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큐레이션] 지식 노동도 안전하지 않다

조회수 2017. 6. 25. 22: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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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신간을 통해 읽는 플랫폼 혁명과 일의 미래

북클럽 오리진이 궁금하다면

[오늘의 큐레이션]은 주목할 만한 국내외 책과 글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신간 두 권을 묶었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삶과 일 전역에 걸쳐 거대한 지각 변동을 낳고 있는 플랫폼 혁명에 관한 신간 <플랫폼 레볼루션>과, 숨가쁜 자동화로 인한 지식노동자의 실직 위기와 해법을 제시한 또다른 신간 <AI 시대 인간과 일>에서 발췌 소개합니다.


모두 우리 일에 관계되는 내용입니다. 개인이나 기업, 노조, 시민단체, 정부가 모두 공부하고 고민해야 할 변화의 흐름입니다.

일자리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


오늘날 기계는 갈수록 유능해지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옮겨갈 만한 더 높은 수준의 인지 능력을 요하는 일자리를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아주 똑똑한 사람들까지 걱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교수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맥카피는 <제2의 기계 시대>라는 유명한 공저에서 노동시장의 회복력이 장기간에 거려 거의 제자리걸음 상태에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서구 경제권의 높은 실업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은 숙련편향적 기술진보가 야기한 최근의 혼란이 영원히 계속될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


폴 보드리, 데이비드 그린, 벤저민 샌드는 고숙련 노동자에 대한 미국의 총수요를 다년간 연구해왔다. 이들은 그 수요가 2000년을 기점으로 정점에 이르렀다가 계속 감소하는 추세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대학교에서 쏟아내는 공급량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좋은 일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경제에서 소득불균형은 갈수록 문제가 되고 있다. 오늘날의 경제에서 고액 연봉은 다수의 지식노동자가 아니라 한 줌밖에 안 되는 '슈퍼스타' 즉 CEO,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관리자, 투자은행가 등 자동화된 의사결정에 능숙한 사람들에게 주로 돌아간다. 그런 가운데 선진 경제권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감소 추세에 있다.


실리콘밸리 투자자 빌 데이비도와 과학기술 전문 기자 마이크 말론은 얼마 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조만간 경제적 가치가 0인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국면이 자유시장경제에 가져올 파장을 해소할 방법을 찾는 것이 금세기의 가장 큰 난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의하는 듯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14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연례 회의를 앞두고 이 시대를 주도하는 사상가 7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사상가들은 향후 10년 안에 세계경제가 마주하게 될 가장 큰 문제로 '소득불균형과 부수적 사회불안'을 꼽았다.

'부수적 사회불안'과 관련해 WEF 수석 경제학자 제니퍼 블랭크는 "특히 젊은이들이 미래가 없다고 생각할 경우 불만은 사회 기본구조의 와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좋은 일자리에서 나오는 소득이 줄어들 경우 사람들이 불만을 갖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직업을 갖는 것 자체를 그리워하게 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가 갈수록 진화하는 기계 지능을 가리켜 "오늘날 세계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자.

이 문제는 물론 소득불균형과 관련되어 있지만 그 이상일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의 지적 능력을 통해 스스로를 정의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는 개인의 정체성 문제이기도 하다. 나는 누구인가? 그런데 컴퓨터가 지적 능력을 대체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는 끔찍한 일이다. 이는 철학적으로 깊은 의미를 지니는 문제다.

우리가 관찰한 결과 지식노동의 자동화를 둘러싼 현재의 논쟁에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크게 두 진영으로 나뉜다. 즉 우리는 영원한 고실업률을 향해 가고 있다고 말하는 진영과,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생겨나 사라지는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말하는 진영으로 나뉜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과 관련해 노동자들이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두 진영 모두 생각이 같다.


