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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지금의 나로 이끈 다섯 번의 선택

조회수 2017. 3. 30. 11: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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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의 이탈리아 대표 알베르토 몬디의 성장과 독서

북클럽 오리진이 궁금하다면

남다르게 사는 사람 곁에는 책이 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냥 주어지는 대로가 아니라 내가 생각해서 살아보겠다는 뜻의 다른 말입니다.

그 사람은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다양한 사람들의 독서 근황을 알아보는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코너가 예측 불허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일기 릴레이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영역에서 뜻밖의 독서 취향을 발견하고 의외의 책과 조우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소설가 김연수->'영혼의 슬픔' 저자 이종영->출판기획자 조원식->만화가 박흥용->임지훈 카카오 대표->이준익 감독->박정민 배우->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김봉진 '배달의 민족' 대표->에피톤 프로젝트의 차세정->김주환 연세대 교수->뮤지션 한희정->김대현 작가->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이재민 그래픽 디자이너->재즈 보컬리스트 허소영->영화배우 안성기->북바이북의 김진양 대표->가수 김수철->임경선 작가->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장강명 작가->조성주 전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방송인 유정아->손아람 작가->황두진 건축가->정연순 민변 회장->홍수영 콘텐츠 큐레이터->임순례 영화감독->정지돈 작가->홍석재 감독->조선희 작가->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김해원 뮤지션까지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가 추천한 이탈리아인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 편입니다.

이탈리아 출신 기업인으로 요즘 방송에서도 활동하는 알베르토 몬디를 추천할까 해요. 종편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을 통해 알려진 인물인데, 아주대에 초청해서 강연을 들은 적이 있어요. 자기 인생의 선택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좋았어요. 책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주철환 대표의 추천의 말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 편 바로가기


알베르토 몬디 씨와는 전화로 연락이 닿았습니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듣기로 했습니다. 이 코너에서 외국인을 만난 것은 처음이어서 책 이외에 다른 것들도 물어봤습니다. '인생의 다섯 가지 선택'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방송에서 본 대로 우리말이 유창했습니다. 10년 가까이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덕분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어로 된 책은 아직 부담스럽다고 했습니다.


작년 여름에 태어난 아들 이야기를 할 때 얼굴이 가장 환해지더군요. 벌써 육아 계획까지 생각해둔 모양이었습니다. 앞으로 영어 공부보다 책 읽기에 먼저 재미를 붙이게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추천자인 주철환 대표와 어떤 인연이 있나요?

제가 종편방송 jtbc의 주한 외국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인 '비정상회담'에 출연하게 됐을 때 주 대표님이 jtbc에 계셔서 얘기는 들었어요.

직접 인사하고 얘기를 한 것은 작년 봄여름쯤에 아주대학교에서 외부 강연자로 초대받아 가서였어요. 올초 아주대 입학식에서도 강연을 했고요.

-요즘 근황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사업과 다른 일들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방송에서는 비정상회담에 고정 출연하고 있고, 간간이 다른 프로에도 초대손님으로 나가기도 합니다.

네이버에 매주 월요일에 이탈리아 축구 문화에 대한 칼럼도 쓰고 있고, 중앙일보에 한 달 반에 한 번꼴로 '비정상의 눈'이라는 제목으로 두세 명이 돌아가면서 칼럼도 쓰고 있어요. 또 잡지 엘르에 락뮤직에 대한 칼럼을 쓰고 있고..

다른 일이 많아지면서 작년 2월에는 회사를 나와서 지금은 주한이탈리아상공회의소 부회장을 맡아 자문도 해주고 있어요.

-관심이나 활동 분야가 생각보다 넓군요.

원래 운동이나 음악을 좋아했어요. 축구도 했고 락밴드도 하면서 악기도 좀 다뤘고... 작년 8월에 아들이 태어나서 지금은 육아까지 거들어야 해서 많이 바빠요.

-그렇지 않아도 부인이 한국인이라고 들었습니다.

각자 중국에 유학 와서 중국어 수업을 듣다가 만나서 결혼하게 됐어요.

-그래서 한국에 오시게 되신 건가요?

