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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러리·2017.04.21. 작성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대체 뭐하자는 인간일까요

홍대앞 만화카페 '한잔의 룰루랄라' 이성민 대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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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르게 사는 사람 곁에는 책이 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냥 주어지는 대로가 아니라 내가 생각해서 살아보겠다는 뜻의 다른 말입니다.

그 사람은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다양한 사람들의 독서 근황을 알아보는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코너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일기 릴레이입니다.

무작위 추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영역에서 뜻밖의 독서 취향을 발견하고 의외의 책과 조우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소설가 김연수->'영혼의 슬픔' 저자 이종영->출판기획자 조원식->만화가 박흥용->임지훈 카카오 대표->이준익 감독->박정민 배우->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김봉진 '배달의 민족' 대표->에피톤 프로젝트의 차세정->김주환 연세대 교수->뮤지션 한희정->김대현 작가->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이재민 그래픽 디자이너->재즈 보컬리스트 허소영->영화배우 안성기->북바이북의 김진양 대표->가수 김수철->임경선 작가->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장강명 작가->조성주 전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방송인 유정아->손아람 작가->황두진 건축가->정연순 민변 회장->홍수영 콘텐츠 큐레이터->임순례 영화감독->정지돈 작가->홍석재 감독->조선희 작가->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김해원 뮤지션->방송인 알베르토 몬디->조승연 작가편까지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김해원 뮤지션이 추천한 이성민 '한잔의 룰루랄라' 대표입니다.


제가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서울 동교동에 위치한 카페 <한잔의 룰루랄라>의 이성민 대표입니다.

이 곳에 만화책이 많아서 만화 카페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만화가들도 자주 찾고요. 홍대 씬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의 앨범도 판매되고 있고, 음악 공연도 꾸준히 열립니다. 카페에 오래 앉아 있다보면 사장님이나 일하시는 분들의 선곡을 통해 새로운 음악들을 들어볼 수도 있습니다.

뮤지션이자 카페를 자주 찾는 사람으로서 한잔의 룰루랄라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으면 하는 장소입니다. 그곳을 지켜온 분의 평소 생각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엿보고 싶다는 생각에 추천하게 되었습니다.

/김해원 뮤지션의 추천의 말

이성민 대표와는 전화 통화 후에 이메일로 문답을 주고받았습니다.


-추천자인 김해원 님과는 어떤 인연이 있으신가요?

'한잔의 룰루랄라'는 2012년부터 매주 월요일 '먼데이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열어오고 있습니다. 원래 홍대 씬이나 공연 진행에는 문외한이었던 제가 6년째 이 공연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함께 기획하고 진행해 준 단골 음악가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해원 씨는 2013년 '먼데이 서울'을 함께 기획해주고 있던 음악가 삼군 님의 소개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예술인복지재단의 후원을 받아 자립음악생산조합과 함께 진행했던 '음악가로 살아남기: 초보 음악가를 위한 음반 제작 워크샵'이란 프로그램에 해원 씨가 참여하면서 좀더 가까워지게 됐고요.

당시엔 아직 김사월X김해원이란 팀을 결성하기 전이었는데, 해원 씨의 솔로 데모 앨범을 가게에서 틀어 놓고 있으면 정말이지 많은 분들이 누구 곡이냐고 묻곤 하던 게 기억나네요.

-한잔의 룰루랄라는 어떻게 시작하셨고 어떤 곳인지 소개해주시겠어요?

처음에는 홍대에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작가, 독자, 평론가, 편집자)이 맘 편히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홍대에 자리 잡고 시간이 흐르다 보니 지금은 만화만이 아니라 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창작자와 향유자가 왕래하는 공간이 되었네요.

한잔의 룰루랄라의 정체성은 이용하시는 분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차 한 잔 나누며 담소를 나누는 카페이기도 하고, 취향에 맞는 맛난 맥주를 찾아 마실 수 있는 맥주집이기도 하고요.

어떤 분들에겐 만화방이거나 작업실이고 가끔은 좋아하는 음악가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공연장이 되기도 합니다. 음식 메뉴가 없어서 1년 전부터 메뉴에 ‘카레우동’을 추가했는데 그래서인지 요새는 카레집으로 알고 있는 분들도 계시고요.

-출판에도 관여하신 것 같던데요?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 편집자로 일했었습니다. 인천에서 발행되고 있는 계간지 <황해문화>와 만화잡지 <허브>의 편집기자였고요. 몇몇 출판사의 만화 단행본을 편집하기도 했습니다.

-가게나 개인적인 근황은 어떤가요?

한잔의 룰루랄라가 내년이면 10년이 됩니다.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시작했던 게 아니기 때문에 저도 이렇게 오랫동안 운영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었어요.