지금까지 과학기술의 발전은 늘 노동자들을 밀어냈지만 또한 빼앗아간 일자리보다 많은 인간의 고용 기회를 새로이 창출하기도 했다. 그런데 자동화가 지식노동의 영역을 침범해 들어오면서 이번에는 그런 패턴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 불확실성 앞에서 그저 좋은 날이 오기를 바라며 '두고 보자'는 태도로 일관하는 것만큼 무책임한 행동도 없다. 일의 세계가 인간에게 우호적으로 남아 있게 하려면 지금 당장, 아마도 조만간 행동을 취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소개할 전략들은 모두 기계를 활용한 인간 능력의 '증강(augmentation)'이라는 공통점을 지니며 크게 다섯 가지 범주로 나뉜다. 간단히 말해 기계와 함께 일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위로 올라설 수도, 옆으로 비켜설 수도, 안으로 파고들 수도, 틈새로 움직일 수도,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널리 논의되는 또 다른 대책으로는 재정난에 허덕이는 정부를 어떻게든 설득해 자동화에 밀려 일자리를 잃을 경우 소득을 보장해주게 하자는 의견이 있다. 당연히 정부는 이 시급한 현안을 해결할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 관료들은 문제를 파악해 진지한 조정안을 내놓기까지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다.


따라서 이제는 노동자 개개인이 나서서 자신의 일이 어느 정도까지 위험에 처해 있는지 평가하고, 스마트기기가 결정과 행동을 주도하는 세상에 적응할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


인간과 기계의 상호 증강 추구는 우리 사회 전체에 동기와 활력을 불어넣는 목표로 작용할 것이다. 정부에게 증강이란 국민들이 앞으로도 계속 생산적으로 일하면서 일이 주는 대가를 즐길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길을 의미한다.

정책 입안자들은 더욱 높은 수준의 증강을 목표로 삼아, 시민들이 번영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얻고 확립하도록 기업이 일터와 장비를 제공하게끔 유도해야 할 것이다. 그럴 경우 사람들은 기계와 경쟁이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의사소통 능력을 교육하고 정보를 나누는 데 사용할 것이다.


기업의 경우 증강이라는 의제는 지속적인 혁신과 유연성을 확보하는 길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급격한 변화와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는 경제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너무도 인간적인 고객들에게 계속 감동을 줄 수 있으려면 강력한 기계 분석 말고도 이를 통해 더욱 빛을 발하는 인간적 기술이 있어야 한다.


개인에게 증강이란 자동화를 중화하는 해독제, 다시 말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능력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다. 전에는 대안으로 생각해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증강조치에는 최소한 다섯 가지 형태가 있다. 각각의 조치 모두 이 기계들이 하는 일에 가치를 더하거나, 기계가 인간의 일에 가치를 부가할 수 있게 해준다.


오늘날 많은 지식 노동자들이 기계의 부상을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 유례없는 도구가 우리 인간을 쓸모없는 존재로 만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것이 마땅하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엄청난 변화의 한복판에서 무기력하게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다. 우리가 능력을 부여한 기계와 새롭고 긍정적인 관계를 맺을지 말지는 순전히 우리에게, 개인으로서든 인류 전체로서든 우리에게 달려 있다.


노동과 전문 서비스: 일이 재정의되고 있다


우리가 언급했듯이, 플랫폼 발전에 의해 가장 극적으로 변화한 영역 중 하나가 노동 시장이다. 모든 지표가 플랫폼에 의한 노동 시장 변화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지속될 것임을 가리킨다. 그중 일부는 쉽게 예견할 수 있지만 어떤 것들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수 있다.


택시 운전, 음식 배달, 또는 가사와 같은 매우 일상적이면서 기술이 그리 필요하지 않은 일들만이 플랫폼에 취약할 것이라는 가정은 이미 무너졌다. 의약과 법률처럼 전통적이라 여겨졌던 일까지도 플랫폼 모델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앞으로 플랫폼 모델이 사실상 모든 노동 및 전문 서비스 시장에 적용-적어도 시험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러한 추세가 수억 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은 물론 서비스 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까?


한 가지 예측 가능한 결과는 서비스 제공업체들 간에 부와 힘, 권위의 계층화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표준화된 일상 업무 처리는 상대적으로 저임금의 프리랜서 전문가들이 많이 모여 있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 갈 것이다.

한편 세계 최대 법률 회사, 의료 기관, 컨설팅 회사, 회계 법인은 쉽사리 사라지진 않겠지만 이들의 상대적 규모와 중요도는 낮아질 것이다. 이들의 서비스를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훨씬 편리하게 제공하는 플랫폼이 가져가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은 고도로 특화되고 어려운 임무만 맡을 것이고, 이들은 온라인 도구를 활용하여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최고 수준의 전문 서비스 분야에서는 승자 독서 시장이 출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가장 주목받고 돈이 많이 걸린 소송을 놓고 세계 최고의 변호사 20여 명이 서로 경쟁할 것이다.