처음엔 이탈리아에서 중문과를 나온 후에 중국 대련으로 가서 1년간 유학을 했어요. 여러 나라에서 유학생들이 왔는데, 저는 이상하게도 가장 친한 친구들이 한국인이었어요. 같이 유학 간 이탈리아 친구 3명 모두 한국인들하고 어울렸어요.

그전까지는 한국을 몰랐는데 그때 관심을 갖게 됐고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졸업 후에 여행을 시작했는데, 기차로 블라디보스톡까지 갔다가 속초에 들렀어요. 잠시 있으려던 것이 한 달, 두 달 길어지다가 결국 장기체류하게 됐어요.

원래는 중국으로 가서 취업할 생각이었어요. 그때 주한 이탈리아대사관에서 인턴을 뽑길래 지원해서 일을 했어요. 그러고 난 후에는 한국경제학회 회장으로 있던 구정모 교수님이 공부를 더 하라고 해서 강원대에서 2년 경제학을 공부했어요.

마친 후에 조세연구원, 사브밀러 맥주회사에서 3년, 자동차회사인 피아트크라이슬러에서 3년 근무했어요.

-방송 출연은 언제부터 어떻게 하게 됐지요?

맥주회사에 다닐 때였어요. 잘 가던 한남동의 커피숍 사장님이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갔다가 '비정상회담' 캐스팅하는 분에게 발탁됐어요. 처음엔 못하겠다고 했어요. 저한테는 안 맞을 것 같기도 했고.

아내도 반대했어요. 다른 사람들 관심받는 것 꺼려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도 어차피 파일럿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한 번만 찍었는데 결국 지금 141회까지 나가게 됐어요. 그동안 많이 바뀌었는데 첫 회부터 계속 출연하고 있는 사람은 캐나다인 기욤과 저 2명뿐이예요.

여러 군데 글도 쓰고 하면서 바빠져서 다니던 회사는 작년 2월에 그만뒀어요.

-한국 생활이 어렵지는 않던가요?

2007년에 왔으니까 이제 10년이 됐네요. 맨 처음에 춘천에 살 때 신기했던 것은 도시에 광장이 없는 점이었어요. 이탈리아를 비롯해서 유럽 어디나, 심지어 중국도 어느 도시나 마을을 가든 사람들이 모이는 도심 광장이 있어요.

이탈리아의 어느 도시를 가면 맨 처음 가는 곳이 광장이에요. 거기서 도시 분위기를 알 수 있거든요. 중국도 아침이나 밤에 사람들이 광장에 나와서 춤도 추고 무예도 하고 그래요.

춘천에서는 두세 시간 산책하면서 왔다갔다 했는데도 어딘지를 몰라서 신기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식당에서 이모님이 반찬을 무료로 계속 더 주는 것도 신기했어요.

그리고 저한테 다가와서 영어로 말을 걸 때였어요. 그때 저는 영어를 지금처럼 못 했어요. 이탈리아 사람들은 보통 영어를 그렇게 잘하지는 못하거든요. 저도 학교에서 불어를 배웠고 대학 때 전공이 중국어였기 때문에.

오히려 영어보다 간단한 한국어가 더 편한데도 영어로 말을 걸어서 당황했던 적이 많아요. 그럴 때마다 미국인도 아닌데 왜 영어로 묻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한국에서 영어 공부를 따로 했어요.

-한국인은 이탈리아 사람이랑 뭐가 가장 다르던가요?

사고 방식에서 가장 큰 차이는 한국인은 남들 시선을 많이 의식한다는 거예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서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체면이나 이미지 중시하고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하면 안 되는 게 많아요. 말하고 싶은데 하면 안 되겠다 싶은 것도 많고. 그에 비하면 이탈리아나 유럽은 훨씬 더 자유로운 분위기예요.

-요즘 젊은층은 좀 다르지 않나요?

네, 젊은 사람들은 많이 바뀌는 것 같아요. 그래도 유럽 사람들에 비하면 다른 사람 의식을 하는 편이에요.

자동차만 해도 유럽인들은 자기 연봉의 5분의 1이나 4분의 1정도 가격의 차를 사는데 한국인은 자기 연봉 수준의 차를 사요. 제가 차 회사를 다녀봐서 그런 통계조사를 알거든요. 물론 차를 좋아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이미지가 작용하는 것 같아요.

