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바람 부는 제주 책읽기도 좋아라

조회수 2017. 7. 13. 21:07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밴드 허클베리핀 리더 이기용의 섬생활과 음악과 책

북클럽 오리진이 궁금하다면

남다르게 사는 사람 곁에는 책이 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냥 주어지는 대로가 아니라 내가 생각해서 살아보겠다는 뜻의 다른 말입니다.

그 사람은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다양한 사람들의 독서 근황을 알아보는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코너가 예측불허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일기 릴레이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영역에서 뜻밖의 독서 취향을 발견하고 의외의 책과 조우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소설가 김연수->'영혼의 슬픔' 저자 이종영->출판기획자 조원식->만화가 박흥용->임지훈 카카오 대표->이준익 감독->박정민 배우->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김봉진 '배달의 민족' 대표->에피톤 프로젝트의 차세정->김주환 연세대 교수->뮤지션 한희정->김대현 작가->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이재민 그래픽 디자이너->재즈 보컬리스트 허소영->영화배우 안성기->북바이북의 김진양 대표->가수 김수철->임경선 작가->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장강명 작가->조성주 전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방송인 유정아->손아람 작가->황두진 건축가->정연순 민변 회장->홍수영 콘텐츠 큐레이터->임순례 영화감독->정지돈 작가->홍석재 감독->조선희 작가->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김해원 뮤지션->방송인 알베르토 몬디->조승연 작가->이성민 '한잔의 룰루랄라' 대표->음식문헌연구가 고영->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 편까지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밴드 허클베리핀 리더 뮤지션 이기용 편입니다.

다음분으로는 밴드 허클베리핀의 이기용씨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기용은 빼어난 뮤지션이자 시에 가까운 가사를 쓰는 창작자입니다. 현재는 몇 년째 제주 바다에서 기거하고 있는데요, 평소 시를 많이 읽는 그에게 지금 의미있게 스며드는 활자가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김작가의 추천의 말

김작가 편 바로가기


이기용 님과는 전화 통화 후 이메일로 문답을 주고받았습니다. 전화를 받았을 때 공연을 앞두고 있다고 했습니다. 통화음은 지척에서 들리는 것 같았지만 보내온 답문에는 먼 제주의 바람소리가 함께 실려오는 듯했습니다.

-추천자인 김작가 님과는 어떤 인연이 있으신가요?

음악을 시작하기 전 부터 개인적으로 알던 사이입니다. 그때 저는 음악을 하고 싶어서 이리저리 밴드 일을 막 모색할 때였고 김작가는 왕성한 음악애호가였었죠.

그러다 제가 허클베리핀으로 활동하고 있을 때 그 친구도 막 군에서 제대한 후 음악평론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 후로 둘 다 벌써 20년 가까이 같은 음악씬에 몸을 담게 되었군요.

올 봄에는 김작가가 제주에 여행을 왔길래 오랜만에 같이 술도 한잔 한 적이 있습니다.

-간략한 이력과 요즘 근황을 소개해주시겠습니까? 개인적인 것도 좋고 허클베리핀 활동도 부탁드립니다.

저는 1997년 허클베리핀이라는 록밴드을 결성해서 활동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모두 5장의 음반을 발매했습니다.

그리고 '스왈로우'라는 이름의 개인 활동도 병행하면서 보다 서정적인 음악들을 발표해 왔습니다. 스왈로우는 총 3장의 정규앨범이 있습니다.

지금은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허클베리핀의 다음 6집 앨범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로 내려가 사시는 걸로 압니다. 언제 어떤 계기나 이유로 가시게 되셨나요?

음악 생활을 하면서 삶의 방편으로 2007년부터 홍대 상수동 및 연남동에서 바를 운영해 왔습니다. 하지만 임대료 상승 같은 압박이 심해지면서 7년간 버티다가 결국 2014년에 모든 것을 정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음악 작업실도 비슷한 이유로 다 접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타격 한가운데를 통과해 왔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러던 중에 공연을 하러 제주에 왔다가 여기저기를 둘러보게 되었고, 이곳 김녕에 내려와 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예전 인터뷰 기사를 보니 이런 말을 하셨더군요.


