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큐레이션] 왜 거짓인데도 사람들은 따라갈까

조회수 2017. 3. 6. 08: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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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환상' 저자들 "집단에 연결된 느낌이 주는 착시 효과"

북클럽 오리진이 궁금하다면

지난해 옥스퍼드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Post-truth'를 꼽았지요. 그 후로도 거짓 뉴스 시대에 대한 경고음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보의 바다라는 예전의 찬사가 무색하게도, 인터넷에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날개 단 듯 공유되고 과장된 이야기일수록 조회수가 폭증합니다.


왜 허위 사실과 거짓 주장이 보란 듯이 더 활개칠까요. 그만큼 사람들이 무지하거나 비이성적이 되어서일까요?


여기에 주목할 만한 설명을 소개합니다. 사람들이 허위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그 주변에 모여들고, 거짓 믿음 위에서 뭉치는 것은 인간의 본성과 관계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인간만의 놀라운 성취의 비결이기도 한 그런 인지 성향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할 때에 그로 인한 재앙적인 결과를 피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필자는 미국의 인지과학자인 필립 페른바흐(Philip Fernbach) 콜라라도 대학 리즈 경영대학원 교수와 스티븐 슬로먼(Steven Sloman) 브라운대학 교수입니다.


두 사람은 3월 14일 출간 예정인 <지식의 환상: 우리가 결코 혼자 생각하지 않는 이유>(The Knowledge Illusion: Why We Never Think Alone)의 공동 저자입니다.


뉴욕타임스 3월 3일자에 실린 글의 원제는 '왜 우리는 명백한 거짓을 믿나'(Why We Believe Obvious Untruths)입니다. 발췌 소개합니다. 원문은 아래에 링크했습니다.

'왜 우리는 명백한 거짓을 믿나' 원문

거짓으로 판명난 사실을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믿는 걸까? 트럼프 정부가 대선 때의 투표 사기와 기후 변화, 범죄 통계에 관해 허위 사실을 선전하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진실로 받아들임에 따라 이 질문은 새로운 시급성을 띠게 되었다.


하지만 이처럼 집단이 속아 넘어가는 현상은 새로운 게 아니다. 정치적으로 우파인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미국에서 진보적이라는 사람들도 상당수가 과학자들의 합의 사실과는 반대로, GMO(유전자변형체)에 독성이 있다거나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근거 없는 사실을 믿는다.


이런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해법이 너무나 쉬워 보이기 때문이다. 진실이라는 것은 자명한 것이니만큼, 찾아보는 노력만 좀 기울이면 해결될 문제 아닌가? 이런 식으로만 생각하다 보면, 결국 거짓을 사실로 믿는 집단을 향해 "저 사람들이 멍청한 것"이라거나 "저런 사람들은 괴물"이라고 몰아붙이고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해석하면 우리 자신은 기분이 좋아질지 모른지만 올바른 해석은 못 된다. 사태를 너무나 단순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설명은 지식을 그저 우리 두뇌 안의 일로 너무 편협하게만 보는 세간의 오해를 반영한다.


보다 겸허한 진실은 이렇다: 인간 개인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허구에서 사실을 구분할 만큼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 앞으로도 그럴 만한 능력은 절대 없을 것이다. 무지야말로 우리의 자연스러운 상태다. 우리의 정신(mind)이 작동하는 방식을 보면 그런 결과에 이르게 돼 있다.


인간을 특별한 존재로 만드는 것은 개개인의 정신적 능력이 아니다. 인류의 성공 비결은 어떤 것을 인지하는 데 필요한 수고를 분할함으로써, 복잡한 목표를 집단이 합동으로 추구할 수 있는 능력이다. 사냥과 거래, 농업, 제조업과 같이 지금까지 세상을 바꿔놓은 모든 혁신은 이런 능력 덕분에 가능했다.


침팬지만 해도 산수와 공간추리 과제 풀이에 있어서는 어린 아이들보다 더 잘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개체와 협력을 해야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과제를 수행할 때는 어림도 없다. 반면에 인간은 개별적으로는 조금씩밖에 아는 게 없지만 한데 합치면 놀라운 위업을 달성할 수 있다.