사교육 문화 같은 것 봐도, 비판들은 하면서도 그래도 남들 하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다 따라하는 게 많아요.

-반대로 한국인이 이탈리아나 이탈리아인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나 편견 같은 것은 어떤 게 있던가요?

이탈리아 하면 음식을 떠올리는데 주로 파스타랑 피자를 이야기해요. 하지만 그건 극히 다양한 음식들 중의 두 가지 종류일 뿐이거든요. 이탈리아는 한 나라로 통일인 된 것도 150년밖에 되지 않아서 지역 특성이 아주 강해요. 음식도 다 달라서 정말 다양해요.

그리고 한국뿐 아니라 영화 같은 데서도 자주 그렇게 묘사되는데, 이탈리아 남자들이 바람둥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에는 약간 오해가 있어요.

이탈리아는 어릴 때부터 여자를 공경하는 문화 속에서 자라요. 집안에서 할머니가 제일 보스예요. 여성인 데다 나이도 가장 많으니까. 일찍부터 여자한테도 배려해줘야 한다고 배워요. 여자한테 친절하다고 무조건 작업 거는 건 아니에요.(웃음)

-이탈리아 책 읽기/쓰기 문화는 어떤가요?

동네마다 도서관이 잘 돼 있어요. 중고등학교 때는 자주 가서 책을 많이 읽었어요. 이탈리아는 오전 수업만 있어서 마치고 오후에는 주로 마을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거나 책을 읽었어요. 물론 요즘은 통계를 보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때문에 독서 인구가 줄고 있어요.

읽는 책을 봤을 때 한국과의 가장 큰 차이라면, 한국은 픽션보다 논픽션이 인기인 것 같더군요. 자기계발서나 에세이, 경제경영책이 많이 팔리는 것 같은데, 이탈리아는 그런 책이 인기가 없어요. 소설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한국은 미국 영향이 큰 것 같아요.

글쓰기는 어릴 때부터 많이 써야 했어요. 이탈리아는 모든 시험에 객관식 문제가 없어요. 구술이나 필기 시험을 보는데 주관식으로 답을 직접 써야 해요. 국어는 한 달에 한 번씩 작문 시험을 봤어요. 주제를 세 개 내주고는 골라서 쓰는데 한 번에 네다섯 쪽을 쓰는 식이지요. 어쩔 수 없이 한 달에 한 번은 서너 시간 글을 써야 해요.

-평소 책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읽나요?

고등학교 때나 대학 때는 많이 읽는 편이었어요. 수업이 8시부터 1시까지만 있고, 그 다음은 숙제하고 나면 자유시간이니까 축구도 하고 책도 많이 봤어요.

많이 읽을 때는 하루 한 권 읽을 때도 있었어요. 대학 때도 많이 본 편이었어요. 통학을 했는데 기차나 버스 안에서도 읽기도 하고.

지금은 한 달에 한두 권 정도밖에 못 읽고 있어요. 주로 이탈리아책을 아마존으로 주문해서 봐요.

-한국어 책도 보나요?

아무래도 힘들어요. 영어나 한국어로 책을 읽으면 이해하는 데 애를 쓰느라 공부하는 느낌이에요.

그나마 다 읽은 한국어 책은 법정 스님의 '무소유',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정도예요. 원래 철학을 좋아했는데 동양 사상이고 유럽에서는 생소한 불교 저작이고 하니까 새로워서 보게 됐어요.

단어를 찾아보면서 읽었는데 모르는 단어는 사전을 봐도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불교 용어들이 그랬어요.
조창인의 '가시고기'도 아는 작가한테서 선물받았는데 85%밖에 이해를 못했어요. 이 책 경우에는 제가 중국어를 전공해서 오히려 한자말은 이해가 되는데 순수 한국말이나 문학적인 표현이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특별히 즐겨보는 장르가 있나요?

소설을 주로 보고 에세이나 경제경영 책도 읽는 편이에요. 옛날에는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칼비노, 마르케스 같은 작가의 기본 고전들 많이 봤는데, 제일 좋아한 책은 마하일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였어요. 요즘은 현대 최신 저작들을 많이 봐요.