좋은 사람들과 재미있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만으로 홍대에서 10년 가까이 버텨온 게 신기하기도 합니다. 얼마나 더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룰루랄라’라는 이름답게 늘 즐겁고 엉뚱한 일을 궁리하고 상상하면서 지내고 싶은 욕심은 있습니다.

-만화 카페로도 불리고 만화가들의 아지트라고도 하던데요? 어쩌다 그렇게 됐죠?

따로 사연이 있다기보단 만화가 분들이 많이 찾아주신 덕에 그렇게 불리게 된 것이겠죠. 사실 만화를 그리는 일은 구상이나 취재 때를 제외하면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때로는 잠도 못 자고) 작업실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어야만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바깥 나들이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났을 때 한잔의 룰루랄라를 찾아주시면 반갑고 즐거울 수밖에 없지요. 티를 내진 않아도 그런 마음이 전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홍대 앞도 많이 변했지요, 소감이 어떤가요?

화려해지고 번화할수록 폐허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마음이 오가고 문화가 꽃피던 자리를 자본과 욕망이 차지하겠다고 들어서면 그 자리를 일구고 가꿔오던 사람들은 밀려나거나 떠날 수밖에 없잖아요. 결국 남는 건 화려한 외피와 들끓는 욕망뿐일 텐데, 제 눈엔 폭격 맞은 폐허로밖에 보이지 않더라고요.

아마 그 외형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스스로 무너져 버리게 되겠죠. 그렇게 되지 않도록, 많은 뜻 있는 분들이 공생을 위한 지혜를 모으고 실천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본과 욕망은 워낙 막무가내라서 억지로라도 제어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홍대’라는 이름이 가진 의미와 상징은 결국 소멸돼 버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변화’의 상황이나 사안들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탓에 피상적인 소감이 돼버렸네요.

-평소 책은 얼마나 읽으세요? 어떻게 골라 보지요?

주로 읽는 책이 만화책이다보니 절대적인 독서량은 꽤 많은 편일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과 SNS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면서부터 많이 줄기는 했지만요.

만화책은 한잔의 룰루랄라 부근에 있는 대형 만화전문 서점에 이삼 일 간격으로 들러서 직접 고르고는 합니다. 출판사나 작가, 편집자, 마케터 분들의 SNS를 통해서 정보를 얻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만화가 아닌 책의 경우에는 거의 SNS를 통해 정보를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SNS 중에서도 페이스북 친구 분들이 올려주는 책 소개가 도움되는 경우가 많고요. 간혹 출판사나 저자 분들이 한잔의 룰루랄라에 두고 손님들과 함께 읽으라고 기증해주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별히 즐겨보는 장르나, 나름의 독서의 안배 방식이 있나요? 근래 들어 어떤 취향의 변화가 있나요?

특별히 선호하는 장르가 있지는 않고요. 그때그때 흥미가 가는 책들을 잡다하게 읽는 편입니다. 카페를 지키고 있다보니 수시로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주문 등의 요구를 들어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오랜 시간 집중해서 책을 읽기가 어렵습니다. 긴 시간 집중해야 하는 호흡이 긴 책을 읽기가 쉽지 않아서 근래에는 만화책이나 단편으로 구성된 책으로 독서가 한정돼 버렸습니다.

-빼놓지 않고 보는 저자의 책이 있다면?

허영만, 김혜린, 윤태호, 장경섭, 말리, 앙꼬, 최규석, 김태권, 권교정, 김수박, 권용득 작가의 책들은 빼놓지 않고 읽어 왔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습니다. 이야기도 구성 방식도 재미있고, 이 만화가들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는 일은 늘 즐겁습니다.

다케히코 이노우에, 유키무라 마코토, 이와아키 히토시, 요시나가 후미, 하나자와 켄고, 키리코 나나난도 늘 신간이 번역되어 나오기를 기다리는 작가들입니다.