노동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플랫폼 혁명은 이미 조직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약 300년 전 애덤 스미스가 조직의 생산 능력의 핵심이라고 말한 바 있는 분업은 그 단위가 점점 더 작아질 것이다.


게다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는 알고리즘에 의해 복잡한 과업이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의 작고 단순한 업무로 쪼개진 다음 최종 단계에서 하나로 재조립될 것이다. 아마존의 메커니컬 터크는 이미 이러한 논리를 업무 상당수에 적용하고 있다.

프리랜서, 자영업, 계약직 근로, 비전통적인 직업 경로 쪽으로 기우는 추세 또한 지속적으로 가속화될 것이다. 프리랜서 노동조합은 미국 근로자 세 명 중 한 명이 이미 프리랜서 업무를 하는 것으로 추산하며, 그 비율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추세가 바람직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자신의 근무 시간과 근로 여건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유연성과 자유를 원하는 많은 사람들-예술가, 학생, 여행가, 워킹 맘, 비상근직에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새로운 환경을 즐길 것이다. 직업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선호하는 사람들- 또는 직장에서 의료 보험과 퇴직금과 같은 중요한 복지 혜택을 지원받는 데 익숙해진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가 무척 힘들거나 심지어 고통스러울 것이다.


거대 기업이 고용한 수많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결집시키고 그것을 지키려 했던 전통적인 노동조합은 계속 힘을 잃게 되고, 개인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싸워야 할 것이다.


우리가 11장에서 플랫폼 규제에 대해 논의할 때 언급했듯이, 플랫폼이 세력을 확장할수록 사회는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전통적인 기업은 고용을 통해 수백만 근로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안전망을 제공했다.


그러나 플랫폼 혁명이 그 안전망에 구멍을 낸다면, 분명 정부-또는 아직은 가시화되지 않은 새로운 사회 기관-가 그 구멍을 메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몇몇 산업이 플랫폼의 출현으로 익숙한 비즈니스 모델이 무너져 힘겨워하는 모습을 목도해 왔다. 신문사부터 음반 제작사, 택시 회사에서 호텔 체인, 여행사부터 백화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 수입과 수익률 측면에서 플랫폼과 경쟁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아 왔다. 그 결과 개인과 지역 사회는 불확실성과 손실로 고통받고 있다.


적응 과정은 더디고 혼란스러우며 고통스럽기 일쑤다. 게다가 일부 회사와 근로자들은 떠오르는 플랫폼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나아갈 바를 영영 찾지 못할 수 도 있다. 이는 사회가 반드시 인식하고 해결해야 할 불행한 현실이다.


또한 우리 사회는 반드시 플랫폼 혁명이 창출한 구조적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대형 플랫폼 기업들의 전례 없는 개인과 기업 정보에의 접근, 전통적인 고용 형태에서 보다 유연하지만 불확실한 임시 프리랜서 직으로의 전환, 예측 불가능한 긍정적 부정적 외부효과, 그리고 강력한 플랫폼에 의해 개인의 행동과 전체 시장이 조작될 가능성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파이프라인 기업을 위해 개발된 전통적인 형태의 정부 규제는 플랫폼이 야기하는 복잡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정책 입안자들이 이러한 변화의 성질을 온전히 이해하고 혁신이 가져온 이익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플랫폼 혁명이 가져올 심각한 위험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 대응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일반인과 이들이 지지하고 의지하는 시민 사회 조직이 플랫폼 혁명의 성격을 완전히 파악하고 적절한 제도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서구 사회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의 부산물인 탈선과 착취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여러 세대가 걸렸음을 알 수 있다. 노동조합 활동, 새로운 형태의 고용에 적합한 일꾼을 키우기 위한 현대적인 기술 기반 교육 시스템 구축, 소외된 이들을 위해 사회 안전망 확립을 목적으로 한 재정 지출 등이 모두 이러한 대응책이었다. 


마찬가지로 현대 사회가 플랫폼 혁명에 따른 경제 사회 정치 권력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파악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당장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제 혁명의 윤곽이 막 드러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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