-빼놓지 않고 보는 저자의 책이 있다면?

밀란 쿤데라를 아주 좋아해서 그전에 나온 책은 다 봤어요. '향수', '불멸', '정체성'..

-지금 읽고 있거나 최근에 인상 인상깊게 읽은 책은요?

이탈리아 작가 쥬세페 카토젤라Giuseppe Catozzella의 'Il Grande Futuro(위대한 미래)'. 이슬람에 대한 책인데 실제 일들을 토대로 썼어요. 이탈리아를 포함해서 온 유럽이 요즘 테러 때문에 문화 충돌을 겪고 있는데, 이 책은 이슬람 신도의 입장에서 쓴 책이에요.

작은 마을의 친구 두 사람 이야기예요. 한 명은 부자이고 한 명은 하인인데 서로 제일 친한 사이였어요. 부자 친구는 군대에 가고 하인은 모스크로 가서 코란을 공부해서 나중에 고위 지도자가 되어서는 탈레반 조직에 들어가서 전사로 싸우기 시작해요.

이슬람 테러조직이 극단주의자에 미친 사람처럼 보이는데 반대 시선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면이 있음을 보여줘요. 그쪽 사회나 세계는 어떤지. 작가가 실제로 소말리아까지 가서 극단 이슬람 단체와 살았던 체험을 토대로 썼어요.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제가 좋아하는 이탈리아 랩가수인 조바노티Jovanotti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을 보고 저도 읽게 됐어요. 이 가수도 책을 쓴 작가인데 제가 믿을 만한 문학인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추천하는 책을 보곤 합니다.

-곁에 두고 오래 반복해서 보는 책이 있나요?

티나 실릭의 '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이 책은 대단한 내용은 아니지만 가끔씩 읽게 돼요.

조쉬 카우프만의 '퍼스널 MBA'. 제가 회사를 다녔고 경영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니까 수시로 보게 되더군요. 마케팅, 영업, 재무관리, 경영, 회사 인간관계 내용이 잘 정리돼 있어서 참고할 때가 많습니다.

코엘료의 '연금술사'. 아까 말한 조바노티의 '위대한 모름'. 본인이 자전가 타고 남미 여행한 경험을 썼는데 두세 번 읽었어요. 단순히 여행책이 아니라 생각들을 썼어요.

-서가에 꽂힌 책 중에 사람들이 알면 뜻밖이라고 생각할 책이 있을까요?

아인슈타인의 말과 생각을 모은 책인 'Ideas and Opinions'. 영국 작가 닉 혼비의 음악 소설 'High Fidelity'.

-아주대에서 했다는 강연 내용을 간략히 얘기해주실 수 있나요?

'인생의 다섯 가지 선택'이라는 제목으로 했는데요.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순간의 결정들에 대해 경험한 것들을 이야기했어요

첫 번째 선택이 전공입니다. 중국어를 택했는데 그땐 정말 중국이 지금처럼 경제 대국이 되기 전이었거든요. 그때 주변에서 놀림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저는 남들이 다 하는 외국어는 하기 싫었어요. 그게 저한테도 한국까지 오게 된 기회를 열어줬죠.

두 번째인 유학도 비슷해요. 이탈리아 사람들이 중국에 유학을 가면 대개 명문인 베이징대나 상해의 푸단대를 가는데 저는 일부러 이탈리아 학생들 없는 곳으로 갔어요. 대련 외국어대학으로. 친구 2명을 설득해서 같이 갔어요.

그때 학교에서 원서를 내니까 학과 조교가 대련에는 갔다온 사람도 없고 가도 아무도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가기로 했어요. 가서는 너무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북경 간 친구들은 후회를 하더군요. 주변에 이탈리아 학생들밖에 어울릴 사람이 없고 공부하느라 바쁘다고. 저는 중국인들과 어울려 놀면서 여행도 많이 하고 중국 문화를 제대로 익힐 수 있었어요. 거기서 지금 와이프도 만나게 됐구요.
세 번째는 취업이에요. 유학 후에 이탈리아로 돌아가서 졸업하고 취업이 됐어요. 어떤 대기업의 인턴십을 마치고 입사하게 됐어요. 좋은 회사니까 부모님도 좋아하시고 친구들도 부러워했는데 저는 내키지 않았아요.

