정치경제 질서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를 잘 알려주고 있는데, 특히 정치에서 ‘시의적절한’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치학은 현실과 사람,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다루는 학문이기에 역사서가 큰 도움이 됩니다. 고전의 경우엔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과 스피노자의 <정치학논고>를 추천합니다. 정치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삶의 현실에 기반 해야 함을 알려줍니다.
샤츠 슈나이더의 <절반의 인민주권>도 권합니다. 정치가 개인과 집단 간의 갈등을 공적으로 해결하는 실천임을 알려줍니다. 그래서 정치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만의 일이 아님을 알려줍니다.
박상훈 박사의 <정치의 발견>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정치와 정치학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치를 권력다툼과 선거로만 조명할 수 없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다음 사람으로는 누구를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프레시안 편집국장을 지낸 전홍기혜 기자의 책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프레시안에서 정치·사회 기사를 썼고 최근에는 한국의 입양아 문제에 관한 기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쁜 기자 생활 중에도 소설쓰기를 겸할 정도로 문학에 대한 관심과 소양도 깊습니다. 책과 독서에 관한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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