-지금 읽고 있거나 최근에 인상 인상깊게 읽은 책은요?(신구간 국내외서 불문) 읽게 된 계기나 동기는? 간단한 소개와 소감도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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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김명인 선생이 최근 3~4년간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들을 추려 묶은 책입니다. 김명인 선생의 평론은 잘 찾아 읽지 못했고 이런저런 매체에 실린 시론이나 칼럼을 주로 읽어왔는데, 당대를 읽는 눈과 그걸 풀어내는 문장을 읽고 있으면 존경하고 따를 수 있는 선생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론 질투가 나기도 하고 저 스스로의 모자람에 의기소침해지기도 하고요.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이다 보니 오래되지 않은 최근 정세나 이슈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매체에 실렸던 글들에 비해 개인적인 일상이나 소회가 많아서 거리감 없이 친근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좋습니다. 선생이 학생 시절에 썼다는 ‘반파쇼학우투쟁선언’도 읽어보고 싶은데, 책 뒤에 부록처럼 실려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한 편씩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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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영화도 찍고, 아름다운 노래도 만들어 부르고, 깔깔 웃긴 만화도 그리고, 고양이도 키우는 이랑은 ‘대체 뭐하자는 인간’일까요?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책을 냈으니 이제 에세이 작가이기도 하다는 거겠네요. 너무 재밌어서 한 편씩 아껴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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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한 권씩 간행될 때마다 읽고, 완간된 뒤에 다시 한 번 읽고, 최근엔 조선왕조실톡을 읽으며 더불어 다시 또 읽고 있습니다. 원본을 읽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고어와 한자와 누가 누군지 도무지 구분되지 않는 수많은 인명이 난무하는 글을 읽어낼 능력이 저에겐 없으니까요. 작가의 해석이 들어간 것은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겠지만, 이 방대한 역사의 기록을 만화화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해준 두 만화가에게 일개 독자일 뿐이지만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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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세 명의 연애 이야기를 그린 ‘순정’만화입니다만, 연애를 하고 있거나 하고 싶은 남성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최근의 ‘여성 혐오’ 논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페미니즘이나 젠더 구분에 대해 가르치는 학습만화는 아니고요. 낄낄 웃으며 볼 수 있는 개그 만화에 가깝습니다.

-곁에 두고 오래 반복해서 보는 책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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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오! 한강> 입니다. 중학생 때 <만화광장>이라는 잡지에 연재되던 걸 처음 본 이후로 단행본만 서너 차례 구입했습니다. 대본소용으로 나온 단행본이라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워서 당시 동대문에 있던 만화 도매상과 중고책방을 수소문해서 돌아다니던 기억이 나네요.

해방 직전부터 87년 민주화운동까지의 현대사를 관통하는 내용인데 주인공 이강토의 인생유전은 <광장>(최인훈)의 주인공 이명준과 비견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에 읽으며 주인공 이강토가 화가로서 고뇌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특히 예술관을 형성하는 데 많은 영향을 받았던 탓에 지금도 가장 아끼고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펼쳐보게 되는 책입니다.

몇 년 전에는 만화가 김준범, 윤태호 작가님이 당시 문하생으로 이 작품에 참여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묘한 기분에 휩싸였던 기억이 나네요. 근래에는 당시에 검열당하거나 잘린 그림들 복구해서 복간됐으면 하는 바램으로 모 출판사 편집장님께 빌려드렸었는데 아직 돌려받지 못했네요. 복간만 된다면 돌려주시지 않아도 좋을 것 같긴 한데요... 말줄임표라고 씁니다. ㅎㅎ

-서가에 꽂힌 책 중에 엉뚱하거나 사람들이 알면 깜짝 놀랄 만한 책이 있을까요?

글쎄요.. 신기활 선생의 <핵충이 나타났다>나 주완수 선생의 <보통 고릴라>가 꽂혀 있다고 하면 깜짝 놀랄 분들이 몇 분 정도는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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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계획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즐겁게 버티는 것’입니다. 음.. 계획이라기보단 목표라고 해야겠네요. 올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수상한 친구들의 수상 소감을 빌어 말하자면 ‘자살하지 않고’ ‘돈, 명예, 재미’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입니다. 하하

-지금 하고 있는 일 외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나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머물러 기다리는 일입니다. 항상 누군가를 맞을 준비를 하고 찾아와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덕분에 평생 인연이 없었을 것 같은,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분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돌아다니는 걸 좋아합니다. 직장인 시절에는 외근을 도맡아 했고, 안 가본 길이 있으면 돌아가더라도 그쪽 길로 가보고 싶어집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 외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면 이번엔 제가 한 분 한 분 찾아가 만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요즘 듣기 좋은 음악 추천해주신다면?

고전보다는 동시대의 음악, 보편적인 이야기보다는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노래를 좋아합니다. 구체적으로 추천한다면.. 회기동 단편선, 김사월의 노래는 듣다가 눈물을 흘린 경험이 있습니다.
씨 없는 수박 김대중, 신승은의 노래는 젊은 세대의 아픔에 웃음을 버무려 내놓는 해학과 자조가 있습니다.

김일두의 노래는 누군가는 나를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묵직한 힘이 있습니다.
도마, 곽푸른하늘의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애틋해져서 어쩔 줄 모르게 됩니다.

이랑, 아를의 노래는 기묘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또 지금 여기에 있는 나를 노래하는 멋진 음악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의 노래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다음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요? 이유는?

음식문헌연구자 고영 선생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홍대 앞 식당 두리반이 철거 위기에 처했을 때 응원을 갔다가 만난 게 인연이 되었는데, 특히 음식을 다룬 옛 문헌을 통해 오늘의 현실을 읽어내는 시선과 방식이 궁금하고 흥미로워서요. 책 편력과 함께 음식을 대하는 마음과 자세, 음식 편력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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