곧바로 회사에 들어가기보다 좀 더 놀면서 배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으로 돌아간 여자친구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부모님께 얘기했어요. 회사에 안 가고 기차 여행을 하고 한국으로 가겠다고 했더니 크게 실망하시더군요. 중국어 공부를 하고 왜 한국에 가느냐, 비행기도 있는데 왜 하필 기차 여행이냐 그러셨어요. 하지만 저는 여행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결국 한국까지 왔는데 잘 된 것 같아요.

네 번째 커리어. 직장 선택인데. 사람들은 선택을 앞에 두고 걱정을 많이 하는데, 저는 어떻게 보면 운이 좋아서 좋은 회사를 다닌 셈이긴 한데, 고민해서 선택을 한 게 없어요.

한국에서도 외국인이다 보니 처음부터 한국사람과는 말도 그렇고 뭐가 됐든 비교가 안 되니까(한국인이 더 잘하니까), 예의바른 태도와 미소, 성실한 일처리, 사람 열심히 만나는 것, 이 세 가지만 열심히 했어요. 그랬더니 제의가 들어왔어요.

다섯 번째는 결혼이에요. 제 나이 스물일곱에 했는데, 돈이 없었어요. 적금 7백만원뿐이었는데, 기다렸다가 나중에 하자는 얘기도 나왔었는데, 그냥 그돈으로 결혼했어요. 결혼식을 거창하게 한 것도 아니고. 그런 후에 조금씩 집도 생기고 차도 생기고 했어요. 하나씩 생기는 게 훨씬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피아니스트가 되려면 피아노 살 걱정, 레슨 걱정 말고 어디서든 피아노 앞에 앉아서 쳐라, 작가가 되고 싶으면 글쓰기 과정 듣거나 책 낼 걱정하기보다 앉아서 무작정 쓰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앞으로 꼭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이건 좀 반쯤 농담 삼아 하는 말이긴 한데요. 한국관광공사 사장을 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외국인에게 한국 여행 홍보 일을 잘하고 싶어요.

제가 회사 다닐 때 시장 관리 일을 했기 때문에 지방 출방을 다니면서 한국 구석구석 여행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론리플래닛 같은 책에도 안 나오는 좋은 곳이 정말 많아요.

그런데도 지금 나와 있는 책자들은 외국인이 쉽게 알 수 없거나 정보의 깊이가 부족하고 무엇보다 재미가 없어요. 맛집 식당 추천 정도가 많아요.

제 친구들이 일본에 다들 가는데 한국에 안 와요. 한국에 뭐 볼 게 있냐면서. 좋은 데가 너무 많은데도. 한국의 관광 분야 쪽 분들은 열심히들 하시긴 하지만 외국인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지, 무엇을 좋아할지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한국의 걸그룹이나 케이팝 같은 것 보여주면 스파이스걸 아류 같은 느낌을 받아요.

오히려 한지 공예나, 도자기, 산속 암자 생활 이런 게 더 매력적이에요. 유럽 사람들이 일본에 가는 이유는 동양에 대한 그런 환상 때문이거든요. 한국도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것, 느낄 수 없는 전통문화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혹시 더 추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음.. 최근에 아기를 낳았는데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영어도 가르칠 거냐고요. 저는 영어보다 책을 즐길 줄 아는 법을 가르치고 싶어요. 책을 즐기고 많이 읽다 보면, 필요한 외국어는 알아서 배울 거라고 생각해요. 세상에 대한 관심이 생기니까 자연히 외국어도 필요한 줄 알겠죠.

-다음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요? 이유는?


조승연 작가를 추천하고 싶어요. 형처럼 친하게 지내는데요. 프랑스에 오래 살아서 불어도 잘 하고 이탈리아말도 조금 하세요. 그러다 보니 한국 분인데도 유럽 문화를 잘 이해하는 편이어서 방송하다가 친하게 됐어요. 책도 쓰시고 많이 읽는 분이어서 인터뷰 내용과 잘 맞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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