“처음 제주에 내려왔을 때 컨테이너에서 1년 넘게 살았다. 비가 오면 컨테이너 안으로 빗물이 주르륵 흐르고, 바람이 거세게 불면 컨테이너와 함께 머리가 흔들릴 정도로 허름하고 불안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 통장 잔고도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지금은 어디에서 어떻게 사시나요? 실제로 살아본 제주도 생활은 어떤지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혹시 제주도행을 생각하는 분들한테 들려주실 이야기가 있다면?

제주에 내려올 즈음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격렬한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 무렵 결국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커져버렸어요. 사람들하고 떨어져 있어야 했기에 한 2년 가까이 혼자 생활했습니다.

그러다 음악과는 도저히 떨어져 살 수가 없어서 다시 동료들하고 연락을 하게 되었죠. 그중 몇몇이 제주로 내려와서 근처에서 가깝게 살고 있습니다.

요즘 평상시에는 제주에서 만든 노래들로 소소한 공연도 다니고, 제주 동북쪽 김녕이라는 바닷가에서 임대해서 운영하고 있는 펜션 청소도 하면서 지냅니다.

도심에는 잘 나가지 않는 편이어서 사정을 잘 모릅니다. 그냥 제가 느끼는 대로 제주를 소개해 드리자면, 복잡다단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다양한 풍경이 있는 곳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어떤 마음을 갖고 이곳에 오더라도 거기에 상응하는 적절한 풍경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의 지도와 실제의 지도가 일치합니다.

-곡도 가사도 직접 쓰시지요? 요즘은 어떤 것들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쓰시나요?

곡을 대하는 느낌에는 분명히 변화가 있었어요. 서울, 그러니까 도시에서 살 때 삶의 선은 길고 유려하게 뻗어나갈 틈을 주지 않습니다.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꺾이고 수많은 건축물들 사이를 돌아가야 합니다. 시선 하나 오래 둘 곳이 없어요.

돌이켜 보면 제 음악도 그런 면이 많이 있었습니다. 반면에 이곳에 와서 만든 곡들은, 짥게 표현하자면, 넓디넓은 공간에서 충돌하지 않는 감성에서 나온 거라고 할 수 있겠지요. 어떤 면에서 보면 좀 심심하고 밋밋할 수도 있겠지만요.

-최근 쓴 것 중에 공유하고 싶은 가사가 있다면 소개해주시겠어요?

작년에 네이버 onstage라는 프로그램 촬영차 제주에서 라이브 공연을 진행할 기회가 있었어요. 세 곡을 라이브로 촬영했는데 그 중 하나인 Morning There라는 곡입니다. 영혼이 매우 가까운 두 사람이 헤어진 후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Morning There

밤의 궁전으로
물에 비친 불빛이
바람에 흔들리면 니가 그리웠어
더 먼 곳으로 더 넓은 공간으로
함께 가자 했지
빛에 휩싸인 밤

너에 익숙해진 나는
또다른 누군가 다가오는 것도 몰랐어
너의 숨이
아마도 내 안에 마지막까지 남았나 봐
넌 나에게로 완전히 열려야 닫힐 수 있는 문이었어

너의 아침은 어때 누군가 떠난 밤
멀리 숲 사이에서 반짝거리고 있니
너의 아침은 어때
모든 걸 겪고서 맞이한 아침에

-좋아하는 작사가나 싱어송라이터 혹은 뮤지션을 꼽아주실 수 있나요?

요 몇 년 간 가장 자주 들은 아티스트는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 본 아이버(Bon Iver), 시규어 로스(Sigur Rós)입니다. 음악도 이런저런 방식으로 삶의 흐름에 맞춰서 왔다 가는 것 같아요.

-책은 평소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읽으시는지요?

평균 월 3-4권쯤 되겠네요. 아무래도 겨울부터 봄에 주로 몰아서 읽게 되네요. 그맘때가 되면 제주는 비수기인 데다 밤도 길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혼자 책 읽기에 아주 좋습니다.

-제주에서 책 읽기 환경은 어떤가요?

제가 있는 곳은 도심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보니 책을 사 보기가 여의치 않아서 주로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고 있어요. 제가 있는 김녕에서 가까운 조천 도서관이나 성산 도서관에서 빌려 봅니다.

요즘에는 날이 좋으니 책을 읽다 감정이 커지면 김녕 세기알 해변에 있는 민간 등대에서부터 김녕항까지 산책을 많이 하는데 그 순간이 가장 평화롭고 좋은 시간입니다.

-책을 골라 보는 나름의 방법이 있습니까?