지식은 내 머리 속이나 당신 머리 속에 있는 게 아니다. 지식이란 공유된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그런 결론에 이른 천문학적 관측과 계산을 재연할 수 있나?


또 당신은 흡연이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도 안다. 하지만 담배 연기가 우리 세포에 어떤 작용을 하고, 암은 어떻게 해서 생기고, 왜 어떤 종류의 연기는 다른 것들보다 더 위험한지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나? 아마 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주제에 대해 당신이 '안다'는 것의 대부분은 다른 어떤 곳에 저장돼 있는 정보로부터 위임받은 지식일 뿐이다. 어느 누구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 정보들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교과서나 어떤 전문가의 머리 속에 들어 있는 것들이다.


지식이라는 것은 실제로는 이런 식으로 배분되는 것이다. 그 결과, 지식 공동체의 일원이 됨으로써 자신은 그 지식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해하는 것처럼 느낄 수가 있다.

필자들 중 한 명이 최근에 일련의 연구를 진행한 적 있다. 이 실험에서 대상자들에게 새로운 과학적 발견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빛을 발산하는 암석을 발견했다는 이야기였는데, 사실은 가짜로 지어낸 이야기였다. .


연구진은 이어 과학자들이 발견한 발광 암석이 왜 빛을 내는지에 대한 설명은 아직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후에 실험 대상자들에게 그 발광 암석이 어떻게 빛을 내는지에 대해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 물어봤다. 응답자들은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 암석에 대해 실제로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하지만 다른 집단에게는 똑같은 발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과학자들이 암석이 빛을 내는 원리도 알아냈다고 했다. 그러자 이 집단은 자신들도 암석의 발광 원리에 대해 좀 더 이해한다고 보고했다. 과학자들의 지식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응답자들은 마치 과학자들로부터 직접 지식을 전해받은 것처럼 말했다.


어떤 사실을 이해했다는 느낌은 이처럼 감염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이해했거나 이해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마치 우리도 이해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런 현상은 사람들이 관련 정보에 접속돼 있다고 믿을 때에만 일어난다.


앞서 실험에서도 과학자들이 육군 용역 연구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발광 원리의 설명은 비밀에 부치고 있다고 했을 때에는 응답자들역시 암석의 발광 원리를 이해한다고 느끼지 않았다.

여기서 말하려는 핵심은 사람들이 비이성적이라는 말이 아니다. 비합리성은 아주 이성적인 곳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것과 다른 사람이 아는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 우리 머리 속에 있는 지식과 다른 곳에 있는 지식 사이에 명확한 경계를 긋기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은 특히 입장이 갈라지는 정치적 쟁점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당신의 정신은 그런 쟁점의 상당수에 대해 세부 지식을 충분히 학습할 수도, 기억하고 있을 수도 없다. 불가피하게 당신이 속한 공동체에 의존해야만 한다. 그런 당신이 다른 사람들의 지식에 목마 타고 있다는 사실을 잊는 순간 오만에 빠질 수 있다.


그런 집단적인 착각은 인간의 사고력이 갖고 있는 힘과 심각한 결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어떤 것을 지지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충분히 갖춘 개인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집단이 공동의 믿음을 중심으로 한데 뭉칠 수 있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신의 입자'를 발견할 수 있었고, 지난 세기 동안 인간의 평균수명도 30년 연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성과를 낳는 것과 똑같은 배후의 힘이 터무니없는 것들을 신봉하게도 만든다. 후자의 경우에는 재앙스런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개인의 무지가 우리의 자연 상태라는 사실은 받아들이기에 쓰디쓴 알약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고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그 힘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런 자각은 진지하게 조사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질문과 그저 대결을 위한 피상적인 분석을 유발하는 질문을 구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우리의 지도자들에게는 쟁점이 되는 사안에 합당한 전문성과 섬세한 분석을 촉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할 수 있다. 과거 경험을 비춰보면 그런 방법을 통해서만 효과적인 정책을 세울 수 있었다.


자신의 머리 속에 든 지식이 실제로는 얼마나 적은지 제대로 이해하는 것만 해도 우리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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