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큐레이션] 먼저 떠오르는 대로 써보세요

조회수 2017. 12. 22. 09:1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글쓰기 교사 윌리엄 진서 "서서히 진짜 자기 모습 찾게 될 것"

세상을 탐구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무엇보다 나를 알아가는 길
북클럽 오리진이 함께합니다

북클럽 오리진이 궁금하다면

[오늘의 큐레이션] 미국의 기자 출신 작가이자 글쓰기 교사로도 유명했던 윌리엄 진서(1922-2015)의 책 '스스로의 회고록'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원제목은 Writing about Your Life: A journey into the past. 2004년 출간된 책으로 최근에 번역돼 나왔습니다.


비단 회고록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글쓰기에도 도움이 될 만한 조언입니다.

우리는 흥미로운 삶을 경험하면 흥미로운 회고록이 그냥 만들어질 거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네 삶에는 질서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 호숫가에서 술술 글을 썼을 거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는 무려 8년 동안 일곱 번이나 원고를 고쳐 썼다. 그는 독자들이 대화를 엿듣는 것처럼 편하게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글쓰기 기법-평론가 마가렛 풀러는 이를 '모자이크 방식'이라 규정했다-을 사용했다. 그는 나무꾼으로서 숲속에 간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작가로서 숲속에 가 불멸의 고전을 창작했다.


회고록을 쓰려면 먼저 텍스트를 구성해야 한다. 독자들이 손을 놓지 않고 읽고 싶을 만큼 강렬한 내러티브를 만들어야 한다. 하나의 작품을 창조해야 된다는 말이다. 여러분이 어렸을 때 들었던 옛날 이야기에도 존재하는 스토리텔링의 오랜 규칙-이야기에는 긴장과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는 규칙-을 절대로 잊으면 안 된다.


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여러분이 반드시 히어로일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이점을 불편하게 생각한다-히어로가 되려 한 적도 없고, 스스로를 히어로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분은 회고록의 주연배우이며, 따라서 여러분을 중심에 놓고 플롯을 전개시켜야 한다. (중략)

그렇다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늘 그렇지만 가장 두려운 문제다. 오래된 편지, 엽서, 사진, 일기, 학교 졸업앨범, 축구 경기 팸플릿과 티켓, 청첩장, 베이비 샤워 초대장이 가득 들어있는 상자를 발견했다고 가정해 보자. 종잇 조각과 기억 조각으로 남은 여러분의 삶이 이제 글로 탄생되길 기다리고 있다. 여러분이 할 일은 그 조각을 모아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어느 정도 나이가 찬 사람들-죽음이 뭔지, 적어도 관절염이 뭔지 경험한 사람들-이 내게 어떻게 회고록을 쓰면 좋을지 물어볼 때가 있다. 그런데 그들이 기대하는 대답과 내 대답은 매우 다르다. 그들과 내가 처음부터 가정하는 바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회고록이란 "내가 언제 어디서 태어났다"에서 시작해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시간 순서대로 요약한 글이라고 가정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식으로 회고록을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회고록 글쓰기는 우리가 생각한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월요일 오전, 책상 앞에 앉아 여러분 마음속에 유난히 생생하게 남아있는 기억에 대해 생각해 본다. 여름캠프 첫날, 고등학교 졸업파티, 고등학교 졸업식, 선생님과의 면담, 운동 경기, 음악 독주회, 군에 입대한 날, 자녀 출산, 승리의 순간, 창피했던 기억, 사랑했던 추억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여러분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일이라면 어떤 사건이든 다 좋다.

그 기억을 떠올려 글로 옮겨 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묘사한다. 글이 꼭 길어야 할 필요는 없다. 1페이지여도 좋고 2페이지, 5페이지여도 상관없다.


하지만 반드시 완전한 에피소드여야 한다. 사건의 시작과 끝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글을 다 썼으면 파일 안에 안 보이게 넣고 다른 일을 한다. 출근을 하든지, 산책을 가든지, 자녀들을 데리러 나가자.


화요일 오전, 같은 작업을 반복한다. 월요일에 떠올렸던 기억과 반드시 연관된 이야기일 필요는 없다. 어제 군 입대 첫날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오늘 입대 둘 째 날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여덟 살 때 있었던 사건에 대해 글을 써도 상관없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기억이라면 뭐가 되어도 좋다. 여러분이 회고록, 기사, 책 등 방대한 길이의 글을 완성해야 된다는 생각은 잠시 잊도록 하자. 화요일의 기억을 글로 옮겼으면 이것도 파일 안에 넣어두자.


이를 매일 반복한다. 가능하다면 매일 같은 시간대에 하는 것이 좋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점점 더 많은 이야기가 축적될 것이다.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야기일지라도 이야기를 쓰는 행위 자체가 도움이 된다.


첫째, 기억 기술, 글쓰기 기술, 정리 기술을 연마할 수 있다. 둘째, 무의식이 회고록 글쓰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잠만 잔다고 무의식이 활동하는 게 아니다. 과거 기억을 들추어내고 다른 기억을 떠올릴 때 이미 여러분의 무의식은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두세달 동안 계속 반복한다. 꾸준하게 반복하자. 성급하게 '회고록 글쓰기'에 착수하는 행동-여러분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상상했던 바로 그 일-을 하지 않도록 하자. 그러다가 언제 하루 날을 잡고 파일 안에 들어있는 글을 전부 꺼내 바닥에 쭉 펼쳐놓는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한 인터뷰에서 손바닥만 한 인덱스카드에 딱히 정해진 순서 없이 글을 쓴다고 밝힌 바 있다.) 여러분은 이제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먼저, 초기에 썼던 이야기가 꽤 경직되어 있으며 자의식도 강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글을 쓰는 작가가 긴장을 풀고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 때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고로 첫 번째 달에 쓴 글이 다소 경직되어 있고, 인간미가 약하고, 허세도 좀 들어 있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썼다면 두 번째 달에 쓴 글에서 부드러움이 느껴질 것이다. 첫 번째 달에 쓴 글은 활용할 일이 별로 없겠지만, 그렇다고 그 글을 쓰느라 시간을 낭비한 것은 아니다. 첫째 달에 몸을 풀어두지 않았더라면 이듬달에 그만큼 자신감을 갖게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게 여러분은 서서히 자기 자신의 스타일-여러분이 글에서 보여지고 싶은 모습,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게 된다.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작가가 쓴 회고록을 읽고 싶어할 독자는 없다. 모든 글쓰기는 책장을 넘기는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는 작업이다. 여러분만의 스타일대로 이야기하자.


[북클럽 오리진] 컨텐츠 카톡으로 받아보기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