예전엔 한동안 김영하의 팟캐스트를 잠자기 전에 많이 들었어요. 저도 잠드는 데 좀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분의 팟캐스트를 듣다 보면 어느새 잠들어 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편은 자주 틀어놓고 잠을 청하다 보니, 어떤 편은 많게는 수십 번을 듣게 된 것도 있어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소개된 책을 읽게 됩니다.

근래에는 책을 아주 많이 읽어 온 믿을 만한 친구에게서 추천받아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별히 즐겨보는 장르나, 나름의 독서의 안배 방식이 있나요? 근래 들어 어떤 취향의 변화가 있나요?

몇 년 전까지는 주로 시집을 많이 봤어요. 출판사 별로 목록을 독파해 가면서 봤었죠. 최근에는 소설을 주로 보고 있습니다. 저를 어디론가 현실이 아닌 어떤 곳으로 데려가 주는 작품을 특히 좋아합니다.

-빼놓지 않고 보는 저자의 책이 있다면?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읽고 그 책에 빠져버렸어요. 제주 도서관에서 빌려 보게 됐는데, 서울에 갔을 때 아예 한 권 사서 가방에 넣어두고 틈틈이 봤어요.

그 후 그의 '나무 위의 남작'과 '우주 만화'도 읽고 나서부터는 그의 책들을 하나씩 읽어 나가는 중입니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데, 엉뚱하면서도 재밌습니다. 깊지만 잡아 끌지 않고, 나 자신을 가벼워지고 싶게 만듭니다.

-지금 읽고 있거나 최근에 인상 인상깊게 읽은 책은요?

최근에 마쓰이에 마사시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아주 기쁘게 읽었습니다.

-읽게 된 계기나 동기는요? 소감은요?

친구의 소개로 앞부분을 읽게 되었어요. 건축가 무라이 슌스케의 최후의 작품과, 건축사무소에서 벌어지는 사랑을 이제 막 입사한 젊은 건축학도의 시선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간헐적인 분화 활동이 계속되고 있는 아사마 산을 배경으로 삶,사랑, 좌절, 죽음을 시종일관 거리를 두고 담백하고 기품 있게 표현합니다. 인생의 예측할 수 없는 변화무쌍함을 오래 겪어온 사람의 시선으로 이야기합니다. 피곤에 지친 밤, 몸을 담글 수 있는 따듯한 욕조같은 책입니다.

-곁에 두고 오래 반복해서 보는 책이 있나요?

요즈음은 윌리엄 맥스웰의 '안녕, 내일 또 만나'를 곁에 두고 봅니다. 다음과 같은 표현들이 도처에 있고 그것을 읽으면 잠시 아득해져서 몽환에 잠기게 됩니다. 저녁 해지기 전에 이 책을 펼쳐 읽고 길을 걸으면 평화로운 감회에 젖게 됩니다.

'클레터스가 목초지 울타리 옆에 서면 짐수레를 끄는 늙고 하얀 말 한마리가 설탕 한 덩어리를 얻어먹을 생각으로 그리고 아마도 예뻐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가온다. 어쨌든 클레터스는 그 말을 사랑한다. 암소들을 모을 때면 다른 말보다 이 백마를 타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리고 울어야 할 때는 이 백마의 비단같이 부드러운 목에 이마를 대고는 눈물을 흘린다'

-지금 하고 있는 일 외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꼭 해보고 싶은 일이라기보다 꼭 살고 싶은 방식이 있어요. 가능하다면 일정 기간 이상씩 여러 곳에서 살면서 익숙하지 않은 것이 주는 변화를 느껴보고 싶어요. 음악 작업을 하더라도 이번 앨범은 제주에서 만들고 있으니 다음 앨범은 예를 들어 목포라든가 다른 곳에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다음 추천하고 싶은 사람과 이유를 부탁드립니다.

이승한 변호사 님을 추천합니다. 음악을 무척 사랑하는 분이어서 저랑도 알게 되었는데 오랜 검사 생활 중에도 책을 늘 가까이 하시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또 이번에 저는 주로 문학 위주로 책 소개를 했는데 이승한 형은 문학 이외의 책을 주로 읽어오신 분으로 알고 있어요. 엄청난 음악 애호가이자 법률가인 분의 책 이야기가 어떨지 저도 궁금합니다.

[북클럽 오리진] 컨텐츠 카톡으로 받아보기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